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제르바이잔, 지정학적 위기가 기회로… 역내 강국으로 부상
푸틴 대통령, 아제르바이잔 국빈 방문
2024년 8월 블라디미르 푸틴(Vladimir Putin) 러시아 대통령이 아제르바이잔 수도 바쿠를 국빈 방문하여 18~19 양일 간 일함 알리예프(Ilham Aliyev) 아제르바이잔 대통령과 회담을 가졌다. 푸틴 대통령의 아제르바이잔 방문을 앞두고 러시아 대통령궁 크렘린은 양국 정상이 지역 및 국제 정세의 주요 이슈와 특히 아제르바이잔-아르메니아 갈등에 관한 의견을 교환하고, 러시아가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 간의 관계 정상화에 기여할 확고한 의지를 가지고 있음을 전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러시아와 아제르바이잔이 전략적 동반자 관계와 동맹을 더욱 발전시키기 위하여 공동 성명을 승인하고 정부 간 협정과 기타 문서에 서명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회담을 마친 푸틴 대통령과 알리예프 대통령은 양국 간 경제 협력과 우호 관계 강화에 뜻을 같이하며, 특히 화물 운송과 관련하여 교통망을 확충하고 무역 규모를 확대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앞선 2024년 4월 22일 알리예프 대통령은 바이칼-아무르(BAM: Baikal-Amur Mainline) 철도 건설 50주년 맞아 모스크바를 방문하여 푸틴 대통령과 회동했다. 이 회담은 4월 17일 아르메니아에 주둔하던 러시아 평화유지군의 철수가 시작된 직후에 열렸다는 데에서 보다 큰 시사점을 갖는다. 러시아는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 간 제 2차 카라바흐 전쟁의 휴전을 중재하면서 2020년 후반부터 2,000명 규모의 평화유지군을 나고르노 카라바흐 지역에 주둔시킨 바 있다. 당초 예정보다 1년 가까이 철수 시점이 앞당겨진 것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영향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구소련 해체 이후 러시아는 아르메니아의 우방으로서 아제르바이잔과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외교적 노력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해 왔고, 2차 카라바흐 전쟁 휴전 이후에는 양국 간 분쟁 지역에 평화유지군을 파견함으로써 무력충돌이 발생하는 상황을 억지하는 데에 기여하고자 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전쟁이 장기화되며 부담이 커지자 국외 분쟁지역에서 러시아 평화유지군의 영향력은 약화되었고, 2023년 9월 아제르바이잔은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을 무력으로 탈환했다. 이에 아르메니아 지도부는 러시아를 격렬히 비난하였고, 2024년 9월 러시아가 주도하는 안보 협력체 CSTO에 대한 참여를 ‘모든 수준에서’ 중단한다고 선언했다. 이는 러시아와 아르메니아 간 안보 부문 협력의 중단을 의미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전쟁으로 인한 지정학적 연쇄효과로 아제르바이잔이 얻은 것은 아르메니아와의 분쟁종식과 영토 수복 뿐만이 아니다. 석유와 천연가스의 주요 생산국이자 유럽과 중앙아시아, 중동지역을 연결하는 전략적인 위치로 국제사회에서 아제르바이잔의 입지는 급상승하였다. 유럽은 러시아에 대한 기존의 에너지 의존도를 낮추기 위하여 아제르바이잔의 에너지 자원과 통과국으로서 아제르바이잔의 협조를 절실히 필요로 하게 되었다. 러시아 또한 서방의 제재로 경제적인 압박이 강화되고 있는 상화에서 주요 물류 운송 경로로서 아제르바이잔의 중요성이 증대되고 있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게 되었다. 이러한 맥락에서 푸틴 대통령의 이번 아제르바이잔 방문과 양국 정상의 회담 내용은 국제사회에서 아제르바이잔의 영향력이 급상승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1994년 ‘세기의 계약’ 체결 이후 석유·가스 산업 규모 빠르게 성장…경제력을 바탕으로 국제사회 위상 제고
1994년 9월 20일, 헤이다르 알리예프(Heydar Aliyev, 일함 알리예프 현 대통령의 아버지) 당시 대통령의 주도 하여 아제르바이잔 역사에 큰 획을 그은 역사적인 협정이 체결되었다. ‘세기의 계약’ 으로 불리는 이 협정은 아제르바이잔 공화국 국영 석유회사 SOCAR와 6개국 11개 석유회사로 구성된 컨소시엄 간에 체결된 것으로, 카스피해 아제르바이잔 구역에 있는 3개 주요 유전 ACG(Azeri, Chirag, Gunashli)에 대한 공동 개발 및 생산 공유(PSA: Production Sharing Agreement)에 관한 합의를 골자로 한다. 이 계약은 서방 다국적기업의 구소련 국가에 대한 최초의 대규모 투자로, 개발 성공에 힘입어 체결 당시 30년으로 정해졌던 계약 기간은 2017년에 2050년까지로 연장되었다. 석유 산업의 개발에 따라 다양한 관련 인프라가 확보되었으며, 아제르바이잔은 석유·가스의 공급국이자 운송 통과국으로 국제사회에서 입지를 공고히 하게 되었다. 러시아를 포함하여 카스피해 동쪽에 위치한 국가들은 바쿠(아제르바이잔)-트빌리시(조지아)-제이한(튀르키예) 파이프라인을 통해 자국에서 생산된 탄화수소 자원을 세계 시장에 공급한다.
아제르바이잔 정부에 따르면 2024년 상반기 아제르바이잔의 석유 생산량은 총 1,440만 톤으로, ACG 유전 생산량이 820만 톤, 샤데니즈(Shah Deniz) 유전이 210만 톤, 압셰론(Absheron) 유전이 30만 톤을 기록했고 SOCAR의 석유 생산량은 380만 톤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천연가스 생산량은 총 251억 입방미터(㎥)에 달했는데, ACG 유전에서 6.6bcm, 샤데니즈에서 140bcm, 압셰론에서 0.8bcm이 생산되었고 SOCAR 생산량은 3.8bcm을 기록했다. OPEC의 보고서에 따르면 아제르바이잔의 2024년 1/4분기 하루 평균 석유 생산량은 47만 7,000배럴, 2/4분기에는 47만 5,000배럴을 기록하면서 전 세계의 안정적인 석유 수급에 기여했다. 국제 에너지 기구(IEA)와 미국 국무부의 자료에 따르면 석유와 가스는 아제르바이잔 수출의 90%, 정부 수입의 50%, 국내 총 생산의 3분의 1을 차지한다. IEA는 아제르바이잔이 천연가스와 석유의 주요 생산국이자 수출국이라고 평가했는데, 2022년 기준 아제르바이잔은 세계 석유 순수출국 순위 20위, 가스 순 수출국 순위 12위를 차지했다. 아제르바이잔의 석유 생산량은 2010년 정점을 찍은 이후 감소하는 추세이나, 천연가스 생산량은 급증하고 있다. 아제르바이잔은 OPEC+ 회원국으로서 전 세계적인 탄소배출량 감소 노력에 동참하기 위해 2034년까지 천연가스 생산량을 34% 확대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풍부한 탄화수소 매장량을 바탕으로 아제르바이잔은 많은 다국적 기업의 투자를 유지하고 GDP 성장과 그에 따른 일자리 증가와 사회 안정, 정치·경제적 안보를 확보하게 되었다. 이에 더해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전 세계적인 에너지 위기 상황이 발생하면서 석유 공급국, 운송 통과국으로서 아제르바이잔의 위상은 더욱 높아졌다.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영향으로 아제르바이잔산 에너지 수요 급증
EU, 러시아산 가스 의존도 낮추고자 아제르바이잔과 가스 공급 협정 체결
2022년 2월 , EU의 주요 가스 공급국인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였다. EU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경제 제재의 일환으로 러시아산 가스의 수입을 제한하였는데, 이는 유럽 내 가스 공급 부족으로 이어질 우려를 야기하며 가스 가격이 급상승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에 EU는 안정적인 가스 공급망을 확보하고자 지리적으로 인접한 가스 및 석유 생산국 아제르바이잔과 2022년 7월 에너지 협정을 체결하게 되었다. 이 협정에 따르면 아제르바이잔은 2027년까지 남부가스회랑(SGC: Southern Gas Corridor)을 통해 유럽으로 연간 200억 입방미터(㎥)의 가스를 수출하게 된다. 아제르바이잔 국가 관세위원회의 자료에 따르면 2022년 첫 11개월 동안 아제르바이잔이 석유 수출 대금으로 벌어들인 액수는 336억 달러(약 46조 555억 원)에 달하며, 이는 전년 동기 대비 2.2배 증가한 수치이다. 이는 국가 총수입의 92.6%를 차지한다.
아제르바이잔 가스 수출 상대국 증가 추세
아제르바이잔의 가스를 구매하고자 하는 국가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 세르비아는 아제르바이잔과 2026년 말까지 4억㎥ 의 가스 공급을 보장하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했다. 세르비아는 2022년에 총 30억㎥ 의 가스를 소비했는데, 그 대부분을 러시아 가즈프롬이 공급했다. 2030년까지 가스 소비량이 40억㎥ 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세르비아는 아제르바이잔이 천연가스를 공급하는 여덟 번째 국가가 되었다. 몰도바도 연간 3억㎥의 가스를 아제르바이잔으로부터 구매하고 있다. 또한 SOCAR는 2022년 12월 루마니아 국영 가스회사 롬가즈(Romga SA)와 연간 3억 ㎥의 가스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아제르바잔은 남부가스회랑, 그리스-불가리아인터커넥터(IGB: Interconnetor Greece-Bulgaria), 아드리아 횡단 가스파이프라인(TAP: Trans Adriatic Pipeline) 등을 이용하여 유럽 각국으로 가스 수출 규모를 확대하고 있다.
헝가리는 2024년 4월부터 튀르키예를 통해 아제르바이잔산 천연가스 2억 7,500만㎥를 공급받고 있다. 2023년 12월 부쿠레슈티에서 체결된 아제르바이잔, 헝가리, 루마니아, 조지아 정부 간 녹색 에너지 분야 전략적 파트너십에 따라 국가 간 녹색 에너지 전달을 위한 조지아-흑해 경우 수중 전기 케이블 건설 프로젝트가 추진되고 있는 가운데, 아제르바이잔의 헝가리에 대한 가스 공급량은 향후 연간 20억㎥ 까지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양국은 투르크국가연합(OTS) 회원 및 옵서버 국가로 상호 신뢰와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불가리아는 2023년 10억㎥에 달하는 아제르바이잔산 천연가스를 수입했다. 이는 국가 전체 소비량의 40.3%에 달하는 규모이다. 그리스-불가리아 인터커넥터를 통해 2021년 공급이 시작된 아제르바이잔산 천연가스는 첫 해 2억 7,000만㎥, 2022년 5억㎥ 수준을 기록한 바 있다. 2024년 불가리아 정부는 아제르바이잔과의 장기계약으로 가스 구매 가격이 11.3%인하되었다고 밝혔다.
아제르바이잔, 5월 튀르키예 최대 가스 공급국…튀르키예 경유하는 아제르바이잔-나흐치반 가스 파이프라인 건설 시작
2024년 1월부터 5월까지 튀르키예에 가장 많은 양의 가스를 수출한 국가는 아제르바이잔인 것으로 나타났다. 아제르바이잔은 해당 기간 총 46억 8,000만㎥의 천연가스를 튀르키예에 수출했는데, 이는 전년 동기 대비 5.6% 증가한 수치이다. 5월 수출량은 10억 800만㎥로 전년 동기 대비 9.24%의 증가를 기록했다. 아제르바이잔이 수출한 천연가스는 5월 튀르키예 전체 천연가스 수입량의 35%를 차지했다. 또한 튀르키예와 아제르바이잔은 튀르키예의 가스망과 아제르바이잔의 경외지인 나흐치반을 연결하는 가스 파이프라인 건설을 시작했다. 2023년 9월 나흐치반에서 열린 기념식에서 건설이 공식적으로 시작되었으며, 2024년 말 완공을 목표로 한다. 이 가스관이 완공되면 아제르바이잔은 아르메니아 영토를 통과하는 잔게주르회랑 이용에 대한 부담 없이 나흐치반으로 자국산 가스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게 되며, 튀르키예 역시 이란산 가스의 수입량을 더욱 줄이고 아제르바이잔산 가스 수입량을 확대할 수 있다.
아제르바이잔, 사상 최초로 천연가스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EU로 수출할 예정
우크라이나 가스 회사 나프토가즈(Naftogaz)는 아제르바이잔산 가스를 우크라이나를 경유해 유럽으로 공급하고 일부를 우크라이나 국내에 저장하는 방안을 SOCAR와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2024년 12월 나프토가즈와 가즈프롬 간 5년 계약이 만료되면서 하루 4,200만㎥에 달하는 러시아산 가스의 공급이 중단될 전망인 상황에서 아제르바이잔이 러시아의 공급량 일부를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2024년 아제르바이잔의 가스 수출량은 2022년 대비 10% 이상 증가한 130억㎥ 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상반기 가스 생산량은 29억 5,000만㎥ 로 전년 동기 대비 4.6% 증가했으며, 총 수출량은 5.7% 증가한 14억 7,000만 ㎥, 그 중 절반인 7억 8,000만㎥ 가 유럽으로 향했다. 다만 이는 2022년 7월 EU와의 가스 공급 계약 당시 약속한 물량에는 크게 못 미치는데, 현재 수준으로는 2027년까지 계약 내용처럼 연간 공급량을 200억㎥ 까지 확대하기 위해서는 3년 만에 수출량을 50%이상 늘려야 하는 상황이다. 또한 유럽으로 가스를 공급하기 위한 가스관의 용량 확보도 시급한 상태로, 독일 등 일부 국가에서는 물량 및 운송량이 확보되지 않으면 아제르바이잔과 계약을 체결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반면 아제르바이잔은 구매 계약을 체결하면 파이프라인을 추가로 건설하겠다는 입장으로 양측이 의견 차이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러시아산 가스에 대한 추가 구매를 하지 않기로 결정한 상황에서 유럽 각국이 가스 공급에 대한 다른 대안을 찾기는 어렵기 때문에 당분간 에너지 지정학적 관점에서 아제르바이잔의 위상은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아제르바이잔, 중립적·다극적 외교관계로 지정학적 균형 추구
슈샤 선언으로 튀르크 국가 간 안보, 경제, 문화 협력 강화…아제르바이잔, OTS 단결 주도
2021년 6월 알리예프 대통령의 초청으로 아제르바이잔 독립 기념일 행사에 참석한 레제프 타이프 에르도안(Recep Tayyip Erdogan) 튀르키예 대통령은 아르메니아가 점령하고 있었으나 휴전 이후 아제르바이잔으로 복속된 슈샤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알리예프 대통령과 함께 공동 선언문에 서명하였다. 서명식에서 에르도안 대통령은 슈샤에 총영사관을 개설할 것이라고 발언했는데, 이는 전 세계에 슈샤가 위치한 카라바흐 지역이 아제르바이잔의 영토임을 재확인하며 튀르키예가 아제르바이잔의 영토 보전을 지지한다는 사실을 과시한 것이다. 슈샤 선언에는 양국의 안정과 평화 보장을 위한 다양한 협력 사안이 포함되었으며, 공동의 이익을 위해 함께 행동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선언문에서 강조된 또다른 주요 내용은 투르크 국가들 간의 단결이다. 양국은 투르크어권 국가들 간 통합을 위한 활동을 강화하는 데에 합의하면서 튀르크어권국가기구(OTS: Oganization of Turkic States) 내 군사적, 정치적, 경제적 유대 관계를 공고히 하는 초석을 마련하였다.
튀르크어권 국가들이 OTS의 틀 안에서 협력을 강화하려는 이유는 공통의 언어와 문화, 역사라는 배경을 바탕으로 다극화되고 있는 현대 사회에서 자국의 안보를 위한 추가적인 초치에 대한 필요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OTS 국가들 주변에서 전쟁 등 심각한 갈등이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안보 보장의 제도화와 우호국들 간 군사협력을 서두르게 되었다. 다른 국가간 협력체에 비해 OTS의 경제적 협력 측면은 아직 미미한 편이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세계 무역의 중심이 서방에서 동방으로 이동하면서 중앙아시아 지역, 특히 튀르키예와 아제르바이잔이 물류 운송 및 교통 부문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이 크게 증가했다. 알리예프 대통령은 튀르크어권 국가들 간의 협력 확대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아제르바이잔 외교 정책의 우선순위 중 하나라고 밝혔는데, 이는 아제르바이잔이 아르메니아와의 오랜 전쟁을 끝내는 데에 튀르크 형제 국가인 튀르키예의 역할이 매우 컸던 점, 그리고 복잡한 지정학적 상황 속에서 안보 보장을 위한 우호들 간 협력 필요성의 증대가 주된 배경이라고 할 수 있다.
아제르바이잔, NATO와도 우호관계 유지… 협력국 지위
아제르바이잔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North Atlantic Treaty Organization)의 ‘평화를 위한 파트너십(PfP: Partnership for Peace programme) 협력국이다. PfP는 유럽-대서양 지역 국가들과 NATO 간 양자협력 프로그램으로 16개 파트너 국가1)로 구성되어 있다. 아제르바이잔은 1992년 북대서양 협력위원회에 가입하면서 NATO와의 우호 관계를 시작하였고, 양자협력은 PfP 가입 이후 본격적으로 진행되었다. PfP 프로그램에 정기적으로 참여하면서 아제르바이잔은 유럽과 대서양 지역 안보에 기여하게 되었고, NATO는 홈페이지를 통해 아르메니아와의 관계 정상화와 지속 가능한 평화 정착을 위한 아제르바이잔의 노력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또한 아제르바이잔은 코소보, 아프가니스탄 등지에서 NATO가 주도하는 군사작전에 적극적으로 참여함으로써 양자간 우호 관계를 돈독히 했다.
SCO 옵서버 지위 획득 기대
아제르바이잔은 2015년 상하이협력기구(SCO: Shanghai Cooperation Organization)의 파트너 국가 지위를 취득했다. 1년 뒤인 2016년 베이징에서 열린 제 16차 SCO 정상회담에서 공식 대화상대(Dialogue Partner) 국가로 승격되었고, 2022년에 열린 정상회담에는 알리예프 대통령이 귀빈 자격으로 초대되어 SCO 내에서 존재감을 과시했다. 아제르바이잔은 빠른 시일 내에 조직 내 지위가 대화상대에서 옵저버(Observer)로 승격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중부 회랑의 주요 경유국인 아제르바이잔이 지역 통합 프로세스 발전에 중대한 역할을 담당하며 지역 안보와 안정 강화, 무역 및 투자, 에너지, 통신, 농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협력이 강화되고, 중소기업 간 직접 접촉, 법률 및 관세 문제에 대한 상호작용 등 회원국들 간 협력을 위한 새로운 기회가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 2023년 아제르바이잔과 SCO 회원국 간 무역 거래액은 45.8% 증가하여 90억 달러(약 12조 3,363억 원)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는 아제르바이잔 전체 무역 거래액의 17%에 해당한다. 또한 SCO 회원국들의 아제르바이잔 경제에 대한 투자금은 120억 달러(약 16조 4,484억 원), 아제르바이잔의 SCO 회원국에 대한 투자금은 32억 달러(약 4조 4,862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제르바이잔, BRICS 가입 공식 신청
2024년 푸틴 대통령이 아제르바이잔을 방문하여 알리예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 직후 아제르바이잔은 공식적으로 BRICS 가입을 신청했다. BRICS는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이 설립한 국제 협력체로 남아공이 추가 가입하여 10여 년간 5개 회원국 체제를 유지해 오다가, 2024년 1월 이란, 이집트, 에티오피아, 아랍에미리트를 추가 회원국으로 맞이하였다. 아제르바이잔 이외에 사우디아라비아도 가입을 적극적으로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BRICS 회원국의 GDP는 전 세계 GDP의 4분의 1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아제르바이잔은 다자주의에 중점을 두고 기존의 서구 중심 국제 체제의 대안을 자처하는 BRICS에 가입함으로써 서방과의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BRICS 주요 회원국들인 개발도상국과의 관계를 강화하고자 한다. BRICS의 입장에서도 아제르바이잔이 가입할 경우 중앙아시아에서 지정학적 영향력이 강화될 뿐 아니라 회원국들 간 에너지 및 물류 운송 부문에서 큰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지정학적 승리 이면의 내부적 문제
독재, 언론의 자유 제한, 국가 경제의 지나친 화석연료 의존 등 내부적 문제
알리예프 대통령이 지난한 아르메니아와의 분쟁을 승리로 이끌며 30년 만에 아제르바이잔은 국경 내에 외국 군대가 존재하지 않는 상태가 되었다. 카라바흐에서의 승리와 맞물려 아제르바이잔이 에너지, 물류 관련한 서방과 중앙아시아 간 허브 역할을 하게 되며 아제르바이잔은 다중 벡터 외교 정책을 통해 서방과 러시아 간의 관계에서 신중하게 균형점을 찾으며 국제사회에서 자국의 위상을 높이고 있다. 그러나 알리예프 대통령이 대외적 승리에 도취되어 있는 동안 국내적 문제는 악화되고 있다. 2023년 9월 아르메니아와의 전쟁을 승리로 이끈 알리예프 대통령은 같은 해 12월, 예정대로라면 2025년에 치러져야 할 대선을 1년 이상 앞당겨 2024년 2월에 조기 대선을 개최하고 92%의 득표율로 대통령에 재선되며 자신의 다섯 번째 임기를 시작했다. 2003년 취임한 알리예프 대통령은 이로서 2031년까지 최소 28년간 권좌를 확보하게 되었다. 알리예프 대통령은 아제르바이잔이 구소련에서 독립한 이후 취임한 두 번째 대통령으로, 초대 대통령은 알리예프 대통령의 아버지인 헤이다르 알리예프였다. 알리예프 집안이 반세기 가까이 아제르바이잔의 최고 권력을 장악하고 있는 것이다.
2022년 2월 아제르바이잔 의회에서는 새로운 언론법이 통과되었다. 베니스위원회의 평가에 따르면 해당 법안은 온라인 미디어를 포함하여 아제르바이잔의 미디어 부문과 관련된 거의 모든 것에 대한 규제를 포함하고 있다. 베니스위원회는 이 법의 많은 조항이 표현의 자유와 미디어의 자유에 대한 유럽의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국경없는 기자회(RSF: Reporters sans frontiers)가 매년 세계 180개국을 대상으로 평가하여 발표하는 세계 언론 자유 지수 순위(WPFI: World Press Freedom Index)에서 2024년 아제르바이잔의 순위는 164위로 최하위권에 속했다.
아제르바이잔의 경제는 지난 10년간 눈부신 성장을 기록했지만, 화석연료에 대한 지나치게 높은 의존도와 심각한 빈부격차, 높은 인플레이션을 해결하기 위한 이렇다할 방안은 수립되지 않고 있다. 더구나 아르메니아와의 오랜 긴장관계로 인한 국방 및 국가 안보 부문 지출은 국가 예산의 17.4%를 차지하며 국가 경제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