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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현지리포트]인도의 축제 “홀리”

인도 상연진 Jawaharlal Nehru University M.Phil 과정 재학 2012/03/13

Holy hai! 홀리(holy)는 디왈리와 더불어 인도의 가장 큰 축제 중 하나이다. 인도에 관한 여행 책자에서 인도인들이 형형색색의 물감을 얼굴에 칠하고 있는 사진이 바로 이 홀리 시즌에 쉽게 볼 수 있는 모습들이다. 그래서 흔희들 홀리를“색의 축제(Festival of Colours)”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왜 홀리 시즌에는 사람들이 여러 가지 색깔을 얼굴과 몸에 바르는 것일까?

홀리는 인도인들에게 크게 두 가지 의미를 갖는다. 첫 번째는 비옥한 농토와 농사가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겨울이 가고 새로운 계절인 봄이 오는 것을 축하하는 의미이다. 그리고 두 번째로는 크리쉬나와 관련된 예전의 힌두 신화들이나 전설들을 기념하는 종교적 의미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새로운 시작과 다채로운 계절을 상징하는 봄이 오는 것을 반기고 이전의 전설에 나오는 풍습에 따라 서로 간에 색깔 파우더를 묻히고 물을 부으며 축제를 즐기는 것이다.


이러한 풍습 때문에 3월 중에 인도를 방문하는 여행가들이나 외국인들은 인도인들과 함께 홀리를 흥겹게 즐기고 싶어하기도 하는 반면 밖에 나가기를 두려워하기도 한다. 왜냐하면 이 홀리 시즌에 밖에 나가게 되면 사람을 가리지 않고 물풍선이나 물감을 뿌려대서 온몸이 젖고 물감이 묻는 곤혹스러운 일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 또한 홀리 일주일 전부터 동네 골목길을 지나다 건물에서 떨어지는 물풍선을 제대로 맞았다는 등의 이야기를 주위의 친구들로부터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었다.


사실 이런 이유 때문에 나도 작년에 인도에서 처음 맞는 홀리를 제대로 즐길 수가 없었다. 홀리날 당시 중요한 시험이 있었기 때문에 혹여나 물세례를 받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가까운 거리도 문이 없는 릭샤 대신 택시를 타고 갔던 기억이 난다.
 
홀리는 지역마다 다르긴 하지만 주로 이틀 동안 진행되는데 전날은 나무를 태우면서 노래를 부르고 축제를 고조시킨다. 그리고 홀리 당일은 대게 이른 아침부터 점심시간 전까지가 피크 타임으로 서로 간에 색깔 파우더를 묻히고 물을 부으며 나뭇가지들을 태우고 흥겹게 논다. 이 시간만큼은 나이, 성별, 사회적 지위, 그리고 엄격하게 구분되어 있던 카스트도 모두 허물어지는 시간이다. 그리고 또 하나! 이 시간이 끝나면, 혹은 이 시간동안 인도인들은 방(bhang, 대마초의 나뭇잎과 우유, 설탕, 향료를 섞어 만든 음료)을 마시고 그 날 하루를 푹 잠으로써 홀리를 마감한다. (이것은 지역마다 다르긴 하지만 북인도에서는 이런 관습이 있다) 사실 우리나라에는 대마초가 불법이기 때문에 이런 관습을 이해하기 힘들 수 있지만 인도인들에게 이 날 하루만큼은 이 방을 마시는 게 홀리의 풍습 중 하나이다. 나의 인도 친구들도 홀리 때 방을 꼭 먹어보라고 권유하기도 했고 또 놀랍게도 기숙사 식당에서도 그 날 하루만큼은 방을 그냥 주기도 한다.

 

처음 즐기는 홀리에 대한 부푼 기대를 갖고 기다리다가 드디어 홀리 당일! 우리는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서 부푼 마음으로 어제 시장에서 사온 물총과 풍선, 색깔 파우더를 바리바리 싸들고 나갔다. 같이 가기로 한 인도 친구는 물총, 물풍선은 물론이고 심지어 바켓까지 들고 와서 메인 장소로 가는 길에 물을 뿌려대는 바람에 축제가 이미 시작됐음을 느꼈다. 가는 길에도 이미 사람들은 얼굴과 몸에 물감을 묻힌 채로 아직 깨끗한 우리들의 얼굴과 머리에 색깔 파우더를 이리저리 묻혀주었다.


그리고 장소에 도착! 사람들은 이미 흥겨운 상태에 도취되어 있었다. 모든 사람들은 색깔 파우더로 뒤범벅이 되어 있고 그 중 일부는 이미 방(bhang)에 취해 흐느적거리거나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고 북을 치며 노래를 불렀다. 그리고 다른 이들은 가루 파우더를 흩날리며 무리를 지어 춤을 췄다. 조금은 심한 장난과 광기어린 행동을 보이는 이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모두가 어린 시절로 되돌아간 듯 그 시간을 흥겹게, 그리고 아무것에도 얽매이지 않는 듯 순수하게 축제를 즐기고 있었다.

 

축제를 즐긴 이후 인도에서 처음으로 경험하며 느낀 홀리에 대한 생각 몇 가지를 요약해본다면 이렇다.  
첫째, 홀리는 때로는 유치하지만 순수한 감성과 열정적이고 광적인 인도인들의 성격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는 축제라는 것.
둘째, 다양한 색깔 파우더를 묻힌 인도인들의 모습은 인도의 다양성처럼, 혹은 인도에서 볼 수 있는 총 천연색을 나타내는 광경들만큼이나 꼭 빼닮아 있었다는 것.

 

이렇듯 축제를 즐기고 그 시간동안은 인도인들과 동화되어 그 전보다 한층 더 인도의 문화에 대해 이해하게 된 것 같아 뿌듯한 마음을 가지며 집으로 돌아온 후 잔뜩 묻은 색깔 파우더를 지우면서 마지막으로 한 생각은?
색깔 파우더는 며칠 동안 지워지기 힘드니 홀리를 즐기기로 마음먹었을 때는 단단히 준비해야 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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