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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잉락의 딜레마: 지지기반과 정적(政敵) 사이에서

태국 송경아 서울대학교 한국정치연구소 연구원 2012/06/14

태국의 주요 정치연합
-  2006년 군사쿠데타로 탁신(Thaksin Shinawatra) 전총리가 축출된 후, 태국은 극심한 정치적 갈등을 겪고 있음. 그 갈등은 크게 두 개의 정치연합(political coalition) 간의 대결로 나타나며, 이들은 탁신에 대한 지지여부를 기준으로 나누어짐. 두 정치연합의 내적 구성을 사회세력 대 정치엘리트로 살펴보면 아래와 같음.
ㅇ 친탁신파(레드-푸어타이당): 사회세력으로는 탁신 전 총리를 지지하는 레드(Red)가 있고, 정치엘리트로는 탁신의 여동생 잉락(Yingluck Shinawatra) 현 총리가 이끄는 푸어타이당(Puea Thai Party)이 있음. 현(現)수권정당인 푸어타이당은 레드를 사회적 지지기반으로 하고 있다고 보아도 무방
ㅇ 반탁신파(옐로우-민주당-군부-국왕): 사회세력으로는 국왕을 찬양하는 옐로우(Yellow)가 있음. 정치엘리트로는 아피싯(Abhisit Vejjajiva) 전총리가 이끄는 민주당(Democrat Party), 전통적 엘리트 연합으로서 군부-국왕이 있음. 옐로우는 이러한 정치엘리트의 사회적 지지기반임.

 

레드는 어떻게 형성되었는가?
-  1997년 태국의 경제위기는 사회경제 전반에 심각한 타격을 가했고, 그 피해를 가장 크게 입은 계층은 도시빈민과 농민이었음. 당시 집권당이었던 민주당은 추안(Chuan Leekpai) 전 총리의 지휘 아래 신자유주의적(neoliberal) 처방을 단행
-  경제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태국의 정책을 간략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음. 은행을 구제하고 중산층의 예금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공적자금을 투입했지만, 빈민과 농민으로 이루어진 저소득층에게는 스스로 살아남으라는 논리였음.
-  실업률이 증가하고 가계소득이 추락하는 상황에서 1998년 탁신은 타이락타이당을 창당하여 2001년 선거에서 압승을 거둠. 이는 태국의 정당정치사상 최초로 과반수 의석을 얻은 사건으로 기록
-  선거유세는 물론 집권 이후에도 탁신은 친빈민정책(pro-poor policy)을 추진함. 정부재정이 의료, 교육 및 구직 등의 사회정책에 투입됨. 그 결과 탁신을 지지하는 사회세력이 형성되었고, 이들이 현재 푸어타이당을 지지하는 레드로 불림.

-  레드에 속한 사람들 중에는 군주제 비판세력도 존재함. 1932년 파리유학파들의 쿠데타 이후부터 이어져 내려오는 군주제 비판세력들도 레드에 포함되어 목소리를 내고 있음. 이들은 탁신이 군부쿠데타로 축출되자 군부-국왕 연합에 반대하는 차원에서 레드에 합류한 것으로 판단됨.

 

■ 잉락의 선택을 기다리는 두 가지 사건
- 2011년 대홍수: 세계은행(World Bank)에 따르면, 2011년 태국 홍수사태의 피해규모는 2011년 일본 지진 및 쓰나미, 1995년 일본 고베지진, 2005년 미국 허리케인 카트리나에 이어 크다. 태국산업연합(Federation of Thai Industry)의 집계에 따르면, 최대 1,850억 바트에 해당하는 경제적 피해가 발생함.
- 2010년 레드에 대한 정치적 탄압: 2010년 레드는 국왕에 대한 비판을 원천봉쇄하는 법률에 문제가 있다는 취지로 시위를 진행함. 당시 총리였던 민주당 수반 아피싯은 군대를 동원하여 레드의 시위를 진압했고, 이 과정에서 약 90명의 민간인 사망자가 발생함.

 

■ 신속한 홍수피해 복구의 필요성과 제약조건
- 2011년 대홍수는 농민의 후생을 심각한 수준으로 위협하고 있음. 태국 농경지의 12.5%가 침수피해를 입었고, 태국 쌀 수확량 중 전체의 20%에 해당하는 300만 톤 정도의 손실이 발생했음.
- 나아가 태국의 농업인구는 전체 노동인구의 37% 정도를 차지할 만큼 경제인구의 대부분이 농업에 종사하고 있음. 이는 태국 인민이 자신들의 생계를 농업에 의존하는 정도가 매우 높다는 것을 의미함.
-  이러한 상황에서 잉락과 푸어타이당은 농민을 주요 사회적 지지기반으로 삼고 있기 때문에 신속하게 농업부문 피해를 복구해야 할 필요가 있음.
-  문제는 반탁신파라는 제약요인이 존재한다는 것임. 반탁신파는 잉락 내각에 협조하지 않고 있음. 홍수발생 초기 대응에서 방콕주지사(민주당), 군부, 옐로우 성향의 관료들은 매우 미온적인 태도를 보임.
-  2010년 레드의 시위진압에 조직적으로 군대가 동원된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이러한 반탁신파의 비협조적 태도는 자신들의 영향력을 보여주기 위한 행동으로 해석될 수 있음. 이로 인해 레드 사이에서는 2011년 홍수피해가 확산된 것이 국왕의 치밀한 기획 때문이었다는 소문이 돌기도 함.
-  한편, 홍수피해 사후대책에 있어 레드는 왕실행사비용을 줄이는 대신 농촌지역에 대한 국고보조금 투입, 최저임금 상승 등을 요구하고 있음. 잉락과 푸어타이당은 이러한 요구에 긍정적일 것으로 보임. 왜냐하면 1996년 경제위기 이후 친탁신세력이 형성된 것도 농민과 빈민에 친화적인 정책에 힘입은 바가 크기 때문임.
-  그러나 당시 야당이었던 민주당과 군부는 탁신의 친빈민정책이 재정규율(fiscal discipline)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반대한 적이 있음. 따라서 사후수습방안에 있어서도 친탁신파와 반탁신파 사이의 갈등이 예상되고 있음. 나아가 레드는 왕실행사비용 절감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반탁신파의 반발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음.

 

■ 레드에 대한 정치적 복권의 필요성과 제약조건
-  2010년 민주당 정부 아래서 레드는 국왕에 대한 비판을 금지하는 제도에 문제를 제기하며 시위를 일으켰고, 군대의 폭력적 진압으로 인해 90여명의 민간인 사망자가 발생함. 레드는 이에 대해 아파싯 전 총리, Suthep Thaugsuban 부총리, Prayut Chan-O-Cha 장군 등의 책임자 처벌을 주장하고 있음.
-  또한 이른바 엉클 SMS 사건이라고 불리는 가혹한 국왕모독법에 대한 비판도 제기됨.
-  레드는 위와 같은 비극적 사건이 일어난 데에는 국왕모독법(lese majesty law)과 컴퓨터범죄법(computer crimes law)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고 이 두 법의 폐지 내지 개정을 요구하고 있음.
-  이러한 상황에서 레드를 사회적 지지기반으로 하는 잉락과 푸어타이당은 탄압받는 레드에 대한 정치적 복권과 제도개혁을 추진할 유인이 분명히 있음.
-  문제는 반탁신파의 강경한 입장이 제약조건으로 작용한다는 것임. 보수주의자들에게 모든 정치적 억압행위는 “국왕을 위하여(for the King)”라는 구호 아래 정당화되고 있음. 이들은 국왕모독법의 개혁하자는 움직임에 대해 태국이 싫으면 “태국을 떠나라(leave Thailand)”라고 외칠 정도로 강경함. 
-  잉락은 홍수피해 복구를 위해 2010년 시위진압에 나섰던 Prayut 장군을 만나기도 하고 아파싯 전 총리의 협조를 구하기도 했음. 뿐만 아니라 지속적으로 보수주의자들과의 “화해(reconciliation)”를 언급. 하지만 레드에게는 이러한 화해전략이 보수주의에 대한 조건부 항복으로 해석되고 있는 실정임.

 

■ 잉락의 딜레마
-  잉락은 자신의 지지기반을 공고하게 유지하기 위해 홍수피해의 신속한 복구, 레드에 대한 정치적 복권을 추진해야 하는 필요에 직면하고 있음. 그런데 이 두 가지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반탁신파의 협조가 요구됨.
-  잉락의 딜레마를 정리하면 아래와 같음.
   ㅇ 잉락이 자신의 지지기반을 유지하기 위한 정책을 시행하자니 정적(政敵)인 반탁신파와 일정 부분 타협을 해야 하는데 이는 오히려 지지세력 이탈이라는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
   ㅇ 그렇다고 반탁신파와 결별을 선언하자니 위의 두 가지 과제를 수행하는 데 차질이 발생함은 물론 군사쿠데타의 위협에 직면할 수도 있다는 것임.
-  이러한 딜레마가 야기된 근원에는 다음 두 가지 문제가 자리 잡고 있음. 하나는 군주제의 존속과 역할에 대한 이데올로기적 대립이고, 다른 홍수피해를 얼마나 빨리, 어떻게 복구하는지가 누구에게 유리한가에 대한 정치적 경쟁구도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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