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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2024년 '슈퍼 선거의 해’, 크로아티아의 선거 현황과 경제 동향 및 개혁 추진 가능성

리투아니아 Kristijan Kotarski Faculty of Political Science, University of Zagreb Associate Professor 2024/10/04

You may download English ver. of the original article(unedited) on top.

2024년, 크로아티아에서도 ‘수퍼 선거’ 
2024년은 전 세계 73개국에서 다양한 선거가 치러지는 이른바 ‘슈퍼 선거의 해(Super Election Year)’이다. 크로아티아에서도 2024년부터 2025년 초까지 총 4회의 선거가 열리는데, 지난 2024년 4월 17일에 총선, 6월 9일에는 유럽연합(EU) 의회 선거를 치렀고 12월에는 대통령 선거가, 이어 2025년 봄에는 지방선거가 예정되어 있다. 상기한 4개 선거는 모두 저마다의 상징적 중요성을 지니지만, 이 중에서도 국가의 미래 향방에 가장 큰 영향력을 갖는 선거는 지난 4월에 열린 총선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총선에서는 지난 10년 동안 크로아티아 정계를 주도해온 중도우파 크로아티아 민주연합(HDZ)이 여전히 건재함을 과시했다. 크로아티아 민주연합은 크로아티아 역사상 최장기 재임 기록을 세운 안드레이 플렌코비치(Andrej Plenković) 총리가 소속된 집권 여당이기도 하다. 중도좌파 야당 세력이 구심점을 찾지 못하고 분열된 상황에서 열린 지난 4월 총선에서 크로아티아 민주연합은 34.4%의 득표율을 기록해 총 151개의 의석 중 61석을 차지했고, 크로아티아 민주연합 탈당 인사들을 주축으로 한 우파 성향의 조국운동당(DP)은 9.6%를 득표해 14석을 얻었다. 한편 진보진영에서는 중도좌파 성향의 사회민주당(SDP)이 25.4%의 득표율로 42석, 경제적 좌파 성향의 모제모(Možemo)당이 9.1%의 득표율로 10석을 각각 획득했고, 나머지 의석 24개는 여러 군소정당이 나누어 가졌다.1) 

크로아티아 민주연합과 조국운동당은 비록 선거운동 과정에서는 서로 적대적이었으나, 선거가 끝나자 빠르게 정부 구성을 위한 연합에 합의하고 역대 선거의 승자 진영과 전통적으로 연대해온 군소세력 의원 8명과 함께 집권 정당연합을 구축했다. 그렇게 선거 1달여 만에 출범한 크로아티아 신정부의 장관직 18개 중에서 조국운동당은 경제부 장관, 인구∙디아스포라부 장관, 농무부 장관 등 3개 직위를 배정받았고, 나머지 15개 직위 모두는 신정부에서 주도적 입지를 차지한 크로아티아 민주연합에게 돌아갔다. 크로아티아 민주연합이 이처럼 정치적으로 유리한 입지를 점하게 된 것은 많은 의석을 차지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크로아티아의 정계 거물이자 EU 의회 내 최대 세력인 유럽국민당(EPP) 내부에서도 명망이 높은 플렌코비치 총리의 정치적 영향력이 작용했음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크로아티아 신정부의 경제계획 및 주요 목표
크로아티아 신정부가 수립한 2024~2028년 경제계획은 △고용률을 70%에서 75%로 올리고 △실업률은 6%에서 5%로 낮추며, 특히 △현재 19%인 청년실업률을 10% 이하로 끌어내리는 것을 목표로 한다. 또한 플렌코비치 총리가 이끈 역대 행정부에서 전통적으로 큰 목소리를 내온 재무부는 현재 국내총생산(GDP)의 63.3%를 기록해 독일보다 약간 낮은 수준으로 집계되는 공공부채 규모를 축소해 나간다는 재정정책을 입안했다. 이 재정정책의 목적은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와 피치(Fitch)가 집계하는 크로아티아의 국가신용도를 지금의 BBB+에서 A급 이상으로 끌어올려, 이를 바탕으로 국제 자본시장의 신용을 얻고 국채 금리에 반영되는 리스크 프리미엄을 축소해 재정적 이익을 확보하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크로아티아 정부는 2028년까지 평균임금을 현재의 1,300유로(약 190만 원)에서 1,600유로(약 235만 원)로, 최저 총임금을 현행 840유로(약 125만 원)에서 1,250유로(약 185만 원)로 각각 인상하고자 하며, 평균 연금 수령액도 지금의 577유로(약 85만 원)에서 750유로(약 110만 원)로 끌어올릴 계획이다.2) 

이어 부유한 EU 회원국들과의 개발격차 해소를 지향하는 경제적 통합 측면에서 크로아티아 정부가 2028년까지 설정한 목표는 구매력 기준 1인당 GDP에서 EU 평균의 80%를 달성하는 것으로, 지금의 상황에서 판단할 때 이는 충분히 실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크로아티아는 2023년을 기점으로 유로존과 솅겐지역(Schengen Area) 모두에 정식 참여하게 되었고, 이제는 자본시장과 투자자들로부터 더욱 높은 평가를 받기 위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을 차기 목표로 삼고 있다. 솅겐지역 참여는 관광산업이 활발한 크로아티아의 경제에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으며, 유로화 도입 또한 기존 화폐의 리스크 프리미엄을 크게 줄여 공공∙민간 부채의 금리를 낮추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크로아티아의 경제 동향
2024년 5월 EU가 발표한 크로아티아의 2024년 예상 경제성장률은 몰타에 이어 EU 내 2위를 기록하였다. 크로아티아의 경제성장률은 2024년에 3.3%, 2025년에 2.9%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는데,3) 이와 같은 성장을 견인하는 핵심 요인은 견실한 개인 소비 증가이다. 2024년 7월을 기준으로 크로아티아는 연간 인플레이션이 EU 27개국 중 네 번째로 높은 3.4%를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노동시장의 초과수요 덕분에 노동자들이 수령하는 실질임금이 순성장을 달성했다.4) 게다가 건설업, 통상업, 관광업 등 분야를 중심으로 EU 외부로부터 기록적인 수의 이민 노동자들이 유입되면서 생산비용 감소로 소비여력이 증가하였다. 집권당 크로아티아 민주연합이 선거를 앞두고 표심을 잡기 위해 공공부문 근로자 24만 명의 임금을 무려 31.9%나 인상한 점도 소비를 진작하는 효과를 냈다.5)

다음으로 수출입 부문의 2023년도 실적을 살펴보면 상품 수출액은 전년도의 240억 유로(약 35조 5,000억 원)에서 230억 유로(약 34조 원)로 다소 감소했는데, 여기에는 크로아티아의 주요 교역국인 독일과 오스트리아의 성장률이 정체된 점, 특히 그 중에서도 독일이 지난 수년간 제조업 성장 정체의 수렁에 빠져 있는 점 등이 원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크로아티아는 같은 기간에 서비스 수출액은 크게 늘리고 수입액은 줄이면서 수출액 손실을 만회할 수 있었고, 관광 서비스 수익과 해외 크로아티아인 디아스포라의 개인송금도 크로아티아가 약 170억 유로(약 25조 원)에 달하는 상품무역 적자를 상쇄하는 데에 큰 역할을 했다.6) 특히 해외 디아스포라의 국내 송금액은 크로아티아 GDP의 7.5%에 달했는데, 이는 EU 회원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7) 결과적으로 크로아티아는 2023년 GDP의 1%를 약간 상회하는 규모의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할 수 있었고, 이와 같은 추세는 2024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공공부문 임금 인상으로 인한 잠재적 악영향
다만 위에서 살펴본 낙관적 단기 경제지표의 이면에는 크로아티아의 잠재적 성장률을 떨어뜨리거나 외부 충격에 대한 국가경제의 취약성을 증대시키는 장애요소들도 존재한다. 주요 선거가 밀집된 2024년의 특성상 정치적 목적에서의 공공지출이 크게 증가했는데, 그 대표적 사례가 위에서 언급한 크로아티아 사상 최대 규모의 공공부문 임금 인상이다. 해당 조치 이후 공공부문 근로자에게 지급되는 임금 총액은 GDP의 13%까지 올라갔고, 이는 덴마크에 이어 EU회원국들 중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8) 이 때문에 크로아티아의 GDP 대비 공공부채 액수는 2023년의 0.7%에서 2024년에는 2.6%로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며, 현재와 같은 안정적인 경제성장세를 유지한다고 하더라도 이 정도 규모의 공공부채 증가는 다음의 여러 부작용을 가져올 위험성이 있다.9)

첫째, 현재 다른 국가들에서 발견되는 일반적 경향과는 달리 공공부문보다 낮은 수준에서 형성되어 있는 민간부문의 임금이 추가적 상승 압력을 받게 되고, 만약 임금이 현재 수준에서 더욱 올라갈 경우 인플레이션 심화, 수출경쟁력 저하 등의 악영향이 우려된다. 크로아티아는 이미 지난 3년간 음식점∙호텔 가격 상승폭이 EU 내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관광업계 물가 급등을 경험하는 중이며, 따라서 정부의 시책에 의한 추가적 인플레이션 압력을 그대로 견디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둘째, 공공부문 임금은 - 경직적인 측면이 있다. 한 번 인상된 공공부문 임금을 인하하는 것은 정치적으로 매우 어려우며, 따라서 공공부문 임금에 투입되는 자금이 정부 재원을 계속 잠식하면서 장기적인 경제성장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우려된다. 2024년 7월 중순에는 마르코 프리모라치(Marko Primorac) 재무장관도 크로아티아 정부 지출행태의 재정적 지속가능성이 현격히 떨어진다는 문제를 인지하고, 이 점이 각 회원국의 재정적 책임성을 보장하는 업무를 담당하는 EU 집행위원회와의 마찰로 이어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여기에 더해 인플레이션이 상대적으로 진정되며 세수액의 절대적 규모까지 줄어드는 상황에서, 프리모라치 재무장관은 여타 각료들에게 정부 지출액을 기존 대비 10% 삭감할 것을 권고했다.10)

EU 선진국들과의 개발격차 해소: 기존 성과의 허와 실
크로아티아는 지난 수년에 걸쳐 적어도 외견상으로는 EU 소속 선진국들과의 개발격차를 어느 정도 줄이는 데 성공했다. <그림 1>에 따르면 크로아티아의 구매력 기준 1인당 GDP가 EU 가입 당시인 2013년에는 EU 평균의 62% 정도였으나, 2023년에는 76% 수준으로까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난다.11)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본 실상은 이보다 복잡한데, 2013년부터 2020년까지의 명목상 수치 개선은 내국인의 대규모 국외 이주로 인해 1인당 GDP 계산식의 분모가 작아지면서 발생한 일종의 착시효과로 해석해볼 여지가 있다. 다만 2021년 이후로는 인구 수가 상대적으로 안정화되면서도 1인당 GDP 성장률은 더욱 올라가는 등 실질적 측면에서의 개발격차 해소가 관찰되는데, 이러한 긍정적 변화의 배경에는 다음과 같은 요인들이 있다. 첫째, 팬데믹에 따른 크로아티아 내 사회∙경제적 제약조치가 비교적 빠른 시기에 종식되면서 관광업계가 탄력을 받았다. 둘째, 2020~2023년 외국인직접투자(FDI) 누적 유치액이 122억 6,000만 달러(약 16조 4,000억 원)를 기록하면서 2013~ 2019년 누적 유치액인 103억 달러(약 13조 8,000억 원)을 이미 뛰어넘는 등 FDI 유입액이 빠른 회복세를 보였다.12)

<그림 1> 2013~2023년간 크로아티아의 인구 수 및 구매력 기준 1인당 GDP 추이


자료: EU 통계청(Eurostat)


셋째, 크로아티아가 EU 예산으로부터 지원받는 금액이 크게 증가한 점도 중요한 기회요소였는데, 특히 EU 회원국 중 발전수준이 낮은 국가들을 순수혜국으로 하는 EU결속 정책(EU Cohesion Policy) 및 농업 부문 정책이 크로아티아 지원의 주요 수단이 되어주었다. 크로아티아는 최근 수년간 EU 지원금 제도의 최대 수혜국으로 부상했으며, 크로아티아가 EU로부터 수령한 자금의 GDP 대비 평균 규모는 대규모 순수혜국이 다수 분포한 지역인 동유럽이나 남유럽에 비해서도 높은 수준이었다(<그림 2> 참조).13)

<그림 2> 2021~2023년간 EU 회원국들의 EU 자금 순유입* 규모(GDP 대비 비율)


*EU 예산 및 코로나19 이후 회복∙복원력 기금(RRF) 편성액 기준
자료: EU 집행위원회


하지만 지금 당장의 우호적 경제환경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는 크로아티아의 개발수준이 앞으로도 EU 평균의 85% 언저리에 계속 정체될 위험성에 대해 경고하기도 한다. 이 측면에서 크로아티아가 미래에 경험하게 될 시나리오는 앞으로의 대처방식에 따라 포르투갈의 사례, 혹은 아일랜드의 사례와 유사성을 띠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포르투갈과 아일랜드는 1990년대 초반에는 개발수준이 서로 유사했지만 그 이후로는 크게 상이한 발전 경로를 보였는데,14) 이 중 지난 40여 년간 EU 지원금 최대 수혜국 중 하나였던 포르투갈은 해당 자금을 바탕으로 유의미한 성장을 달성하는 데에 실패했다. 반면 아일랜드는 EU 가입 직후 대량의 EU 지원금을 수령하면서도 자체적 성장동력을 발굴하고 경제적 생산성을 제고하는 데에 성공했으며, 이 덕분에 잦은 환란을 겪으며 빈번한 인구 유출을 경험했던 지난 역사를 극복하고 선진국으로 자리잡을 수 있었다.

결론: 크로아티아 경제 개혁의 실현 가능성
크로아티아가 진정한 의미에서 개발격차를 해소하고 경제적 회복력을 신장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적극적 경제성장 지원책이 필요하다. 크로아티아는 다행히 관광업 일변도의 기형적 경제구조라는 문제로부터는 자유로우나, 국가경제 전반의 생산성이 여타 EU 회원국들에 비해 떨어진다는 핵심적인 약점을 안고 있다. 특히 국영기업체의 부실운영은 크로아티아의 생산성을 크게 떨어뜨리는 요소인데, OECD의 상품시장 규제지수(OECD Product Market Regulation indicators)에 따르면 크로아티아의 경쟁 친화적 규제 수준은 OECD 평균을 크게 하회하며, 이는 크로아티아 정부의 관련 문제 해결 노력이 충분치 못하다는 사실을 방증한다.15)

아울러 창업 촉진과 금융비용 절감 등 자본시장의 개발 필요성에 대한 크로아티아 국내 인식이 저조하다는 점, 그리고 금융업계의 은행기관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한편 현재 경제적 개발수준에 비해 GDP의 5%에 해당하는 금액을 과도하게 지출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 크로아티아가 장기적 지속가능성을 결여한 교육 및 연금제도에 대한 개혁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는 점도 위험요소 중 하나이다.

정치경제학계의 연구에 의하면 특정 개혁에 대한 선거 역풍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가능한 한 임기 초에, 그리고 경기가 우호적일 때 개혁을 진행할 필요가 있다.16) 따라서 4월 총선 후 신정부가 구성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경제적으로도 활황인 지금이 크로아티아 경제 개혁의 적기인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유권자층 중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많은 수의 연금생활자, 국영기업 및 공공부문 근로자들이 정부의 대규모 개혁 시도에 반발할 위험성도 존재한다.

현재 연립정부의 주요 구성원인 크로아티아 민주연합은 크로아티아 독립 이후 32년간의 역사 중 24년을 집권여당으로 지냈으며, 이 긴 시간에 걸쳐 정책결정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세력들을 만들어내고 이들과의 관계를 다져왔다. 하지만 크로아티아 국가경제의 발전에 필요한 개혁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필요하다면 기존의 동맹세력 중 일부와의 대립도 무릅쓰는 정치적 용기가 필요하다. 이는 즉, 크로아티아 정부가 지금처럼 객관적 지표가 우호적인 시기를 놓치지 않고 개혁에 돌입할 수 있을지의 여부가 지도자들의 의지에 달려있음을 의미한다.



* 각주
1) Croatian State Electoral Commission. (2024)
2) Government of the Republic of Croatia. (2024)
3) European Commission. (2024a)
4) Eurostat. (2024c)
5) Lider. (2024a)
6) Croatian Bureau of Statistics, 2024
7) Eurostat. (2024b)
8) Eurostat. (2024c)
9) European Commission. (2024b)
10) Lider, 2024b
11) Eurostat. (2024d)
12) World Bank, 2024
13) European Commission. (2024b)
14) Šonje, 2024a
15) Šonje, 2024b
16) Furceri et al.,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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