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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미국 우선주의’ 트럼프 2기 행정부 경제 정책과 아프리카의 대응

아프리카ㆍ 중동 일반 서상현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 2025/03/04

자료인용안내

자료를 인용, 보도하시는 경우, 출처를 반드시 “ EMERiCs 아프리카ㆍ중동 ”으로 명시해 주시기 바랍니다.

2025년 1월 20일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미국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미국 우선주의를 표방하는 트럼프노믹스(Trumpnomics) 경제 정책이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선 정부 효율성 부서(DOGE: Department of Government Efficiency)를 창설한다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테슬라(Tesla)의 최고 경영자이자 억만장자인 일론 머스크(Elon Musk)와 과소정부주의자로 알려진 비벡 라와스라미(Vivek Ramaswamy)가 이끄는 DOGE는 정부 지출과 낭비를 줄여 재정적자 폭을 대폭 감축하는 것을 목표로 운영될 예정이다. 여기에는 DOGE의 고문인 론 폴(Ron Paul) 전 미국 하원의원이 제안한 외국 원조 ‘전면 폐지’ 방안이 포함되어 있다. 이는 외국 원조가 미국의 빈곤층과 중산층으로부터 돈을 빼앗아 개발도상국 엘리트들에게 이익을 준다는 주장에 근거한다.

미국이 외국에 대한 원조를 중단한다면, 이에 크게 의존하는 아프리카 국가들에게는 상당한 충격을 줄 전망이다.  미국이 실제로 대외정책에서 외국 원조를 전면 폐지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하더라도, 아프리카 각 정부는 최소한 상당한 규모의 원조금 삭감에 대비해야 할 필요가 있다. 미국은 아프리카 최대 원조 지원국으로 연간 1백억 달러(약 14조 3,340억 원) 이상을 제공하였다.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전체의 원조금 유입액이 약 600억 달러(약 86조 40억 원)라는 점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엄청남을 알 수 있다.

론 폴 전 하원의원의 주장은 외국 원조가 종종 현지 엘리트들을 부유하게 만드는 도구로 작용할 뿐, 대중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주지 못한다는 비판과 맥을 같이한다. 수십 년 동안 아프리카 국가들은 보건, 교육, 인프라 등 핵심 분야의 재정을 외국 원조에 의존해왔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대규모 원조 삭감을 강행한다면, 이는 많은 아프리카 정부들이 재정 전략을 재구성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변화는 외부 자금에 지나치게 의존해 왔던 아프리카 정부들에 경종을 울리며 재정적 취약성을 개선하고 대체 수입원을 모색해야 할 필요성을 부각시킨다.


<표 1> 미국의 연도별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원조 지원액 현황
(단위: 억 달러)


자료 : USAID, 2025년 1월


트럼프노믹스 하에서 미국은 자국의 이익에 따라 원조 우선 순위를 설정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에 명확한 이익을 제공하는 이니셔티브를 중심으로 원조를 배정한다는 뜻이다. 트럼프 1기에 발족한 ‘프로스퍼 아프리카(Prosper Africa)’ 프로그램은 계속 운영될 가능성이 높은데, 이 프로그램은 기본적으로 아프리카와의 무역 및 투자 증대를 통해 미국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구상된 것이기 때문이다. 아프리카 정부는 자국과의 협력이 미국에 이득이 되는 실질적인 경제적 가치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입증해야 할 것이다.

무역 전쟁과 여파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외교 정책은 특히 중국과의 무역 갈등을 재점화할 가능성이 크다. 아프리카 국가들이 무역 전쟁의 직접적인 대상이 아닐지라도, 아프리카 대륙 전체에 필연적으로 그 여파가 미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국은 아프리카의 최대 무역 상대국으로, 미국이 핵심광물 등 민감 품목에 대한 대중 협력 관계 단절 등을 요구할 경우에는 경제에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 또한,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시행이 확실시되는 보호 무역 정책은 미국의 인플레이션 상승으로 이어지고, 이에 대한 대응으로 연방준비제도(FED: Federal Reserve Board)는 금리 인상을 추진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전 세계적으로 강달러 현상이 나타나며 미국 달러에 크게 의존해 부채를 상환하는 아프리카 국가들에게는 심각한 도전 과제를 안겨주게 된다. 특히 차입 비용 상승은 재정 압박과 그에 따른 경제 불안정을 심화할 수 있다.

더욱이,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인상 및 외국산 제품에 대한 보편적인 10% 소득 관세 부과 가능성은 무역 흐름을 방해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아프리카 무역 관계의 초석인 아프리카 성장 및 기회법(AGOA: African Growth and Opportunity Act)도 10년이 아닌 단 1년만 갱신되었는데, 아프리카 국가들은 AGOA 이후의 시대에 대비하여 미국 시장에 접근하기 위한 협상을 진행해야 한다. AGOA는 2000년부터 미국과 아프리카 경제 협력의 핵심으로 자리 잡아왔다. 이 일방적인 무역 특혜 프로그램은 아프리카에서 생산되는 1,800개 품목에 대해 미국 시장에 관세 없이 접근할 수 있도록 하며, 이는 다른 지역에는 제공되지 않는 혜택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취할 수 있는 아프리카에 가장 도움이 될 중요한 조치는 2025년 9월 AGOA 만료 이전에 AGOA를 갱신하도록 미 의회를 독려하는 것이다. AGOA를 최소 10년(이상적으로는 더 긴 기간) 갱신하고, 일부 국가들의 중소득국 지위에 따른 '졸업’(혜택 면제) 문제를 해결하는 등의 실질적인 개선 조치를 통해 아프리카 자유 무역 지대(AfCFTA)의 잠재력을 실현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향후 미국과 아프리카와의 주요 교역 품목 중 하나는 청정에너지와 군사 물자에 사용되는 핵심광물이 될 것이다. 트럼프 1기 시절인 2020년 미국 정부는 △ 미국의 경제 또는 국가 안보에 필수적이고 △ 공급망이 중단되기 쉬운 광물을 ‘핵심광물’로 정의했다. 여기에는 50여 종의 광물이 포 함되어 있는데, 주요 핵심광물 중 하나인 코발트는 전 세계 생산량의 약 70%가 콩고민주공화국에서 나온다. 이밖에 니켈, 리튬, 구리, 희토류, 망간 등 아프리카에 다량의 매장이 확인된 다양한 부존자원들은 향후 미국과의 투자 및 교역 협상에서 중요한 카드가 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딜 메이커’(Dealmaker) 경제에 대한 준비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거래 중심 외교 방식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하여 아프리카 각국 정부는 실용적인 접근 방식을 선택해야 한다. 케냐와 콩고민주공화국처럼 미국에 명확한 경제적 또는 안보적 이익을 제공할 수 있는 국가들은 미국과의 거래에서 더 유리한 입지를 확보할 가능성이 크다. 다른 아프리카 국가들도 이처럼 미국에 투자 수익을 명확히 제공할 수 있는 파트너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비즈니스적 사고방식을 채택해야 한다. 

미국의 아프리카 정책을 담당할 주요 인사로 피터 팜(Peter Pham) 전 특사가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팜 전 특사는 트럼프 행정부 1기에서 아프리카 대호수(Great Lakes)1) 및 사헬(Sahel) 특사로 활동했던 아프리카 전문가이다. 2024년 11월, 아프리카 정책에 관한 자신의 칼럼에서 팜 전 특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아프리카와의 관계에서 호혜적인 무역 관계와 상호주의를 기대한다고 언급했다. 또한 AGOA 수혜국이 되기 위해서는 미국의 국가 안보 및 외교 정책을 훼손하지 않는다는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팜 전 특사는 조 바이든(Joe Biden) 행정부가 이러한 기준을 무시하고 남아공에 혜택을 제공했다고 비판했는데, 특히 남아공이 러시아, 중국, 이란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며 국제사법재판소(ICJ)에서 이스라엘을 상대로 한 ‘집단 학살’(genocide) 소송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고 비난했다.2)

이러한 변화 때문에 아프리카 정부는 미국의 새로운 정책에 대응하는 경제 전략을 다시 수립할 필요가 있다. 트럼프 2기 정부하에서 미국의 원조에 대한 의존은 지속 가능하지 않으며, 외부 정치적 변화의 영향을 과도하게 받을 위험이 있다. 대신, 아프리카 국가들은 역내 경제 활성화를 통해 경제 건전성을 개선하고, 공공 재정 관리를 강화하며, 민간 부문 성장을 위한 환경을 조성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아프리카 정부가 트럼프노믹스에 대비하기 위해 취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조치 중 하나는 지역 통합을 강화하는 것이다. 3조 달러(약 4,300조 원) 규모의 단일 시장을 창출할 수 있는 아프리카대륙 자유무역지대(AfCFTA: African Continental Free Trade Agreement)는 외부 파트너에 대한 의존도를 줄일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AfCFTA를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구현함으로써, 아프리카 국가들은 아프리카 내 무역과 투자의 잠재력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또한 지역 통합은 여러 가지 장점을 제공한다. 무역 파트너를 다양화하여 외부 충격에 대한 취약성을 줄이고, 규모의 경제를 가능하게 하며, 아프리카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한다. 통합된 아프리카는 미국을 비롯한 강대국들과의 협상에서 더 유리한 지위를 점할 수 있다.

아프리카-미국 관계 재고
트럼프 2기 정부의 정책은 처음에는 적대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아프리카 국가들이 미국과의 관계를 재고할 기회도 제공한다. 기존에 미국을 단순히 원조 제공국으로 간주했다면, 이제는 전략적 파트너로 관점을 변경하고 에너지, 기술, 인프라와 같은 상호 이익 분야를 식별하여 협력을 통해 양측에 이익을 가져올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프로스퍼 아프리카(Prosper Africa)’ 프로그램을 통한 생산적인 협력의 여지는 여전한 것으로 보이지만, 이는 아프리카 국가들이 미국의 경제 및 안보 이익과 자신의 우선순위를 조율할 수 있을 때 가능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거래 중심 사고방식을 채택하면서 아프리카 국가들은 오히려 확실한 거래 상품을 제공함으로써 미국의 글로벌 목표를 발전시키는 데 필수적인 파트너로 자리 잡는 동시에 지역 발전을 촉진할 투자를 확보할 수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아프리카와 경제 협력에 방점을 둘 것이 확실한 가운데 팜 전 특사는 바이든 행정부가 케냐와의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중단한 것을 비판하며, 이를 재개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케냐는 동아프리카의 경제 허브이자 테러리즘에 대응하는 주요 파트너로 미국의 이득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국가로 여겨지고 있어, 케냐와의 협력은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바이든 전 대통령 집권 당시 미국이 투자를 진행했던 로비토 회랑(Lobito Corridor)3)에도 계속해서 관심을 가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중국을 견제하고 핵심광물을 안정적으로 확보한다는 측면에서 미국의 국익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다.


<그림 2> 트럼프 2기 정부 교역 정책에 대한 지역별 전문가 전망


자료 : Economic Experts Survey Q4 2024 ⓒ ifo institute / IWP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은 아프리카 정부에 도전과 기회를 동시에 제공한다. 미국 원조의 감소나 폐지 가능성은 아프리카 국가들이 자립 경제 구축을 서둘러야 할 동인을 부여한다. 강대국 간 무역 전쟁이나 AGOA 등 특혜 무역 협정의 약화에 대비하여 아프리카 국가들은 경제 파트너 다양화와 지역 통합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궁극적으로 아프리카 경제 문제의 장기적인 해결책은 대륙의 방대한 자원과 인적 자본을 활용하는 데 있다. 지역 협력을 강화하고, AfCFTA를 실행하며, 외부 파트너들과 대등한 입장에서 협력함으로써 아프리카 국가들은 지속 가능한 발전을 향한 길을 열 수 있다. 새로운 글로벌 환경에서 승자는 신속하고 실용적으로 적응하는 자들이 될 것이다. 아프리카 정부는 트럼프 2기 시대의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해 적극적인 조치를 취해야 하며, 도전을 기회로 전환하고 대륙의 경제적 미래를 스스로의 손에 확실히 쥐어야 할 것이다. 다행히 2012년 이후 아프리카 경제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속적으로 줄어들면서 트럼프 2기 정부의 충격이 상대적으로 덜할 전망이다. 이는 미국과 아프리카 간의 교역이 광물과 제조업 등 상호 보완적인 관계이고, 미국의 대아프리카 무역수지 적자도 상대적으로 크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 역시 트럼프 2기 정부의 아프리카 정책에서 협력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미국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아프리카 핵심 광물 개발에 한국 등 핵심 우방국과 공동 진출을 모색할 수 있다. 이는 한국 기업의 아프리카 진출의 가장 큰 장애 요인인 자금 조달과 국가 리스크 대응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한국은 미국 주도의 핵심광물 안보파트너십(MSP: Minerals Security Partnership) 회원국으로, 미국, EU, 일본 등 주요 참여국들과 함께 아프리카 국가들과 핵심광물 공급망 강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협력해야 한다. 

 
* 각주
1) (편집자 주) 아프리카 대호수(African Great Lakes) 동아프리카 지역에 위치한 호수들로,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민물 호수인 빅토리아호를 주변으로 말리위호, 루카호, 므웨루호, 탕가니카호, 키부호, 에드워드호, 앨버트호, 키오가호, 투르카나호로 구성되어 있다. 백나일강, 콩고강, 쉬레강, 잠베지강과 연결된다. 
2) (편집자 주) Peter Pham, “Africa in the Second Trump Administration”, https://jstribune.com/pham-africa-in-the-second-trump-administration/. 2024. 11. 
3) (편집자 주) 잠비아와 콩고민주공화국의 희소 광물 자원을 중국 대신 서방으로 연결하는 철도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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