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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한국 드라마 수용과 싱가포르의 여성

싱가포르 심두보 성신여자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과 부교수 2012/07/05

■한류와 여성 수용자

- 한국의 대중문화를 해외에서 열정적으로 수용하는 것을 지칭하는 한류 현상은 사실 여성의 문화행위이다.
ㅇ “가을동화”, “겨울연가”, “대장금”, “꽃보다 남자” 등 한류드라마는 여성작가에 의해 생산되었으며 국내에서도 여성이 주요 수용 층인데 이는 외국에서도 마찬가지이다.
ㅇ 2000년대 중반 이래 사극의 부상은 국내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남성 시청자를 유인하고 있으나, 한류 팬덤의 대다수는 여전히 여성이다.
 - 한류 현상은 TV 드라마 수용자 연구를 촉진시킨다.
ㅇ 서양의 TV 드라마 연구는 전통적으로 여성의 수용 행위에 대한 문화적 의미 분석이 중심이었으며 이러한 연구경향은 아시아에서도 지속되고 있다.
ㅇ 2000년대 초반 홍콩, 대만, 중국, 일본에서 한류 수용자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었다.
ㅇ 동북아시아보다 조금 늦은 2000년대 중반 이래 싱가포르에서도 한류 수용자 연구가 활성화되었다.
ㅇ 연구방법론으로 포커스그룹 인터뷰(focus group interview)가 주로 사용된다.
ㅇ 싱가포르의 한류 수용자 연구는 싱가포르 사회와 싱가포르 여성을 이해하는 대안적 수단이다.


■ 싱가포르의 한류

- 홍콩과 대만 등 화교문화권의 영향에 따라 1990년대 말부터 한국드라마 방영의 횟수가 증가했으나 한류의 발전은 지지부진하였다.
- “대장금”이 2004년에 VCD를 통해 유통되고 2005년에 지상파에서 방영된 이후 한류는 급속도로 발전하였다.
- 한국 드라마 VCD는 주로 중국어로 더빙되었으며, 지상파 중 중국어 채널에서 방영됨에 따라 싱가포르 내 주요 팬덤은 중국계 여성들이 차지하게 되었다.
- 동남아시아 부국인 싱가포르는 K-pop이 인기를 누리게 된 2008년 이래 K-pop 스타들의 잦은 공연을 통해 동남아시아 한류의 중심지로 부상하였다.
 
- 싱가포르 여성의 한국 드라마 수용은 다음 3가지 주제를 통해 이해될 수 있다.
ㅇ 현실도피 수단으로서의 한국 드라마 시청
ㅇ 한국 드라마에 표상되는 가치관에 대한 시각
ㅇ 남녀평등의 문제


■ 현실도피 수단으로서의 한국 드라마 시청

- 다정다감한 남성 캐릭터
ㅇ 부유하고 잘 생긴데다가 여성을 위해 헌신적인 사랑을 펼치는 남성 캐릭터는 ‘동화 속 왕자님’이다.
ㅇ 한국 드라마 속 남성 캐릭터는 “함께 HDB 아파트를 신청하자”란 말로 사랑고백을 대신하는 전혀 낭만적이지 않은 싱가포르 남자들과 대조된다.
- ‘각박한’ 싱가포르 사회
ㅇ 경제발전이라는 대의를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고 경쟁과 실용주의가 만연한 싱가포르는 긴장과 스트레스가 많은 사회이다. (“압력밥솥. pressure cooker” 사회)
ㅇ 한국 드라마 속 남성 캐릭터는 현실에서 찾아볼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을 알면서도 잠시의 휴식을 위한 환상의 세계에 흠뻑 빠져들게 만든다.
ㅇ 다음 장면을 예측할 수 있는 한국 드라마는 (사회생활에서 겪는) 음모와 계략이 결여되어 있어 편안한 시청을 가능하게 한다. 웃고 싶으면 실컷 웃고, 울고 싶으면 실컷 울게 만드는 단순성으로 인해 한국 드라마 시청은 스트레스 해소제 기능을 한다.
- 가사노동으로부터의 도피
ㅇ 한국 드라마 시청은 아내이자 엄마로서 갖는 가사노동의 중압감으로부터 벗어나 자신만의 즐거움을 만끽하는 내밀한 시간을 구성한다.
ㅇ 한 여성은 2000년대 초반에 한국 드라마가 토요일 오후 3시 30분에 시작했다는 점 때문에 팬이 되었다고 고백한다. (저녁 시간대에는 시어머니, 남편, 자식들에게 TV를 빼앗기게 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ㅇ 한국 드라마 시청은 (학생들은 학업으로부터 발생하는, 직장여성들은 직업에서 오는) 정신적 압박감으로부터의 해방감을 제공한다고 한다.


■ 한국 드라마에 표상되는 가치관에 대한 시각

- 문화적 근접성
ㅇ 많은 싱가포르 여성들은 한국 드라마에 표상되는 전통적 가치가 중국에서 유래되었다고 믿고 있다.
ㅇ 서구 미디어와 서구적 교육에 노출된 싱가포르 사회에서 사라진 유교적 가치관 (예: 2대, 3대가 함께 사는 한국사회의 가족주의적 모습)이 한국 사회에서는 잘 보존되고 있다고 진단한다.
ㅇ 효도와 경로사상의 일상화는 자녀들의 가치관 형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한다.
ㅇ 반면 젊은 세대는 한국인의 지나친 전통주의적인 태도를 비판하기도 한다.
- 성에 대한 묘사
ㅇ 성적 묘사가 절제된 한국 프로그램에 대한 지지를 드러낸다.
ㅇ '위기의 주부들'(Desperate Housewives)과 “섹스앤더시티”(Sex and the City) 등 문란한 성관계가 노골화된 미국의 방송 프로그램에 대해 비판적인 태도를 언급한다.
ㅇ 위와 비슷한 이유에서 일본드라마 대신 한국드라마를 애청하게 되었다고 주장한다.
- 삶에 대한 성찰과 반성
ㅇ 기존의 TV 드라마 수용자 연구는 여성들이 TV 드라마를 통해 자기권능화(empowerment)를 이루고 자아를 계발한다고 제시하는데 싱가포르에서도 유사한 연구결과가 도출되고 있다.
ㅇ 한국 드라마는 삶에 대한 성찰과 반성을 자극하는 재료가 되고 있으며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긴장상태와 위기상황에 대처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고 한다.
ㅇ 연구 참여자들은 한국 드라마로부터 자신감을 가질 것, 내적으로 충실할 것을 지시하는 메시지를 발견한다고 고백한다.
 
■ 남녀평등의 문제

- 드라마의 남성 표상과 한국 현실의 남성
ㅇ 많은 싱가포르 여성들은 한국 드라마에서 엿보이는 한국사회의 남존여비 사상에 대해 비판적인 태도를 보인다.
ㅇ 남성이 여성을 구타하는 장면, 남성의 거친 행동을 수용하는 여성의 태도, 자신의 사회적 자아실현보다는 좋은 남자 만나는 것을 지상목표로 삼고 있는 젊은 여성들의 모습, 가사에 무관심한 남성상 등을 강하게 비판한다.
ㅇ 물질적으로 현대화된 한국사회에서 여성을 열등한 존재로 바라보는 인습이 유지되고 있는 점을 이해할 수 없다고 한다.
ㅇ 사회적 자아실현에 대한 동등한 기회를 제공하는 싱가포르 사회의 보다 진보된 남녀평등 의식에 안도한다고 말한다.
 
■ 평가

- 한류 드라마를 애청하는 싱가포르 수용자에 대한 연구를 통해 아시아적 가치와 서구적 가치 사이의 충돌 속 공존을 모색하고자 하는 싱가포르 사회의 고민을 살펴볼 수 있다.
- 또한 싱가포르 수용자들의 시각을 통해 당연시되어 간과하고 있는 우리 사회의 부조리한 모습과 문제점을 되돌아볼 수 있다.


※ 참고자료

- Brenda Chan and Wang Xueli (2011). Of prince charming and male chauvinist pigs: Singaporean female viewers and the dream-world of Korean television dramas. International Journal of Cultural Studies 14(3), pp. 291-305.
- Doobo Shim (2007). Korean wave and Korean women television viewers in Singapore. Asian Journal of Women’s Studies 13(2), pp. 63-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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