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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정세변화] 2025년 칠레 대통령 선거 결과… 4년만에 우파 재집권
칠레 이혜빈 EC21R&C 연구원 2025/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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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칠레 대선은 지난 12월 15일 호세 안토니오 카스트(José Antonio Kast)의 승리로 종료되었다. 카스트 당선인은 결선투표에서 과반을 확보하며 대통령에 당선됐고, 정치 전문가들은 칠레가 민주화 이후 가장 우경화된 정권에 힘을 주었다고 평가했다. 대선 결과가 확정된 직후, 칠레 증권 시장은 대체로 안도 혹은 기대를 반영하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반응했다. 특히 대선 전후 칠레 자산 가격의 움직임은 ‘친시장적 우파 정부’ 가능성을 선반영해 왔으며, 당선 확정 이후에도 페소 및 금융시장의 강세가 보도되었다.
일부 정치전문가들은 이번 대선 결과가 단순히 대통령 교체에 그치지 않고, 칠레 국민들의 정치 지형 변화 의지를 드러낸 정치적 사건으로 해석했다. 선거 과정에서 복지·성장·분배 같은 전통적 경제 의제는 ‘생활 안정’이라는 더 큰 프레임 안으로 흡수됐고, 그 빈자리를 치안과 국경 통제 안건이 사실상 선점했다. 따라서 카스트 정부 출범 이후의 초기 국정운영은 “경제 성과”보다 “국내 질서 회복”를 얼마나 빠르게 만들 수 있는지에 의해 평가될 가능성이 높다.
칠레 대선의 정치적 양극화와 그 배경
극우 진영과 공산주의 진영 간의 대결 구도
이번 대통령 선거는 칠레 민주화 이후 가장 극명한 이념 대결이었다. 극우 성향의 호세 안토니오 카스트(José Antonio Kast)와 공산당 소속의 제넷 하라(Jeannette Jara)가 결선 투표에서 맞붙으면서, 칠레 유권자들은 ‘두 가지 이념 모델’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공화당(Republican Party)을 이끄는 59세의 카스트는 1차 투표에서 약 24%의 득표율을 기록했고, 현 정부의 노동부 장관 출신인 51세의 하라는 약 27%를 얻어 근소한 차이로 앞섰다. 다만 1차 투표에서 우파 진영 득표가 크게 우세하다는 해석이 확산되며, 결선 국면은 “하라의 1위 → 카스트 우세 구도”로 빠르게 이동했다.
칠레 정치 지형의 구조적 변화는 아젠다 크리테리아(Agenda Criteria)의 조사 결과로도 설명돼 왔다. 2020년 1월 이후 칠레에서 우익 정체성이 18%에서 38%로 증가해 5년 만에 두 배로 성장했고, 반면 좌파·중도좌파와 중도, 무소속층은 동반 하락했다는 해석이 제기되었다. 이 변화는 유권자들이 과거보다 명확한 이념적 입장을 갖게 되었음을 시사하며, 우익이 전체 정치 스펙트럼에서 입지를 강화한 흐름과 맞물린다.
두 후보의 이념적 차이는 극명했다. 카스트는 피노체트(Augusto Pinochet) 군사 독재 정권에 대한 향수 논란을 안고 있으면서도, 선거에서는 법질서 회복과 불법 이민자 강경 대응을 전면에 배치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와 엘살바도르의 나이브 부켈레(Nayib Bukele)를 사실상의 정치적 레퍼런스로 삼는 모습도 보였고, 서류 미비 이민자에 대한 강한 메시지로 지지층을 결집했다.
하라는 대조적으로 노동자 계층 출신이라는 점에서 칠레 정치 엘리트 구조에서 이례적 인물로 부각되었다. 산티아고 북부 빈곤 지역 엘 코르티호(El Cortijo)에서 성장한 그는 다양한 일을 하며 학비를 벌었고, 14세에 공산당 청년 조직에 가입했다. 보리치(Gabriel Boric) 정부의 노동부 장관으로서 주 40시간제 도입, 최저임금 인상, 연금 기금에 대한 고용주 기여 확대 등 굵직한 정책을 추진하며 사회정책 성과를 대표하는 정치적 인물로 자리 잡았다. 다만 그는 쿠바 공산 정권을 비판하고 마두로(Nicolás Maduro)를 ‘독재자’로 규정하는 등 실용주의적 태도도 병행했다.
정치적 양극화의 원인과 사회적 영향
칠레의 정치적 양극화를 촉발한 가장 큰 요인으로는 범죄 증가에 대한 사회적 불안이 지목된다. 지난 10년간 살인·납치·갈취 등 폭력 범죄에 대한 공포가 커지면서, 한때 라틴아메리카에서 가장 안전한 국가 중 하나로 평가되던 칠레의 체감 치안이 급격히 악화되었다는 인식이 확산됐다. 보리치 정부 기간 공식 지표가 개선되는 흐름이 보도되기도 했으나, 유권자들의 불안은 쉽게 꺾이지 않았다.
범죄 문제는 이민 이슈와 강하게 결합됐다. 베네수엘라발 이민 급증 국면에서 초국가 범죄조직이 북부 국경을 넘어 확산됐다는 보도가 이어지며, “이민 → 범죄” 프레임이 선거 의제로 고착되는 경향이 강화됐다. 특히 트렌 데 아라구아(Tren de Aragua) 같은 조직이 반복적으로 언급되며, 치안 담론은 ‘정책 경쟁’이라기보다 ‘공포의 정치’로 이동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카스트는 이러한 불안을 정치적으로 흡수하는 데 가장 능숙한 후보였다. 그는 국경 강화, 불법체류 단속, 대규모 추방을 반복적으로 강조했고, 일부 발언은 주변국과의 긴장을 자극하는 방식으로도 해석됐다. 이 과정에서 “민주주의적 절차”보다 “즉각적 통제”에 대한 욕구가 커졌다는 사회학적 진단도 제기됐다.
정치적 양극화는 이민자 공동체 내부의 분열로도 이어졌다. 칠레 거주 이민자 상당수, 특히 베네수엘라 출신 커뮤니티는 ‘좌파 정권의 실패 경험’과 ‘극우 통치의 위험’ 사이에서 첨예하게 갈라졌다. 같은 베네수엘라 출신이라도, 한쪽은 “공산주의 공포”를 이유로 카스트를 선택하고, 다른 쪽은 “제도와 법의 안전장치”를 이유로 하라를 지지하는 방식으로 공동체가 분리되는 양상이 관측됐다.
결과적으로 이번 대선은 칠레가 과거를 어떻게 기억하고, 현재의 불안을 어떤 방식으로 해결하며, 자유와 권리의 범위를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가라는 근본 질문을 재점화했다. 그리고 그 선택은 카스트 승리로 귀결되며, 칠레 정치의 중심축이 치안·국경·질서 프레임으로 이동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었다.
카스트 당선인의 정책과 정치적 전략
극우 정책의 주요 내용과 사회적 반응
호세 안토니오 카스트(José Antonio Kast)는 59세 변호사이자 독실한 가톨릭 신자로 9명의 자녀를 둔 인물이며, 칠레 공화당(Republican Party)을 이끄는 강경 우파 정치인이다. 그는 전통 우파가 온건하다고 보고 공화당을 세력화해 왔고, 이번 선거에서 “치안·이민·경제”를 묶어 ‘긴급 정부(emergency government)’라는 프레임으로 제시했다. 카스트의 핵심 정책은 불법 이민자 단속과 국경 강화다. 장벽·감시 강화, 추방 확대, 불법 이민의 범죄화, 불법체류 고용·임대에 대한 제재 등 강경안이 반복적으로 제시됐다. 이러한 구상은 국제적으로는 트럼프식 국경정책 및 부켈레식 치안정책과 함께 비교되며 이해되는 경향이 있었다.
치안 정책에서는 “강한 국가”를 전면에 내세웠다. 추가 교정시설, 경찰 권한 강화, 범죄조직에 대한 강력 단속 등은 유권자 불안을 정면으로 겨냥했고, 실제로 많은 유권자들은 사회복지보다 ‘거리의 안전’을 최우선 과제로 두고 투표했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경제 정책에서는 규제 완화, 법인세 인하, 공공 지출 절감(일부 보도에서 60억 달러 규모로 언급) 등이 대표 공약으로 거론됐다. 다만 대규모 지출 삭감의 현실성과 의회 통과 가능성은 카스트 정부가 직면할 구조적 제약으로 지적된다.
카스트의 정치적 연대와 지지 기반
카스트의 승리는 1차 선거에서 이미 예고된 측면이 있었다. 1차 투표에서 하라가 1위를 했지만, 우파 후보군 전체가 확보한 표의 총량이 훨씬 컸고, 결선에서는 우파 표의 결집이 현실화됐다. 실제로 주요 보도들은 “우파 후보들의 지지 이동”과 “치안 의제의 결선 프레이밍”이 카스트에게 유리하게 작동했다고 분석했다. 특히 1차에서 탈락한 우파 후보들의 선택은 결선 투표 결과의 방향성을 크게 좌우했다. 카이저(Johannes Kaiser) 등 강경 우파는 좌파 저지를 명확히 내세웠고, 전통 우파의 붕괴는 결과적으로 카스트에게 ‘우파 대표성’을 집중시키는 효과를 냈다.
카스트의 과거 발언과 가족사, 피노체트 평가 문제는 캠페인의 상수였다. 다만 선거 과정에서 그는 낙태·동성혼 같은 문화전쟁 의제를 전면에서 후퇴시키고, 치안과 이민 중심으로 메시지를 좁히는 전략을 통해 정치적 약점을 가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리고 결선 결과는 그 전략이 일정 부분 유효했음을 보여주었다. 승리 이후의 핵심 변수는 “강경 노선을 얼마나 제도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가”와 “의회 및 중도층과의 거래를 어떤 방식으로 설계하는가”로 이동했다. 즉, 카스트 정부는 분열을 완화하고 연정을 구성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출범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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