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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현지리포트]생물 다양성의 보고 갈라파고스 제도

에콰도르 왕승희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중남미학과 석사과정 2012/02/29

이름만으로도 신비롭게 느껴졌던 갈라파고스 제도. 찰스 다윈이 <진화론>을 쓰는 데 영향을 준 장소 정도로만 알고 있었던 그 곳을 내가 직접 가게 되다니! 에콰도르 체류 중 얻은 갈라파고스 제도에서의 1주일의 휴식은 무척 가슴 설레는 일이었다. 갈라파고스 제도는 에콰로드령으로 에콰도르 서쪽 해안에서 약 970km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으며, 15개의 주요 섬과 3개의 부속 섬, 그리고 작은 돌섬들로 이루어져 있다. 1934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으며 1978년에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수도인 키토 혹은 제1의 해안도시 과야킬에서 비행기를 타고 갈라파고스를 들어가는데, 왕복 비행기 요금이 내외국인 간에 약 $100 정도 차이가 있으며 갈라파고스 제도 내 공항에 도착 시 지불하는 국립공원 입장료 또한 내외국인이 큰 차이가 있다. (2011년 6월 기준으로 내국인 $6, 외국인 $100)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콰도르 현지인들은 감당하기 어려운 여행비용 때문에 갈라파고스 여행은 꿈도 못 꾸는 사람들이 많다. 나와 친분이 있던 에콰도르 현지인들 중에도 갈라파고스 제도를 가본 사람이 거의 없었다. 예전에 페루 마추픽추를 여행했을 때도 정작 페루 현지인들은 마추픽추에 가본 사람이 거의 없었고 죽기 전에 한번 가보는 것이 꿈이라고 했었는데, 자기 나라에 위치한 곳임에도 돈이 없어 못 간다는 사실이 어쩐지 좀 서글프게 느껴진다.

 

갈라파고스 제도를 여행하는 데에는 몇 가지 방법이 있으나 배낭여행객들은 주로 산타크루즈 섬이나 산 크리스토발 섬으로 들어가 거기서 출발하는 소형 크루즈를 타고 그 안에서 숙식을 하면서 짧은 시간 내에 여러 개의 섬을 도는 방법을 택한다. 갈라파고스 제도의 숙박비 등 전체적인 물가가 매우 비싼 편이므로 알뜰 배낭여행객들에게는 저렴하게 숙식비를 해결할 수 있는 인기 있는 방법이라 할 수 있다. 크루즈의 크기와 서비스 등에 따라 가격이 차이가 있으나 대략 900-1000불 정도면 1주일의 크루즈 투어로 숙식과 섬 간의 이동 교통비를 해결할 수 있다.

 

배 멀미가 무척 심한 나는 크루즈 투어 대신 산타크루즈 섬에 근거지를 두고 당일 혹은 1박으로 인근 섬들을 갔다 오는 투어를 선택했다. 별다른 정보 없이 무작정 갔던 터라 어떤 섬을 가야할지 몰라 호스텔의 추천을 받아 노스 세이모어 섬, 이사벨라 섬, 바르톨로메 섬을 가기로 했다. 특히 노스 세이모어는 작은 섬이지만 신기한 조류를 많이 관찰할 수 있는 곳이라고 했다. 섬 내에서 투어를 할 때에는 반드시 가이드가 동행해야 하며 정해진 산책로 밖으로는 벗어나지 못하도록 되어있었다. 그리고 동물을 발견하더라도 너무 가까이 다가가면 안되고 최소한 2미터 이상은 거리를 두어야 한다고 가이드가 주의를 주었다. 배 부분에 빨간 풍선 같은 주머니를 지닌 군함새와 발 부분이 푸른색인 파란발 부비새는 동물 다큐멘터리에서나 볼 수 있는 희귀한 동물이었다. 섬 자체가 정말 자연동물원이구나! 같은 그룹에 있던 외국인 관광객들은 연신 카메라 셔터를 신나게 눌러댔고 때론 동물들에게 너무 근접하여 가이드가 제지를 해야했다. 갈라파고스 제도에서 가장 크기가 큰 이사벨라 섬은 대형 화산분화구가 있으며 호젓하게 휴식을 취하기에 좋은 곳이다. 이사벨라 섬에서만 일주일씩 머무는 관광객들도 많다고 했다. 그리고 바르톨로메 섬은 정말 작은 섬으로 특별히 볼거리나 동식물이 많은 곳은 아니었으나 전체적인 풍경이 아름다운 곳이었다. 방문한 섬들은 저마다의 독특한 매력을 지니고 있었다. 시간과 예산 부족으로 더 많은 섬을 방문하지 못한 것이 안타까웠다.

 

2010년 한해에만 17만 명이 넘는 관광객이 갈라파고스 제도를 찾았다고 한다. 방문 관광객 수와 관광지 명성에 비해서는 관광서비스가 많이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갈라파고스의 아름다운 자연과 신기한 동식물을 보는 것은 관광객으로서 분명 즐거운 일이나 수많은 관광객들의 방문으로 인해 환경이 파괴되지 않을까 내심 걱정도 되었다. 실제로 갈라파고스 이주민이 늘고 밖에서 새로운 동식물이 유입되면서 자연 환경이 영향을 받고 있다고 한다. 2007년 유네스코는 갈라파고스 제도를 “위험에 처한 문화유산” 리스트에 올렸고, 국제 환경보호 연합 등 여러 단체에서 갈라파고스 관광객 수를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을 해왔다. 그러나 에콰도르가 현재 갈라파고스를 통해 대부분의 관광수입을 벌어들이고 있는 상황에서 관광객을 줄이는 조치를 취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갈라파고스 제도의 생물다양성과 환경보전이 우리와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는 아니다. 1000만 불 규모의 무상원조 사업으로 KOICA가 갈라파고스 제도의 산타크루즈 섬에 태양광발전소를 건설할 예정인 것으로 알고 있다. 생물다양성으로 인해 환경보전의 필요성이 무엇보다 중요한 지역에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한 발전소를 건설하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건설 예정 부지가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해변 진입로에 위치해 있어 완공되면 대외적으로 한국을 알리는 데도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큰 규모의 사업이니만큼 단순히 보여 주기식이 아닌, 환경을 파괴하지 않고 지역주민에게 실질적이고 지속적인 혜택을 줄 수 있는 사업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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