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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수력발전 강국 파라과이의 에너지 안보 현황과 에너지 외교 전략

파라과이 K. B. Caceres Ortega Peoples' Friendship University of Russia Researcher 2024/08/28

You may download English ver. of the original article(unedited) on top.

서론
에너지 외교란 일반적으로 국가의 안보 및 발전과 깊은 연관성을 지닌 에너지의 안정적인 공급과 관련된 대외관계를 의미하며, 그 구체적인 형태는 개별 국가가 보유한 자원환경이나 국익의 성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에너지 안보는 에너지 자원의 지속가능한 생산과 사용이 가능한 환경을 의미하는데, 에너지 안보의 강화는 국가의 경제성장과 발전을 촉진하고 빈곤을 완화하는 효과를 낸다. 각국의 에너지 안보 강화책은 저마다의 가용자원과 경제발전 수준을 감안해 현대화된 에너지에 대한 대중의 접근성을 신장함으로써 국민 복리를 증진하는 데 초점을 둔다. 파라과이의 경우 최대 수출품이 전기일 정도로 상대적으로 비교우위에 있는 자원인 전기를 십분 활용할 필요가 있다.1) 

파라과이는 현재 수송 분야를 중심으로 화석연료 의존도가 높고 에너지 공급원도 특정 부문에 치중되어 있다는 취약점을 안고 있으며, 여기에 더해 개별 가정의 바이오매스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반면 수력 에너지 활용도는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등 에너지 소비구조 다변화 측면에서도 부족한 모습이 관찰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파라과이가 새로이 추진 중인 에너지 정책은 △지속가능한 방식으로의 에너지 안보 강화 △양질의 에너지에 대한 보편적 접근성 신장 △국가 에너지 자원의 효과적인 활용 △수입 화석연료 의존도 축소 △국내 창출 부가가치 증대 △역내에서의 중심적 입지를 활용한 인접국과의 에너지 네트워크 통합 △사회∙환경적 책임을 반영한 포괄적이고 지속가능한 개발 접근법 채택 등을 주요 목표로 삼는다.2) 본고에서는 이러한 파라과이의 에너지 정책이 국가적 에너지 안보 확립과 지역∙세계 차원의 에너지 외교에 어떻게 기여하고 있는지를 분석·평가해 본다.

지정학적 위협으로 인한 에너지 위기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대두된 지속가능한 에너지에 관한 담론과 글로벌 에너지 위기에 관한 논의는 전 세계 경제에 심대한 파급효과를 야기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발발로 가속화되었다. 개전 이후 수개월간 각국의 에너지 시장에서는 석유와 천연가스 가격이 2008년 이래 최고 수준으로 급등하는 등 큰 변화가 나타났고, 그 영향으로 전기를 비롯한 기타 에너지 자원의 가격도 함께 상승했다.3) 이와 같은 에너지 가격의 상승은 일반 가계의 가처분소득을 줄여 구매력을 저하시켰고,4) 그 결과 많은 국가에서 빈곤 문제가 심화되었다. 일반 시민들이 더욱 많은 에너지 요금을 부담하거나 기존에 비해 소비량을 줄여야 하는 상황에 놓였으며, 전기 공급 부족으로 인한 단전 위험성도 상대적으로 커졌다.5)

파라과이의 에너지 정책 및 에너지 외교
파라과이의 에너지 정책은 지난 1964년, 발전∙송전∙배전을 망라한 국내 전력부문 전반을 조율하는 독립기관인 에너지청(NEA)의 설립과 함께 역사적 전환점을 맞이했다.6) 이후 1973년 파라과이는 여러 국가의 영토를 지나는 파라나 강(Parana River)을 수력발전에 활용하기 위해 브라질과 이타이푸(Itaipú) 조약을, 아르헨티나와 쟈시레타(Yacyretá) 조약을 각각 체결했다. 이들 조약에 근거한 수력발전 합작기업의 출범은 파라과이의 에너지 환경에 변화를 야기했고 동시에 남미 지역 에너지 네트워크 구축 노력이 본격화한 계기가 되었다.7)

한편 2009년 페르난도 루고(Fernando Lugo, 2008~2012년 재임) 파라과이 대통령과 루이스 아니사우 룰라 다 시우바(Luiz Inácio Lula da Silv) 브라질 대통령이 이루어 낸 이른바 루고-룰라 합의(Lugo-Lula Agreement)도 파라과이 에너지 외교의 주요 성과이다. 이 합의에 따라 파라과이는 브라질에 판매하던 이타이푸 댐 잉여전력 대금을 1973년 조약보다 높게 설정할 권리를 인정받았고, 이에 따라 전력 판매수익을 기존의 3배 수준으로 올릴 수 있게 되었다.8) 이 합의 덕분에 파라과이는 자국의 낙후된 전력 시스템을 개선할 기회를 얻었고, 역내 에너지 네트워크 통합 구상도 더욱 탄력을 받았으며, 파라과이와 메르코수르(MERCOSUR)의 협력관계가 더욱 긴밀한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었다.9)

파라과이의 현행 국가 에너지 정책(NEP: National Energy Policy)은 2016년에 정식으로 수립되었다. 본 정책은 파라과이 내에서 소비되는 에너지의 구성을 전기, 바이오 에너지, 석유연료, 재생에너지 등으로 다변화한다는 전략적 목표를 설정했으며, 동시에 에너지 안보 강화, 에너지 접근 보편성 신장, 화석연료 의존도 축소, 역내 에너지 네트워크 통합 등을 지향한다.2) 파라과이는 NEP에 담긴 내용을 2040년을 기한으로 하는 단기, 중기, 장기 과제로 구체화한 후 유관 사업을 시행으로 옮기고 있으며, 국가 에너지 의제(National Energy Agenda)를 수립해 관련 노력을 지원하고 있다.10)

에너지 소비구조와 파라과이의 딜레마
남미 지역에서 청정에너지 활용 비중이 가장 높은 국가 중 하나인 파라과이는 2022년 국내 생산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원에서 얻는 세계 유일의 국가로 부상했다.11)  파라과이는 현재 브라질과 공동으로 소유하는 이타이푸 수력발전소에서 생산되는 전력을 50% 씩 나눠 갖는다. 이타이푸 댐에서 생산된 전기는 파라과이 자국 내 전력 소비량의 87.5%를 공급하며, 잔여분은 브라질에 재수출된다. 아르헨티나와 공동으로 소유하는 쟈시레타 수력발전소에서 생산되는 전력은 파라과이 전력 수요의 8.4%를 공급하며 이타이푸 댐과 마찬가지로 생산된 총 전력량의 50%에 대한 소유권을 파라과이가 갖고 잔여 전력은 상대국에 재수출한다.12)

<그림 1>은 파라과이에서 생산된 전력의 최종 소비용도 구성을 나타낸다. 2022년에는 총 전력의 33%가 국내에서 소비되고 54%가 타국으로 수출되었는데, 2023년에는 국내 소비량에서 3%p가 수출량으로 이동하면서 전년도에 비해 격차가 더욱 확대되었다. 한편 같은 기간에는 가용 수자원이 늘어난 덕택에 수력발전량도 증가세를 보였는데, 이는 수력발전원인 가용 수자원의 양을 좌우하는 기후적 요인이 파라과이에서 큰 중요성을 지닌다는 사실을 시사한다.13) 

<그림 1> 파라과이 내 생산전력의 최종 소비용도 비중 변화(단위: %)


자료: 개별 전력기업이 보고한 자료에 대한 파라과이 광물∙에너지 차관부의 집계


파라과이의 에너지 구조를 살펴보면 먼저 바이오매스가 공급과 소비 모두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석유의 경우 에너지 믹스에서 차지하는 비중에 비해 소비량 비중이 상대적으로 크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림 2>는 에너지 공급량과 소비량 각각에서 개별 에너지원이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하는지를 보여주고 있는데, 파라과이의 에너지 믹스에서 전기 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이 38%, 석유가 차지하는 비중이 24%이지만 소비량에서는 반대로 석유와 바이오매스의 비중이 40% 전후로 대부분을 차지하며 전기 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20%에 불과하다.14)

<그림 2> 2022년도 파라과이의 에너지원별 공급량(상) 및 소비량(하) 비중15)


자료: 광물∙에너지 차관부의 국가 에너지 균형 보고서(2008~2022년)에 기반한 저자 집계

파라과이는 여타 라틴아메리카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국내에서 자체적으로 생산되지 않는 화석연료의 소비 비중이 높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 이 때문에 전기 에너지를 대량으로 수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에너지 안보가 취약하다는 역설적 상황에 놓여있다. 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에너지 생산과 소비 구조 사이의 균형을 맞추는 한편, 잉여전력이 대외 판매를 통한 수익수단을 넘어서 국가발전의 원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파라과이 에너지 분야의 도전과제와 기회
파라과이는 브라질, 아르헨티나와 공유하는 수력발전소 덕분에 재생에너지 생산 비중 100%를 달성할 수 있었다. 파라과이의 경제는 농∙축∙임산물 수출과 더불어 수력발전으로 얻은 전력의 수출을 기반으로 한다.16) 하지만 에너지원 다변화 수준이 저조하다는 점, 그리고 생산량이 풍부한 전기에 비해 석유와 바이오매스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점은 파라과이의 에너지 안보에 악영향을 주는 문제로 남아있다. 그 밖에 최근 가뭄, 홍수, 극단적 고온현상, 산불, 폭풍 등을 일으키는 원인이 된 기후변화도 에너지 안보를 위협하는 요소이다.17) 한편 국제 하천에서의 주권 행사를 둘러싸고 발생하는 인접국과의 갈등도 파라과이의 에너지 안보를 위협할 수 있다. 일례로 2023년 9월에는 아르헨티나 당국이 파라나-파라과이 수로(Paraná-Paraguay Waterway)에서 자국이 징수한 통행료 납부를 거부한 파라과이 선박을 억류하는 사건이 발생했는데, 당시 파라과이가 선박의 자유로운 항행에 관한 국제규범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아르헨티나를 비판하면서 양국의 외교적 갈등은 한때 지역적 위기로까지 비화했다.18)

반면 인접국의 존재는 파라과이에게 있어 기회요소가 되기도 한다. 일례로 현재 추진 중인 아르헨티나, 브라질, 파라과이, 칠레를 경유하는 대규모 동서 고속도로 이니셔티브19)가 현실화될 경우, 대서양-태평양 연결 수송로가 개통되며 파라과이 경제에도 긍정적 영향이 나타날 것으로 기대해 볼 수 있다.20) 아울러 파라과이는 볼리비아 및 아르헨티나에서 브라질로 천연가스를 공급하는 파이프라인의 경유지로 선정되는 등, 에너지 네트워크의 중간 경유국으로서도 큰 잠재력을 지닌다. 현재 남미 각국이 전력 공급에 관한 여러 협정을 체결하고 있는 가운데, 파라과이 석유공사21)는 볼리비아 석유공사22)와 에너지 공급 협력을 강화해 아르헨티나산 천연가스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려는 노력을 전개하고 있다.23)

마지막으로 파라과이는 풍부한 역량과 경험을 보유한 수력발전에 비교우위를 지니고 있으나, 이외에 에탄올이나 바이오디젤, 바이오가스, 태양광, 녹색 수소 등 여타 재생에너지 생산시설에 대한 투자가 유망한 국가이기도 하다.24) 다만 파라과이의 기존 환경 및 기후정책에는 앞으로 극복해야 하는 문제점도 다수 존재하는데, 그 중 대표적 사례로는 산림 훼손이나 공기, 물, 토양 오염 등을 방지하는 환경보호 법령이 효과적으로 집행되고 있지 못하다는 점을 들 수 있다.25) 

결론
공공 및 민간부문 모두에서 대체 에너지원 관련 사업을 지원함으로써 친환경 에너지로의 전환을 더욱 가속화하려는 노력이 시대적 과제로 부상한 현재, 파라과이 정부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소비량을 기존 대비 60% 늘리고 화석연료 소비량은 20% 줄인다는 취지의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26) 지리적 이점 덕분에 수력발전의 잠재력이 높은 국가인 파라과이에서는 전력공사(ANDE)가 새로운 소형 수력발전소 건설을 추진하면서 총 22개 부지를 선정한 상태이고,27) 이외에 바이오에너지용 펄프 공장, 바이오가스 및 그린 수소 생산 시설과 같은 재생에너지 설비를 구축하는 사업도 진행 중이다.

인접국과의 관계를 개선하고 역내 에너지 네트워크 구축의 중심 주자로 도약하고자 하는 파라과이에게 있어 에너지 외교는 목표 달성의 필수적 수단이다. 이 점에서 파리협정의 목표 달성을 위해 파라과이의 공공사업∙통신부와 한국의 환경산업기술원이 함께 참여한 위생 및 식수 분야의 전략적 협력은 남미라는 지역적 경계를 넘어선 국제 에너지 협력의 기회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28) 

바람직한 에너지 정책은 유관 분야의 기술적 진보를 받아들여 친환경 에너지 전환에 활용함과 동시에, 에너지 업계의 활동이나 국제협력, 민간 자본 형성에 필요한 재원을 충분히 마련할 수 있어야 한다. 이와 같은 일반적 요건 이외에 파라과이에게 주어진 구체적 과제는 수력발전을 통해 얻는 수익을 바탕으로 국가발전을 도모하면서, 지속가능 에너지 관련 투자를 유치하고 세계의 청정에너지 인프라 구축을 위한 국제협력을 증진하는 일이 될 것이다.


* 각주
1) The World Bank Group, 2005
2) "Energy policy of the Republic of Paraguay". 2016
3) Global energy Crisis-Issues-IEA, n.d.
4) Bobasu and Gareis, 2023
5) Cong et al., 2022
6) Historia De La Administración Nacional De Electricidad Ande, n.d.
7) Tratado de Itaipu, 1973
8) Biblioteca y Archivo Central del Congreso Nacional, 2013
9) “Mercosur ‘Structural Convergence Fund’ Has Distributed 1.1bn USD in 37 Projects,” 2011
10) “Plan Nacional de Desarrollo Paraguay 2030. Avances y Actualizaciones,” 2021
11) Roca, 2022
12) “Balance Energético Nacional 2023,” 2024, p.2
13) National Energy Balance 2023, 2024, p. 5
14) Balance Energético Nacional 2022, 2023
15) 2022년도 통계의 경우, 파라과이 광물∙에너지 차관부에서 2023년 7월 31일 기준으로 집계한 수치를 기준으로 한다.
16) Plan Nacional De Desarrollo: Paraguay 2030,” n.d.
17) Ministerio de Vice Ministerio de Obras Públicas y Comunicaciones y Energía et al., 2019
18) “Lo más importante que tenés que saber sobre la tensión diplomática por la hidrovía Paraguay-Paraná,” 2023
19) BBC News Mundo, 2023
20) Ferreira, 2023
21) 파라과이 석유공사(PETROPAR)는 석유 및 가스의 수입과 분배를 전담하는 국영기업이다(https://www.petropar.gov.py/).
22) 볼리비아 석유공사(YPFB)는 석유와 천연가스 및 관련 상품의 탐사, 추출, 정제, 생산, 분배, 판매를 담당하는 국영기업이다 (https://www.ypfb.gob.bo/es/)
23) “Bolivia y Paraguay abordan el intercambio comercial de Hidrocarburos y Fertilizantes,” 2024
24) Embajada de la República del Paraguay ante la República Francesa :: Paraguay como destino de inversiones, n.d.
25) Paraguay | Interactive Country Sheets, s.f.
26) “Plan Nacional de Desarrollo Paraguay 2030. Avances y Actualizaciones”, 2021
27) “Plan Maestro De Generación 2021 – 2040,” 2023
28)  MOPC,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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