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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특집이슈

[월간정세변화] 러시아·우즈베키스탄 원전 협력과 중앙아시아 에너지 지형 변화

러시아ㆍ유라시아 일반 이경은 EC21R&C 연구원 2026/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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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우즈베키스탄 통합형 원전 착공


로사톰 주도의 우즈베키스탄 통합형 원전 착공

2026년 6월 4일, 우즈베키스탄 지자흐주 포리시 지구에서 자국 첫 통합형 원전 1호기 콘크리트 타설 행사가 열렸다. 샤브카트 미르지요예프 우즈베키스탄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현장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를 연결한 텔레브리지로 건설 개시를 공동 승인했으며, 라파엘 그로시(Rafael Mariano Grossi)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도 행사에 참석했다. 같은 날 우즈베키스탄 내각 산하 산업 방사선 원자력안전위원회 (Agency for Industrial Safety, Radiation and Nuclear Security)는 러시아산 소형모듈원자로 RITM-200N 1호기 건설 면허를 발급해 착공의 규제 절차를 완료했다.


사업 구조는 2024년 계약 당시와 크게 달라졌다. 당초 RITM-200N 6기, 총 330MW 규모의 소형원전 프로젝트로 출발했으나, 2026년 3월 대형 원자로 VVER-1000 2기와 소형모듈원자로 RITM-200N 2기를 한 부지에 결합한 통합형 모델로 변경되면서 총 설비 규모도 2.1GW 이상으로 확대됐다. 러시아 국영 원자력기업 로사톰(Rosatom)이 원자로 설계·건설부터 연료 공급·유지보수·사용후핵연료 관리까지 아우르는 전주기 방식으로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소형모듈원자로와 하이브리드 원전의 개념

소형모듈원자로(SMR)는 일반적으로 전기출력 300MW 이하의 원자로를 의미하며, 기존 대형 원전보다 작은 출력 단위를 모듈화해 단계적으로 건설·확장할 수 있도록 설계된 원자로다. 주요 기기와 계통을 표준화·모듈화해 제작과 설치 효율을 높이는 것이 특징이며, 상대적으로 작은 전력망이나 특정 산업단지나 지역의 전력 수요에 맞춰 활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차세대 원전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이번 우즈베키스탄 사업에서는 대규모 기저전원 역할을 하는 대형 원자로와, 단계적 증설 및 유연한 전력 공급에 활용할 수 있는 소형모듈원자로를 동일 부지에 함께 배치하는 하이브리드 방식을 활용한다. 즉, 단일 원자로 유형 중심의 기존 원전 사업과 달리 대형 원전의 규모 경제와 소형모듈원자로의 모듈형 확장성을 결합하려는 시도라고 볼 수 있다.


중앙아시아 첫 상업 원전이 갖는 전략적 의미

이번 착공은 포스트소련 중앙아시아에서 건설 단계에 들어선 첫 신규 상업 원전 프로젝트로 평가된다. 기술 구성 측면에서도 대형 원자로와 소형모듈원자로를 한 부지에 결합한 세계 최초 사례로, 로사톰의 수출형 하이브리드 원전 모델을 검증하는 시범 사업이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소련 해체 이후 중앙아시아 5개 공화국에 상업 원전이 건설된 전례가 없다는 점에서, 이번 사업은 우즈베키스탄의 발전원 다변화를 넘어 포스트소련 지역 전력체계의 구조적 전환을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된다.


전력 수급 불균형과 원전 도입 배경


우즈베키스탄 전력 수요 증가와 공급 압박

우즈베키스탄의 전력 수요 증가는 인구 자연증가만의 문제가 아니라 도시화·산업화·투자 확대가 동시에 작동하는 구조적 현상이다. 2026년 1월 기준 상주인구는 3,823만 명을 넘어섰고, 도시 거주 인구는 1,947만 명에 달한다. 산업화의 질적 내용도 전력 집약도가 높아지는 방향이다. 2026년 1분기 산업생산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85.1%였고, 기계·장비 및 운송장비 관련 생산이 큰 폭으로 늘었다. 여기에 500MW급 데이터센터 건설 등 대규모 전력 수요를 동반하는 디지털 인프라 프로젝트까지 더해지면서, 우즈베키스탄 정부는 향후 전력 수요가 현재 대비 최소 1.5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공급 측면에서도 압박이 뚜렷하다. 우즈베키스탄 정부는 최근 수년간 전력 생산이 850억~870억 kWh 수준으로 확대됐다고 설명하며 2026년에는 900억 kWh를 목표로 제시했다. 그러나 세계은행은 2025년 기준 약 10%의 전력 수요가 충족되지 못하고 있으며, 2030년에는 우즈베키스탄 내 전력 수요가 1,200억 kWh를 초과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처럼 공급 확대에도 불구하고 수요 증가 속도가 더 빠른 구조적 격차가 이번 원전 착공의 직접적 배경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천연가스 의존 구조와 원전 도입 필요성

우즈베키스탄의 에너지 체계는 여전히 천연가스 중심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23년 기준으로 우즈베키스탄 전력생산의 76%, 총에너지공급의 79%가 천연가스이며, 세계은행의 2025년 배전망 개혁 문서도 우즈베키스탄 전원믹스의 약 70%를 천연가스가 차지한다고 진단했다. 문제는 이 의존 구조를 뒷받침해온 우즈베키스탄 내 가스 생산이 최근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우즈베키스탄 국가통계위원회에 따르면 2026년 1~4월 천연가스 생산량은 126억㎥로, 전년 동기 150억㎥ 대비 약 16% 감소했다. 수요는 늘어나는데 연료 기반이 약해지는 셈이어서, 가스발전 추가만으로는 전력 수급을 안정시키기 어렵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 이에 우즈베키스탄 정부는 재생에너지 확대와 원전 도입을 병행하는 전원 다변화 전략을 추진 중이다.


샤브카트 미르지요예프(Shavkat Mirziyoyev) 우즈베키스탄 대통령은 2026년 5월과 6월 두 차례 연설에서 2030년까지 발전량의 54%를 재생에너지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이번 원전은 이 재생에너지의 대안이 아니라 변동성을 보완하는 기저전원으로 설계됐다. IAEA는 2026년 1월 자료에서 원전이 재생에너지의 변동성을 완화하고 화석연료 보조발전 의존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으며, 우즈베키스탄 대통령실도 이번 착공 사업을 소형모듈원자로와 대형 기저발전을 결합한 통합형 프로젝트로 규정했다. 완공 시 기대 효과에 대해 관련 업계 매체는 우즈베키스탄 전체 전력 수요의 약 14~15%를 담당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원전 협력의 외교적 함의

원전 전주기 협력과 대러 의존 심화 가능성
우즈베키스탄 원전 협력은 단순한 단기 건설 계약이 아니라, 러시아와의 제도·기술·금융 연계를 장기화할 수 있는 구조로 평가된다. 원전 도입은 착공과 건설에 그치지 않고 규제체계 구축, 전문인력 양성, 연료 공급, 운영·정비, 방사성폐기물 및 사용후핵연료 관리까지 포함하는 장기 인프라 사업이기 때문이다. IAEA는 원전 도입 단계별 접근법(Milestones Approach)을 통해 첫 원전 도입국이 검토 착수부터 첫 상업운전까지 통상 10~15년이 소요되며, 이 과정에서 규제체계, 인력, 연료주기, 방사성폐기물 관리 등 다수의 기반 과제를 준비해야 한다고 제시한다. 실제로 2026년 3월 우즈베키스탄 국영원자력기업 우즈아톰(Oʻzatom)과 로사톰이 체결한 협력 로드맵에는 인력양성, 공공 수용성 제고, 원전 인근 도시 조성 등이 포함됐다. 또한 로사톰의 해외사업 통합 모델은 핵연료 공급, 운영·정비, 사용후핵연료 관리 등을 포괄하는 전주기 패키지 형태로 구성되어 있다.

금융 구조 역시 양국 간 장기 연계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현지 언론은 이번 사업이 러시아 기술과 러시아 측 차관을 함께 활용하는 방식으로 추진된다고 보도했다. 전문 분석기관들도 로사톰의 해외 원전 수출이 장기 핵연료 공급 및 운영 지원 계약을 동반하며, 우라늄 채굴부터 정비에 이르는 연료주기 전반의 지원 역량이 러시아의 해외 영향력 기반이 된다고 평가한다. 이를 종합하면, 우즈베키스탄 원전 사업은 향후 양국 간 정책·규제·인력·금융 협의를 장기간 지속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으며, 그 과정에서 러시아와의 제도적·기술적 연결고리가 강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에너지안보 차원의 실용적 대러 협력
다만, 우즈베키스탄의 러시아 원전 협력을 전체 외교노선의 친러화로 해석하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우즈베키스탄은 러시아와 원전 협력을 진행하면서도 EU, 미국, 유럽부흥개발은행(EBRD) 등 다른 주요 파트너들과의 관계를 동시에 넓혀가고 있기 때문이다. 우즈베키스탄은 2025년 4월 사마르칸트에서 열린 첫 EU-중앙아시아 정상회의를 주최하며 EU와의 관계를 전략적 파트너십으로 격상했다. EU는 이 자리에서 120억 유로 규모의 글로벌 게이트웨이(Global Gateway) 투자 패키지를 발표했다. 같은 해 11월에는 미국과 전략적 파트너십 강화를 확인했으며, 2026년 들어서도 한국·EBRD·미국 금융기관과의 투자 및 제도 협력을 연달아 발표했다. 우즈베키스탄 대통령실은 2026년 6월 기준 자국이 EBRD의 역내 최대 파트너이며, 관련 포트폴리오가 70억 달러를 넘어섰다고 밝혔다.

이러한 외교 행보는 러시아 원전 협력을 친러 노선 전환이 아니라, 다변화 외교 속 부문별 실용 선택으로 보는 해석을 뒷받침한다. 카네기 국제평화재단은 우즈베키스탄이 러시아 원전, 유럽 자본, 다양한 투자 파트너를 부문별로 병렬 배치하는 ‘포트폴리오 정치’를 구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를 종합하면, 우즈베키스탄의 원전 협력은 전력수요 급증과 노후 전력망이라는 구조적 과제에 대응하기 위한 에너지안보 차원의 판단으로 볼 수 있으며, 이를 전체 외교노선의 친러화로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해석된다.

중앙아시아 에너지 전환과 원전 확대 흐름

중앙아시아 원전 확대와 공급자 다변화
중앙아시아에서 원전 도입을 추진하는 국가는 우즈베키스탄에 그치지 않는다. 카자흐스탄은 2024년 10월 국민투표에서 투표 참여자의 71.1%가 원전 건설에 찬성한 뒤, 2026년 5월 러시아와 165억 달러 규모의 첫 원전 건설 협정을 체결했다. 동시에 두 번째 원전 사업자로 중국국가핵공업집단(CNNC)을 사실상 지목하며 공급자를 이원화하는 방향을 공식화했다. 우즈베키스탄도 러시아가 주도하는 원전을 착공하면서 같은 해 CNNC와 별도로 평화적 원자력 협력 확대를 논의한 바 있다. 이러한 흐름은 중앙아시아에서 원전 수요가 확산되는 가운데, 러시아와 중국이 공급자로서 경쟁하는 구도로 읽힐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앙아시아 에너지 전환과 다변화 전략
원전과 같은 대형 에너지 인프라는 건설 계약에 그치지 않고 금융, 연료공급, 인력양성 둥을 수십 년 단위로 묶는다. 우즈베키스탄 대통령은 이번 착공을 단순한 발전설비 확충이 아니라 기술 인재 양성과 산업 역량 구축을 수반하는 장기 국가 프로젝트로 규정했고, 카자흐스탄-러시아 협정도 유지보수와 연료공급을 포괄한다. 이처럼 장기 에너지 협력은 외교적 접점과 상호의존을 확대하는 구조적 효과를 낳는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다만 에너지 협력이 외교노선을 단독으로 결정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카자흐스탄은 로사톰 첫 원전을 추진하면서도 CNNC와의 전략 파트너십과 EU와의 핵심원자재 협력을 병행하고 있으며, 우즈베키스탄도 러시아 원전과 함께 중국·미국과 에너지·광물 협력 채널을 유지하고 있다. 전문 분석기관들은 이를 중앙아시아의 균형외교 지속으로 해석한다. 2026년 우즈베키스탄 원전 착공은 포스트소련 중앙아시아 에너지 전환의 분기점으로 평가되지만, 이 지역의 에너지·외교 지형이 어떻게 재편될지는 러시아·중국·서방의 경쟁 구도와 중앙아시아 국가들의 다변화 전략이 어떻게 맞물리느냐에 달린 열린 변수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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