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종전 이후 러시아의 산업정책 추진 방향과 시사점
러시아 박지원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 2026/04/13
자료를 인용, 보도하시는 경우, 출처를 반드시 “ EMERiCs 러시아ㆍ유라시아 ”로 명시해 주시기 바랍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의 산업 구조
2026년 2월로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지 만 4년이 지났다. 개전 이후 종전에 대한 여러 논의가 있었고 다양한 가능성이 거론되었지만, 아직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에서의 교전은 교착상태이고 평화협정의 진행 상황도 지지부진하다. 다만, 전쟁 당사국과 관련국 모두 언젠가는 이 전쟁이 끝날 것임을 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끊임없이 이야기되는 것은 향후 러시아 경제의 지속 가능성의 여부이다.
전쟁 발발 이후 러시아 경제는 몇 가지 요인에 의해 유지되어 왔다. 크게 대외적으로는 높은 국제원자재 가격, 그중에서도 원유 가격의 상승과 대내적으로는 군수품 생산 중심의 제조업 호황이다. 특히 전쟁이 지속되면서 러시아의 산업 구조는 군수품 제조를 중심으로 재편되어왔다. 2022년부터 2024년까지 러시아 산업 생산 증가의 약 70%는 군수 관련 분야에서 발생했는데 탱크나 드론, 포탄 생산 등이 포함되는 제조업 부문은 빠른 속도로 성장했다. 군수품 생산이 확대되면서 노동 인력의 쏠림 현상도 가속화되어 현재 군수산업 종사자는 약 380만 명으로 추정되며 이 중 약 70만 명 이상은 전쟁 이후 새로 유입된 노동 인력이다. 반면, 전쟁의 직접적인 수혜를 입지 못하는 민간 제조업 분야는 제재로 인한 생산 부품 부족,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수요 감소의 영향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이런 군수산업 중심의 성장도 2025년부터는 한계를 노정하고 있다. 지난 수년간 폭발적으로 성장했던 군수산업은 수요 감소, 설비 노후화, 인력 부족 등으로 공장 가동률이 저하되고 있으며 이를 반영하여 2026년 1월 러시아 제조업 생산은 전년 동월 대비 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쟁을 통한 군수산업 발전과 종전 이후 산업 구조 개편 방안
우크라이나 전쟁은 러시아의 군수 기업들의 기술개발과 향후 이를 기반으로 한 민간 제품 생산의 기초를 닦는 데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이번 전쟁을 통해 무인 드론의 중요성이 크게 부각되면서 관련 기술과 무기의 개발이 빠르게 일어나고 있다. 또한 이와 별개로, 러시아는 현대전에서 인공지능 기반의 군사 시스템과 무기 체계 구축이 매우 중요한 과제임을 인식하게 되었는데 인공지능 기술은 무기 체계는 물론이고 지휘 통제 자동화, 정보 분석 등 다양한 관련 연구개발을 가속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전쟁 초기에 우크라이나 측은 미국이 인공지능 기술을 기반으로 제공하는 정보를 통해 러시아군의 정보를 수집하고 해독하는 데 큰 도움을 얻었으며 러시아는 서방의 기술에 대응하기 위해 자체 인공지능 역량을 강화하고 개발하는 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게 되었다. 이에 따라, 2022년 8월부터 러시아 국방부는 무기 개발 등에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절차와 방식을 강화하기 위한 부서를 신설하고 활용하기 시작했다. 이를 통해 다양한 인공지능 기술 기반의 무기들이 생산되기 시작했는데 대표적인 것이 무인 드론 및 전투로봇이다.
종전 이후 군수용품의 수요가 축소된다면 전쟁을 통해서 축적된 인공지능 기술을 민간용으로 활용하게 될 것은 자명하다. 러시아의 대표적인 오를란-10(Orlan-10), 포어포스트(Forpost) 등의 정찰용 드론의 경우, 인공지능 기반의 영상 분석, 목표 자동 추적 기능 등을 강화하는 등 전장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여러 드론이 군집으로 비행하면서 상호 정보를 교환하고 작업을 분담할 수 있는 정도의 기술 수준도 확보된 것으로 알려진다. 향후 이런 인공지능 기술을 민간 항공 체계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으로 넓은 러시아 영토의 산불 감시와 관리, 에너지 인프라 점검, 대규모 경작지에 대한 방제와 작황 분석 등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전장에서 발전한 기술은 개별 기술 단위로 민간 부문에 이전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군집 드론 운용 과정에서 확보된 자율 항법 기술은 물류·배송 시스템에 활용될 수 있으며, 인공지능 기반 영상 분석 기술은 스마트시티, 재난 대응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 가능하다. 또한 군사 통신 과정에서 발전한 암호화 기술 역시 민간 통신 및 데이터 보안 분야로 확산될 여지가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부터 약 40억 루블 규모의 「무인 항공 물품 배송」 연방 프로젝트를 수행해 왔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무인 드론 시장은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확대되었고 여기에 발전된 인공지능 기술을 여기에 접목할 수 있는 여지는 더 클 것이다. 정부는 드론 개발 분야의 획기적인 혁신에 기대를 걸고 있으며, 향후 새로운 국가 프로젝트를 본격적으로 시행하면 드론 산업뿐만 아니라 무인 항공기(UAV)가 사용되는 관련 민간 산업에도 변화를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고 있다. 러시아 산업통상자원부는 2023년 6월, 「2030년 및 2035년까지 러시아연방의 무인 항공기 발전 계획」을 발표하였다. 이를 통해 관련 무인 항공기 관련 생태계의 전반적인 발전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여기에 인공지능 기술을 더해 향후 민간 무인 드론 시장을 육성하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즉, 군사용 드론 기술에 인공지능을 더해 민간항공기 시장까지 이어지는 기술개발의 환류 체계를 목표로 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또한 현재 군수산업을 중심으로 하는 러시아의 산업 구조는 종전 이후 이중용도(dual use)제품의 생산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변화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2021년 7월 개정된 「러시아연방의 국가 안보 전략」에서 경제 안보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방위산업 조직의 생산기지를 현대화하고, 첨단 민간용 및 이중용도 제품의 생산량을 늘릴 것을 밝힌 바 있다. 이 내용에는 2027년까지 군산복합체에서 민간 및 이중 용도 제품의 생산을 40%로, 2025년까지는 30% 수준으로 확대하는 목표가 제시되어 있으며 이 목표에 따라 드론 및 항공, 의료기기, 에너지 장비 등 서방 제품의 공백이 큰 분야에서 생산 비중을 높이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이미 2016년에 군산복합체에서 민간 용품의 생산을 2030년까지 50%로 확대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으며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까지 이러한 목표 달성을 위한 지원을 계속해 왔다. 종전 이후에는 과거의 이 계획으로 회귀할 가능성이 높다.
군수산업 전환의 전제 조건과 장애물
1990년대 러시아 군수산업의 민간 전환 과정에서 제기되었던 문제는 군수품을 생산하던 기업들이 “시장에 수요가 있는 제품을 만들 수 있는 것인가?”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당시 많은 군수기업들은 사실상 시장의 수요에 대해 무지했고 단지 자신들이 잘 만들 수 있는 제품에 집중했으며 그래서 대부분이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 군수산업은 기본적으로 정부의 주문에 따라 손익이 보장되고 시장의 속성에는 무관하게 되는 경향이 강하지만, 민간 시장은 소비자 수요, 가격 경쟁력, 마케팅 등이 훨씬 중요하다. 따라서 종전 이후 군수 기업들이 이러한 시장 지향적 사고로 전환하는 것은 필수적이며 그중에서도 시장에서 수요가 있는 제품을 만드는 것은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볼 수 있다.
러시아 군수 기업의 민수 전환에서 중요한 또 한 가지 사항은 시장에 적합한 제품을 만들어 내기 위한 생산시스템의 변화가 동반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군수산업은 산업의 특성상 유사한 제품의 대량 생산을 특징으로 한다. 기업이 제품을 효율적이고 빠르게 생산하기 위해서는 부품의 표준화와 조립 라인시스템을 활용하여 생산성을 극대화하는 것을 특징으로 한다. 현재 러시아의 군수 기업들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이와 같은 대량 생산 시스템에 더욱 익숙해진 상황이다. 하지만, 민간 시장에서는 군수산업과 같은 ‘소품종 대량생산’ 시스템보다는 ‘다품종 소량생산(multi-variety, small-batch production, MVSB)’시스템이 더 유리한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러한 생산 시스템 전환은 단기간에 이루어지기 어려운 구조적 제약을 수반한다. 기존 군수기업의 생산 설비는 특정 제품의 대량 생산에 최적화되어 있어 설비 전환에 상당한 비용과 시간이 소요될 수 있으며, 민간 시장 수요에 대한 대응 경험 부족과 유통·판매 체계 미비 역시 주요한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이 같은 시스템 도입으로, 기업은 소비자 수요 변화에 더욱 쉽게 대응할 수 있는데, 예를 들어, 특정 제품의 수요가 상승하면 제조업체는 전체 생산라인을 개편하는 대신 일부 생산라인을 개편해 생산량을 빠르게 늘릴 수 있다. 현대 사회에서 소비자의 기호와 취향이 매우 다양해지고, 제품의 수명 주기가 짧아지면서 과거와 같은 대량 생산 방식이 한계에 부딪혔으며 소비자들이 특색있는 제품을 원하게 되면서, 기업들은 고객의 다양한 요구에 맞춰 여러 종류의 제품을 소량으로 생산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나갔다. 따라서 러시아 군수 기업이 민간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이와 같은 생산시스템의 전환이 필요하다. 소품종 생산시 발생하는 초기 셋팅 비용과 불량률을 낮출 수 있는 디지털 트윈(digital twin) 기술을 도입하고 폐쇄적인 방산 OS 운영체계를 민간 확장이 용이한 표준 체계로 전환시키도록 개방한다면 중소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제품 개발 시간을 감축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시장의 변화나 트렌드에 빠르게 대응하여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고 생산할 수 있으며 소비자의 개별적인 요구에 맞춰 제품을 생산함으로써 고객 만족도를 높이고,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이는 앞서 서술한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춘 민간 제품의 생산과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는 요인이다.
시사점 및 전망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서방의 제재를 받으면서 러시아는 자국 산업 육성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초기에 정부는 ‘수입대체산업화(import-substitution industrialization)’를 전략 방향으로 설정하고 그동안 서방에서 수입하던 제품을 대체하는 데 역점을 두었다. 하지만, 2023년 5월 푸틴 대통령은 「2030년까지 기술 발전 개념」을 승인하고 제재하에서 러시아의 기술 주권 확보와 이를 기반으로 한 산업화, 경제성장을 위한 전략 방향을 명확히 제시했다. 이 문서에서 러시아 정부는 자국의 진정한 산업 발전은 기존의 서방 기술을 대체하는 데 있지 않으며 선도적인 기술개발을 통해서만이 가능함을 확인하였다. 지난 1990년대 체제 전환 과정에서 러시아의 군수 기업들은 민수기업으로 전화하기 위해 노력했으나 당시의 경쟁력 있는 민간 제품 생산 실패, 재정적 어려움, 정부 정책의 일관성 부족 등으로 인해 대체로 큰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의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러시아의 군산복합체들은 군수품 생산을 크게 확대함과 동시에 다양한 첨단기술을 발전시키면서 크게 성장하고 있다. 특히 러시아 정부는 이번 전쟁을 통해 발전할 군수산업의 기술력을 전쟁 이후 민수 산업 발전의 마중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이와 같은 군수산업의 민간 전환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인 2010년대 중반부터 정부의 중점적인 지원을 통해 군수 기술을 민간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계획되었던 것으로, 전쟁 이후의 산업 전환은 이중 용도 제품의 대량 생산을 통해 가능할 것이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은 아직 진행형이지만 언젠가 종전은 올 것이다. 그리고 러시아는 다시 한번 군수산업의 대전환을 통해 민간의 산업 역량을 강화해야 하는 시기를 맞게 될 것이다.
---
* 참고문헌
Clapp, S. “Defense and artificial intelligence.” European Parliamentary Research Service, Apr. 2025,
“Стратегия развития беспилотной авиации Российской Федерации на период до 2030 года и на перспективу до 2035 года,” УТВЕРЖДЕНА распоряжением Правительства Российской Федерации от 21 июня 2023 г. № 1630-р.
“Концепция технологического развития на период до 2030 года.” Утверждена распоряжением Правительства РФ от 20 мая 2023 г. No. 1315-р.
Указ Президента РФ от 2 июля 2021 г. N 400 "О Стратегии национальной безопасности Российской Федерации"
“Understanding the Benefits of Batch Production in Manufacturing.” https://www.genie.io /blog -articles/understanding-the-benefits-of-batch-production-in-manufacturing, (검색일: 2026년 3월 20일)
“В Минобороны РФ создали управление по работе с искусственным интеллекттом.” https://tass.ru/armiya-i-opk/15492531, (검색일: 2026년 3월 19일)
“На гражданку. Мирные беспилотники за триллион рублей поменяют жизнь России.” https://dzen.ru/a/ZPDFjIsWBEpo3dud, (검색일: 2026년 3월 19일)
“Путин потребовал довести долю гражданской продукции в оборонке до 50 процентов.” https://lenta.ru/news/2016/12/01/peace_enforcement/, (검색일: 2026년 3월 20일)
본 페이지에 등재된 자료는 운영기관(KIEP) 및 EMERiCs의 공식적인 입장을 대변하고 있지 않습니다.
| 이전글 | [전문가오피니언] 카자흐스탄의 대외전략 전환과 유라시아 경제 연결망 재편 | 2026-03-19 |
|---|---|---|
| 다음글 | [전문가오피니언] 최근 몽골-중앙아시아 정상회담 확대의 배경과 시사점 | 2026-06-12 |




러시아ㆍ유라시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