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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2024년 10월 대선을 앞둔 우루과이: 선거 배경과 판세, 전망
우루과이 Diego Telias Universidad Católica de Chile & Universidad ORT Uruguay - 2024/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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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론
라틴아메리카에서 수준 높은 민주정치를 제도화한 국가로 평가받는 우루과이는 2024년 10월 27일에 차기 국가 지도자를 뽑는 대선을 치를 예정이다. 대선 후보 지명 절차는 지난 6월 마무리되었다. 이번 선거에서 차기 대통령으로 당선되기 위해서는 의무투표제 아래 유권자 과반수의 지지를 확보해야 하는데, 만약 10월 27일에 과반 득표자가 나타나지 않을 경우 11월 24일에 결선투표가 진행된다. 대통령 단임제를 규정한 헌법에 따라 루이스 라카예 포우(Luis Lacalle Pou) 현임 대통령은 비교적 높은 지지율을 구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재선에 도전할 수 없다.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당(Partido Nacional)의 주도로 결성되어 라카예 포우 정권의 기반이 된 연립여당 다색연합(Coalición Multicolor)은 정권 재창출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전망되며, 특히 현 정권에서 발생한 코로나19 팬데믹과 정치 스캔들이 집권여당에 대한 지지율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한편 지난 2005년부터 2019년까지 집권한 이력을 지닌 야당 광역전선(Frente Amplio)은 설문조사 지지율에서 다소간의 우위를 점하고 있고, 이번 대선에서 승리해 정권을 탈환하고자 한다.
우루과이의 10월 대선은 30명의 상원의원과 99명의 하원의원을 선출하는 의회 총선, 그리고 2건의 국민투표와 동시에 실시된다. 이번에 유권자들의 판단을 받게 될 국민투표안 중 하나는 경찰이 야간에 특정 시설물에 진입해 단속업무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할지의 여부를 다루고, 다른 하나는 연금제도 개혁안에 관한 것이다. 이 중 후자의 경우 주요 대선 후보들의 공식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으나, 광역전선 내 일부 파벌과 재야 노동계의 요청에 따라 국민투표 대상에 포함된 것이다.
우루과이는 정치적으로 안정된 국가에 속하지만, 10월 27일의 대선(혹은 과반 득표자 부재시 치러지는 11월 24일의 결선투표)은 국가의 미래 향방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본고에서는 먼저 라카예 포우 행정부의 주요 족적을 짚어보면서 대선의 배후 맥락을 설명하고, 주요 정당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대선 후보를 선출했는지를 소개한다. 이후 마지막으로는 2024년 대선 결과가 우루과이의 대외정책에 미치는 영향에 초점을 맞추어 이번 우루과이 대선 결과가 우루과이의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전망해본다.
라카예 포우 행정부의 국정 운영
라카예 포우 대통령이 취임한 2020년 3월로부터 채 몇 개월도 지나지 않아 우루과이를 엄습한 코로나19 팬데믹은 현임 행정부 초기의 최대 당면과제였다. 비록 2021년 초에는 감염병으로 인한 사망자 수가 일시적으로 증가하기는 했지만 우루과이의 팬데믹 초기 대응은 어느 정도 효과를 본 것으로 평가받으며, 특히 백신의 조기 도입은 바이러스의 확산세를 늦추고 극단적 위기상황을 예방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 라카예 포우 행정부는 효과적인 팬데믹 대응이라는 성과를 바탕으로 높은 지지율을 확보했으나,1) 팬데믹으로 인한 경제∙사회적 악영향을 완전히 막을 수는 없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진정세에 접어들자 라카예 포우 행정부는 다양한 주제에 관한 총 400개 이상의 조항을 담은 긴급제안법(LUC) 법안을 의회에 제출했는데, 야당이 그 내용에 반대하면서 2022년에는 긴급제안법에 대한 국민투표가 실시되었다. 이 국민투표는 팬데믹과 함께 행정부의 의제 추진에 제동을 걸면서 우루과이의 입법 생산성을 떨어뜨렸으나,2) 결과적으로는 집권여당이 국민투표에서 승리하면서 현 정부의 국정 의제 추진이 더욱 탄력을 받게 되었다.
라카예 포우 행정부는 교육 개혁과 사회보장제도 개혁을 양대 역점사업으로 추진했는데, 이 중 사회보장제도 개혁안은 연립여당 내부에서도 치열한 논의를 거친 끝에 최종 승인을 받을 수 있었다.3) 한편 긴급제안법에는 국내 치안 강화책도 다수 포함되었으나, 강도나 절도 건수 등 일부 지표의 개선을 제외하면4) 실제 치안 강화 효과는 제한적이었다. 지금도 마약 밀매나 갱단 사이의 충돌과 관련된 살인이나 폭력사태가 빈발하는 상황에서, 우루과이 국민은 치안 부재를 매우 심각한 문제로 받아들이고 있다.5)
한편 최근에는 화제성이 높은 정치 스캔들이 발생하면서 라카예 포우 행정부의 국정 통제력이 타격을 입고 2명의 장관급 인사(내무장관, 외무장관)가 사임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 중 첫 스캔들에는 대통령 경호실장이 연루되었고, 다른 하나의 스캔들에서는 국제 마약 밀매 혐의를 받는 우루과이인에게 여권을 발급한 2개 정부 부처가 논란의 중심이 되었다.6) 비록 입법부와 사법부의 개입으로 양대 스캔들 모두가 일단락되기는 했지만, 정부의 국정 운영에는 큰 타격이 불가피했다.
여기에 더해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도래 이후로도 팬데믹의 악영향이 잔존하고 빈민층을 비롯한 사회적 취약계층을 지원하는 정책이 충분히 마련되지 못하면서 발생한 각종 사회적 문제 또한 대선을 앞둔 집권여당에 대한 평가에 영향을 주고 있다.7)
주요 정당의 대선 후보 선출 과정
2024년 6월 30일부터 우루과이 주요 정당들은 경선 과정을 거쳐 대선 후보를 선출했다. 먼저 2005~2019년 집권했던 유력 정당 광역전선은 타바레 바스케스(Tabaré Vázquez) 전 대통령, 그리고 온건파의 수장 격이었던 다닐로 아스토리(Danilo Astori) 전 경제장관이라는 2명의 정계 거물이 별세한 이후 당 지도부 재편에 들어갔다. 게다가 인상깊은 연설과 특유의 검소한 라이프스타일로 세계적 유명세를 얻은 호세 무히카(José Mujica) 전 대통령도 지도부 퇴임을 발표하면서 광역전선의 지도부는 크게 변화하였다. 6월 경선에서는 우루과이에서 두 번째로 큰 주인 카넬로네스(Canelones) 주지사 출신 야만두 오르시(Yamandú Orsi)가 무히카 파벌의 지지를 바탕으로 몬테비데오(Montevideo) 시장 출신 카롤리나 코세(Carolina Cosse)를 누르고 대선 후보로 선정되었다. 이어 광역전선은 내부 투표를 거쳐 대통령 후보에 오르시를, 부통령 후보에 코세를 지명하는 방안을 확정했다.
연립여당의 수장격인 국민당의 경우, 현임 대통령의 연임이 불가능하다는 조항 때문에 새로운 대선 후보를 물색해야 했다. 이에 따라 이루어진 경선 결과, 대통령 비서실장으로서 팬데믹 시기에 대국민 노출도가 높았던 알바로 델가도(Álvaro Delgado)가 2위 로라 라포(Laura Raffo)를 큰 표차로 누르고 대선 후보로 선정되었다. 이후 델가도 선거캠프는 노동조합원 출신으로서 최근 국민당에 입당한 발레리아 리폴(Valeria Ripoll)을 부통령 후보로 영입했는데, 경선 2위 득표자 라포를 배제한다는 이들의 결정이 당 내부에서 논란과 비판을 불러일으키면서 경선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콜로라도당(Partido Colorado, 적색당)의 대선 경선에는 총 4명의 후보가 출마를 선언하면서 일찍이 치열한 접전이 예상되었다. 이 경선은 형사소송 변호사 출신으로서 당 내 신진 파벌을 이끄는 40세 안드레스 오헤다(Andrés Ojeda)의 승리로 돌아갔는데, 선거운동 참여가 상대적으로 늦었던 그의 선전은 많은 이들의 이목을 끌었다.
여론조사를 통해 본 선거 판세
여론조사 결과 분석은 우루과이의 10월 선거 결과를 사전에 예측하는 데 유용한 수단이 되어준다. 우루과이의 저명한 정치학자 중 한명인 아돌포 가르세(Adolfo Garcé)는 △광역전선의 1차 투표 승리 △광역전선의 결선투표 승리 △집권여당의 결선투표 승리를 3대 시나리오로 설정해 분석하면서, 이 중에서도 두 번째 시나리오(광역전선의 결선투표 승리)의 실현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내다보았다.8) 이는 현재 여론 동향이 야당 광역전선에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기 때문으로, 여기에는 크게 다음의 두 가지 배경이 존재한다. 첫째, 현 정부가 시행한 경제개혁이나 팬데믹 이후 실질임금 감소세에 대한 강성 노동계 및 진보층의 불만을 광역전선이 적극적으로 대변하고 있다. 둘째, 일련의 정치 스캔들로 인해 정부의 이미지가 실추되었고, 현임 행정부의 높은 국정 통제력 확보가 어려워졌다.9)
최근 여론조사에 의하면 광역전선은 43~45% 정도의 지지율을 확보하면서 선호도 1위 정당의 자리에 올랐고, 따라서 1차 투표만으로 대선에서 바로 승리하는 것은 다소 어렵겠지만 의회 총선에서의 과반 의석 확보는 충분히 기대해볼 수 있는 상황에 있다. 반면 국민당의 경우 최근 유권자 지지율이 27%에서 22%로 내려갔고, 특히 부통령 후보 선정을 위한 내부 투표 과정에서 내홍을 겪은 이후 지지층 이탈이 관찰되었다. 콜로라도당은 이전에 6% 수준이던 지지율을 13%로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으나, 대선 결선투표에서 2위 자리를 확보해 야당에 대항하는 연립여당의 수장 자리를 노리기에는 10월까지 남은 시간이 촉박한 상황이다. 또한 결선투표에서 국민당, 콜로라도당, 카빌도 아비에르토(Cabildo Abierto), 독립당(Partido Independiente)이 참여하는 다색연합이 재차 단일후보를 내더라도, 현재의 지지율을 기준으로는 광역전선 오르시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여전히 더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림 1>은 4개 여론조사기관이 분석한 우루과이 유권자들의 정당 지지율을 보여준다.
<그림 1> . 4개 여론조사기관별 우루과이 유권자들의 정당 지지율 조사 결과(단위: %)
자료: 언론사 El País 선거동향 자료
결론: 10월 선거 결과가 대내외 정책에 미칠 영향
우루과이의 10월 선거에서 광역전선이 승리해 정권을 탈환할지, 혹은 연립여당이 정권을 사수할지의 여부는 국내외 측면 모두에서 우루과이의 미래 정책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먼저 국내정치 측면에서 바라본 이번 대선은 우루과이의 정당체제를 대표하는 중도좌파 세력과 중도우파 세력이 지난 수십 년간 경쟁해 온 역사의 연장선상에서 다시 한 번 맞붙는 좌-우 대결의 성격을 띤다고 평해볼 수 있다.10) 하지만 법치주의, 견고한 거시경제 기반, 성숙한 민주주의 등 여러 측면에서 개별 선거 결과를 초월하는 고도의 일관성을 보여온 우루과이의 특성을 감안하면, 이번 선거에서의 정권교체 여부에 따른 변화의 폭에도 어느 정도 상한선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여타 라틴아메리카 국가들과의 관계 측면에서는 광역전선이 현 정부에 비해 역내국과의 협력에 훨씬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따라서 만약 광역전선이 선거에서 승리할 경우,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Luiz Inácio Lula da Silva) 대통령이 재임 중인 브라질을 비롯한 역내국과의 연계 강화가 신정부의 중점 노력분야 중 하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광역전선의 오르시 후보가 베네수엘라 사태 해결책으로 중재를 강조한 점을 감안하면,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Nicolás Maduro) 정권을 비판하는 정책을 채택할 가능성도 낮아 보인다. 광역전선은 베네수엘라의 독재정치 심화가 우루과이 정계의 주요 화두 중 하나로 부상한 상황에서도 일부 파벌 차원의 문제 제기를 제외하면 마두로 정권에 대한 비판에 매우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여왔다. 반면 연립여당인 다색연합이 정권 재창출에 성공한다면 라틴아메리카 지역과의 협력이 중점과제에서 제외되고 베네수엘라 정권에 대해 현 정부가 취하고 있는 비판적 태도가 계속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다음으로 우루과이의 여당과 야당 모두는 자유무역협정(FTA)의 추가 체결을 비롯한 경제적 기회 모색에 긍정적이다. 다만 우루과이가 파라과이, 아르헨티나, 브라질과 함께 구성한 메르코수르(Mercosur)가 지닌 관세동맹적 성격 때문에 우루과이의 자체적 FTA 체결을 위해서는 다른 회원국과의 협상이 필요하다는 어려움이 존재한다. 비록 아르헨티나의 하비에르 밀레이(Javier Milei) 행정부는 이 문제에 개방적인 입장을 표명했지만, 메르코수르의 핵심 구성원인 브라질의 추가 동의가 없다면 우루과이가 역외 주체와의 정식 무역협상을 진행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렇기에 중국을 비롯한 주요 경제권과의 FTA 추진 필요성에 대해 초당적 공감대가 형성된 최근에 들어서도 FTA 구상의 실제 추진에는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한편 10월 선거 결과가 역외국과의 관계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먼저 중국을 대상으로 한 우루과이의 외교정책은 집권당을 불문한 일관성을 띠어 왔고, 중국에 대한 경제 및 통상 분야 의존도가 높은 현재의 상황에서 연립여당과 광역전선의 대중관도 서로 유사한 편이다. 단, 광역전선이 정권을 탈환할 경우 국방협력이나 특정 기술에 대한 투자 등에 대해 미국이 설정한 ‘레드라인’을 침범하지 않는 선에서 중국과의 연계를 더욱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날 가능성을 점쳐볼 수 있다. 한편 러시아는 우루과이의 대외정책 담론에서 별다른 비중을 차지하지 않으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둘러싼 국제적 논의에서도 우루과이는 무력사용을 규탄하고 분쟁의 평화적 해결을 지지한다는 원론적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 각주
1) Rossell & Monestier, 2021
2) Schmidt & Repetto 2022
3) Vairo & Antía, 2023
4) El Observador 2024
5) Fynn et al., 2024
6) Vairo & Antía 2023
7) La Diaria 2024
8) Interview with Adolfo Garcé on Al Weso – AWENO TV https://www.youtube.com/watch?v=h5R10VnL2YY
9) Fynn et al. 2024
10) Buquet and Piñeiro,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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