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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글로벌 정세의 풍전등화(風前燈火), 멕시코의 미래는?

멕시코 최명호 부산외국어대학교 국제지역문화연구센터 중남미지역원 HK 교수 2024/08/28

미국의 니어쇼어링 정책과 멕시코의 약진
미국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전 대통령 행정부의 미·중 무역전쟁부터 조 바이든(Joe Biden) 현 대통령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Inflation Reduction Act)까지 일련의 정책은 서방 기업들의 탈중국화를 부추기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과 지리적으로 인접해 있으며 경제적으로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멕시코 북부지역은 글로벌 기업에 중국을 대체하는 생산기지로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역설적으로 중국계 기업이 현지 법인을 설립하여 멕시코에 직접 투자하는 예도 적지 않다. 현실적으로 현재 대규모 해외투자를 할 수 있는 여력이 있는 국가는 더 이상 무역수지 흑자분으로 미국 국채를 구매하지 않는 중국 정도이며, 중국은 코로나 19 팬데믹 기간에 신흥국 중심으로 백신을 공급하는 백신 외교를 통해 소위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 국가에 상당히 깊은 인상을 남겼고 멕시코 또한 예외는 아니었다. 2024년 현재 멕시코의 최저임금은 중국보다 낮으며 미국과의 인접성으로 인해 물류난, 유통난이 일어날 가능성이 희박하다. 현재 멕시코, 정확하게는 멕시코 북부 누에보레온 지역은 전 세계가 주목하는 투자처이고, 올해 멕시코의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된 클라우디아 쉐인바움(Claudia Sheinbaum)의 공약에도 등장할 정도로 멀지 않은 멕시코 미래를 좌우할 성장 동력으로 보인다. 

이 같은 현상은 2023년 5월 17일 우리나라에서 열린 ‘2023 한-중남미 미래협력포럼’에 참가한 멕시코 북부지역 중 글로벌 기업의 주요 투자 대상 지역인 누에보레온州 주지사 사무엘 가르시아(Samuel García)가 “현재 누에보레온의 상황이 더할 나위 없이 좋다”며 미래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피력한 것으로 대변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현재 진행되고 있는 전 세계적 경제 블록화를 이해하고 분석하려면 비단 세계 정치경제 상황에 대한 이해만이 아니라 한국의 실질적 이익에 대한 고려도 필요하다. 미국과의 무역 등 경제적 관계와 더불어 국제 정치적 관계만이 아니라 새롭게 등장할 제조업 생산단지에 우리 기업이 진출해 있기도 하고 앞으로 진출해야 할 당위성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그 전에 반드시 현지 상황에 대한 정확한 인식과 분석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러한 상황의 중심에는 니어쇼어링(Nearshoring)이 있다. 바이든 행정부가 강조하는 리쇼어링(reshoring)은 비용 등을 이유로 해외에 나간 자국 기업이 다시 국내로 돌아오는 현상을 말하는데, 리쇼어링이 어려울 때, 인접 국가로 생산시설을 이동하는 것을 니어쇼어링(nearshoring)이라고 한다. 사무엘 가르시아 누에보레온 주지사는 2024년 멕시코 대권 후보로 꼽히며 한때 10%가 넘는 지지율을 기록하기도 했으나, 2023년 12월 누에보레온 주지사직을 성실히 수행하겠다며 대권 도전을 포기했다. 이는 멕시코의 니어쇼어링에 대한 기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으로, 35세의 젊은 정치인을 단번에 유력 대권 후보로 만들 정도가 되는 것이다. 코로나 19 팬데믹 이후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및 경기 침체 상황에서 멕시코 북부의 니어쇼어링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돋보이는 성장 동력으로 보인다. 

<표 1>과 같이 2023년 기준 미국의 수입 상대국별 수입액은 이미 멕시코가 중국을 추월했으며 이러한 추세는 점점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낙관적인 전망만을 할 수 없는 것은, 현재 상황이 경제적인 동인에만 기인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동시에 중국계 자본이 멕시코를 통해 세탁된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레노보의 사례1)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북미자유무역협정(USMCA)의 허점을 이용하여 알맹이는 중국산 그대로이고 포장만 바뀐 것이라는 비판이다. 

<표 1> 미국의 수입 상대국 비중 현황


자료: https://www.bloomberg.com/graphics/2023-mexico-china-us-trade-opportunity/


코로나 19 대유행과 우크라이나 전쟁이 촉발한 거대한 변화와 멕시코의 기회
2022년 10월 바이든 행정부의 국가안전보장회의(NSC)는 공식 문서로 탈냉전시대의 종말을 선언했고,2) 이것은 냉전 이후 신자유주의와 세계화 시대가 끝나고 새로운 시대의 서막이 멕시코 북부에서 열리고 있음을 뜻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변화의 시작은 주지하듯 코로나19의 대유행이었다. 수많은 국가가 비상사태를 선포했고 스페인 등 일부 국가에서 인구의 이동을 금지하는, 소위 ‘완전 봉쇄’라는 최고 수위의 거리두기를 선포했다. 국경을 완벽히 봉쇄하여 세계화를 통해 구축된 모든 관계가 한동안 절연(絶緣)되기도 했다. 7억 6,000만 명 이상이 감염되었고 690만 명 이상이 사망했다.3) 게다가 2022년 3월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 발발하며 전 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가 또 다른 전염병처럼 번져갔다. 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세계화, 전 세계적인 분업 상황이 새로 재편되는 거대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현재 상황은 지역 연구에서 반드시 다루어야 하는 주제이다. 칼 폴라니(Karl Polanyi)는 『거대한 전환』에서 위기의 시기에 비로소 공동체가 드러나지 않았던 자기의 본 모습을 드러낸다고 적었다. 사회적 전환기에 구조적 변화가 일어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현상이며, 이 시기에 어쩔 수 없이 증가하는 사회적 약자들을 어떻게 보호할 것이냐 하는 문제도 또한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멕시코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지정학적/지경학적 변화에 가장 중요한 핵심 국가라 할 수 있다.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 법안은 증세를 통해 유동성을 확보하고 확보된 유동성으로 새로운 제조업 붐을 이끈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데, 이는 새로운 성장 동력을 증세, 다시 말하면 사회적 재분배를 통해 만들어낸다는 것을 뜻 한다. 게다가 바이든 대통령은 멕시코 북부 미국 접경지대에 위치해 수출을 원칙으로 하는 제조업 단지, 소위 ‘마킬라도라(Maquila dora)’에 반도체 생산시설을 건설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4) 현재 대만의 TSMC와 일본의 연합회사 라피더스(Rapidus) 그리고 북미자유무역협정(USMCA) 국가 사이에 새로운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데, 그 목적은 반도체 공급망의 재편성이고, 더 구체적으로는 지정학적 리스크가 있는 대만이 아니라 미국 내 혹은 미국 인접 지역에서 최신 반도체가 생산되게 하는 것이다.  

미·중 무역 갈등과 미국의 제조업 부활 선언 이후 접근이 어려워진 세계 최고의 시장 미국에 접근하기 위한 백도어(backdoor)로 멕시코 북부지역이 주목받고 있다. 다시 말하면 미국 정부로부터 지원금은 받지 못한다고 해도, 메이드인 멕시코의 인증만 받는다면 미국으로 제품을 수출하는 데에 어떠한 제약도 없다는 점은 멕시코의 압도적 장점이다. 이미 중국계 기업이 다수 진출해 있는 누에보레온 지역의 총투자금액 중 중국계 자본으로 알려진 부분만 해도 약 30% 이상이며, 경유지를 거쳐 세탁된 중국계 자본의 규모가 적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다시 말하면 미 바이든 행정부의 대응에 대한 중국 자본의 반응이 현재 멕시코 북부 경제적 붐의 근원이라는 것이다. 한편 멕시코 정부는 중국의 투자가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은 인정하지만, 2026년 USMCA 개정을 앞두고 미국의 심기를 거스를 이유는 없다는 입장이다. 

미국 대선과 유럽의회 선거 결과가 멕시코 경제에 미칠 영향
앞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이 모든 상황이 경제적 동인에만 기인한 것이 아니라 정치적 요인도 크기 때문에, 이 조건이 변화한다면 현재 상황은 급반전할 수도 있다. 2024년 미국 대선과 그리고 중국 내부 상황은 결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통제 불가능한 변수이며, 이것이 작게는 북미 지역 공급망 재편과 크게는 전 세계 경제의 구조적 변화에 미칠 영향은 너무나 크다. 예를 들어 2024년 7월 대부분의 소위 경합 주에서 지지율 우세를 보였던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집권하게 되면 상황이 어떻게 될지 단언하기 어렵다. 현재 트럼프 전 대통령은 Agenda 47이라는 이름으로 올 초부터 자신의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세계에서 가장 싼 가격의 전기, 원유와 휘발유 및 LNG를 비롯한 에너지를 공급할 것이고 국내 원유를 규제 없이 개발할 것이며 이를 통해 물가를 잡는 것만이 아니라, 첨단 산업의 부흥을 이끌 것이며 전기자동차가 아니라 내연기관 자동차를 계속 유지할 것이라 밝혔다. 무역에서는 미국과 같은 수준에서 관세를 부과할 것이며 4년 동안 중국과의 모든 교역을 중단할 것이라 밝히고 있다. 어찌 보면 완벽한 고립주의를 추구한다고 할 수 있는데, 트럼프 전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할 경우 인플레이션 감축법안(IRA) 자체를 폐기할 가능성도 적지 않으며 이미 미국에 투자한 국내 기업이 약속된 보조금을 받지 못할 가능성도 없다고 할 수 없다. 인플레이션 감축법과는 상관없이 외국 기업에 대한 보조금 지급을 철회하겠다거나, 중국만이 아니라 미국에서 수익을 올리는 모든 국가와 기업에 상당한 세금을 부과하겠다는 등의 말이 쏟아지고 있다. 물론 현실로 닥쳐봐야 알겠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 재임 시절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North American Free Trade Agreement)과 한미FTA를 일방적으로 개정한 경험으로 보아 니어쇼어링의 이점도 상당히 퇴색될 것으로 보인다.

<그림 1> 트럼프 전 대통령의 Agenda 47 자료화면 


출처: 트럼프 전 대통령 공식 홈페이지 https://www.donaldjtrump.com/platform



카말라 해리스(Kamala Devi Harris) 민주당 대선 후보는 현재까지 니어쇼어링에 대한 특별한 언급 없이 바이든 행정부의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다시 말하면 멕시코에게 카말라 해리스의 당선은 상당한 호재가 될 것이다. 또한 클라우디아 쉐인바움 당선인과 함께 두 국가 헌정사상 첫 여성 대통령이라는 공통점과 진보적 정치색의 공통점으로 인해 상당한 시너지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 곳곳에서도 우경화 혹은 극우화가 진행되고 있어 소위 RE100으로 대표되는 신재생에너지 변화를 주도하고 있는 EU를 중심으로 한 유럽의 공조된 경향 또한 속도 조절을 할 가능성이 작지 않다. 2024년 유럽의회 선거 결과 또한 극우세력의 발흥으로 해석할 수 있는데, EU의 신재생에너지 전환 추진이 속도 조절에 돌입한다면, 전기자동차, 2차전지 등의 산업 또한 영향을 받게 될 것이고 멕시코도 그 영향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여기에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의 차기 대통령으로 당선된다면 누에보레온을 중심으로 한 멕시코 북부의 경제적 상황에 상당한 악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멕시코가 사실상 미국 시장으로 진입하는 백도어 역할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국경을 강화하고 미국 남부를 통한 밀입국을 통해 이익을 얻고 있는 불법 세력을 연방 병력을 동원하여 타격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경제의 지나친 대미 의존은 주의해야
멕시코는 미 대선이라는 바람 앞에 흔들리는 촛불과 같다. 미국과의 관계에서 항상 ‘을’의 위치였던 멕시코 경제는 미국의 종속변수이며, 현재 상황은 상당한 기시감을 준다. 코로나 19 팬데믹 이후 성장 동력을 찾기 어려웠던 멕시코에 미국의 니어쇼어링 정책은 호재로 작용했으나, 순수한 경제적 동기에서 일어난 현상이 아니기 때문에 더욱 더 외부 상황에 의존적일 수밖에 없다. 이 모든 현상의 중심에는 미국이라는 시장, 미국의 구매력이 자리 잡고 있다. 그것이 기축통화와 부채로 만들어진 것이라 해도 미국의 구매력이 여전히 유지된다면 멕시코의 경제 상황은 미국 경제 상황의 종속변수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 각주
1) “Why Chinese Companies Are Investing Billions in Mexico”, New York Times, 2023.6.20. https://www.nytimes.com/2023/02/03/business/china-mexico-trade.html
2) Cfr. 미국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국가안보전략”, https://www.whitehouse.gov/wp-content/uploads/2022/10/Biden-Harris-Administrations-National-Security-Strategy-10.2022.pdf
3) 존스 홉킨스 대학의 “코로나19(COVID-19) 실시간 상황판” 2024년 7월 31일자 데이터, Cfr. https://coronaboard.kr/ 
4) Cfr. Armando Jiménez San Vicente, "Cumbre entre EU, Canadá y México: ¿Pasamos de la globalización a la regionalización económica?", https://www.eleconomista.com.mx/economia/Cumbre-entre-EU-Canada-y-Mexico-Pasamos-de-la-globalizacion-a-la-regionalizacion-economica-20230118-004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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