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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케냐의 대외정책 방향과 동아프리카 지역 내 역할
케냐 Lloyd Magangeni Economic Research Southern Africa(ERSA) Professor 2025/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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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론
케냐의 대외정책은 1963년 독립 이후 지리적 조건과 역사적 경험을 토대로 발전해왔다. 동아프리카의 교차점에 위치한 케냐는 에티오피아, 소말리아, 우간다, 탄자니아, 남수단과 국경을 접하고 있으며, 이러한 지정학적 환경은 자국 이익 보호와 동시에 지역 협력 및 안정 유지를 병행하도록 만들었다. 케냐 외교정책은 ▲평화 증진, ▲경제외교 강화, ▲재외동포 참여 확대, ▲환경 보호, ▲문화 교류라는 5개 원칙을 기반으로 하며, 이는 아프리카연합(AU: African Union)의 목표와도 밀접하게 연계된다. 예컨대, 케냐의 평화·안보적 기여는 AU의 ‘Silencing the Guns’ 구상과 맞닿아 있고, 경제외교 강화는 ‘아프리카대륙자유무역지대(AfCFTA)’ 추진과 일맥상통한다.
이러한 원칙은 국경 안보 확보, 무역 확대, 지역 내 영향력 강화라는 케냐의 구체적 목표를 뒷받침한다. 나이로비는 시간이 흐르면서 아프리카 외교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했고, 분쟁 중재와 외교적 협의를 주도하며 아프리카의 뿔 지역 안정화에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다. 결국 케냐의 대외정책은 국가 이익과 안보를 추구함과 동시에 지역 평화와 안정이라는 공공재를 제공하는 이중적 성격을 지니고 있다. 특히, 케냐는 동아프리카공동체(EAC: East African Community) 회원국 GDP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최대경제국으로 평가되는데, 이러한 경제적 위상을 바탕으로 EAC 내 선도국으로 자리매김해왔다.
2. 케냐와 주변국의 경제 및 안보협력 현황
케냐의 대외정책은 주변국(에티오피아, 소말리아, 우간다)과의 협력을 통해 경제와 안보를 통합하는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데 주력해왔다. 아래 [그림 1]은 케냐의 對에티오피아, 소말리아, 우간다 수출(2019–2023)을 보여준다. 2019–2023년 동안 증가 추세가 확인되며, 특히 2023년 말 소말리아의 EAC 가입 승인으로(회원국 지위 공식 획득: 2024-03-04) 향후 교역 확대 기대가 커진 것으로 평가된다.
[그림 1] 케냐의 주변 3국과의 수출 흐름
출처: 케냐 통계청
(에티오피아) 에티오피아와의 관계는 전통적으로 우호적이며, 1964년 체결된 방위협정을 토대로 국경 관리와 안보 현안에서 긴밀히 협력해왔다. 특히 ‘라무항–남수단–에티오피아 교통(LAPSSET: Lamu Port–South Sudan–Ethiopia Transport Corridor) 회랑’* 프로젝트는 이러한 협력을 구체화한 대표적 사례로, 케냐가 인도양 연안과 아프리카 내륙을 연결하는 핵심 물류 거점으로 부상하는 데 필수적인 기반 시설로 평가된다.
* 케냐가 주도하는 동아프리카 최대 규모의 인프라 개발 프로젝트(2012년 출범)로, 약 240억 달러(약 33조 4,000억 원)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
아울러, 양국은 경제적 연계와 더불어 국경 지역의 인구 이동, 모얄레(Moyale) 지역 난민 유입, 대테러 대응 등에서 공통의 우려를 공유한다. 특히 2020년 이후 에티오피아 내전은 동아프리카 전반의 불안정을 심화시켰으나, 케냐는 동아프리카 정부 간 개발기구(IGAD: Intergovernmental Authority on Development) 체제 내에서 협상을 통한 평화적 해결을 일관되게 지지하며 외교적 균형을 유지해왔다.
(소말리아) 소말리아와의 관계는 훨씬 복잡하고 다층적이다. 케냐는 아프리카연합 소말리아 과도임무단(ATMIS: African Union Transition Mission in Somalia)의 주요 병력 제공국으로서 테러단체 알샤바브(Al-Shabab)에 맞서 상당한 자원을 투입해왔다. 그러나 알샤바브는 케냐 본토에서 빈번히 테러를 감행해왔으며, 웨스트게이트(Westgate) 쇼핑몰 공격(2013년)과 가리사 대학(Garissa University) 학살(2015년)은 케냐 사회에 깊은 충격을 남겼다. 그럼에도 케냐는 소말리아 평화 회담을 주최하며 정치적 중재에 나섰고, 50만 명이 넘는 소말리아 난민을 수용하며 인도주의적 책임도 감당해왔다. 다만 인도양 해양 경계 분쟁은 2021년 국제사법재판소(ICJ: International Court of Justice)에 회부되며 양국 관계를 일시적으로 긴장시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케냐는 소말리아의 안정이 자국 안보 확보와 동아프리카 통합에 필수적임을 일관되게 강조해왔다.
아울러, 소말리아가 EAC에 가입(2024년 회원국 지위 획득)한 이후 케냐의 對소말리아 수출이 눈에 띄게 확대되었는데, 이는 지역 통합이 곧 경제적 이익으로 연결되는 대표적 사례로 평가된다.
(우간다) 우간다와의 관계는 협력과 경쟁이 공존한다. 우간다는 케냐의 최대 수출 시장 중 하나로, 연간 약 8억 달러(약 1조 1,000억 원) 규모의 교역이 이루어진다. 그러나 빅토리아 호수 어업권 문제 및 동아프리카공동체(EAC: East African Community) 내 통합 속도 등을 둘러싸고 갈등이 반복적으로 발생해왔다. 그럼에도 양국은 표준궤철도(SGR: Standard Gauge Railway)와 같은 대형 인프라 프로젝트에서 협력을 이어가고 있으며, 이는 경쟁보다 협력이 장기적으로 더 큰 이익을 가져온다는 공동 인식을 반영한다. 실제로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케냐의 對우간다 수출은 꾸준히 증가했다.
3. 지역 중재자로서의 케냐
케냐는 비교적 안정적인 정치 체계와 숙련된 외교 역량을 바탕으로 지역 중재자로서의 역할을 확대해왔다. 2005년 나이로비에서는 남수단 독립의 토대가 된 포괄적평화협정(CPA: Comprehensive Peace Agreement)이 체결되었으며, 이는 케냐 외교의 대표적인 성과로 평가된다. 이후 2018년 개정 평화협정 과정에서도 케냐는 중재자로서 지속적인 영향력을 발휘하며 지역 평화 정착에 기여했다.
아울러, 2004년 소말리아 화해 협의를 주최하고, ATMIS 파병을 통해 안보 지원을 제공하며, 군사적 개입과 정치적 중재를 병행해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케냐가 키스마요 항구(Kismayo Port)와 같은 전략적 거점을 통해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었으며, 이는 중재자로서의 중립성에 대한 의구심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케냐의 중재 노력은 국경을 넘어 확장되었다. 2022~2023년에는 동아프리카공동체(EAC) 틀 안에서 콩고민주공화국(DRC) 평화 협상을 주관하며 동부 지역 민병대 폭력 해결을 모색했다. 이를 통해 케냐는 아프리카의 뿔(Horn of Africa) 전역에서 안정화 세력으로서의 명성을 강화하고자 했다. 특히 2024년 5월에는 ‘투마이니 평화 이니셔티브’(Tumaini Peace Initiative)를 출범시켜 남수단 내 잔여 무장 세력들을 평화 프로세스에 포함시키려 했으며, 그 결과 당사자들 간의 폭력 중단 성명서를 이끌어내는 성과를 거두었다. 그러나 2025년 2월 윌리엄 루토(William Ruto) 대통령이 추가 협의 필요성을 이유로 협상을 중단하면서, 케냐의 중재 활동은 새로운 도전에 직면했다. 동 사례는 중재의 지속 가능성이 당사자들의 신뢰와 공정성 인식에 크게 좌우된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
4. 케냐 대외정책의 기회 및 도전과제
케냐의 대외정책은 몇 가지 뚜렷한 기회와 강점을 보여준다. 소말리아의 EAC 가입 이후 수출이 뚜렷하게 증가한 것은 지역 통합이 경제적 이익으로 직결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케냐는 제조업과 가공업의 중심지로서 이러한 이점을 확보하고 있다. 또한 안보는 케냐 외교의 핵심 축으로 작용한다. 알샤바브의 위협은 소말리아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만들었고, 남수단의 불안정 역시 난민 유입과 무기 확산, 무역 위축을 통해 케냐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더불어 제도적 안정과 외교적 역량을 기반으로 케냐는 중재자로서 정당성을 확보해왔으며, 이는 지역 분쟁 해결 과정에서 중요한 자산으로 기능한다.
그러나 케냐의 외교는 여러 도전과제에도 직면해 있다. 무역 통계에서 나타나는 데이터 격차는 정책 신뢰성을 약화시킬 수 있는데, 이는 주로 정부 발표 통계와 국제기구(예: UN Comtrade) 통계 간의 불일치, 혹은 교역 파트너국이 집계하는 수치와의 괴리를 의미한다. 항구 접근권과 무역 경로를 둘러싼 불공정성 논란 역시 존재한다. 항구 접근성 문제는 키스마요 항구 등 전략 거점을 둘러싼 이해관계와 관련이 있으며, 무역 경로 논란은 SGR·도로망 등 특정 인프라가 특정 지역이나 집단에 편중되어 있다는 비판과 연결된다. 여기에 국내 정치 불안정과 재정적 제약은 국제무대에서 케냐의 활동을 제약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이러한 한계들은 케냐가 안정적 중재자로서의 위상을 공고히 유지하기 위해 반드시 극복해야 할 과제다.
5. 결론
결국 케냐의 대외정책은 실용적 협력과 지역 주도성을 결합한 전략으로 요약할 수 있다. 에티오피아, 소말리아, 우간다와의 파트너십은 경제 통합과 안보 과제를 균형 있게 다루는 기반이 되었으며, 남수단·소말리아·콩고민주공화국에서의 중재 노력은 케냐가 지역 외교 허브로 자리매김하려는 의지를 보여주었다.
비록 정치적 불안정, 국내 거버넌스 문제, 인접국과의 무역·항만·인프라 개발 경쟁이라는 도전에 직면해 있지만, 케냐는 역내 무역 중심지이자 신뢰받는 중재자로서 동아프리카의 미래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따라서 케냐 대외정책의 성과와 지속가능성은 케냐 비전 2030(Kenya Vision 2030)*과 같은 장기 국가발전 전략을 얼마나 실현하고, 평화 중재자로서의 신뢰를 얼마나 유지·강화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을 것이다.
* 케냐를 2030년까지 중소득 국가로 도약시키고, 정치·경제·사회 전반에서 번영과 포용적 성장을 달성하기 위한 국가 장기 개발 전략
[참고자료]
Howell, J. (2008). An Analysis of Kenyan Foreign Policy. Cambridge University Press.
Office of the Prime Cabinet Secretary and Ministry of Foreign and Diaspora Affairs (2025) Sessional Paper No. 1 of 2025 on the Foreign Policy of the Republic of Kenya
Kenya Trade Statistics: Value of Imports & Exports by Country/Region (Accessed 17th September 2025).
Mediation key to south sudan peace process president-ruto (2024) https://www.president.go.ke/mediation-key-to-south-sudan-peace-process-president-ruto/? (Accessed 17th September 2025)
Kenya President suspends South Sudan mediation (2025) https://sudantribune.com/article297720/?
President of Kenya. (2024). Mediation key to South Sudan Peace Process – Tumaini Initiative. president.go.k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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