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ㆍ유라시아
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SCO의 성장: 카자흐스탄과 한국에 주는 시사점
카자흐스탄 Bexultan Zhapar The European Governance Lab(EGL) CEO and Fellow Researcher 2024/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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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론
중국과 러시아는 최근 수십년에 걸쳐 국제사회의 정치∙경제적 무게중심을 유라시아 지역으로 이동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들 국가를 주축으로 하는 상하이협력기구(SCO: Shanghai Cooperation Organization)는 원래 중앙아시아 지역을 둘러싼 안보 및 경제 이슈를 논의하는 포럼으로 출발했으나, 현재는 역외 국가인 인도(정회원)와 튀르키예(대화 파트너)까지 참여하는 대규모 협의체로 성장했다. 하지만 이러한 외연 확장의 이면에는 가맹국들의 이익이 서로 충돌하면서 발생하는 내부 응집력의 부재라는 문제도 존재한다.1)
SCO 회원국으로서 중국과 러시아의 전략적 목표
중국에게 있어 SCO는 자국의 장기적∙전략적 이익 실현을 지원하는 중요한 수단이다. SCO가 지향하는 중앙아시아 지역의 안정은 중국의 서부 국경지대 안보에 기여하며,2) SCO 자체가 중국의 경제적 통합 사업을 홍보하거나 일대일로 구상에 따른 주요 인프라 사업을 추진하는 플랫폼의 역할을 담당하기도 한다.3) 중국은 이러한 SCO를 활용해 인접국과 교류하면서 자국의 외교구상을 홍보하고 국제사회에서의 입지를 강화해 나가고 있다.4)
중국의 SCO 활동이 추구하는 주요 목표 중 하나는 중앙아시아 역내 서방의 영향력을 축소하는 것인데, 중국은 이를 위해 가맹국과의 다자주의 협력을 강화하면서 서방과는 성격이 상이한 대안적 개발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5) 민주주의, 인권, 시장 자유화 등의 요소를 중시하는 서방식 모델과는 달리, 중국이 선호하는 개발 모델은 개별국의 내정에 대한 불간섭 원칙을 기본 정신으로 삼는다.
한편 러시아도 SCO를 통한 역내 안보 강화 활동에 활발히 참여하고 있다. 러시아는 중앙아시아 국가들과의 전략적 제휴를 취지로 ‘평화임무(Peace Mission)’를 비롯한 다양한 공동 군사훈련을 추진하고 있다.6) 또한 SCO는 유라시아 경제연합(EAEU: Eurasian Economic Union)과 같이 러시아가 주도하는 주요 경제 구상을 지지함으로써 러시아와 역내 국가들 간의 경제적 통합을 도모하고 러시아의 영향력을 확대하여 궁극적으로는 역내에서 서방의 영향력을 견제하고 러시아의 정치∙경제적 영향력을 확대하는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7)
SCO 내부에서의 중·러관계
중국과 러시아는 각각이 추구하는 전략적 이익이 서로 다르다는 점에도 불구하고 SCO 내부적으로는 서로 간의 공통분모를 바탕으로 활발히 교류하고 있다. 중러 양국은 특정 국가나 국가군이 국제무대를 주도하지 않는 다극체제를 지지한다는 공통점을 지니며,8) 인프라와 에너지, 안보 분야에서의 공동사업도 다수 진행하고 있다.9) 이러한 공동사업의 사례 중 하나인 러시아-카자흐스탄-중국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사업은 한편으로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의 제재에 직면한 러시아가 아시아 시장에서 에너지 및 상품 매출을 늘릴 수 있도록 해주고, 다른 한편으로는 카자흐스탄이 자국 중부, 북부, 동부 지역에 충분한 에너지와 상품을 공급할 수 있도록 돕는 효과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10)
하지만 중국과 러시아는 중앙아시아에서 각각의 영향력 신장을 기도하는 경쟁국이기도 하다. 특히 중앙아시아 지역에서 전통적인 최강국의 지위를 유지하고자 하는 러시아는 중국의 경제적 영향력 확대와 공격적 투자정책을 우려 섞인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중국은 지금까지 자국과 중앙아시아 각국을 연결하는 도로와 철도, 에너지 운송 파이프라인 등 인프라 건설에 많은 자금을 투자했고, 이는 중앙아시아 지역에서 중국의 존재감과 위상을 제고하여 역내에서 러시아의 지위를 위협할 가능성이 있다.11) 아울러 중국과 러시아는 경제개발과 지역 통합에 대한 접근법 측면에서도 차이를 보이는데, 일대일로 구상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중국과 EAEU의 발전에 중점을 두는 러시아 사이의 견해차이가 SCO 차원의 정책 결정을 위한 내부적 의사 조율에 어려움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SCO의 성격과 성과에 대한 비판
초창기부터 현재까지 지역과 세계적 차원 모두에서 상당한 관심을 받아온 SCO는 가맹국 사이의 협력을 강화하고 중앙아시아 지역 내 안보 환경을 개선했다는 일부 성과에도 불구하고 다음의 다양한 이유에서 비판받기도 한다.
먼저 SCO가 지닌 주요 문제점 중 하나는 가맹국 각각이 추구하는 이익과 중점과제가 서로 큰 차이를 보인다는 사실이다. 중국, 러시아, 인도, 파키스탄 등 주요 가맹국들은 SCO를 통해 서로 다른 전략적 목표를 실현하고자 하는데, 이는 공동 정책결정을 어렵게 만들고 SCO라는 조직의 효과성을 줄이는 결과로 이어져12) SCO가 특정 이슈에 대한 합의를 도출하거나 국가 간 행동을 조율하는 데에 한계를 만든다. 가맹국 간 견해차가 테러리즘 및 극단주의 대응과 같은 지역 공통의 이슈에 대한 효과적 대응을 저해한 사례는 이와 같은 SCO의 내부 응집력 부족 문제를 잘 보여준다.13)
또한 역내 안보에 봉사하는 핵심 주체를 자처하는 SCO가 과연 안보 측면에서 얼마나 큰 실질적 성과를 거두었는지에 관해서도 의문이 제기되며, SCO 차원에서 진행되는 공동 군사훈련이나 대테러 작전 훈련이 실제 안보위협에 대응하는 데에는 별다른 도움을 주지 않는 상징적 제스처라는 평가도 존재한다. SCO 가맹국들이 참여하는 공동 군사훈련의 사례에는 2021년에 러시아에서 개최되었던 ‘평화임무’가 있는데,14) 가맹국들 간의 협력 상호운용성 제고, 공동전선 홍보, 상호 이해 촉진 등을 취지로 한 일련의 훈련은 실제 안보 위협을 줄이는 데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비판론자들은 저마다의 전략적 이익을 지닌 참여국들의 협력을 상징하고 외교적 교류를 촉진하는 데 중점을 둔 이 공동훈련이 현실에 존재하는 복잡한 이슈보다는 철저히 통제된 시나리오를 상정하는 경우가 많아 실제 테러 네트워크를 저해하는 성과를 내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한편 가맹국들의 경제적 협력과 통합을 지향한다는 SCO의 또 다른 비전도 현재 상당한 난관에 직면해 있다. 이는 가맹국 사이에 존재하는 무역장벽과 각국의 보호주의 정책기조가 무역과 투자 잠재력을 저해하고 있기 때문으로, 일례로 일부 가맹국들은 중국이 지역 전체를 경제적으로 장악할 것을 우려해 일대일로 구상 참여를 주저하기도 한다.
이외에도 SCO의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주요 사안들은 다음과 같다. 첫째, SCO의 정책결정 과정에 투명성이 결여되어, 외부 시민사회가 SCO 내부 활동에 관한 정보를 얻기 어렵다. 둘째, SCO가 유라시아 지역에서 서방이 행사하는 영향력을 줄이기 위한 수단이자 서방 소재 국제기구에 대한 대체제로 인식되고 있는 상황에서, 서방국들은 SCO가 현존 국제질서를 저해하고 권위주의적 정치 모델을 옹호하려는 시도의 일환이라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셋째, SCO는 양대 주도국인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는 문제도 안고 있는데, 이 점에서 SCO가 가맹국 모두를 위한 평등한 협력 플랫폼이 아닌 양대 강국의 지정학적 야망을 충족시키기 위한 단순한 도구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15)
2024년 SCO 정상회의 개최국 카자흐스탄의 전략적 상황
카자흐스탄의 수도 아스타나에서 2024년 7월에 열린 SCO 정상회의는 역내 외교 주도국으로서의 입지를 강화하고자 하는 카자흐스탄의 의지를 보여준 중요한 행사였다. 이번 SCO 정상회의의 목적은 구체적 정책을 결정한다기보다는 중국과 러시아가 SCO 내부적으로 긴밀히 협력하고 있음을 대내외에 선전하는 데 있었던 것으로 평가된다. 이 점에서 중국과 러시아라는 양대 강국의 이익이 합치함을 강조하는 상징적 메시지의 발신을 2024년 SCO 정상회의가 거둔 중대 성과 중 하나로 평가해볼 수 있을 것이다.
외교 분야에 상당한 관심 보여 온 카심 조마르트 토카예프(Kassym-Jomart Tokayev) 카자흐스탄 대통령은 타국과의 다양한 협상 플랫폼을 만들어내는 데 특별한 관심을 쏟고 있으며, 이 때문에 카자흐스탄 내부에서는 그를 ‘외교 대통령’이라는 별칭으로 부르기도 한다. 카자흐스탄은 러시아, 중국, 미국, 유럽연합(EU) 등 주요 국제 행위자들 사이에서의 중립을 유지하고자 하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서방이 단행한 대러 제재는 카자흐스탄에게도 여러 잠재적 리스크를 유발하고 있다. 이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은 다른 국가들이 공식적으로 중립을 표방하고 있는 카자흐스탄의 진의를 서로 다르게 평가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미국과 EU의 대러 제재가 강화될수록 여기에서 발생하는 제재 리스크도 점증하게 되고, 미래에는 러시아와의 경제관계를 유지한다는 사실 자체가 서방의 제재에 휘말릴 단초를 제공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16) 만약 서방국들이 러시아에 관한 입장을 더욱 명확하게 표명하라는 압박을 가해올 경우, 카자흐스탄의 기존 대외전략이나 다원적 외교 정책(multi-vector diplomacy)17)의 입지도 불확실해질 수 있다. 이러한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서 카자흐스탄은 중립성 유지, 다양한 국가 및 국제기구와의 경제적 연계, 외부 경제 파트너 다변화와 같은 요소에 방점을 둔 능동적 외교전략을 지속하고, 이를 통해 자국이 서방에 대한 의존 이외에도 다양한 선택지를 보유하고 있음을 보일 필요가 있다. 이러한 노력의 구체적 사례에는 중국, 인도, 중동 등 기타 국가들과의 무역∙투자관계 심화, 그리고 SCO나 EAEU와 같은 지역∙국제기구와의 협력 확대가 있다.
SCO의 역할 확대가 한국에 주는 함의
한국은 SCO의 정식 가맹국은 아니지만 문화교류와 경제적 파트너십, 개발원조 등 소프트파워를 바탕으로 대부분 SCO 회원국들로 이루어진 중앙아시아 지역에서 어느 정도의 존재감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다만, 앞으로 SCO의 역할이 더욱 확대되고 아시아 전역의 지정학적 환경이 변화하게 되면 소프트파워를 활용해 중앙아에서의 영향력 신장을 도모한다는 한국의 전략도 새로운 기회와 도전요소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미국의 핵심 동맹국인 한국은 현재 지정학적 역학의 변화, SCO 가맹국이 주도하는 경제사업과의 경쟁 심화, 전략적 파트너십 확대 소요 증가와 같은 도전요소에 직면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서방의 영향력 축소에 초점을 둔 SCO가 지금보다 영향력을 확대할 경우 중앙아시아 국가들을 대상으로 한 한국의 외교정책 기조를 재평가해야 하는 상황이 도래할 수 있으며, 따라서 한국은 지금부터 SCO의 미래 성장에 대비해 중앙아시아 지역과의 효과적 교류를 위한 외교 및 소프트파워 전략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SCO가 만들어내는 새로운 지정학적 환경과 경제적 여건이라는 맥락 아래 한국이 고려할 수 있는 대응방안에는 기존의 무역, 투자, 안보 전략 수정, 그리고 중앙아시아 주요국들과의 새로운 형태의 교류방안 모색 등이 있다. 예를 들어 한국-중앙아 경제 협의회를 신설하는 방안은 쌍방의 경제적 이익 실현과 공동 투자사업 추진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카자흐스탄을 비롯한 중앙아시아 국가들과의 신규 무역협정이나 투자기회 모색도 잠재력이 높은 방안 중 하나로, 이를 바탕으로 무역∙투자 상대국이 다변화되면 전통적 시장에의 의존도 축소와 경제적 회복력 강화라는 혜택도 기대할 수 있다. 이외에 한국과 중앙아시아의 사이버 보안 및 재난 대응 협력은 지역 안정화에 기여하고, 수력발전소 등 에너지 인프라 개발사업 참여는 한국이 중앙아시아 지역에서 경제적 기반을 마련하는 계기가 되어줄 수 있다. 이러한 중앙아시아 국가들과의 파트너십 강화는 △카자흐스탄이나 우즈베키스탄 등 고속으로 성장하는 시장에 대한 접근성 향상 △중국 및 러시아의 역내 영향력 견제 △독자적∙다원적 외교노선 강화 등 다양한 방면에서 한국에 전략적 이점을 제공할 것이다.
결론
카자흐스탄은 지정학 분야의 협상 중재국, 경제 분야의 파트너, 안보 분야의 협력국을 자임하면서 2024년도 SCO 정상회의를 성황리에 개최하는 등 SCO의 발전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가맹국 사이의 이익 상충이라는 근본적 문제로 인한 한계와 상당한 발전 잠재력을 동시에 지닌 SCO는 역내 회원국들뿐만 아니라 한국을 비롯한 협력 국가들에게 새로운 기회와 도전 요소를 제공한다. 이러한 맥락 아래 한국은 미래 SCO의 성장에 대비해 더욱 능동적인 외교정책과 경제전략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중국과 러시아가 서방국들의 영향력을 견제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가고 있는 가운데 한국 또한 급변하는 국제정세에 대응하기 위한 유연한 자세를 견지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오늘날의 국제정세는 지정학적 환경 변화, 경제정책의 변동, 새로운 안보 위협의 등장, 대외 교류 필요성 증대 등의 요소를 배경으로 매우 역동적 성격을 띠고 있으며, SCO의 역할 확대도 앞으로 한국에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는 관심요소이다. 따라서 한국은 다가오는 변화에 맞추어 중앙아시아 지역에서의 입지를 강화하고 역내국과의 새로운 파트너십을 형성함으로써 미래의 기회와 도전요소 모두에 대응할 대비태세를 갖추어야 할 것이다.
* 각주
1) https://web.archive.org/web/20150503173641/http://www.brookings.edu/research/opinions/2001/05/04china-gill
2) https://eng.globalaffairs.ru/articles/chinese-policy-in-central-asia/
3) Azizi, S., 2024. China’s Belt and Road Initiative (BRI): The Role of the Shanghai Cooperation Organization (SCO) in Geopolitical Security and Economic Cooperation. Open Journal of Political Science, 14, pp.111-129.
4) https://www.eurasian-research.org/publication/chinese-view-on-the-expansion-of-the-shanghai-cooperation-organization/
5) https://web.archive.org/web/20150503173641/http://www.brookings.edu/research/opinions/2001/05/04china-gill
6) https://tass.com/defense/1549833
7) https://valdaiclub.com/a/highlights/sco-potential-for-expanding-and-deepening/
8) https://www.jstor.org/stable/26270816
9) Azizi, S., 2024. China’s Belt and Road Initiative (BRI): The Role of the Shanghai Cooperation Organization (SCO) in Geopolitical Security and Economic Cooperation. Open Journal of Political Science, 14, pp.111-129.
10) https://www.reuters.com/markets/commodities/kazakhstan-russia-map-out-gas-pipeline-china-2023-05-16/
11) https://www.rferl.org/a/china-kyrgyzstan-tajikistan-megaprojects-central-asia-belt-road/33007345.html
12) https://carnegieendowment.org/russia-eurasia/politika/2024/07/sco-summit-china-russia?lang=en¢er=russia-eurasia
13) https://www.gisreportsonline.com/r/china-russia-challenge-global-system/
14) https://www.globaltimes.cn/page/202109/1234029.shtml
15) https://www.gisreportsonline.com/r/china-russia-challenge-global-system/
16) https://thediplomat.com/2023/06/kazakhstan-is-vulnerable-to-secondary-sanctions/
17) 다원적 외교정책이란 러시아, 중국, 미국, EU와 같은 글로벌 강국들과 균형잡히고 다변화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카자흐스탄의 전략적 외교정책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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