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한몽 수교 35주년 회고와 전망
몽골 이평래 한국외국어대학교 중앙아시아연구소 초빙연구원 2025/05/16
자료인용안내
자료를 인용, 보도하시는 경우, 출처를 반드시 “ EMERiCs 러시아ㆍ유라시아 ”로 명시해 주시기 바랍니다.
1990년 3월 26일 한국과 몽골이 공식적으로 외교 관계를 수립했다. 따라서 올해는 양국이 외교 관계를 맺은 지 정확히 35년이 되는 해다. 수교 이후 지난 35년간 한몽 관계는 말 그대로 눈부시게 발전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전통적 국제협력 분야는 물론이고 국방, 종교, 보건 분야에 이르기까지 전 분야 전 범위에 걸쳐 양국 간 교류와 협력이 확대되었다.
이는 대략 세 단계 혹은 네 단계를 거쳐 발전해 왔다. 수교 초기인 1990년대 한몽 관계는 정치와 외교 분야 협력 및 경제 분야 협력의 기반을 다지는 단계였다. 한국은 몽골의 정치 민주화와 경제적 자립을 지원하기 위해 유무상 원조를 제공했는데, 이는 몽골의 민주 국가로의 성장과 경제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2000년대 이후 한몽 관계는 새로운 전환점을 맞았다. 이 시기 양국 간 협력은 정치, 경제, 문화 등 여러 부문에서 다각적으로 발전하기 시작했다. 특히 한국 드라마, 영화, 음악이 몽골 사회에서 큰 인기를 끌고, 한류가 몽골에까지 영향을 미치면서 양국 간 문화 교류가 급격하게 발전했다. 이와 더불어 양국 간 인적 교류도 빠르게 확대되었다. 많은 몽골 젊은이들이 학업과 일자리를 찾아 한국을 찾았고, 그 때문에 한국어를 배우고자 하는 몽골인들이 큰 폭으로 늘어났다. 그 후 한몽 관계는 2011년 ‘포괄적 동반자 관계’를 거쳐, 2021년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발전을 거듭하여 현재에 이르고 있다.
그 결과 수교 당시 271만 달러에 불과했던 양국 간 무역액은 지난해 5.7억 달러(잠정 집계된 몽골 통계 자료)로 200배 이상 증가하고, 수교 초기 수백 명에 불과했던 연간 상호 방문객 수도 지난해 34만 명을 넘어섰으며, 무역과 자원 개발 등 경제 분야 협력과 인적 교류는 더욱 확대되는 추세다.
몽골 방문 한국인 수 추이
출처: 몽골통계청 통계연보
한국 방문 몽골인 수 추이
출처: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 통계연보
한몽 관계 발전의 동인
35년의 짧은 기간에 두 나라 교류가 전 분야로 확장된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먼저 수교 초기 몽골에 관한 관심이 집중된 것은 현실적인 이유가 있었다. 무엇보다도 그동안 이념적인 이유로 갈 수 없었던 나라에 대한 호기심이 몽골에 관한 관심을 부추겼다. 몽골은 1921년 혁명 이후 옛 소련의 첫 번째 위성국으로서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는 1989년까지 소련과 동유럽을 비롯한 사회주의권 국가를 빼고는 외부 세계와의 교류가 거의 단절되어 있었다. 우리로서는 당연히 갈 수 없는 나라였고, 그런 만큼 이제 막 문이 열린 몽골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도 클 수밖에 없었다. 이런 점에서 1990년대 10여 년 동안에 나타난 몽골에 관한 관심은 1980년대 후반기부터 유행한 동구와 옛 소련에 관한 관심과 유사한 맥락으로 볼 수 있다. 구체적으로 한몽 간 수교 직후부터 한국 정부와 정치권에서는 북방외교의 확대와 북한 문제 등을 염두에 두고 대몽골 외교를 중시했고, 사업가들은 자연 자원을 비롯한 원자재 확보와 새로운 시장 개척의 전진기지로서 몽골의 중요성에 주목했다.1)
한국인과 몽골인 그리고 우리말과 몽골어가 한 뿌리에서 나왔고, 따라서 먼 옛날부터 역사를 공유했다는 확인되지 않은 동류의식(同類意識) 또한 수교 초기 양국 국민을 가깝게 만든 중요한 이유라고 할 수 있다. 수교 직후부터 학술 분야뿐 아니라 공적 및 사적 분야를 막론하고 양국의 교류가 급속하게 발전한 이유도 상당 부분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2025년 현재를 기준으로 한국 정부의 거의 모든 기관과 공공기관은 몽골과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교류하고 있다고 할 정도로 양국 관계가 긴밀해졌다. 2025년 현재 350여 만 명의 적은 인구, 몽골의 경제 규모와 한국과의 교역량 그리고 몽골의 국제적 위상에 비하면 대단히 이례적 현상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 이면에는 형제 민족이라는 뿌리 깊은 사고가 자리하고 있다.2)
1990년 전후 몽골이 한국과의 수교를 서두른 데도 현실적인 이유가 있었다. 가장 큰 이유는 당면한 경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였다. 사회주의 시기 몽골의 대외교역은 소련과 동유럽 국가에 집중되어 있었다. 널리 알려진 것처럼 1980년대 중반부터 소련 경제에 심각한 문제점이 드러나면서 몽골과의 교역은 물론이고, 그동안 몽골 경제를 뒷받침해 온 유상 및 무상 원조를 중단했다. 그 결과 몽골의 국가 경제는 붕괴 일보 직전에 이르렀고, 이를 타개하기 위하여 몽골 정부는 서방과의 협력을 모색했는데, 그중 하나가 한국이었다. 몽골 입장에서 보면 한국은 경제 발전과 정치 민주화를 모범적으로 이룩한 나라였다. 한국은 또한 지리적으로 가까울 뿐 아니라 역사 문화적으로도 친밀한 나라였다. 수교 전후 한몽 관련 업무를 담당한 사람들의 증언에 따르면 몽골인들의 환대와 그들의 한국인에 대한 친밀한 정서를 특기한 경우가 많은데, 이 역시 수교 초기 양국 관계를 긴밀하게 해준 중요한 요소였다.
요컨대 파산 일보 직전의 국가 경제 재건이라는 현실적인 이유와 더불어 한민족에 대한 우호적 감정이 한국과의 수교 그리고 그 후 양국 간 교류와 협력 증진에 크게 이바지했다고 할 수 있다.
한몽 관계의 성과와 전망
수교 이후 35년 동안 진행된 한몽의 교류와 협력을 평가해 보면 너무 성급했다고 할 만큼 외적인 성과를 거두었다. 무엇보다도 한몽 양국은 정치와 외교적으로 굳건한 상호 신뢰를 구축했다. 양국 간 교역 역시 점진적으로 확대되는 등 경제 분야의 협력도 많은 발전을 이룩했다. 지난 35년의 지표가 보여주듯 인적 교류와 협력은 다른 어떤 분야보다도 크게 발전했다. 또한, ODA와 EDCF를 통한 개발 협력 분야도 큰 폭으로 확대되었다.
대(對)몽골 ODA 금액 추이(단위: 백만달러)
출처: 국무조정실 국제개발협력본부, ODA 통계
그러나 양국 간 교류와 협력의 외적 팽창에도 불구하고 현재 양국의 경제협력은 처음 두 나라 국민이 기대했던 수준에는 도달하지 못했다는 평가도 있다. 한국 기업의 몽골진출과 양국 간 교역량도 오랫동안 일정한 범위를 벗어나지 못했던 것도 사실이다. 이런 가운데 2021년 9월 한몽 관계가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되었다. 이는 비단 정치와 외교 분야뿐만 아니라, 경제와 통상 및 투자 분야를 비롯하여 사회문화 등 양국 관계의 모든 분야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 사건이고, 새로운 한몽 협력 관계를 열어 가는데 이정표가 될 만한 것이다. 양국 관계가‘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된 것은 그만큼 양국이 상호 중요성을 인식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배경에는 몽골의 국제적 위상이 높아지고 한몽 협력 관계 강화가 더욱 중요해졌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3)
이와 관련하여 한몽 관계가 한 단계 격상된 2021년 이후 양국 간 경제협력이 확대되고 있는 것은 주목할 만하다. 아래 표에서 보듯 2021년 이후 양국 간 교역량이 대폭 늘어났다.
몽골의 대(對)한국 무역 추이(단위/백만 달러)
출처 : 몽골통계청 통계연보
또한, 수교 초기부터 한국 정부와 기업들이 기대한 광물 자원 분야의 협력에서도 큰 진전이 이루어졌다. 한몽 양국은 희소금속 분야에서의 협력을 본격화하기 위해 두 차례(2023. 11. 20, 2025. 3. 12)에 걸쳐 <한-몽골 희소금속협력위원회>를 개최하고, 이와 함께 ODA를 통하여 몽골에 <한-몽골 희소금속협력센터 조성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몽골은 생산량 세계 8위인 몰리브덴은 물론 주석, 희토류 등 다양한 희소금속이 매장되어 있으며, 희소금속 개발 잠재력이 높은 나라다.4) 본 사업은 큰 문제 없이 진행 중이며, 양국이 상생할 수 있는 대표적인 사업으로 평가할 수 있다.
교역량 증가 추세와 광물 분야 협력 사업이 향후 어떻게 진행될지는 좀 더 지켜보아야 할 것이다. 다만 양국 관계가 전 분야로 확대되고 양적 팽창을 이룬 현시점에서 그동안 불만스럽게 여겨졌던 교역과 광물 분야에서의 협력 확대는 향후 양국 관계 진전에 청신호로 볼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양국은 지난 35년을 이어온 협력 관계를 바탕으로 하여 앞으로 열어 갈 새로운 35년의 협력 관계를 한 단계 높여야 하는 시점에 와 있다. 그동안 연구자들과 정책 제안자들은 기후 변화 대응, 재생 가능 에너지 개발, 스마트 농업(목축 포함), 수자원 관리, 디지털 혁신과 스마트 산업 등 한국이 높은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분야에서의 협력 필요성을 제안해 왔다.
모두 합당한 제안으로 한몽이 상생할 수 있는 협력 분야라는 것을 다시 한번 강조해 둔다. 마지막으로 한몽 간 협력에 관한 필자의 생각을 제안하는 것으로 글을 마치려고 한다.
한몽 교류와 협력 증진을 위한 제언
첫째 한몽 양국은 오랫동안 논의해 온 EPA를 조속히 타결하여 활성화 물결을 탄 경제 분야 협력을 한 단계 높일 필요가 있다. 위의 표에서 본 것처럼 2021년 이후 급격하게 증가하기 시작한 한몽 간 교역량은 EPA가 발효되면 더욱 늘어날 것이기 때문에, EPA를 하루빨리 마무리하는 것이 더욱 중요해졌다. 관련 부처에서는 이 문제를 좀 더 강하게 추진할 것을 거듭 강조한다.
다음으로는 문화와 관광 방면의 협력을 강화할 것을 제안한다. 한류의 세계적 명성이 말해주듯 문화 방면의 협력 역시 양측의 상생이 가능한 분야다. 몽골 입장에서는 한국의 선진 문화 역량을 배울 수 있고, 한국 입장에서는 몽골의 무궁무진한 자연 및 문화자원을 활용하여 세계적 상품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이와 아울러 차세대를 이끌어갈 관광 분야 리더를 발굴하고 양성하여 이 분야에 대한 협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이 역시 양측이 상생할 수 있는 분야다. 몽골은 천혜의 관광자원을 보유하고 있지만, 이를 잘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대표적인 나라다. 몽골 정부의 많은 관심과 정책에도 불구하고 관광산업의 발전이 더딘 데는 그 나름의 이유가 있겠지만, 만약 한국의 문화적 역량과 자본 및 경영 역량이 결합하면 발전 여지가 충분하다는 것이 필자의 오래전부터의 생각이다. 이와 관련하여 근년 몽골의 외국인 관광객이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는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셋째 양국 간 인적 교류의 확대와 인적 자원을 적극 활용할 것을 제안한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한국인과 몽골인은 서로가 서로에 대한 친밀한 감정을 갖고 있다. 그것이 민족계통이 같아서 그렇건, 언어가 유사해서 그렇건, 아니면 원나라-고려 관계 때문이든, 어떤 것이든 상관이 없다. 중요한 것은 두 나라 국민이 서로에게 우호적인 감정을 품고 있다는 사실 그 자체다. 그리고 이러한 정서는 필자의 조사에 따르면 그 역사가 상당히 오래되었다. 일반적으로 국제관계는 국가 간 정치와 군사 및 경제적 협력이 기반이 되는데, 한몽 관계는 적어도 이 원칙에서 벗어나 있다. 이는 합리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두 민족의 특별한 관계에 그 이유가 있다.
한국은 현재 전통적인 몽골인 거주지, 즉 몽골국, 러시아연방의 부랴트공화국과 칼미크공화국, 중국의 네이멍구자치구를 빼면, 이 세상에서 몽골인이 가장 많이 살고 있는 나라다. 2024년 12월 말 기준으로 한국에 장기 체류하고 있는 몽골인은 57,093명(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 통계연보)이다. 절대적 수치는 많다고 할 수 없지만, 2024년 12월 말 기준 몽골의 총인구가 3,544,835명(몽골통계청 통계연보)인 점을 고려하면, 인구의 1.5% 정도가 한국에 살고 있으니 결코 적은 수가 아니다. 심지어 한국 체류 몽골인 자녀를 위한 재한몽골학교(초중등과정)까지 있다. 몽골교육부가 인가한 정식학교이니 이런 학교는 아마도 세계적으로도 매우 특이한 사례일 것이다. 이 또한 그 어떤 나라도 갖지 못한 한국의 큰 자산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현재 한국에 체류하고 있거나 체류 경험이 있는 사람들의 몽골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다. 이들은 한국에 있을 때는 국내 송금 등으로 몽골 경제에 기여하고, 돌아가서는 한국적 생활 양식과 한국문화 확산에 첨병 노릇을 하고 있다. 우리 언론에도 가끔 소개되는 한국화된 몽골의 모습 역시 이들이 만든 것이다. 대통령이나 총리를 비롯한 몽골 고위층들이 한국 측과 회담할 때 빠지지 않는 주제가 한국 체류 몽골인 관련 문제다. 이는 이들의 존재가 그만큼 몽골 사회에서 중요하다는 뜻이다. 따라서 이들을 어떻게 대우하고 활용하냐는 몽골에서 한국의 위상과 발언권 및 양국 간 협력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이런 점을 고려하여 한국에 체류 중이거나 체류 경험이 있는 몽골인의 활용 방안을 조속히 마련하여 실행할 필요가 있다. 필자는 수교 30주년을 맞이하여 쓴 본란5)에서도 양국 간 인적 교류의 중요성과 인적 자원 활용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루었다.
---
*각주
1) 이평래, 「한·몽 수교 30주년 한·몽 관계의 어제와 오늘」, 역사 포커스(2020.7.6), https://blog.naver.com/correctasia/222022706934(2025. 4. 25 검색).
2) 위와 같음.
3) 김홍진, 「몽골의 미래 성장과 한·몽골 경제협력 과제」, 한몽 역사, 기억과 미래(2023년 한국몽골학회 추계 학술대회 자료집).
4) 외교부, <제7차 한-몽골 공동위원회 개최>(6.26) 결과(2023. 6. 26), https://www.korea.kr/briefing/pressReleaseView.do?newsId=156577109(2025. 4. 29 검색); <제8차 한-몽골 공동위원회 개최>(2024. 11. 12), https://www.mofa.go.kr/www/brd/m_4076/view.do?seq=371088(2025. 4. 29 검색).
5) 이평래, 「수교 30주년 기념, 한몽 교류와 협력 증진을 위한 제언」(2020. 2. 13), https://www.emerics.org:446/issueDetail.es?brdctsNo=275266&mid=a10200000000&search_option=&search_keyword=&search_year=&search_month=&search_tagkeyword=&systemcode=04&search_region=&search_area=1¤tPage=8&pageCnt=10(2025. 4. 29 검색).
본 페이지에 등재된 자료는 운영기관(KIEP) 및 EMERiCs의 공식적인 입장을 대변하고 있지 않습니다.
이전글 | [전문가오피니언] EU-카자흐스탄 핵심 원자재 협력 현황과 한국의 전략적 기회 | 2025-04-14 |
---|---|---|
다음글 | [전문가오피니언] 전쟁과 경제: 우크라이나의 3년간 경제 혼란 극복 현황과 과제 | 2025-05-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