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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유럽의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CBDC) 도입 동향과 미래 함의

중동부유럽 일반 Ewelina Idziak, PhD Kazimierz Wielki University Associate Professor 2024/09/06

You may download English ver. of the original article(unedited) on top.

서론
최근 세계적으로 현금결제가 비현금결제로 대체되고 결제 인프라가 급속히 보급되면서 전통적 화폐 개념이 큰 변화를 맞이하고 있으며, 이 변화의 속도를 감안하면 앞으로는 각국의 통화제도 또한 새로운 경향에 맞춰 진화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맥락 아래 본고는 유럽의 통화시장을 분석 대상으로 삼아 각국 내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Central Bank Digital Currency) 구상의 진전 동향을 중점적으로 짚어보고자 한다.

CBDC 도입의 효과에 대한 학계의 분석
CBDC 생태계의 급속한 진화를 촉진한 핵심 원동력은 기술적 혁신이다. 사람들은 CBDC의 등장이라는 중대 혁신을 전통적 통화의 진화, 혹은 기존의 개념을 뒤엎는 혁명 등으로 다양하게 해석한다. CBDC의 확산은 지난 역사에서 기술과 기호의 변화, 경제성장, 그리고 효과적 가치 교환 수단에 대한 수요를 바탕으로 신규 화폐가 등장하면서 기술적, 구조적 변혁을 촉발한 사례와도 유사성을 지닌다.1) 

2017년부터 점차 높은 인기를 구가하기 시작한 CBDC는 현대 화폐사의 중대 전환점이 되었고, 은행업계도 CBDC의 등장에 따라 앞으로 결제 시스템, 통화정책, 재정 안정성, 대출활동 등 여러 측면에서 큰 변화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은행의 안정적 운영을 위한 핵심 활동인 대출은 고객의 예금을 주요 기반으로 하는데, 현재 연구진들은 CBDC가 예금 행태에 초래하는 변화가 은행의 대출활동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가능성과 형태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예를 들어 만약 고객들이 여유자금을 전통적 은행 예금 대신 CBDC의 형태로 보유하려는 경향이 나타날 경우, 상업은행들의 예금 보유량이 감소해 대출 규모가 제약될 수 있다는 관점도 있다.

하지만 최신 연구 결과에 따르면 CBDC의 도입은 은행의 대출활동에 큰 악영향을 미치지 않으며, 상황에 따라서는 오히려 대출을 촉진하는 효과를 낼 수도 있다. CBDC의 도입은 한편으로는 경쟁 심화에 따른 예금 금리 상승으로 은행의 수익성을 저하시키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금융 포용성을 제고하고 여유자금 저축을 촉진해 예금의 절대적 규모를 늘리는 효과를 내기도 한다. 즉, 목적에 따라 올바르게 설계된 CBDC가 금융부문의 안정성을 위협하는 역효과를 가져올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볼 수 있다.2)

다만 거시경제적 관점에서는 은행들이 CBDC 발행에서 기인하는 신용경색이나 유동성 위기를 겪지 않도록 보호할 필요성이 존재한다. 이 점에 관해 일부 연구진은 CBDC로 인한 신용경색이나 금융체계 불안정화 위험성을 통제하기 위한 방안으로 중앙은행 대체대출(central bank pass-through funding)3) 기법을 제안하기도 했다.4) 또 다른 연구진에 의하면 시장에 공황이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는 CBDC가 전통적 은행과 유사한 기능을 담당할 수 있다. 단, 금융공황이 발생하면 투자은행과의 보다 확고한 합의를 바탕으로 뱅크런을 방지할 수 있는 중앙은행의 역할이 부각되고, 이 안정성에 주목한 많은 고객들이 상업은행에 예금하기보다는 중앙은행이 관리하는 CBDC의 형태로 여유자금을 보유하려는 경향이 나타날 가능성이 존재한다. 이렇게 되면 중앙은행이 예금시장을 독점하게 되면서 단기 예금액을 장기 대출액으로 전환해 수익을 창출하는 일반 상업은행의 사업 모델을 위협하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 따라서 CBDC를 설계하고 도입하는 과정에서는 이 위험성에 대한 신중한 고려가 요구된다.5)

세계 각국의 CBDC 도입 동향
국제통화기금(IMF)과 국제결제은행(BIS)은 CBDC 도입을 지원하는 프레임워크와 방법론, 지침 등을 제공하고 있다.6) 현재 세계의 CBDC 생태계는 총 134개국이 유관 구상을 추진하는 등 매우 역동적 성격을 보여주고 있으며, 바하마, 자메이카, 나이지리아 등 3개국에서는 이미 CBDC가 정식으로 출범한 상태이다. 이외에 CBDC 시범사업을 전개 중인 국가는 36개국, 관련 정책의 개발 혹은 연구 단계에 있는 국가는 각각 30개국 및 44개국이며, CBDC 사업이 중단(17개국) 혹은 취소된(2개국) 국가도 존재한다.

국제적으로 많은 관심을 받은 CBDC 구상의 사례로는 주요국에서 시행 중인 사업 가운데 가장 고도화된 것으로 평가받는 중국의 디지털 위안화(약칭: e-CNY 혹은 e-RMB) 사업을 들 수 있다. 중국인민은행은 세계 각국의 중앙은행 중에서도 CBDC 도입을 가장 먼저 검토하기 시작했으며, 여기에는 2021년 기준 모바일 결제 보급률이 전체 국민의 88%에 달할 정도로 인프라 발달 수준이 높다는 배경이 존재한다. 2022년 말 시범사업의 일환으로 중국 내 25개 도시에서 사용이 개시된 e-CNY는 일상적 거래에서 여타 결제수단과 유사한 방식으로 통용되며, 근거리 무선통신(NFC) 기술을 활용해 인터넷에 접속하지 않고도 휴대폰이나 기타 장치를 태그하는 방식으로 손쉽게 결제를 완료할 수 있게 해준다. 이후 2023년부터는 e-CNY 활용도가 급속도로 확대되어 동년 7월 기준 누적 결제금액이 1조 8,000억 위안(약 330조 원)을 돌파했다.7)

유럽의 CBDC 도입 동향
유럽 각국의 CBDC 도입 진척도는 저마다의 기술 인프라, 규제환경, 정책 목표에 따라 상이한 모습을 보인다. 아래에서 조사한 범유럽(남코카서스 및 중앙아시아 포함) 지역 소재 51개국 중 CBDC에 대한 정책적 논의가 보고된 국가는 총 29개국이다. 나머지 국가들에서 관련 논의가 보고되지 않은 배경에는 국가경제 발전 수준, 규제환경 및 정치적 동기, 기술적 준비도, 전략적 이해관계, 가용자원의 종류와 양 등 복합적 요소들이 존재하는 것으로 풀이되며, 시간이 지남에 따라 CBDC 도입을 고려하는 국가의 수도 점차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현재 CBDC 시범사업 시행을 보고한 범유럽 국가는 스페인, 스웨덴, 우크라이나, 튀르키예, 카자흐스탄, 러시아 등 6개국이고, 이 중 스페인에서 시행 중인 시범사업은 유로존 공통 디지털 유로 구상의 일환이다. 이외에 16개국이 관련 사업의 개발 단계, 5개국이 연구 단계에 있으며, 2개국은 관련 사업을 중단한 상태이다.

<그림 1> 범유럽 지역의 CBDC 도입 추진 현황


비고: 스페인에서 시행 중인 디지털 유로 시범사업의 지리적 범위가 유로존 전체로 확대되어 표기
자료 : https://www.atlanticcouncil.org/cbdctracker/


현재 유럽의 CBDC 도입 관련 진척도는 국가별로 차이를 보이고, 이 사실은 신흥기술의 대표주자인 CBDC에 대한 유럽의 접근법이 다양하게 분화되어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 중 스페인, 스웨덴, 러시아 등 이미 CBDC 시범사업 시행에 들어간 6개국은 디지털 화폐를 자국 내에서 실제로 활용하고자 하는 적극적 의지를 보이고 있으며, 관련 사업의 개발 단계에 있는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주요 경제강국을 위시한 16개국도 금융 혁신 측면에서 뒤쳐지지 않기 위한 CBDC 도입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체코, 헝가리 등 관련 사업의 연구 단계에 있는 5개국은 조심스럽고 신중한 접근법을 바탕으로 CBDC 도입이 가져올 잠재적 효과를 상세히 분석하고자 하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CBDC 사업이 중단된 아이슬란드와 덴마크의 경우, 경제, 정치, 기술적 측면에서 문제점에 봉착했거나 지금 당장 CBDC를 도입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여기서 살펴본 내용에 따르면 유럽은 CBDC 도입을 검토하는 데 대체로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으나, 구체적 진척 속도와 접근방식에는 각국의 중점과제와 가용자원, 준비도에 따른 차이가 관찰된다.

유럽 소재국 중앙은행들은 CBDC 발행을 금융 포용성 신장과 결제 시스템 다변화의 계기이자, 이를 통해 통화정책의 파급력을 높일 수 있는 수단으로 여기고 있다. 우선 CBDC는 소외계층이 금융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는 손쉽고 안전하며 저렴한 수단을 제공함으로써 금융 포용성 신장에 결정적으로 기여하고, 진입장벽 완화, 비용 절감, 혁신 촉진과 같은 효과를 바탕으로 더욱 많은 사람들이 금융체계에 편입되도록 지원하기도 한다. 한 연구진은 CBDC가 한편으로는 금융 안정성을 강화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상업은행의 수익성을 저하시키거나 뱅크런 발생 가능성을 높이는 등의 리스크도 함께 동반한다고 평가하면서, 이러한 리스크는 적절한 정책을 통해 통제할 수 있다고 보았다. 해당 연구진은 특히 디지털화 수준이나 금융 포용성이 상대적으로 클 것으로 내다보았다.8) 

유럽에서 성공을 거둔 CBDC 사업의 사례로는 스웨덴 중앙은행이 발행한 E-크로나(E-krona)를 들 수 있다. 그간 E-크로나 활용도 시험사업을 전개해온 스웨덴 중앙은행은 현재 진행 중인 제4기 사업에서 전기나 무선통신망이 끊긴 상황에서도 디지털 화폐가 통용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시험하고 있다. 이 방안은 E-크로나를 일종의 온라인 ‘그림자 지갑(shadow wallet)9)’을 통해 오프라인에서도 활용이 가능하도록 만드는데, 이는 중앙은행의 온라인 인프라에 접속할 수 없는 상황에서도 E-크로나를 사용해 거래할 수 있도록 보장함으로써 다양한 상황에서의 디지털 화폐 거래 안정성을 제고하는 효과를 낸다. 스웨덴에서는 지금까지 E-크로나를 활용한 결제용 카드 입출금, 오프라인 판매대금 지급, 소비자 간 오프라인 이체 등이 시험을 마쳤으며, 새로운 디지털 금융수단에 대해 열린 태도를 보여주는 설문조사 결과도 스웨덴 사회가 E-크로나 및 유관 구상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음을 시사한다(<그림 2> 참조).

<그림 2> 주요국∙지역 주민들의 CBDC 사용의사 설문조사 결과(단위: %)


비고: 출시 1년 내 사용의사는 출시 즉시 사용의사도 포함한 수치, 2021년 7월 기준
자료 : https://www.ledgerinsights.com/cbdc-consumer-survey-finds-us-citizens-less-enthusiastic/


스웨덴은 디지털 인프라 수준이 높고 비현금결제가 널리 보급되었다는 장점 덕분에 유럽에서도 CBDC 도입이 유망한 국가에 속한다. <그림 2>에 따르면 디지털 인프라가 더욱 고도화되고 현금 사용비율이 낮은 아랍에미리트(UAE) 등 국가에서는 CBDC 도입에 대한 대중의 여론이 더욱 긍정적이다. 반면 미국 등 일부국의 국민 다수는 디지털 화폐라는 혁신적 수단에 비교적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고 있는데, 이는 각국의 디지털 수단 신뢰도와 사회적 준비 수준, 문화적 태도에 따라 금융부문 내 혁신 도입에 대한 반응이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중동부유럽 국가들 중에서는 체코, 헝가리, 에스토니아, 리투아니아와 튀르키예 등 5개국에서 CBDC의 도입이 추진되고 있다. 체코와 헝가리에서는 현재 CBDC 관련 초기 연구 단계가 진행되고 있고, 에스토니아와 리투아니아는 개발 단계에 있다. 튀르키예가 중동부유럽 국가들 중에서 유일하게 디지털 리라 개발의 파일럿 단계에 도달한 상태이다. 튀르키예 중앙은행은 2022년 12월 디지털 리라를 이용한 첫 번째 결제를 성공적으로 수행했다고 밝혔으며, 현재 다른 결제 인프라와의 호환을 위한 테스트 진행 단계에 있다. 튀르키예는 또한 오프라인 결제와 가상지갑, 국가 간 CBDC 거래에 대한 추가 연구 개발도 진행할 예정이댜. 튀르키예의 CBDC 개발은 아셀산(Aselsan), 하벨산(Havelsan), 투비탁 빌젬(Tubitak Bilgem) 등 방위산업체들이 중심이 되어 추진되고 있으며, 디지털 리라의 공식 발행 시기는 2024년 말 확정될 전망이다. 

초국경 CBDC 사업 현황
초국경 사업은 2개국 이상이 복수의 분야 혹은 목적에 따라 국경을 넘어 협력하는 구상을 의미하며, 여러 국가에 영향을 미치는 이슈에 대응하거나 다수 국가의 자원과 역량을 모아 공동의 이익을 추구할 필요성이 있을 때 등장한다. 경제개발, 환경보호, 안전보장, 기술 혁신 등 다양한 목표를 지향하는 초국경 사업은 공통의 이익을 위한 개별국의 협력을 촉진함으로써 궁극적으로는 보다 넓은 국제 공동체에도 혜택을 가져다 준다. CBDC 분야의 초국경 사업은 일반적으로 여러 국가들의 힘을 합치고 경험을 공유해 디지털 화폐의 잠재력을 제고하는 데 목적을 두며, 지금까지 보고된 초국경 CBDC 사업에는 총 18개가 있다. <표 1>은 초국경 CBDC 사업들 중 Cedar x Ubin+, Aurum 3가지를 소개한다.

<표 1> 초국경 CBDC 사업 사례


자료:  Atlantic Council 자료 기반 저자 정리

이 중 Jura는 프랑스와 스위스 사이의 거래에 도매용 CBDC를 활용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Cedar x Ubin+는 복수통화 거래의 원자적 정산방안을 모색한다. 또한 Aurum은 CBDC를 통한 소매거래 결제의 개인정보 보호에 관한 내용을 다룬다.

결론: CBDC 도입의 함의와 다양한 측면에서의 과제
CBDC의 도입과 디지털화의 폭발적 진전은 경제적, 법적, 사회적 측면에서 유럽 전역에 큰 함의를 가져다주며, 유럽의 디지털화 수준이 고도화됨에 따라 정책결정자, 기업인, 일반 시민들이 새로운 경향을 이해해야 할 필요성도 늘어나고 있다. 아직까지는 시작 단계에 있는 것으로 평가되는 각국 내 CBDC 구상은 경제 분야에서 △금융 포용성 향상 △통화정책의 효과성 진작 △금융 안정성 제고 △은행부문 내 순효과 유도와 같은 다양한 목표를 지향한다.

CBDC 도입의 진전이 법적 측면에서 제기하는 도전과제는 주로 규제환경의 조성에 관한 사항들이다. 이 중 각국이 고민해야 할 대표적 사안으로는 △규제원칙 확립 △초국경 거래 규제방안 마련 △ 개인정보 보호 및 데이터 보안책 강구 △법정화폐의 지위 및 통화주권 관련 의견 조정을 들 수 있다. 한편 CBDC에 잠재적으로 수반되는 사회적 측면의 도전과제도 관심과 우려의 대상이 된다. 이 방면에서 빈번히 언급되는 과제에는 △디지털 격차 및 포용성 부재 문제 대응(격차 해소, 교육, 인식 개선 등) △CBDC 준비 및 시행 단계에서의 국민적 신뢰 및 우호적 인식 확보 △급속한 디지털화로 인한 실직 및 재교육 소요 증가 대응 △소외계층에 저렴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CBDC를 통한 금융 불평등 해소 등이 있다.

유럽이 CBDC 도입을 검토하고 시행하는 과정에서는 상기한 요소들에 대한 세심한 고려가 필수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이러한 노력을 기반으로 CBDC가 개별 국가 및 초국경 공동체에 제공하는 혜택을 극대화하면서도 리스크는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 각주
1) Bordo, 2021
2) Andolfatto, 2021
3) (번역자 주)은행 예금이 CBDC로 전환될 경우 중앙은행이 그 금액만큼을 은행에 바로 대출해주는 구상
4) Brunnermeier and Niepelt, 2019
5) Fernández-Villaverde, et al. 2021
6) IMF, 2023
7) Nulimaimaiti, 2023
8) Mnohoghitnei, et al., 2021
9) 그림자(shadow)라는 표현 자체는 여타 분야에서 맥락에 따라 비공식성, 익명성, 비규제성, 기밀성 등을 의미하는 용어로 사용되기도 하고, 금융 및 기술 분야에서도 그림자 지갑에 대해 명백히 합의된 보편적 정의는 부재한 상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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