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시진핑(Xi Jinping)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2013년 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 실크로드와 동남아시아-유럽-아프리카를 연결하는 해상 실크로드를 포함하는 대규모 지역 이니셔티브인 일대일로(BRI: Belt and Road Initiative)를 발표하였으며, 2025년 기준 BRI는 세계 150개국 이상이 참여하는 인프라, 무역, 기술, 투자를 위한 지역 협력 네트워크로 발전하였다. 2025년 말까지 중남미 국가의 약 3분의 2가 BRI 참여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할 것으로 예상되며, 지난 2024년 5,184억 7,000만 달러(약 721조 9,700억 원)를 기록한 중국-중남미 무역 규모는 2025년에도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멕시코는 BRI 참여와 관련된 공식적인 양해각서를 체결하지는 않았으나, 멕시코가 중국-북미 무역의 전략적 허브로 부상함에 따라 BRI로부터 간접적인 경제적 혜택을 받고 있다. 2018년부터 2024년 간 중국의 對멕시코 투자는 제조업, 에너지, 통신 분야에서 약 13만 5,000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였으며, 2024년 기준 멕시코-중국 무역액은 약 1,230억 달러(약 171조 원)를 기록, 중국은 멕시코의 두 번째 무역 파트너로 부상한 것으로 확인된다.
본 기고는 중국의 경제발전 정책, 특히 BRI 모델이 멕시코의 경제발전에 활용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고찰하고, 해상 루트를 보유하고 있는 멕시코를 아시아-태평양 무역의 전략적 허브로 부상시키기 위한 내륙 루트 구축 전략으로 ‘포츠테카 루트(Pochteca Route)’ 구상을 제시한다.
중국 경제발전의 역사와 핵심 동력
중국의 경제발전은 약 40년 전 덩샤오핑(Deng Xiaoping) 前 중국 국가주석이 도입한 일련의 개혁으로부터 시작되었다. 덩 주석은 인민공사* 해체, 시장 개방, 다국적 기업의 해외시장 진출 등의 개방적 정책을 채택하여 본격적인 탈마오화(de-Maoization)에 착수하였으며, 1999년에는 헌법을 개정하여 사유재산을 국가 발전의 기초로 인정하였다.
*1958년부터 1983년까지 운영된 집단 농업·사회주의 생산 단위로, ‘대약진운동(大跃进)’ 시기 핵심 제도로 도입됨. 당시 동 체계는 단순한 농업 협동 조직을 넘어서, 정치·경제·군사·사회 생활 전반을 통제하는 집단화 체계로 작용
중국 경제발전 모델의 성공은 전략적 국가 계획 수립, 경제적 실용주의 정책 추진, 핵심 경제 인프라(경제특구 등) 개발에 대한 전략적 집중 등에 기인한다. 특히, 중국은 1978년부터 2000년대까지 산업 부문에 대한 외국인직접투자(FDI) 유치와 더불어 핵심 지역의 도시화에 주력하였으며, 선전(Shenzhen), 주하이(Zhuhai), 샤먼(Xiamen), 산터우(Shantou) 등의 지역을 수출 강화, 첨단 기술 산업 발전, 관세 면제를 지향하는 최초의 ‘경제특구(SEZ: Special Economic Zone)’로 지정(1980~)하였다.
SEZ 등 주요 도시 기반의 발전 전략은 BRI의 핵심 동력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는데, 가령 선전, 상하이(Shanghai), 충칭(Chongqing) 등은 BRI 下 물류, 금융, 산업 거점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으며, 중국은 BRI 참여국(아시아, 아프리카, 중동, 동유럽 등)에 자국의 SEZ 모델을 적용한 산업단지를 설립하고 있다.
<표 1> BRI 참여국 내 중국 SEZ 모델 적용 산업단지 구축 사례

출처: 참고자료 종합하여 저자 직접 작성.
포츠테카 루트: 멕시코의 전략적 내륙 허브 구축 프로젝트
중국의 BRI가 21세기 최대의 지경학적 프로젝트 중 하나로 부상한 가운데, 멕시코 역시 핵심 해상 루트인 테우안테펙 회랑(ICIT: Interoceanic Corridor of the Isthmus of Tehuantepec)*을 기반으로 유사한 지경학적 목표를 수립할 수 있을 것으로 관찰된다. 본 기고에서 제안하는 "포츠테카 루트"는 과거 식민지 이전 시대 메소아메리카(Mesoamerica) 상업 네트워크**에서 영감을 얻은 현대적 내륙 물류 허브 구축 전략이며, 중국 BRI의 경제특구 및 물류 허브 중심 발전 전략의 도입 및 활용을 전제로 한다.
*멕시코 정부가 추진 중인 국가 전략 물류 프로젝트로, 태평양과 대서양(멕시코만)을 멕시코 내륙을 통해 연결하여 파나마 운하(Panama Canal)를 보완 또는 대체하는 것을 목표(2023년 부로 운영 개시)
**아즈텍 제국 시대(14세기~16세기 초)의 토착 상업 시스템으로, 포츠테카(Pochteca) 계층을 중심으로 한 메소아메리카 전역의 무역 경로를 지칭
(경제특구) 멕시코는 포츠테카 루트 구축 과정에서 중국의 ‘도시 중심’ 발전 모델을 채택하여, 자국 주요 제조·물류·행정 도시 중심의 개발을 추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BRI 추진 과정에서 베이징(행정), 상하이(해상 물류), 산둥(해상 물류), 충칭(육상 물류), 쑤저우(산업·제조업), 텐진(제조업) 등 핵심 도시 및 경제특구를 중심으로 하는 ‘다중 거점 전략(multi-nodal strategy)’을 전개하고 있다. 멕시코 역시 2017~2018년 라사로카르데나스‑라우니온(Lázaro Cárdenas–La Unión), 푸에르토 치아파스(Puerto Chiapas), 코아찰코스(Coatzacoalcos), 2018년 파라이소(Paraíso), 참포톤(Champotón)을 경제특구로 지정한 바 있으며, 동 SEZ 이외에도 멕시코시티(행정), 과달라하라(기술), 레온(제조업), 몬테레이(중공업), 푸에블라(산업), 푸에르토 바야르타(해상 물류) 등 주요 도시를 중심으로 포츠테카 루트 구축 계획을 추진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물류 허브) 중국이 자국을 중심으로 해상·육상 물류 회랑을 구축하여 각 지역을 연결하는 경제 네트워크를 구축한 방식과 유사하게, 멕시코 역시 동 모델을 도입하여 카리브해-중남미-북미를 연결하는 지역 허브로 부상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현재 멕시코 정부가 추진중인 ‘테우안테펙 회랑’은 해상 연결성을 향상시키는 핵심적인 인프라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데, 멕시코는 동 회랑과 내륙 루트인 포츠테카 루트의 통합을 통해 태평양과 대서양을 직접적으로 연결하는 국가가 될 수 있으며, BRI의 방식과 유사하게 중남미–북미–아시아를 연결하는 전략적 허브로 부상할 수 있을 것으로 관찰된다. 아울러, 멕시코는 이러한 과정 속에서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동반자협정(CPTPP: Comprehensive and Progressive Agreement for Trans-Pacific Partnership)을 적극 활용하여 다자간 협력을 극대화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림 1> 테우안테펙 회랑

출처: Getty Images
포츠테카 루트 추진을 위한 장기 계획 수립의 필요성
중국의 중앙집권형 정치 체계는 BRI와 같은 초대형 프로젝트 관련 계획 수립, 이행, 이해관계자들 간 결속력 강화에 기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중국의 정치 모델은 연방제와 민주주의 전통이 강조되는 멕시코에 도입되기에는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바 정부는 포츠테카 루트 이행 관련 전략 수립 시 자국의 정치적 상황을 고려한 신중한 접근 방식을 채택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국가발전을 위한 5개년 계획(제13차(2016~2010), 14차(2021~2025))을 발표해온 바 있으며, 멕시코 역시 성공적인 프로젝트 이행을 위해서는 6년 대통령 임기를 넘어서는 연속성 있는 국가 정책 프레임워크를 마련해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 연결성 강화를 위한 인프라 투자를 국가 최우선 과제로 설정하고, 항만, 철도, 디지털 인프라에 대한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투자를 추진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경제특구 운영을 위한 법적·제도적 기반을 구축하고, 외국인직접투자(FDI) 유치를 위한 인센티브 체계를 마련하며, 기술 인력 양성과 연구개발(R&D) 역량 강화에 투자해야 할 것으로 관찰된다.
중국과의 협력 강화 시 미국과의 외교 불안정 심화 가능성...다양한 국가들과의 협력 다변화 필요
멕시코가 중국 발전 모델을 수용할 시 중국과의 협력이 강화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며,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과 중국 간의 지정학적 갈등이 심화될 경우 멕시코는 양국 사이에서 외교적 균형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중국과의 협력 확대는 국내 정치적 저항을 야기할 수 있는 바 투명한 정보 공개와 국민적 합의 형성이 중요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와 함께 다변화된 외교 전략과 경제적 독립성 확보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관세 정책 등 현재 멕시코가 직면한 북미 지역에서의 무역 분쟁과 지정학적 긴장 상황에서, 경제·외교 관계의 다변화는 더욱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멕시코는 미국과의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중국과의 협력 강화하여 경제적·외교적 균형추를 확보, 대외 충격에 대한 취약성을 감소시킬 수 있다. 이는 멕시코를 중국-중남미를 연결하는 핵심 허브로 위치시킬 것으로 보이며, 이를 통해 멕시코는 중남미 지역에서의 지정학적 리더십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중국을 비롯한 특정 국가의 기술에 대한 과도한 의존은 새로운 형태의 지정학적 종속을 초래할 수 있으며, 미국의 대중 견제 추이를 감안할 때 중국의 적극적인 참여 유도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바 멕시코는 자체 기술 개발 역량 강화와 기술 파트너십 다변화가 필요할 것으로 분석된다. 이와 관련, 대만(Chungwha Telecom, Machan International, Vivotek 등), 덴마크(Helax Istmo), 포르투갈(Mota‑Engil México) 등 다양한 국가들이 테우안테펙 회랑 사업 내 주요 분야(IT, 환경, 인프라)에 대한 투자를 추진하고 있는 바 포츠테카 루트 사업 이행 과정에서도 이들과의 전략적 협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관찰된다.
결론
중국의 BRI 경제발전 모델은 멕시코에게도 핵심적인 발전 모델로써 활용될 수 있으나, 멕시코는 중국 모델 도입 시 자국의 민주적·연방적 제도를 고려한 선별적 접근방식을 채택해야 할 것이다. 멕시코는 "포츠테카 루트" 구상을 통해 아시아-태평양 시대의 전략적 거점으로 부상할 수 있으며, 이는 단순한 경제적 이익을 넘어서 멕시코의 지정학적 위상 강화와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토대가 될 것이다. 특히, 동 프로젝트 이행 과정에서 다양한 경제특구가 설립된다면 카리브해-중남미-북미 인근에서 멕시코 기업들을 위한 물류 및 상업적 인프라와 투자 기회가 창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포츠테카 루트의 성공은 향후 여타 국가들에게 타국 모델 기반 성장 전략 수립을 위한 모범적인 사례를 제공할 수 있으며, 특히 국가 발전 전략 수립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일부 개발도상국들에게 체계적 발전을 위한 전략적 목표 수립 방안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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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English version of the original article can be downloaded below.
| Adolfo Laborde박사는 멕시코의 국제관계 전문 학자이자 연구자입니다. 그는 현재 멕시코 경제연구교육센터(CIDE) 개발연구학 부장 및 연구교수로 재직 중이며, 멕시코 과학·인문·기술·혁신 사무국(Secihti)의 국가연구자시스템(SNI) 회원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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