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서발칸 신성장계획(NGPWB)의 추진 배경과 EU와의 통합 진전을 위한 과제
중동부유럽 일반 Mihajlo Djukic Institute of Economic Sciences, Metropolitan University, Belgrade Senior Research Associate 2024/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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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론
2023년 11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제시했던 서발칸 신성장계획(NGPWB: New Growth Plan for the Western Balkans)이 2024년 4월에 유럽연합(EU) 의회에서 정식 채택되었다. 이 계획은 2027년까지 해당 지역에 직접 보조금 20억 유로(약 3조 원) 및 양허성 차관 40억 유로(약 6조 원)를 합해 총 60억 유로(약 9조 원) 규모의 자금을 지원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단, 금융지원의 실제 수령은 6개 참여국(알바니아,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코소보1), 몬테네그로, 북마케도니아, 세르비아) 각각이 수립해 제출한 개혁의제의 진전을 전제로 한다. 이들 6개국의 개혁의제에는 특정 사회∙경제 분야에서의 현황 개선, 그리고 법치, 민주주의, 인권 및 자유 존중과 같은 근본적 요소의 강화가 포함될 예정이다. EU 의회는 기준을 세워 각국 내 개혁의 진전 수준을 평가하고, EU 집행위원회가 구성한 감독기관에 자금의 부정사용 여부를 감독하는 역할을 맡길 계획이다.2) 본고에서는 상기 맥락에서 진행되고 있는 NGPWB의 목표와 주요 내용을 살펴보고, 그 근본 취지와 구체적 내용에 관해 제기된 비판에는 무엇이 있는지 알아보기로 한다.
NGPWB의 추진 배경
EU는 서발칸 국가들의 EU 가입 절차가 공식적으로 진행 중인 데다가 IPA 3기나 대출보증사업을 비롯한 금융지원 수단이 이미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NGPWB를 위시한 추가 금융지원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이전의 코로나19 지원 패키지가 중소기업, 수송업, 관광업 등 부문이 봉쇄조치로 입은 큰 타격을 상쇄하고 각국 보건체계의 내구성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두었다면, NGPWB는 기존의 접근법을 보완하고 개선하는 성격을 지닌다. EU가 서발칸 지역에 추가 지원을 제공하기로 결정한 이유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는데, 첫 번째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라는 새로운 도전요소의 등장 이래 서발칸 지역에서의 전략적 존재감과 영향력을 제고하고자 하는 EU의 의지를 들 수 있다. 전쟁이 유럽 전역에 미친 경제적 악영향은 EU의 경제성장률이 2022년의 2.6%에서 2023년에는 0.6%로 떨어진 사실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서발칸 지역의 경제성장률 또한 같은 기간에 3.4%에서 2.4%로 하락했다.3)
두 번째 이유는 EU와 서발칸 지역의 경제적 통합 노력이 아직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구매력을 반영한 1인당 실질 GDP를 기준으로 하면(<그림 1> 참조) 최근 서발칸 지역의 경제적 발전 수준은 EU의 약 38% 정도이며, EU와 서발칸 사이의 격차는 지난 20여 년간 약 11% p 축소되었다. 하지만 경제적 통합의 속도가 앞으로도 이 정도에 그칠 경우, 격차의 완전한 해소에는 약 50여년의 긴 세월이 걸릴 것으로 추산된다.4) 아울러 <그림 1>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서발칸 6개국 사이에서도 상당한 경제적 격차를 발견할 수 있는데, 몬테네그로의 1인당 실질 GDP는 EU 회원국 평균의 52% 수준이지만, 코소보는 여기에 한참 모자란 27%에 머물러 있다. 게다가 코소보나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처럼 경제발전이 상대적으로 뒤쳐진 국가들의 성장률이 몬테네그로 등에 비해 저조한 경향을 띠면서 서발칸 지역 내 격차도 점차 확대되는 추세에 있다.
<그림 1> 서발칸 각국의 1인당 실질 GDP 상대규모 비교(100=2020년도 EU 평균)
출처: EU 통계청(EUROSTAT)
* 코소보측 자료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24년도 서발칸 경쟁력 보고서에서 인용
다만, EU와 서발칸 지역 간 경제적 통합의 수준은 GDP 이외에 여타 다양한 지표로도 측정해 볼 수 있다. 일례로 2023년 10월 알바니아의 수도 티라나(Tirana)에서 열린 베를린 프로세스(Berlin Process) 서발칸 정상회의를 계기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공개한 경제적 통합 평가표(Economic Convergence Scoreboard)에 따르면, 서발칸 6개국은 글로벌 무역∙투자 행정장벽을 제거하고 개방 수준을 향상시키는 등의 노력을 통해 기업환경을 성공적으로 개선해가고 있다. 하지만 직능 측면에서의 평가는 상대적으로 크게 떨어지는데, 그 배경에는 낮은 교육수준, 일상적 직업훈련이나 평생교육 참여율 부족, GDP의 평균 0.5%에 불과한 R&D 투자(EU 평균의 약 4.5분의 1 수준) 등의 요소가 존재한다. 한편 서발칸 지역과 EU의 경제적 통합 노력이 지금까지 거둔 성과는 노동생산성이 개선되거나 민간투자가 확대되었기 때문이 아닌, 주로 고용 및 소비가 활성화된 덕택인 것으로 분석된다. 따라서 더욱 높은 수준의 진전을 위해서는 서발칸 각국의 노동생산성 향상 및 거버넌스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
2024년의 한 연구에서는 각국의 EU 가입 준비도를 최하점인 1점과 최고점인 5점 사이의 점수로 환산한 EU 집행위원회의 연례 평가보고서를 기준으로 서발칸 지역에 대한 분석을 수행했다.5) 그 결과 경제적 펀터멘털과 자원관리 분야의 실적은 상대적으로 저조했고, 경쟁력 및 포용적 시장 분야는 비교적 나은 상황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그림 2> 참조).
<그림 2> 서발칸 국가들의 EU 가입 준비도 점수(2023년도 EU 집행위 보고서 기준)
출처: Mihajlovic & Macek (2024)
비고: 준비도가 가장 낮은 1점에서부터 가장 높은 5점 사이의 점수 부여
서발칸 지역에 대한 EU의 금융지원 및 경제적 통합 노력
EU는 서발칸을 정치, 안보, 경제적으로 중요한 지역으로 고려해 왔으나,6) 역내 국가들의 EU 가입에 관한 논의는 그간 EU의 중심 논제로 부각되지 못했다. 여기에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시작해 이를 뒤따른 유로존 위기, 2014년 우크라이나 위기, 난민 위기, 브렉시트,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2023년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현안들에 관심이 집중되었던 점, 그리고 서발칸 지역 내 분쟁과 정치적 긴장이 EU 가입 논의에 부담을 지운 점 등이 작용한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EU는 회원국 확대 논의가 정체된 상황에서도 서발칸 지역에 꾸준한 관심과 지원을 보내왔다. 일례로 EU가 시행한 가입 사전지원(IPA)7) 사업은 1기(2007~2013년)와 2기(2013~2020년)를 통틀어 역내 평균 국내총생산(GDP)의 5.9~6.6%에 달하는 금액을 서발칸 지역에 지원했고8), EU가 역내 보건, 공공, 민간부문을 대상으로 제공한 코로나19 지원 패키지의 규모도 총 33억 유로(약 4조 9,600억 원)에 이르렀다. 이에 더해 2021~2027년에는 IPA 3기 사업을 통해 최대 90억 유로(약 13조 5,000억 원), 서발칸 대출보증사업(Western Balkans Guarantee Facility)9)을 통해 최대 200억 유로(약 30조 570억 원)가 서발칸 지역에 제공되어 공공∙민간 투자 활성화, 경제적 통합 촉진, 경쟁력 향상, 녹색∙디지털 전환사업 등을 전개할 수 있게 되었다.10) 이번에 새로 채택된 NGPWB의 경우 특히 다음의 4대 핵심 목표를 중심으로 한 다양한 조치를 포함한다.
목표 1. 단일시장으로의 경제적 통합
서발칸 국가 소속 기업 및 개인들이 EU 단일시장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돕고, △상품의 자유로운 이동 △서비스 및 노동자의 자유로운 이동 △단일유로결제지역(SEPA: Single Euro Payments Area) 접근성 부여 △도로수송 활성화 △에너지 시장의 통합 및 탈탄소화 △디지털 단일시장 구성 △산업 공급망 편입 등 7개 분야에 중점을 부여한다.
목표 2. 지역 공동시장 출범을 통한 역내 경제 통합
공동시장의 출범은 서발칸 지역에서도 상품, 자본, 인력의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하는 EU식 단일시장 원칙에 입각한 경제협력이 가능하도록 만들어주며, 이러한 공동시장의 형성은 제1과제 수행의 혜택을 극대화하기 위한 전제조건이기도 하다. 한편 2006년에 채택되었으나 이후 별다른 진전이없는 중부유럽 자유무역협정(CEFTA: Central European Free Trade Agreement)의 완전한 이행도 제2과제와 깊은 관련성을 지닌다.
목표 3. 근본적 개혁
EU 가입 협상 과정에서 이미 다루고 있는 사법부 및 민주적 정부기관 기능 개선, 공공조달 절차 개편, 반부패 등 각종 개혁을 가속화한다. 단, 제3과제에서의 진전을 위해 필요한 국영기업 구조조정, 사법절차 효율화, 행정기관의 탈정치화 등 일부 개혁은 단기적으로 정치적 반발을 불러올 가능성도 있다.
목표 4. 서발칸 개혁∙성장 금융지원사업(Reform and Growth Facility for the Western Balkans)을 통한 재정적 지원 강화
여기에서 서발칸 국가들에게 제공하는 금융지원의 실제 규모는 각국의 개혁 실적에 따라 달라진다. 현재 계획된 금융지원 중 전체의 약 절반에 해당하는 60억 유로(약 9조 원, 직접 보조금 포함)는 기존에 설립된 서발칸 투자 프레임워크(WBIF)를 경유해 각 투자사업에 분배될 예정이고, 나머지 금액은 각국의 예산에 투입된다.
NGPWB의 규모 및 방향성 문제
NGPWB는 한편으로 서발칸 국가들의 EU 가입에 새로운 동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는 기대를 받고 있으나, 다른 한편으로는 그 내용과 금융지원의 규모에 관한 비판을 받기도 한다. 일례로 경제학자 브라니미르 조바노비치(Branimir Jovanovic)는 NGPWB가 금융지원의 조건성을 강화하고 서발칸 지역 공동시장 구상을 단일시장화의 대안이 아닌 예비단계로서 제시한 점을 높이 평가하면서도, 금융지원의 절대적 규모가 지나치게 작다는 문제를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NGPWB에 의거한 직접 보조금의 규모는 서발칸 6개국 GDP의 0.3~0.4%에 불과한 연간 5억 유로(약 7,514억 원)에 그친다. 여기에 비해 인구가 서발칸 6개국 대비 4분의 1에 불과한 EU 회원국 크로아티아의 경우 차세대 EU 기금(NGEU)에서만 60억 유로(약 9조 원)의 자금을 수령할 예정이며, 이는 1인당 수령액으로 환산할 경우 서발칸 6개국의 12배에 달하는 금액이다.11) 이에 더해 NGPWB의 초점이 각종 경제요소의 자유로운 이동으로 제한되면서 빈곤, 불평등, 해외직접투자(FDI) 유치전략, 보건 및 교육제도 개선책과 같이 지역 시장 차원의 통합적 접근을 요하는 기타 이슈들에 관심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문제도 지적된다. 또한 NGPWB가 경제 측면에 치중된 접근법을 취하면서 서발칸 국가들의 EU 기관 및 정책결정 참여라는 정치적 과제의 중요성이 소외되었다는 비판도 존재한다.12)
마지막으로 EU는 NGPWB에서 직접적으로 다루지는 않지만 해당 구상의 성과 달성에 영향을 미치는 여타 중∙장기적 요소들도 감안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서발칸 지역의 경제발전 목표 달성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는 잠재적 요소 중 하나는 인구 유출로, UN 추정치에 따르면 출산율 저하와 이민의 영향으로 이 지역의 미래 인구가 기존의 3분의 1로 줄어들 전망이다.13) 아울러 현지 주민들의 EU 가입 열의가 줄어들고 EU 회의론이 확산되는 최근의 상황도 우려를 낳고 있다. 2023년도 발칸 바로미터(Balkan Barometer) 조사에 의하면 자국의 EU 가입이 2030년까지 성사될 것으로 기대하는 역내국 응답자 비율은 34%에 그쳤으며, 이는 2021년 조사 결과에 비해 7%p 줄어든 것이다.14)
결론
각종 금융지원 및 모니터링 수단, 지급조건에 관한 내용을 담은 NGPWB는 EU와 서발칸 지역의 통합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 하지만 이 구상에 따른 지원금의 규모와 중점분야의 범위가 제한적이라는 특성상, 대상국의 경제발전이나 심도있는 구조적 개혁 등을 지원하는 효과는 그렇게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지금 서발칸 지역이 진정으로 필요로 하는 것은 예측가능성과 성과중심성을 바탕으로 EU와의 정치적 통합과 경제적 통합을 동시에 지향하는 EU 가입 프레임워크라고 할 수 있다. 만약 이러한 요건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을 경우, 역내국 정부가 EU의 지원에 힘입은 경제적 통합의 성과와 GDP 성장을 업적으로 내세우면서도 정치 측면에서의 국가제도 효율성 개선이나 민주적 국정운영은 도외시하는 포퓰리즘의 확산이라는 역효과가 발생할 수도 있다. 현재 서발칸 각국이 어느 정도 경제발전 성과를 낸 상황에서도 제도적 개선은 지지부진하다는 사실은 이와 같은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논평가 파리드 자카리아(Fareed Zakaria)가 지적했듯, 사람들은 때때로 민주주의 원칙의 수호보다 경제적 발전과 안정을 우선시하는 경향이 있으며, 지금 서발칸 지역이 겪는 문제의 배경에도 이와 같은 요소가 존재하는 것으로 의심해볼 수 있다. NGPWB뿐만 아니라 향후 도입될 유사한 프레임워크는 주요 정책을 결정하는 데 있어서 엄격한 공공 정책 평가를 기준으로 하며, 좋은 거버넌스와 제도적 역량 강화에 초점을 맞추어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 각주
1) 국가 목록에 코소보가 포함된 사실은 코소보의 실제 지위에 관한 공식 입장과는 무관하며, UN 안보리 결의 1244호 및 코소보 독립선언에 관한 국제사법재판소(ICJ) 의견의 취지와 일치한다.
2) European Western Balkans, 2024
3) World Bank, 2024
4) Ibid.
5) Mihajlovic and Macek, 2024
6) EU Commission, 2023
7) IPA(Instrument for Pre-Accession Assistance)는 EU가 가입 논의 대상국의 개혁을 위한 재정∙기술적 지원을 제공하는 수단으로, 대상국의 정치∙경제적 개혁을 도와 새로운 권리와 의무를 수반하는 EU 가입에 대비토록 하는 데 목적을 둔다.
8) Jelic et al. 2024
9) 서발칸 대출보증사업은 녹색경제 전환, 디지털화, 거버넌스 개선 등 10대 중점분야로의 투자 유치를 촉진하기 위한 2021-2027년도 서발칸 경제∙투자계획(Economic and Investment Plan for the Western Balkans)의 일환으로, 대출비용과 투자자 리스크를 줄이는 데 목적을 둔다.
10) Economic and Investment Plan for the Western Balkans 2021-2027, WBIF, 2024
11) Jovanovic, 2024
12) Mihajlovic and Macek, 2024
13) UN, 2024
14) Balkan Barometer,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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