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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르완다 농업협동조합의 현황과 과제: 지속가능한 발전을 향한 도전

아프리카ㆍ 중동 기타 권오철 열매나눔인터내셔널 지부장 2025/02/17

자료인용안내

자료를 인용, 보도하시는 경우, 출처를 반드시 “ EMERiCs 아프리카ㆍ중동 ”로 명시해 주시기 바랍니다.

르완다 농업의 현주소
르완다는 중동부 아프리카에 위치한 작은 국가로 1994년 내전 중에 벌어진 제노사이드로 약 100만여 명의 국민이 대량 학살되는 비극을 겪었다. 이후 상처를 극복하고 정치·경제적으로 빠르게 성장하며 지난 10년간 평균 8%대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 그러나 이러한 성장의 이면에는 여전히 고질적인 문제가 존재하고 있다. 2023년 기준 1인당 GDP1)는 994달러(약 144만 6,000원)에 불과하며, UNDP가 국가별 기대수명, 1인당 국민소득 등을 종합해 발표하는 인간개발지수(Human Development Index)2) 는 2021년 기준 193개 국가 중 161위를 기록하여 여전히 최빈국(Least developed country)으로 분류되고 있다.

현재 르완다 인구의 80%3) 이상이 농촌에 거주하고 있는 만큼 농업은 르완다 경제에서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한다. 르완다 국가통계청(NISR: National Institute of Statistics of Rwanda)의 보고서에 따르면, 농업 부문은 GDP의 27% 및 전체 고용의 70%를 차지하는 등 르완다의 사회경제적 구조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농업 잠재력을 제한하는 다양한 과제에 직면해 있다.

르완다 농업의 구조적 문제점
르완다 농업이 질적·양적 성장을 이루지 못하는 데에는 복합적인 원인이 있다. 주민 대부분이 농업에 종사하지만 생계형 자급자족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며, 시장 접근성 제약 및 유통망 미비로 인해 신선 농산물의 유통이 매우 제한적이고 약간의 잉여 농산물을 인근 시장에만 판매하여 수익성이 매우 낮다. 실제 작물 수확량이 기대치의 40~50%에 불과하며, 이는 비효율적인 농업 관행, 기계화 부족, 비료 등 고품질 농업 투입재 사용 부족, 기후 회복력 있는 씨앗과 품종 채택률 저조 등에 기인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4)의 2020년 보고서에 따르면, 농지를 보유한 르완다 농가의 가구당 평균 경지 면적은 0.1~0.2헥타르(ha)가 26.3%, 0.2~0.5ha가 25.4%, 0.5~1 ha가 20.5%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농가당 평균 경지 면적이 약 1.5ha인 것과 비교해 보면 르완다의 가구당 농지 면적은 매우 협소하다. 르완다 전체 농가 중 72.2%가 1ha 미만의 소규모 농지에서 농사를 짓고 있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어려운 상황임을 알 수 있다. 토지를 소유 또는 임대할 수 없는 취약계층 농민들은 대부분 소작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토지를 소유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생산량이 워낙 적어 지속적인 농업 발전의 동력을 제공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르완다의 증가하는 인구도 이러한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르완다 농민 대부분은 개별농가 형태로 농업에 종사하고 있다. 농사에 필요한 토지를 임대한 상태이거나 소유하고 있고, 조합 가입비를 부담할 여력이 있는 개별농가는 농업 협동조합에 가입할 수 있다. 그러나 많은 영세 농가가 이를 감당하지 못해 조합원 자격을 취득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조건을 충족하여 협동조합에 가입한다고 하더라도, 조합의 규모가 작고 농업 생산이나 조직 관리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부족하여 조합원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 못하고 비효율적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이와 같은 소규모 개별단위 농가나 협동조합은 자원과 역량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변화하는 시장이나 기후위기 등과 같은 외부환경에 적절한 대응이 어렵고, 이는 다시 빈곤의 굴레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원인이 된다.5)
 
기후변화에 대한 높은 취약성도 르완다의 농업 성장에 악영향을 미친다. 월드뱅크(Word Bank)가 2021년 발표한 ‘기후위기 국가별  상황: 르완다(Climate Risk Country Profile: Rwanda)’ 보고서에 따르면 1970년에서 2016년 사이 르완다의 연평균 기온은 지역별로 1.4~2.6℃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6) 이러한 기후 변화는 빈번한 가뭄, 홍수, 토양 침식을 유발하며, 국토 대부분이 언덕과 산으로 이루어져 있는 르완다의 지형적 특성상 상당한 규모의 인명피해로도 이어지고 있다. 특히 개별농가의 영세한 농업 구조는 이러한 기후변화의 위험에 매우 취약하여 빈곤의 악순환을 심화한다.

르완다 정부의 노력: PSTA5를 통한 농업 혁신
르완다 정부는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2024년 12월 ‘르완다 농업 변혁을 위한 제5차 전략계획(PSTA5: Fifth Strategic Plan for Agriculture Transformation)’을 공식 발표했다. PSTA5는 ‘회복력 있고 지속 가능한 농식품 시스템 구축’이라는 목표 아래 2024년부터 2029년까지 5년 동안 시행될 예정이다. PSTA5는 르완다 비전 2050, 국가변혁전략(NSTⅡ: National Strategy for Transformation 2024 -2029)에 따라 농업 부문 현대화를 지원할 것이며,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와 같은 글로벌 프레임워크에도 부합한다. 르완다 정부는 이러한 전략을 통해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식량 안보를 강화하며 경제성장을 촉진할 계획이다.

PSTA5는 습지 개발, 혼농임업(Agroforestry), 관개 인프라 등에서 상당한 성과를 거둔 PSTA4(2018~2024)의 성과를 바탕으로 기후변화 대응 및 농업 투자 증가의 필요성과 같은 지속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목표로 하며, 회복력 있고 지속 가능한 농식품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아래 세 가지 핵심 과제를 추진할 예정이다.

첫째, 기후에 강한 농식품 시스템을 위한 농업 생산의 현대화이다. 기후 스마트 농업기술을 도입하고, 농업 및 축산업의 생산성을 높이는 데 중점을 둔다. 구체적으로는 기후변화 대응 작물 도입, 정밀 농업 기술 적용, 스마트 관개 시스템 구축 등이 포함된다. 이를 통해 2029년까지 농업 생산성을 현재의 2배 수준으로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둘째, 지속가능한 농식품 시스템을 위한 포괄적인 시장 관리를 계획한다. 농산물 수출을 촉진하고 시장 연계성을 강화하며, 수확 후 관리 체계를 개선하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 전국에 20개의 농산물 집하장을 신규 건설하고, 콜드체인 시스템을 구축하며, 디지털 마케팅 플랫폼을 도입할 계획이다.

셋째, 농식품 시스템 기반 강화다. 연구개발 확대, 디지털화 추진, 리스크 관리 체계 구축 등을 통해 농업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도모한다. 특히 농업기술 연구소 설립, 농업 빅데이터 센터 구축, 농업보험 확대 등이 주요 과제로 포함되어 있다.

르완다 정부는 이같은 PSTA5 5개년 전략을 통해 낮은 생산성, 식량 불안정, 제한된 상업화와 같은 시급한 문제를 해결하고, 가뭄 및 홍수와 같은 기후위기에 대한 회복력을 강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통해 2029년까지 연평균 6.5%의 농업 성장률 달성, 15억 4,000만 달러(약 2조 2,408억 원)의 수출 수익 증가, 농식품 시스템에서 64만 4,000개 이상의 일자리 창출을 달성할 계획이다. 또한, 여성의 농업 참여율을 72%로 확대하고 농업 기업가 정신 프로그램과 디지털 리터러시 이니셔티브를 통해 청년들을 위한 기회를 창출하는 데 중점을 둘 예정이다.

협동조합의 혁신과 미래
이러한 르완다의 지속가능한 농업 발전을 위해서는 협동조합의 혁신이 필수적이다. 협동조합은 규모의 힘과 자원의 공동화를 통해 조합원에게 이득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조합원들은 협동조합에 가입함으로써 협상력 제고, 비용 절감과 개별 농가가 재배하거나 접근하기 어려운 상품이나 서비스의 획득을 통한 전반적인 소득 증가를 도모할 수 있다. 민주적인 공동 의사결정과 조합원의 자립심과 자기 효능감에 대한 믿음을 장려할 수 있어, 협동조합은 빈곤 감소와 자립역량 강화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2022년 기준, 르완다에는 총 1만 981개의 협동조합이 있으며 약 530만 명이 협동조합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특히 전체 협동조합 중 45.9%가 농업 분야에 집중되어 있어, 농업 발전의 핵심 동력이라 할 수 있다.7) 

르완다 내 협동조합의 발전 과정을 살펴보면, 1949년 벨기에 식민시절 최초의 협동조합 조례가 제정되었으나 형식적인 관료주의, 비효율적인 법률 시스템 등으로 여러 난관을 겪다가 마침내 1988년 르완다 협동조합법이 제정되었다. 그 후 새로운 정책과 입법적 기틀이 마련되었고, 2007년 마침내 협동조합 조직의 설립과 기능을 결정하는 현재 수준의 협동조합 법률이 공포되었다. 이러한 제도적 발전을 바탕으로 르완다의 농업 협동조합은 △규모의 경제를 통한 비용 절감, △협상력 강화, △새로운 현대식 농업 기술과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 향상, △작물 다각화 및 품질 개선 등 다양한 이점을 제공하고, 르완다 사회·경제적 발전을 촉진하고 취약계층의 빈곤 완화에 중추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르완다 농업협동조합은 다음과 같은 과제들을 해결해야 한다. 

첫째, 현대식 농업기술의 도입이다. 농업에서 최신 기술의 활용은 매우 중요하다. 예를 들어, 토양검정, 정밀시비(Precision Fertilizing), 통합적 병해충 관리(IPM: Integrated Pest Management) 등 과학적 농법을 도입하고, 기후와 토질에 적합한 작물을 선택하여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

둘째, 기후위기 대응 능력 강화이다. 기후변화에 강한 작물 재배, 관개 및 물 관리 시스템 개선, 농업보험 확대 등을 통해 기후변화에 대한 회복력을 높여야 한다.

셋째, 협동조합 운영의 전문화이다. UN 식량농업기구(FAO)의 협동조합 발전 모델을 참고하여, 재무관리, 마케팅, 품질관리 등 경영 전반에 걸친 전문성을 확보하고, 조합원 중심의 민주적 운영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넷째, 가치사슬 혁신이다. 농업의 가치사슬은 농작물을 생산하고, 가공하고, 유통하고, 판매하는 전 과정을 포함한다. 이 과정에서 부가가치를 높여서, 더 많은 이익을 얻고, 해외 시장에도 농산물을 수출하여 새로운 성장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이러한 과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도 중요하다. 르완다 정부는 VISION 2050과 NSTⅡ을 통해 협동조합의 역할을 강화하며, 특히 △농업발전기금을 통한 저리 융자 제공과 같은 협동조합 금융 지원, △농업기술교육센터 운영을 통한 기술교육 지원, △시장 접근성 개선 및 디지털 전환 지원과 같은 정책적 지원을 제공할 계획이다. 한국 정부도 르완다의 빈곤퇴치와 경제·사회 개발을 위한 지원 제공에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있다. 한국국제협력단(KOICA: Korea International Cooperation Agency), 기아(KIA) 자동차 등 다양한 기관과의 협력을 통해 농촌개발협력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르완다 내 농촌 취약계층의 경제·사회·정서적 자립을 지원할 전문 인력을 파견하여 개발협력 프로젝트의 기획, 수행, 평가 및 모니터링 등 프로젝트 운영을 총괄하도록 하고 있다. 

국제적인 지원과 르완다 정부의 계획 및 전략에 발맞추어 농업협동조합은 커뮤니티 결속력을 더욱 강화하고 지속가능한 자립구조를 마련해야 한다. 여전히 생산성이 낮은 자급자족형 농업에 머무르고 있어 효율성과 생산율이 낮다는 것을 자각하고, 농업 가치사슬 전반의 개선을 통한 고부가가치 산업으로의 구조적 전환을 추구해야 한다. 협동조합원들은 전통방식의 농업활동에서 탈피하여 현대식 농업기술을 함양하고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비료와 퇴비, 약품 등을 적절하게 사용하며 토질과 기후를 분석하여 시기에 맞는 환금성 작물을 재배하는 등 다양한 도전을 해야 한다. 또한, 협동조합 운영 관리 역량을 강화함으로써 조합원 중심의 조합 운영이 이뤄질 수 있도록 주도적인 자치 역량이 강화되어야 한다. 

이제 르완다 농업협동조합은 새로운 도약의 기로에 서 있다. 국제사회의 지원, 정부의 혁신적인 정책과 협동조합의 자발적인 혁신 노력이 조화를 이룰 때, 르완다 농업은 진정한 의미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단순한 경제성장을 넘어, 농민들의 소득 증가를 통한 경제·사회적 자립, 삶의 질 향상과 국가 전체의 균형 있는 발전으로 이어질 것을 기대한다.


* 각주
1) https://tradingeconomics.com/rwanda/gdp-per-capita
2) http://hdr.undp.org/en/countries/profiles/RWA
3) https://data.worldbank.org/indicator/SP.RUR.TOTL.ZS?end=2020&locations=RW&start=1981
4)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림업 분야 중점 협력국별 국제개발협력 전략 수립(3차년도): 르완다 (2020)
5) KOICA, 교육자료 농어촌개발 2017-01-004 협동조합을 활용한 ODA사업모델, (2017)
6) World Bank, RWANDA - Climate Change Knowledge Portal
7) Rwanda Cooperative Agency, Statistics of cooperatives in Rwanda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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