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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슬로바키아의 가정용 에너지 전환 사업과 지속가능한 에너지 정책
슬로바키아 Maria Kmety Bartekova University of Economics in Bratislava Research Fellow 2024/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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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론
슬로바키아 정부는 가정용 에너지의 지속가능성을 제고하기 위한 여러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본고에서는 일반 가정의 탄소 배출량 저감과 에너지원의 친환경화를 위하여 도입된 다양한 정책들이 얼마나 효과적으로 시행되고 있는지를 분석한다. 이를 위해 슬로바키아 경제부 및 유럽연합(EU) 통계청에서 집계하는 자료를 바탕으로 보조금이나 제도적 규제와 같은 정부의 시책이 일반 가정 내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와 에너지 효율화에 얼마나 큰 효과를 발휘하고 있는지를 중점적으로 알아본다.
분석에 따르면 슬로바키아 정부의 정책적 개입은 에너지 지속가능성 향상으로 이어지는 경향이 발견되는데, 이를 확인할 수 있는 대표적 사례는 슬로바키아의 에너지 정책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가정 녹색화(Green for Households) 사업이다. 현재 진행 중인 제4차 가정 녹색화 사업은 환경 질 개선사업(Operational Program Quality of Environment)에서 자금을 공급받아 2015년부터 2023년까지 성공적으로 시행되었던 제 1~3차 사업의 후신으로, 이 일련의 사업은 EU 및 슬로바키아 정부의 지원을 바탕으로 2023년까지 열 펌프 2만 716개, 태양광 패널 1만 6,998개, 태양열 집열기 1만 4,516개, 바이오매스 보일러 7,045개 등 거의 6만 개의 가정용 재생에너지 설비 설치를 지원했다.1) 이들 설비의 에너지 용량 총합은 460 메가와트(MW)를 넘어서며, 가정용 재생에너지 설비 보급을 촉진하기 위해 슬로바키아 정부가 발행한 바우처의 액수는 도합 1억 2,450만 유로(약 1,900억 원)에 달한다.
슬로바키아의 에너지 부문이 겪어온 변화
슬로바키아의 에너지 부문은 정부 정책과 EU 지침의 영향아래 상당한 수준의 변화를 경험했다. 슬로바키아 정부는 에너지 소비량 저감과 효율성 증대를 목표로 하는 에너지 정책에 자금을 투입해왔고, 특히 에너지 시장의 자유화 및 구조조정, 그리고 국유 에너지 자산의 민영화에 노력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또한 중부유럽의 체코, 헝가리, 폴란드, 슬로바키아 4개국으로 구성된 비셰그라드 그룹(Visegrad Group)과의 협력도 슬로바키아의 에너지 전략에서 중요한 입지를 점유한다.2) 제조업, 수송업, 서비스업, 주택 등 다양한 부문에서 에너지 효율성 향상을 중점과제로 추진해온 슬로바키아는 1990년 이래 에너지 집적도를 꾸준히 줄여 에너지 효율성을 향상시키는 성과를 거두었다.3) 하지만 일반 주택이나 노후 정부 청사의 경우, 현존 기술을 동원해 더욱 많은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는 여지가 남아있다.
아울러 슬로바키아는 화석연료에서 탈피해 바이오매스, 태양광, 수력 등 재생에너지원을 활용하는 구상을 추진하고 있다. 슬로바키아의 재생에너지 소비량은 앞으로 점차 증가해 2030년에는 석유 1,972 킬로톤 분량, 혹은 22.9 테라와트시(TWh)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4) 현재 슬로바키아 내 재생에너지 비중은 바이오매스가 압도적 1위를 기록하는 가운데 그 뒤를 바이오가스, 태양광, 수력 에너지가 잇고 있는데, 슬로바키아 정부는 2030년까지 지금의 에너지 구조를 개선해 수력(목표치 1,755 MW), 태양광(1,200 MW), 풍력(500 MW), 바이오매스(200 MW), 바이오가스∙메테인(200 MW), 지열(4 MW) 등으로 조정하고자 한다.5) 아울러 슬로바키아 정부는 재생에너지 전환을 더욱 가속화하기 위해 수소 에너지를 비롯한 신기술의 발전을 촉진하는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6)
슬로바키아의 에너지 지속가능성 정책 현황
슬로바키아가 현재 추진 중인 에너지 정책은 에너지 부문의 지속가능성 보장, 국가경제의 지속가능한 성장 및 경쟁력 확보를 목표로 하며, 여기서 다루는 중점분야에는 △에너지의 안정적 공급 △비용 최적화 △에너지의 효율적 활용 △환경보호 등이 있다.7) 본 정책은 에너지 시장에 경쟁적 환경을 조성함으로써 여러 공급기업의 시장 진입과 경쟁을 촉진하고 독점을 방지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되고, 이는 소비자의 선택권 확대, 에너지 가격 하락, 공급 기업의 혁신 및 효율성 향상과 같은 다양한 순효과로도 이어지게 된다. 아울러 슬로바키아는 에너지 시장의 경쟁성 강화를 위해 공정한 경쟁과 투명성을 보장하는 규제를 수립하기도 했다. 슬로바키아는 상술한 에너지 정책을 통해 시장이 원활하게 기능할 수 있는 안정적 환경을 조성하고 투자를 촉진하고자 하며,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공공 및 민간 부문 모두에 관여해 소비자 등 모든 참여자들이 자유롭고 안정된 에너지 시장의 혜택을 충분히 누릴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슬로바키아의 에너지 정책은 202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대비 20% 감축하고, 재생에너지 비중을 20%로 끌어올리며, 에너지 효율성을 20% 향상시킨다는 EU의 ’유럽 2020’ 전략을 기반으로 수립되었다. 러시아산 석유와 천연가스 의존도가 높다는 에너지 안보상의 취약점을 안고 있는 슬로바키아의 입장에서는 △에너지 자급력 강화 △수출 친화형 전력 생산 증대 △투명성 신장 △저탄소 기술을 활용한 에너지 구조 최적화 △에너지 효율성 향상과 같은 목표의 달성이 큰 중요성을 지닌다. 또한 역내국 간 긴밀한 협력은 중부∙남동유럽의 에너지 안보를 위한 선결조건으로, 이 측면에서 슬로바키아는 비셰그라드 그룹 가맹국 등과 함께 범유럽 에너지 인프라 구축을 위한 노력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한편 재생에너지원이나 원자력 에너지 등 국내 자원 및 저탄소 기술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려는 노력도 슬로바키아가 추진하는 에너지 정책의 주요 내용에 포함된다. 이 방면에서의 주요 성과로는 EU 의회 및 이사회의 제3차 에너지 패키지 법안 채택, 그리고 2012년 7월 슬로바키아가 자체적으로 법제화한 에너지법(Energy Act)과 네트워크 산업 규제법(Act on Regulation of Network Industries)의 등장을 들 수 있다. 이 중에서 EU 내 전력∙가스 시장에 대한 공통 규칙을 제정한 제3차 에너지 패키지는 재생에너지원의 에너지망 편입을 촉진하고 EU 기후 목표에 따라 온실가스 배출량을 저감하는 등의 형태로 EU의 지속가능성 및 에너지 구조 변혁 노력을 지원했다.
다음으로 EU 집행위원회가 2010년 11월에 공개한 ‘2020년 및 이후의 에너지 인프라 중점(Energy Infrastructure Priorities for 2020 and Beyond)’ 문건은 2020년까지 석유, 가스, 전력 부문의 에너지 인프라 발전을 유도하기 위한 주요 과제를 여타 장∙단기적 목표와 함께 소개했다.8) 인프라를 통해 EU 내부 시장을 연결하고자 하는 이 전략은 슬로바키아를 포함한 중∙동부유럽과 남동유럽의 에너지 인프라 개발에 큰 영향을 미쳤고, 이를 계기로 추진된 대표적 사업으로는 남북 가스 파이프라인과 전력망, 중부유럽 원유 파이프라인, 남부 가스 회랑(SGC: Southern Gas Corridor) 등이 있다.
슬로바키아의 가정 녹색화 사업 현황
슬로바키아가 2023년부터 2029년까지 시행하는 현행 가정 녹색화 사업은 가정 내 재생에너지 설비 설치 지원을 골자로 한다. 슬로바키아 혁신∙에너지청(Innovation and Energy Agency)이 관할하는 본 사업은 유럽지역개발기금(European Regional Development Fund)으로부터 재정을 지원받으며, 바우처 프로그램 운영에 배정된 예산은 EU 및 국내 재원을 통틀어 1억 770만 유로(약 1,600억 원) 규모이다. 이 프로그램에 따라 브라티슬라바(Bratislava) 자치주를 포함한 슬로바키아 전역의 주택 및 아파트 소유자들은 거주지에 열 펌프, 태양광 패널, 태양열 집열기, 바이오매스 보일러, 풍력 터빈을 설치할 경우 정부에 바우처를 신청할수 있다. 2023년 8월부터 등록을 시작한 이 바우처는 대금 지급일 기준으로 기술 및 환경 요건을 충족해 정부의 승인 목록에 등재되어 있는 설비를 설치할 때 활용할 수 있다.
슬로바키아 내 에너지 소비 현황
슬로바키아의 에너지 소비 패턴은 다양한 경제, 기술, 정책적 맥락에 따라 진화해 왔으며, 여기에서는 1인당 에너지 최종 소비량, 재생에너지 비중, 에너지 정책의 성과를 바탕으로 관련 현황을 진단해보기로 한다.
먼저 슬로바키아의 1인당 에너지 최종 소비량은 지난 20여 년간 다소간의 등락을 거듭했으나, 전반적으로 여타 EU 회원국들에 비해서는 낮은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EU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2000년부터 2022년까지 슬로바키아의 1인당 에너지 최종 소비량은 EU 평균을 꾸준히 하회했고, 2000년대 후반 경제위기 당시에 대폭 하락했다가 빠르게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그림 1> 참조).
<그림 1> 1인당 에너지 최종 소비량 추이 비교(단위: 석유 환산 kg)
자료: EU 통계청(Eurostat, 2024a)
슬로바키아가 에너지 효율성을 제고하고 재생에너지 이용을 활성화하기 위해 시행한 다양한 에너지 정책 중 하나인 가정 녹색화 사업은 가정용 재생에너지 설비 설치를 진작하는 데 뛰어난 성과를 올렸다.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EU 및 슬로바키아 정부에서 자금을 제공받는 이 사업 아래 2023년까지 설치된 가정용 재생에너지 설비의 수는 열 펌프, 태양광 패널, 태양열 집열기, 바이오매스 보일러 등을 합해 거의 6만 개에 이른다. 이 중에서 열 펌프는 35%의 비중으로 설치율 1위를 기록했는데(<그림 2> 참조), 이 점은 에너지 효율성, 그리고 냉∙난방 모두에 사용할 수 있는 유연성이라는 장점을 지닌 열 펌프에 대한 높은 선호도를 시사한다. 이를 뒤따른 설치율 2위는 29%의 태양광 패널이 차지했으며, 이는 정부 인센티브와 태양광 기술 도입 비용의 하락이라는 우호적 환경이 조성되면서 태양광 발전의 인기가 높아지는 추세를 보여준다.
<그림 2> 2015~2023년간 가정 녹색화 사업 지원 재생에너지 설비 비중
자료: 슬로바키아 혁신∙에너지청(2024)
마지막으로 슬로바키아 내 에너지 최종 소비량 중 재생에너지의 비중은 EU의 에너지 정책 목표에 맞추어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고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기 위해 재생에너지의 비중을 늘리고자 하는 슬로바키아는 최근 바이오매스, 태양광, 수력 등 주요 재생애너지원을 기존 에너지 공급망에 편입하는 데 상당한 성과를 내고 있다(<그림 3> 참조).
<그림 3> 에너지 최종 소비량 중 재생에너지 비중 추이 비교(단위: %)
자료: EU 통계청(Eurostat, 2024b)
결론
슬로바키아 정부의 에너지 정책은 가정용 에너지의 지속가능성 향상에 상당한 효과를 내고 있으며, 특히 가정 녹색화 사업을 비롯한 정책적 개입이 가정 내 재생에너지 도입과 에너지 효율화를 촉진하는 데 큰 성과를 냈다. 정부의 개입 과 지속가능성 사이에 상관관계가 존재함을 보이는 각종 통계자료는 슬로바키아 정부가 앞으로도 재생에너지 분야에 꾸준한 관심을 쏟을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슬로바키아에서 거의 6만 개의 가정용 재생에너지 설비 설치를 지원한 가정 녹색화 사업은 재정적 인센티브와 규제가 지속가능한 에너지 환경을 조성하는 작업을 효과적으로 주도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성과는 가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의 양을 줄일 뿐만 아니라, 에너지 안보나 환경보호와 같은 국가적 목표 달성에도 기여한다. 따라서 슬로바키아 정부는 앞으로도 다양한 재생에너지 지원 정책을 지속적으로 시행하면서, 이들 정책이 에너지 수요 변화와 기술적 진전에 맞추어 진화할 수 있도록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또한 장기적 지속가능성 목표를 달성하는 데에는 EU 및 역내 인접국들과의 지속적 협력도 필수적이다.
슬로바키아는 국내 에너지원의 효율적 활용과 저탄소 기술의 도입을 중점적으로 지원함으로써 지속가능한 녹색 미래를 위한 노력을 더욱 강화할 수 있다. 슬로바키아 정부가 전략적으로 도입한 정책이 지속가능한 에너지 환경 조성에 미친 결정적 영향을 보여주는 위 사례는 가정용 에너지 지속가능성 향상을 위한 효과적 정책을 수립하고자 하는 여타 국가들에게도 귀중한 교훈을 제공해준다.
* 각주
1) Slovenská inovačná a energetická agentúra, 2024
2) Sviteková et al., 2014
3) Rousek & Svobodova, 2003
4) OKTE, 2022
5) Blue Europe, 2024; Ministry of Economy of the Slovak Republic, 2023
6) Ďurčanský et al., 2022
7) Ministry of Economy of the Slovak Republic, 2014; Slovenská inovačná a energetická agentúra, 2020
8) European Union,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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