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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아프리카의 농업과 식량 안보 현황
아프리카ㆍ 중동 일반 Samuel Igbatayo Afe Babalola University, Nigeria Professor of economics 2025/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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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 아프리카의 핵심 산업
아프리카에서 농업은 막대한 사회경제적 영향력을 지닌 핵심 산업이다. 세계은행(World Bank)에 따르면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의 연간 국내총생산(GDP)에서 농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1%에 달하며, 인구의 60% 이상이 농업에 종사하고 있다.1) 그러나 수세기에 걸친 과잉 착취와 수십 년간의 투자 부족으로 아프리카의 농업 잠재력은 여전히 충분히 발현되지 못하고 있다. 앙골라, 에티오피아, 나이지리아, 르완다, 짐바브웨 등 아프리카 각국에서 농업은 경제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지만, 낮은 생산성이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2003년 모잠비크 마푸투에서 열린 아프리카연합(AU: African Union) 정상회의에서는 '농업 및 식량·영양 안보에 관한 마푸투 선언(Maputo Declaration on Agriculture and Food Security)'이 채택됐다. 이 선언을 통해 아프리카 각국 정상들은 농업 생산성 향상과 농촌 개발을 위한 투자 확대를 약속했다. 이러한 노력은 2005년 국제연합(UN) 새천년프로젝트 보고서로 이어졌는데, 이 보고서는 아프리카의 기아와 빈곤 해결을 위한 핵심 전략으로 ‘농업 생산성의 2배 이상 증대’를 제시했다.2)
아프리카의 농업 생산성 목표는 2015년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에도 반영됐다. SDG 1번과 2번 목표는 농업 생산성과 연계돼 있으며, 특히 SDG 2.3 세부목표는 ‘2030년까지 소규모 식량생산자의 농업 생산성과 소득을 2배로 늘린다’는 구체적인 과제를 국제사회에 제시했다. 이러한 공적 약속에 따라 농업 연구에 대한 지출이 2000년대 초반부터 꾸준히 증가했다. 새천년 들어 처음 15년 동안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의 공공부문 연구 지출은 연평균 20억 달러(약 3조 원)를 상회했다. 그러나 농업 생산성에 대한 투자 증가에도 불구하고, 아프리카는 여전히 식량·영양 안보 문제를 겪고 있다. 급격한 인구 증가로 인해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의 영양실조 유병률(PoU: prevalence of undernourishment)은 인구의 22.8%에 달한다.3) 또한 이 지역의 인구는 연평균 2.55%씩 증가하고 있어4) 식량 수요 역시 계속 늘어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아프리카는 최근 식량 안보 확보를 위해 연평균 350억 달러(50조 9,215억 원) 규모의 식량을 수입하고 있다.5) 하지만 아프리카의 식량 상황은 단시일 내에 개선이 난망하며 기아 종식을 목표로 하는 2030 지속가능발전목표(SDG) 2번 달성도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UN 아프리카경제위원회(UNECA: United Nations Economic Commission for Africa)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아프리카에서 약 8억 6,800만 명이 중등도 이상의 식량 불안 상태에 놓여 있으며, 이 중 약 40%에 달하는 3억 4,200만 명은 심각한 식량 불안 상태 것으로 나타났다.6) 본고에서는 아프리카의 농업과 식량 안보 현황을 점검해 보고, 농업 생산성 향상과 식량·영양 안보 관련 도전과제 및 기회 요인을 분석해 보고자 한다.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의 농업 생산성
농업 생산성 향상은 식량·영양 안보의 핵심이다. 아프리카의 낮은 농업 생산성은 역내 노동력의 절반 이상이 농업에 종사하고 있으며, 이들 중 대다수(82%)가 영세 농민이라는 사실로 설명된다.7) 농작물 생산을 위한 경작지 면적은 2007-09년 1억 9,620만 헥타르(ha)에서 2017-19년 2억 1,010만 ha로 늘어나 지난 10년간 소폭 증가하였다. 옥스퍼드 비즈니스 그룹(Oxford Business Group)에 따르면, 수확량 증가는 고수확 종자와 비료 등 핵심 투입재에 대한 접근성 개선, 농업 기술 관리 최적화, 관개 시설을 포함한 인프라 개발을 통해 이루어질 수 있다.8) 아프리카에서도 수확량 증대를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으나 여전히 아프리카의 작물 수확량과 생산성은 세계 평균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예를 들어 옥수수의 평균 생산성은 아시아와 남미가 아프리카보다 약 2.5배 높고, 북미는 6배나 높다. 또한 아프리카의 쌀 생산성은 아시아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며, 북미의 쌀 생산성은 아프리카의 약 4배에 달한다. 2010년부터 2020년까지 아프리카의 옥수수와 쌀의 평균 생산성 증가율은 정체 상태를 보였다. 밀 생산성은 2011년 세계 평균 수준까지 증가했으나, 이듬해 다시 하락했다. <표 1>은 2007년부터 2019년까지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의 주요 농산물 생산 추이와 2029년 전망치를 보여준다.
<표 1> 사하라 이남의 농업 생산량 현황
자료: Source: OECD-FAO, 2020
UN 식량농업기구(FAO)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아프리카 대륙의 농작물 생산량이 크게 증가하여 근류 및 서류작물의 생산량은 2010년부터 2019년까지 연간 3.67%의 성장률을 기록했고, 평균 연간 생산량은 2007-09년 5,674만 톤에서 2017-19년 8,682만 톤으로 증가했다. 전망치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9년까지 연간 성장률은 2.28%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며, 2029년에는 연간 생산량이 1억 1,200만 톤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아프리카에서 가장 널리 재배되는 작물인 곡물 역시 비슷한 생산성 증가를 보였다. 평균 생산량은 2007-09년 1억 970만 톤에서 2017-19년 1억 4,100만 톤으로 늘었다. 전망치는 2020년부터 2029년까지 연간 성장률이 1.66%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하며, 2029년에는 생산량이 1억 6,940만 톤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9)
주목할 만한 점은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의 작물 수확량이 자연 서식지 훼손을 대가로 치르면서도 세계 평균에 못 미친다는 사실이다. 이 지역의 식량 생산 증가는 주로 더 많은 토지를 농지로 전환하는 외연적 농업 확장에 의존해왔다.이는 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통해 수확량을 늘린 다른 지역들과는 큰 대조를 이룬다. <그림 1>은 2018년 남아시아와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의 곡물 생산량을 보여준다. 1980년 이후 남아시아의 생산량이 133% 증가하는 동안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의 생산량은 3배로 늘어났지만, 남아시아의 생산량 증가가 단위 면적당 수확량 향상에서 비롯된 반면,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의 단위 면적당 수확량 증가율은 36%에 그쳤다. 이 지역의 생산량 증가는 거의 전적으로 농지 면적 확대에 의존했는데, 경작지가 4,800만 ha에서 1억 1,200만 ha로 2배 이상 늘어났다. 이처럼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서는 농업 생산량 증가를 위해 자연 서식지를 농지로 전환하는 대가를 치렀다.
<그림 1> 남아시아와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의 1980-20218년 곡물 생산량과 농지 면적 증가 현황
자료: Ritchie, 2022
아프리카의 농업 생산성은 국가별/ 지역별로 큰 차이를 보인다.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의 농업 생산성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이 지역의 수확량 증가는 소수 국가에 집중되어 있다.10)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44개국의 생산성 잠재력을 분석한 결과, 9개국이 전체 생산성의 60%를 차지했으며, 이 중 에티오피아, 나이지리아, 탄자니아 3개국이 전체의 절반가량을 차지했다. 북아프리카와 남아프리카에서는 관개 시설 개선과 높은 기계화율 덕분에 특정 부문에서 생산성이 크게 향상됐다. 이들 지역의 생산성은 아프리카 지역 평균을 크게 웃돌며, 동남아시아와 라틴아메리카 수준에 근접했다. 아프리카 대륙 내 농업 생산성의 지역별/ 국가별 격차 또한 극복해야 할 주요 과제이다.
아프리카 식량 체계의 주요 동인
아프리카의 식량 체계는 모든 시민에게 적절한 영양을 제공하는 데 실패하고 있다. 이는 낮은 생산성, 분쟁, 경제 불안, 기후변화, 그리고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다. 이 지역 인구의 20% 이상인 2억 5,700만 명이 영양실조 상태에 있다.11) 전체 지역에서 영양 결핍 인구 비율은 2010년 19.1%에서 2017년 20.4%로 증가했다. 세계은행은 북아프리카의 경우 같은 기간 영양실조 비율이 5%에서 8.5%로 증가했다고 보고했다.12)
국제환경개발연구소(IIED)는 2023년 보고서를 통해 아프리카 식량 체계의 주요 동인을 다음과 같이 제시했다.
1. 인구 증가
- 늘어나는 식량 수요가 토지, 물, 에너지 등 자연 자원에 압박을 가함
2. 도시화
- 가공식품과 축산물 소비 증가로 인한 식단 변화 초래
3. 중산층 성장
- 소득 증가로 인한 식단 변화
- 비공식 유통에서 공식 유통 채널로의 전환
4. 아프리카 역내 무역 증가
- 국내 생산만으로는 식량 수요를 충족하지 못하는 국가들이 글로벌 수입 대신 지역 내 수입을 통해 식량 확보 가능
5. 기후변화
- 농업 생산성 감소
- 농작물 및 축산 생산의 위험 증가
- 농업 확장 가속화
6. 전 분야의 기술 혁신과 변화
- ICT와 농업 가치사슬 포함
- 환경 영향 모니터링 및 완화를 위한 기회 제공
7. 자본과 투자 원천의 변화
- 개발원조 대비 외국인직접투자(FDI) 비중 증가
8. 정부 요인
- 정책, 제도, 시장 등이 해당 분야의 효과적인 규제 의지와 능력을 결정
9. 글로벌 교란 요인
- 분쟁, 팬데믹 등으로 인한 공급망 혼란
- 환경적으로 유해하고 지속 불가능한 생계 방식으로의 전환 강요
지속 불가능한 식량 체계로 인해 아프리카는 국내 생산을 보완하기 위한 식량 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심각한 기아에 직면한 국가들에 대한 국제 인도적 지원의 일환으로 분쟁 취약국에 제공되는 식량 원조 외에도, 이 지역은 지난 수십 년간 식량 수입을 지속해왔다. 식량 수입 비용은 꾸준히 증가하여 현재 연평균 350억 달러에 달한다. 이는 이 지역의 부족한 외환 보유고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아프리카의 식량·영양 안보
식량·영양 안보는 특히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서 지속적인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UN 아프리카경제위원회 보고서는 아프리카의 식량·영양 안보 현황에 대한 우려스러운 추세를 보여준다.13)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아프리카의 영양실조 인구는 약 2억 8,200만 명으로,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5,700만 명이 증가했다. 이 지역에서 약 8억 6,800만 명이 중등도 또는 심각한 식량 불안 상태에 처해 있으며, 중앙아프리카, 동아프리카, 서아프리카에서는 인구의 3분의 2 이상이 중등도 또는 심각한 식량 불안을 겪고 있다. 이러한 상2 황에서 아프리카는 2030 지속가능발전목표(SDG) 2번의 식량·영양 목표와, 2025년까지 아프리카 전역의 기아 종식과 농업 전환을 목표로 하는 2014년 말라보 선언(Malabo Accord )14)에 따른 말라보 목표 달성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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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각주
1) Igbatayo, 2020
2) World Bank, 2023
3) FAO, 2020
4) Aspenia online, 2023
5) Africa News, 2024
6) UNECA, 2023
7) Ritchie H., 2022
8) Oxford Business Group, 2021
9) OECD, 2020
10) Goedde et al., 2019
11) Braun et al., 2023
12) World Bank, 20201
13) UNECA, 2023
14) Malabo Accord: 2014년 아프리카 연합(AU: African Union) 정상회의에서 채택된 협정으로, 아프리카 대륙의 농업 개발과 식량 안보 강화를 목표로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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