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영역 건너뛰기
지역메뉴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러시아 제재의 구조적 파급: 기술 공급망 붕괴와 중국·인도에 대한 의존 심화

러시아 Martins Priede Estonian Business School Lecturer 2025/09/26

자료인용안내

자료를 인용, 보도하시는 경우, 출처를 반드시 “ EMERiCs 러시아ㆍ유라시아 ”로 명시해 주시기 바랍니다.

1. 제재의 배경과 성격

유럽연합(EU)은 2014년 3월 러시아의 크림반도 불법 병합을 계기로 對러시아 제재를 시행하기 시작했으며, 2022년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과 도네츠크·루한스크·자포리자·헤르손 지역 불법 병합 이후 제재 강도를 점차 높여왔다.

EU는 러시아 제재의 핵심 당사국으로, 모든 제재 패키지는 회원국 만장일치 동의가 필요하다. 실제로 제재는 단계적으로 강화되었으며, 2022년 침공 직후 가장 강력한 제재 패키지가 시행되었다.

제재 대상은 개인, 기업, 자산을 포괄하며 수출 제한도 포함된다. EU 외에도 영국, 미국, 일본이 적극 참여하고 있으며,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한국, 대만, 싱가포르 등도 일정 수준에서 동참하고 있다.

제재의 범위는 금융, 여행, 서비스 산업부터 국방·이중용도(dual-use) 물품·기술·항공 등 특정 산업까지 광범위하다. 무역 제한은 부분적 제약에서 전면 금수조치까지 다양하며, 러시아산 원유에는 가격 상한제가 적용된다. 예컨대 ‘러시아 원유 가격 상한 메커니즘’은 서방 파트너와의 거래에서 러시아산 원유 가격을 배럴당 60달러(약 82,000원)로 제한했으나, 최근에는 47.6달러(약 65,000원)로 시행 중이다.

러시아는 공급망 차질이 심화되자 중국, 인도, 벨라루스, 이란 등 우호국을 통해 제재를 우회하고 있는데, 이들 국가는 ▲기술 공급, ▲재수출 지원, ▲러시아산 원유·무기 구매 등을 통해 제재 회피를 뒷받침하고 있다. 한편, 브라질과 멕시코처럼 중립적 입장을 택한 국가들도 있는데, 이는 주로 러시아산 비료 수입 의존 때문으로, 이들 국가는 어느 한쪽에 명확히 가담하지 않고 무역을 지속하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금융 부문 역시 제재 대상이다. SWIFT 접근 차단, 중앙은행 자산 동결, 특정 거래 금지, 암호화폐 서비스 제한 등이 이에 해당하며, 현재 약 3,000억 달러(약 414조 4,800억 원) 규모의 러시아 국부펀드 자산이 미국과 파트너 국가에 의해 동결되어 있다.

또한, EU와 미국의 제재는 성격에서도 차이를 보인다. EU는 에너지·운송·금융 제재에 집중하며 러시아산 다이아몬드·철강·광물 자원에 대한 금수조치와 가격 상한제를 적용한 반면, 미국은 달러 결제망을 활용한 금융 제재와 반도체·항공 전자 부품 등 첨단 기술 차단에 중점을 두었다. 이러한 차별성은 EU가 에너지 의존 탈피와 무역 차단에, 미국이 러시아 산업 기반 약화에 보다 초점을 맞추고 있음을 보여준다.

2. 러시아 기술·경제 공급망의 붕괴

가. 첨단 기술 차단과 산업 영향

EU, 영국, 미국, 일본의 제재는 주로 기술과 이중용도 물품에 집중되었으며, 특히 제3국 네트워크를 통한 러시아의 첨단 부품 접근을 차단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대상 품목에는 드론, 반도체 칩, 열화상 카메라, 무기 시스템용 전자 부품, 컴퓨터 소프트웨어 등이 포함된다.

이러한 제재는 국방·항공우주·에너지 산업에 필요한 핵심 부품의 공급 부족과 지연을 목표로 설계되었다. 동시에 과학·공학 협력도 제약을 받게 되었으며, 군사적 활용을 막기 위해 마이크로칩, 광학 장비, 항공전자 장비가 중점적으로 제한되었다.

아울러, 러시아 기술 부문은 서방 소프트웨어 접근 차단, 하드웨어 부족, 인재 유출 등으로 큰 압박을 받고 있다. 이로 인해 국내 시장은 빠르게 통합되고 있으며, 정부 계약과 수입 대체 정책을 바탕으로 국영기업과 정부 지원 기업이 성장하고 있다. 그러나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는 과정에서는 생산성이 떨어지고 호환성 문제가 발생하는 부작용도 나타나는 것으로 확인된다.

아울러, 2023년 러시아의 첨단 반도체 칩 수입은 제재 이전 대비 70% 이상 감소했으며, 항공기 부품과 산업 장비 수입도 60% 이상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자동차 생산량 역시 2021년 대비 40% 가까이 감소하는 등 산업 전반의 충격이 수치로 확인된다.

나. 무역 경로 변화와 산업별 충격

러시아의 무역 경로에는 큰 변화가 있었는데, 가령 전체 상품 수출입의 최소 40%가 새로운 경로로 전환되었고, BRICS 국가들이 서방을 대신해 주요 무역 파트너로 부상했다. 그러나 교역 품목의 성격 자체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여전히 러시아는 원유·가스·광물 같은 자원을 수출하고, 첨단 부품과 기계류 등 공업품을 수입하는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한편, 경제 전반에서는 자동차 산업이 수입 의존도가 커 상대적으로 큰 충격을 받았다. 반면 해외 시장과 거리가 멀고 중소기업이 다수를 차지하는 지역은 수입 차질의 영향이 비교적 제한적으로 나타났다.

3. 러시아의 대응 전략과 중국·인도 의존

3-1. 제재 회피 전략과 무역 경로 재편

러시아 기업들은 제재를 우회하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활용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병행 수입(이른바 회색 시장 수입), 수입 대체 정책, 그리고 벨라루스·중국·인도·UAE 등 제3국을 통한 재수출 방식이 사용되고 있다. 특히, 중국과 벨라루스가 독일 및 기타 서방 국가들을 대신해 러시아의 주요 수입 공급원으로 자리 잡았다. [그림 1]은 2020년 이후 수입 구조가 크게 변화했음을 보여주는데, 벨라루스와 중국으로부터의 수입이 증가한 반면 서방 파트너의 비중은 줄어들었다. 특히 2024년 러시아가 들여온 전기 장비의 약 80%는 중국산이었다.

[그림 1] 러시아의 주요 수입 파트너, 2015-2024년 (단위: 10억 달러) 
출처: Comtrade

한편, 제재 대상에서 제외된 품목들은 여전히 교역이 이어지고 있다. 예를 들어 2024년 독일은 의약품, 식품, 화학 물질, 기계류 등 약 76억 유로(약 12조 4,000억 원) 규모의 상품을 러시아에 수출했다. 같은 해 EU는 러시아로부터 광물 연료 223억 유로(약 36조 5,000억 원), 화학 물질 28억 유로(약 4조 5,000억 원), 철강 26억 유로(약 4조 2,000억 원)어치를 수입했다. 수출 측면에서 러시아는 주로 광물 연료와 석유, 금속 및 귀금속, 농산물, 기계류 등을 해외에 판매하고 있다. 주요 무역 파트너는 중국, 인도, 튀르키예이며, 2022년 이후에는 중국과 인도가 러시아의 최대 수출국으로 부상하면서 경제 파트너십 구조에 뚜렷한 변화가 나타났다(그림 2).

[그림 2] 러시아의 주요 수출 파트너, 2015-2024년 (단위: 10억 달러) 
출처: Comtrade

일부 국가는 러시아로의 수입을 중개하는 허브 역할을 하고 있는데, 대표적으로 아랍에미리트(UAE)는 러시아로의 통신기기(모바일) 수출에서 중요한 경유지로 부상했으며, 이로 인해 최근 몇 년간 UAE와 러시아 간 무역 규모는 7배 이상 증가하였다 [그림 3].

[그림 3] 아랍에미리트의 對러시아 수출 주요 품목군, 2017-2024년 (단위: 백만 달러) 
출처: Comtrade

언론에 공개적으로 드러난 제재 대응의 다른 방법들로는 비축 및 부품 재활용, 대체 기술 사용, 국내 기술 개발, 금융 제재 우회를 위한 암호화폐·대체 결제 시스템·현금 사용, 다른 제품으로 위장하거나 차량 내부에 숨겨 기술을 밀수하는 행위(주로 항공기 부품, 전자 부품 등 고가 품목) 등이 있다. 이러한 밀수는 수입뿐 아니라 수출에도 적용되며, 실제 무기 시스템이 해당 방식으로 유출된 사례도 보고되었다.

3-2. 중국과 인도의 역할

중국과 인도는 러시아 지원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성격은 다르다. 중국은 핵심 공급자이자 수출 대상국으로 자리 잡았고, 인도는 보다 조심스러운 입장을 취하면서도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다.

(중국) 중국 기업들은 현재 차량, 산업 장비, 소비자 기술 등 러시아 시장의 주요 영역을 장악하고 있으며, 러시아는 서방 기술을 대체하고 경제·군사 생산을 유지하기 위해 중국으로부터 반도체, 통신 장비, 산업 부품을 수입하고 있다. 2024년 중국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은 하루 평균 220만 배럴로, 중국 전체 원유 수입의 약 20%를 차지했다. 러시아는 중국에 원유와 가스를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으며, 국제사회의 제재로 인해 러시아산 원유는 유사 등급 대비 배럴당 약 5~10달러(약 7,000-14,000원) 저렴한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러시아는 2019년부터 연간 380억 입방미터(bcm) 규모의 ‘시베리아의 힘 1’(Power of Siberia 1) 파이프라인을 가동 중이며, 후속 프로젝트인 ‘시베리아의 힘 2’(Power of Siveria 2) 파이프라인도 계획 단계에 있다.

(인도) 인도 역시 2022년부터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확대했다. 2022년 이전에는 하루 평균 42만 배럴 수준으로 미미했으나, 2023년에는 하루 평균 215만 배럴로 급증했다. 현재 러시아산 원유는 인도의 전체 수입량의 약 35%를 차지한다. 이러한 원유 수입은 금융 시스템의 지원을 통해 가능했다. 인도는 미얀마·방글라데시 등 남아시아 국가와의 무역을 촉진하기 위해 자체 통화 기반인 SRVA(Special Rupee Vostro Accounts)를 운영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러시아 은행들도 이 계좌 체계에 편입되었다. 

4. 장기적 영향과 전략적 함의

러시아 제재는 여러 가지 장기적 파급 효과를 낳고 있다. ▲경제적 고립, ▲금융·기술 발전의 정체, ▲원유·가스·광물 수출에 대한 의존 심화, ▲장기 성장 잠재력 저하, ▲숙련 인력의 해외 유출이 대표적이다. 이로 인해 러시아 국민들이 남미나 발칸 지역에서 시민권을 취득하고 정착하는 현상이 늘어나고 있으며, 인구 감소와 고령화는 노동 공급 축소와 생산성 저하를 더욱 가속화할 수 있다.

한편, 유럽은 더 이상 러시아 에너지에 의존하지 않고 LNG와 대체 파이프라인 구축 등 다양한 공급원을 통해 수입을 다변화하고 있다. 이는 러시아산 에너지에서 벗어나려는 전략적 전환의 핵심 성과로 평가된다. 다만 이러한 전환이 빠르게 추진되면서 LNG 터미널·파이프라인·저장 시설 부족 등 인프라 제약이 드러나, 안정적 전환 과정에 새로운 도전 과제도 제기되고 있다. 이와 동시에 공급망 축이 아시아와 남미로 이동하면서 해당 지역과의 교역이 늘어나고 있다. 예컨대 EU는 남미 시장에 대한 접근 확대와 관세 인하를 포함하는 EU-메르코수르 무역 협정을 추진 중이며, 이를 통해 메르코수르 국가들의 광물 자원 무관세 수출이 가능해져 자원 다변화에 기여할 전망이다. 

아울러, 제재는 서방에도 반작용을 가져왔다. 유럽은 러시아산 에너지 의존 축소 과정에서 2022~2023년 전력·가스 가격이 3배 이상 급등하면서 산업 경쟁력과 물가 안정에 부담을 겪었고, 미국은 달러 중심 제재를 통해 효과를 극대화했으나 러시아·중국·인도 간 위안화·루블 결제가 확대되면서 탈달러화 흐름이 가속화되는 역효과를 경험하고 있다. 실제 2025년 러시아 수출 결제에서 루블과 위안화가 달러 비중을 추월하였다.

개발도상국에서도 변화가 뚜렷하다. 아프리카, 남아시아, 중동은 러시아 수출의 새로운 공급망 거점으로 부상했으며, 동시에 러시아산 비료와 밀의 주요 수요처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공급망은 과거보다 훨씬 복잡하고 분산된 양상으로 전환되었으며, 일부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은 기존의 러시아 의존에서 벗어나 중국·인도·EU·브라질 등으로 수입선을 다변화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5. 결론

현재 러시아의 대응 전략은 단기적으로 제재의 충격을 줄이는 데는 효과가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몇몇 국가에 지나치게 의존하게 되는 약점을 키우고 있다. 특정 국가에 자원을 저렴한 가격으로 팔거나, 비효율적인 무역 경로를 이용하는 방식은 당장은 도움이 되지만, 결국 러시아 경제의 지속 가능성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향후 제재가 더 강화되면 러시아가 이용해온 제3국 우회 경로마저 차단될 수 있고, 이는 러시아를 정치·경제적으로 중국에 더욱 종속시키는 불균형적 관계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반면 인도, 튀르키예 등 국가들은 서방을 자극하지 않으면서도 환적 무역을 통해 이익을 얻는 균형 전략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국제사회가 러시아-중국 간 종속적 파트너십 심화와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의 기회주의적 접근을 동시에 주시해야 함을 시사한다.

러시아는 제재를 극복하기 위해 위안화·루피·암호화폐 기반 무역을 활용해 기존 체계와 병행하는 거래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으며, 이는 글로벌 차원의 탈달러화 흐름을 가속화할 잠재력이 있다. 동시에 러시아가 니켈·비료·농산물 등 전략 자원의 주요 공급국이라는 점에서, 그 불안정성은 세계 시장 전반에 불확실성을 키울 위험을 안고 있다.

장기적으로 러시아는 수입 기술을 대체할 자체 기술 개발과 대체 금융 시스템 구축을 추진하겠지만, 감소한 수입을 보충하기 위해 자원 채굴에 더 크게 의존하는 방식은 녹색 전환을 지연시키고 에너지 안보 불안을 심화시킬 수 있다. 이는 결국 러시아뿐 아니라 국제사회의 안정성과 지속 가능성에도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최근 EU 제재 패키지는 제3국 경유 수출 통제 강화, 드론·이중용도 부품 차단, 다이아몬드·철강 금수, 제재 회피를 돕는 제3국 기업과 은행에 대한 2차 제재 확대 등으로 특징지어진다. 이는 단순한 러시아 고립을 넘어 글로벌 공급망 전반을 규제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참고자료]
Council of the European Union. (2014). Regulation (EU) No 833/2014 of 31 July 2014 concerning restrictive measures in view of Russia’s actions destabilizing the situation in Ukraine. Official Journal of the European Union, L229, 1–20. https://eur-lex.europa.eu/legal-content/EN/TXT/?uri=CELEX%3A32014R0833
Council of the European Union. (2023). Regulation (EU) 2023/2878 of 18 December 2023 amending Regulation (EU) No 833/2014 concerning restrictive measures in view of Russia’s actions destabilizing the situation in Ukraine. Official Journal of the European Union, https://eur-lex.europa.eu/eli/reg/2023/2878/oj
European Commission. (2023). Sanctions adopted following Russia’s military aggression against Ukraine. Finance.ec.europa.eu. https://finance.ec.europa.eu/eu-and-world/sanctions-restrictive-measures/sanctions-adopted-following-russias-military-aggression-against-ukraine_en
European Council. (2024). EU Sanctions against Russia. Consilium. https://www.consilium.europa.eu/en/policies/sanctions-against-russia/
Nilsson-Julien, E. (2025, March 5). Rise in US aircraft parts smuggling into Russia, bypassing sanctions. Euronews; euronews.com. https://www.euronews.com/2025/03/05/uptick-in-us-aircraft-parts-smuggling-into-russia-bypassing-export-controls
Pattanayak, B. (2022, December 28). ‘Re trade’ starts, first deals with Russia. Financial Express. https://www.financialexpress.com/policy/economy-re-trade-starts-first-deals-with-russia-2928564/
Times, M. (2025, June 17). Ruble overtakes dollar in Russian export payments. The Moscow Times. https://www.themoscowtimes.com/2025/06/17/ruble-overtakes-dollar-in-russian-export-payments-a89465 
U.S. Continues to Degrade Russia’s Military-Industrial Base and Target Third-Country Support with Nearly 300 New Sanctions. (2025, February 8). U.S. Department of The Treasury. https://home.treasury.gov/news/press-releases/jy2318

The English version of the original article can be downloaded below.

본 페이지에 등재된 자료는 운영기관(KIEP)EMERiCs의 공식적인 입장을 대변하고 있지 않습니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