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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콩고민주공화국, M23의 고마 점령과 세력 확장의 의미: 국내외 정치·경제적 대립구도의 심화
콩고민주공화국 김은경 한국외국어대학교 아프리카연구소 부교수 2025/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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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경 및 현황
2025년 1월 27일, 콩고민주공화국(이하 콩고)의 반군단체 M23은 콩고 동부, 북키부(North Kivu)주(州)의 수도 고마(Goma)를 점령했다. M23의 공식명칭은 3월 23일 운동(Mouvement du 23 Mars)로 2009년 3월 23일에 체결된 고마평화협정에서 콩고 정부가 약속한 정치적 통합, 군 내 통합, 투치족 보호 등이 이행되지 않았다고 비판하며 2012년 4월 결성됐다. 결성 몇 달 후인 2012년 11월, M23은 고마를 점령하는 데 성공하며 콩고 정부와 국제사회에 충격을 주었다. 2013년, UN군과 콩고 정부군의 노력으로 M23은 패배를 선언하고 해체하였으나, 2021년 활동을 재개하고 세력을 확장해 나갔다. M23은 2022년부터 북키부와 남키부주의 광범위한 지역을 신속하게 장악하며, 2025년 1월에는 마시시(Masisi)와 미노바(Minova) 등 전략적 요충지를 확보함으로써 고마로의 진격로를 마련하고 점령에 성공했다. 그러나 M23은 2월 7-8일로 예정된 평화회담을 앞두고 일방적으로 ‘인도주의적’ 휴전을 선언했다.
M23의 고마 점령은 정치, 경제, 사회적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다. 이 지역은 풍부한 광물자원, 특히 코발트, 콜탄, 구리, 금, 리튬과 같은 핵심 광물을 보유하고 있어, 이를 둘러싼 국제적·지역적 이권 다툼이 치열하다. 이러한 자원은 반군 세력과 무장 단체들이 군사 활동 자금을 확보하는 주요 수단으로 활용되어, 지속적인 무력 충돌과 불안정의 원인을 제공한다. 더불어 1994년 르완다 집단학살 이후 발생한 투치(Tutsi)족과 후투(Hutu)족 간의 긴장이 국경을 넘어 콩고 동부에서 지속되고 있다. 특히 콩고 동부의 투치족은 계속된 차별과 배제를 경험하며 M23의 결성과 성장에 중요한 배경이 되었다. 르완다가 이들에게 정치적·군사적 지원을 제공하며 영향력을 확장하고 있다는 의혹도 끊이지 않고 있다. M23을 둘러싼 분쟁은 심각한 인도주의적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 사망자는 이미 3,000명을 넘어섰으며, 수십만 명의 난민이 발생했다. 지역 주민들은 무차별적인 폭력, 성폭력, 강제 이주 등의 인권침해에 노출되어 있으며, 이로 인한 사회적 불안정과 혼란이 심화하고 있다.
분쟁을 둘러싼 국제관계
르완다는 M23의 배후로 지목되어 왔다. 유엔에 따르면, 이번 고마 점령에 있어서도 르완다는 4,000명의 병력과 장갑차 및 드론을 포함한 첨단 무기를 공급한 것으로 전해진다. 르완다가 M23을 지원하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후투족 무장 세력인 르완다해방민주군(FDLR: Democratic Forces for the Liberation of Rwanda)으로부터 자국을 보호하겠다는 안보적 이유다. FDLR은 1994년 르완다 집단학살 당시 투치족 학살에 가담했던 후투족 무장 세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들 대다수는 학살 이후 콩고로 도피했다. 실제로 콩고계 투치족에 대한 혐오와 폭력의 오랜 역사가 존재하지만, M23 반란 직전 이러한 경향이 급증했다는 징후는 없었으며, 2021년 M23이 재등장하기 전까지 FDLR이 르완다에 즉각적인 위협을 가하고 있다는 뚜렷한 증거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르완다는 콩고 정부가 FDLR과 협력하고 있다고 비난하며, 이를 국가 안보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으로 보고 있다. 둘째, 르완다는 동부 콩고의 광물 자원에 경제적으로 크게 의존하고 있다. 2014년 르완다 수출의 1%를 차지하던 금은 2020년 47%까지 증가했다. 더욱이 이러한 자원확보는 우간다와 경쟁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르완다 정부는 M23을 통해 동부 콩고 내 무역 통로와 자원 채굴 지역을 통제하고자 한다. 셋째, 르완다는 동부 콩고를 자국의 영향권(sphere of influence)로 간주하고 M23를 통해 정치적 균형을 유지하려는 전략을 갖고 있다. 한편, 우간다와 콩고 국경 지역을 오가며 활동하고 있는 우간다의 이슬람 극단주의 반군 연합민주군(ADF: Allied Democratic Forces)은 우간다가 콩고 동부에 개입하는 주요한 명분을 제공했다. 우간다의 동부 콩고 개입으로 르완다와의 경쟁 구도가 형성되었으며 킨샤사(콩고 정부)와의 관계도 악화시키며 지역 패권 경쟁을 심화시키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M23은 르완다의 정치적·전략적 이해관계를 뒷받침하는 도구로 사용되고 있다.
이로 인해 독일 등 일부 국가는 르완다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였으나, 유럽엽합(EU)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르완다에 대한 즉각적 처벌을 망설이고 있다. 르완다는 현재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국제연합(UN) 평화유지군 파병국으로, 5,879명의 경찰과 군 병력을 파견하고 있다. 2024년 르완다는 UN군 파병으로 1억 5,000만 달러를 지급 받았는데, 이는 르완다의 국방 예산에 버금가는 액수이다. 르완다는 중앙아프리카공화국(CAR: Central African Republic)과 모잠비크에도 양자 협정에 따라 병력을 배치하고 있으며, 약 6,000명의 병력이 주둔하고 있다. 르완다군의 CAR 주둔은 러시아에 대한 견제 세력으로 미국과 프랑스에 전략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며, 모잠비크에서는 카보델가도(Cabo Delgado) 주의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을 효과적으로 격퇴하고 있어 프랑스에게 간접적인 이익을 주고 있다. 이 지역에는 프랑스 국적의 글로벌 에너지 기업 토탈에너지스(TotalEnergies)가 200억 달러 규모의 가스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또한, 르완다는 영국과 난민 협정을 체결한 관계이기도 하며, 다양한 국제 기구의 주요 직책을 맡는 등 외교적으로도 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UN 안보리와 아프리카연합(AU) 내에서도 활발히 활동하며 조직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1월 28일 아프리카연합의 고마 함락 관련 성명에서도 르완다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케냐 정부는 우후루 케냐타(Uhuru Kenyatta) 전 대통령 재임 당시 2022년 동부 콩고의 무장단체들을 해체시키기 위해 창설된 동아프리카공동체 지역군(EACRF: East African Community Regional Force)의 핵심국이었다. 케냐는 군 사령관을 파견하고, 나이로비 프로세스1)를 설계해 이 지역의 평화 구축과 무장 단체의 해체 및 재활을 재활을 목표로 한 협상 과정을 주도했다. 특히, 에쿼티 뱅크(Equity Bank) 등 케냐 기업의 금융, 무역, 에너지 분야 진출에 관심이 많았던 케냐타 대통령은 경제적 이익을 위해 콩고 정부와의 관계 개선에 힘쓰며 분쟁 해결에 적극적인 외교적 노력과 군사적 지원을 병행했다. 그러나 윌리엄 루토(William Ruto) 현 대통령은 서방 국가들의 재정 지원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군사 개입은 재정적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이유로 적극적인 개입을 피하고 있다. (그럼에도 자금지원이 안정적인 UN 콩고민주공화국임무(MONUSCO)에는 병력을 파병하고 있다.) 게다가 루토 대통령은 르완다와의 관계 악화를 피하기 위해 M23과의 직접 충돌을 꺼리고 있다.
아프리카공동체(EAC: East African Community)의 임무를 대체하기 위해 펠릭스 치세케디(Felix Tshisekedi) 콩고민주공화국 대통령은 남아프리카개발공동체(SADC: Southern African Development Community)로 눈을 돌렸다. SADC의 파병(SAMIDRC)은 앙골라 대통령 주앙 마누엘 곤살베스 로렌수(João Manuel Gonçalves Lourenço)가 주도한 루안다 프로세스2)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나이로비 프로세스가 120여 개 반군 조직 해체에 중점을 두었다면, 루안다 프로세스는 킨샤사와 키갈리(르완다 정부) 간의 관계 정상화를 목표로 한다. 루안다 프로세스는 르완다 대표단이 협상 참여를 거부하면서 더 이상 진행되지 못했다. 한편, 터키가 콩고와 르완다 간 관계를 중재하겠다고 나섰는데, 콩고 정부는 “아프리카 문제는 아프리카적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이를 거부했다. 부룬디와 우간다는 콩고 정부와의 양자 협정을 통해 병력을 주둔시키고 있으며, 탄자니아는 EACRF에 참여하지 않았지만, SADC의 일원으로 병력을 파병했다. 동아프리카공동체 회원국 중에서는 심각한 국내 분쟁을 겪었던 남수단만이 여전히 사태에 관여하지 않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고마를 둘러싼 콩고 동부지역 분쟁이 단순한 내전이 아닌, 주변국들 간의 복잡한 정치·군사적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국제적 갈등임을 보여준다.
콩고 정부 부패와 M23-낭가의 부상
M23이 활동을 재개하고 세력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국내 정치 지형에도 새로운 변화가 나타났다. 2023년 콩고 대선 직전에 코르네유 낭가(Corneille Nangaa)3)는 M23을 비롯한 10여 개 무장단체와 정치·군사 연합체인 콩고 강 동맹(AFC: Alliance Fleuve Congo)을 창설했다. 낭가는 콩고 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을 지냈으며, 2018년 대선에서 치세케디 대통령의 승리를 위해 자신이 부정선거를 저질렀다고 자백한 인물이다. 2023년 대선을 위해 정치 세력화를 시도했으나 생명의 위협을 느껴 해외로 도피했었다. 낭가는 “우리의 목표는 고마나 부카부가 아닌 모든 문제의 근원지인 킨샤사입니다.”라고 밝히며 정치적 포부를 드러냈다. 그러나 킨샤사 법원은 낭가의 빌라, 호텔, 아파트 단지를 포함한 재산을 압류 및 경매에 부치겠다고 발표하며 강경 대응에 나서고 있으며, EU, 미국, 벨기에, 스위스 등도 낭가의 AFC를 공식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
한편, M23은 동부 지역 내 이들의 통제 지역을 합법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낭가는 고마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AFC-M23은 이 지역에 머물 것이며 콩고 정부와의 대화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고 밝혔다. M23은 과거 2013년 나이로비 평화협정의 이행을 중요한 요구 사항으로 제시해 왔다. 이 협정은 M23의 무장해제, 정치 정당으로의 전환, 난민 귀환 지원, 전투원 재통합, 국가 화해 및 정의 이니셔티브 추진 등을 포함한다. M23은 현재 통제하고 있는 지역에서 사실상 국가와 유사한 행정 체계를 구축하고 있으며, 이는 향후 평화협정 체결 후에도 해당 지역을 계속 통치하겠다는 의도를 반영한다. 이러한 상황은 M23을 통해 동부지역에 경제적·군사적 완충지대를 형성하려는 르완다의 이익과도 일치한다. 정황상 M23의 일방적인 휴전 선언은 단순한 군사 활동 중단이 아니라, 향후 군사 작전을 위한 재정비와 국제사회의 제재를 완화하려는 전략적 움직임으로 보인다. 휴전 이후에도 M23은 남키부로 병력을 이동시키며 남키부 주의 수도인 부카부로의 진격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낭가와 AFC의 등장, 그리고 M23과의 결합은 20년 이상 지속된 이 분쟁의 원인이 콩고 정부의 부패와 불법행위 가담과 관련이 있음을 잘 보여준다. 콩고 정부는 부룬디 국방군과 협력하여 금 및 귀금속 밀수 네트워크를 불법적으로 보호하고 있으며, FDLR과 숯 및 목재 밀수에도 협력하고 있다. 자금 세탁과 광물 밀수의 국제 네트워크에 직접 가담하고 있어 주변국들의 이러한 활동을 철저히 제지하지 못하고 착취당하고 있다. 또한, 콩고군의 군 자금과 장비의 유용, 병력 배치의 불균형 등은 무장 단체에 대한 대응력을 약화하며, 급여 체불, 비효율적인 지휘 체계는 병사들의 사기를 저하시킨다. 즉, 콩고 정부의 부패와 무능력은 정부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키우고 분쟁을 지속시키고 있다.
평화를 위한 접근 방안
M23의 고마 점령과 세력 확장은 경제적·정치적 이익을 둘러싼 국내외 세력 간 대립구도의 산물로, 국제적 이권 다툼과 무관심, 그리고 약한 국가의 구조적 위기의 표출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각 행위자의 경제적 동기와 국제적 조직범죄 네트워크의 영향력을 간과하고서는 평화를 구축하기 어려워 보인다. 따라서 국제사회의 적극적인 개입을 통해 국제 범죄 네트워크를 차단하고, 불법 자금 흐름과 무기 밀수 경로를 단절하는 동시에, 분쟁 자금원이 되는 불법 광물 거래에 대한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 더 나아가, 지역 내 국가들이 투명한 자원 관리와 부패 척결을 위한 제도적 개혁을 추진하도록 지원하고, 콩고 동부지역의 경제 잠재력을 합법적인 투자 및 고용 창출 기회로 전환할 수 있도록 국제사회와 민간 부문의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 지역 인프라 개발, 공정 무역 체계 구축, 지역 주민들의 경제적 자립을 위한 교육 및 역량 강화 프로그램 등을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콩고 정부의 정치적 안정성과 투명성 강화, 분쟁 지역의 사회적 통합 및 경제적 회복을 바탕으로 신뢰관계를 회복하고, 국가와 지역 공동체 간의 협력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
* 각주
1) (편집자주) 나이로비 프로세스(Nairobi Process): 공아프리카공동체가 주도하는 동부 콩고민주공화국 평화 회복 이니셔티브
2) (편집자주) 루안다 프로세스(Luanda Process): 2022년에 시작된 지역 평화 이니셔티브로, 앙골라의 주앙 마누엘 곤살베스 로렌수 대통령이 주도하여 르완다와 콩고 민주 공화국(DRC) 간의 긴장을 완화하고 동부 DRC 지역의 평화를 회복하는 것을 목표로 함
3) (편집자주) 코르네유 낭가(Corneille Nagaa): 콩고 정치인이자 반군 지도자로 M23을 포함하는 콩고 동부 반군 연합 콩고 강 동맹(AFC)의 수장임. 2025년 2월 콩고 민주공화국 군사법원이 전쟁범죄와 반역 혐의로 체포 영장을 발부한 상태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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