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영역 건너뛰기
지역메뉴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전문가오피니언

필리핀 경제성장의 허(虛)와 실(實)

필리핀 박정현 University of Santo Tomas Department of Social Science, Professor 2012/06/25

필리핀에 10년 가까이 거주하다 보니 정치적ㆍ경제적 변화를 직접 체감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2차 피플 파워(People Power)로 인한 에스트라다 대통령의 하야와 뒤이은 아로요 전 대통령의 집권, 국민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은 아키노 대통령의 취임 등 주요 정치적 흐름 속에서, 특히 2004년부터 2010년에 이르는 아로요 집권기에 시행했던 페소 강화 정책(Strong Peso Policy)은 국가 경제성장에 원동력이 되었고, 경제 위기를 벗어나는데 주요한 계기가 되었다.
 

2004년 1달러당 약 60페소까지 치솟던 페소 환율이 점진적으로 강세를 보이다 최근 2∼3년 43페소를 유지하고 있고, 이와 더불어 필리핀의 대외 부채도 급격하게 감소하여 GDP 대비 80%에 육박하던 것이 현재는 50% 미만으로 감소하였다. 통계상으로 나타나는 필리핀의 경제상황은 확실히 발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작년 중국에 이어 아시아에서 두 번째로 높은 6.4%의 경제 성장을 달성하였고, 2012년에도 6% 대의 높은 성장률이 기대되는데 주요 근거는 다음과 같다.
○ 해외근로자(Overseas Filipino Workers)의 송금 증가
- 국내의 취약한 제조업과 일자리 부족으로 약 1,000만 명이 해외에서 취업하고 있으며, 이들의 송금액이 2011년 200억 달러에 이르러 해외송금의 증가가 소비경제와 건설경기 등 내수 경기부양의 중요한 기초가 됨.
- 우호적인 해외여건(경제회복, 근로자 수요 확대) 지속 여부가 필리핀 내수와 건설·서비스 부문의 활성화를 좌우하는 중요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됨.
○ 건설, 광공업 및 BPO 산업의 높은 기여도
- 제조업 기반이 취약한 반면에 서비스업 비중이 GDP의 50%를 초과할 정도로 비대한 산업구조를 보이며 건설업과 광공업 그리고 2011년부터 세계 1위로 부상한 콜센터 부문을 포함한 BPO(Business Process Outsourcing) 산업이 호황국면을 지속할 것으로 전망됨.
○ 정부주도의 민관협력방식(PPP) 프로젝트 활성화
- 재원 부족으로 인한 도로, 철도, 공항, 항만 등 인프라 투자 확대를 위해 2010년 7월 집권한 아키노 신정부는 민관협력방식(PPP)의 프로젝트 추진에 중점을 두어 왔고, 2012년부터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어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됨.
○ 안정적인 내수 기반과 견고한 소비 유지
- 2011년 200억 달러에 달하고 해마다 5∼8%대의 꾸준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는 해외근로자의 송금에 따른 소비경제 안정과 송금액의 주택건설 투자 및 수요 확대로 연결되는 건설시장 활황 기조 유지
- 9,400만 인구에 따른 IT와 소비재 수요 확대로 인한 탄탄한 내수활성 유지가 가능해 외국인 투자기업 위주의 대외교역에 따른 불안요인 상쇄
 
이와 같은 긍정적인 전망에도 불구하고, 국가 차원의 경제성장에 비하여 일반 국민들의 실질적 생활수준 향상이 뒤따르고 있지 않아 큰 괴리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경제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하는 산업분야 부문이 건설, BPO, 대형 국가 프로젝트 등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건설 및 대형 국가 프로젝트는 최소 비용의 인건비만을 지출할 뿐, 국민들에게 실질적인 경제적 혜택이 돌아가기를 기대하기 힘들다. 즉, 최저 인건비(1일 450페소, 미화로 10불 남짓)로 하루를 살아가는 건설노동자들은 하루의 생계를 이어가기도 빠듯하여,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거나 자녀교육비로 충당하기에는 터무니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BPO 부문의 경우, 세계적으로 경쟁력 있는 필리핀인의 영어 구술능력을 이용하기 위하여 다수의 해외기업들이 주재하고 있지만, 기업에서는 1인 인건비로 약 400∼500불을 지급하는 실정이다. 선진국의 고임금 노동인력 대신 개발도상국의 저렴하지만 경쟁력 있는 노동인력을 쓰는 것은 당연한 이치겠지만, 국가 발전에 중추 역할을 담당해야하는 청·장년층 노동력에 대한 대우치고는 적은 금액이다.

 

어느 국가이든 경제 발전 및 도약의 단계에서 일반 국민들의 희생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국민들의 값진 희생이 국가 경제를 발전시키기 때문에 국가는 사회복지 정책을 실현하여 일하는 보람을 국민들에게 심어주는 것이 바람직한 발전 방향이다. 아시아의 네 마리의 용이라고 손꼽혔던 싱가포르, 한국, 대만, 홍콩이 이와 같은 과정을 통해 발전했고, 국민들은 지난 시간의 희생을 보상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필리핀의 경우, 경제발전을 통해 이득을 보는 집단은 건설 경기를 주도하는 대기업과 국가의 합작 프로젝트를 시행하는 해외투자자들이라 볼 수 있다. 이들의 경제적 이익이 필리핀에 재투자되면 또 다른 발전을 기대할 수 있으나, 필리핀의 낮은 국가 투자등급으로 인하여 대부분의 투자 이익이 해외로 유출되고 있는 상태이다.

 

필리핀의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경제 성장을 위해서는, 해외투자 부문의 다변화를 통해 더욱 많은 투자를 유치해야 하며, SME(중소 규모 사업체)에 대한 투자 및 지원을 통해 국민들이 실감할 수 있는 경제 성장을 도모해야 할 것이다. 현재 필리핀 헌법의 부칙으로 규정되어 있는 Negative list(외국인 투자 제한 부문)에 대한 개정을 통해 활발한 해외 직접 투자를 유치해야 한다.


 

 

외국인 지분취득 허용상한

해당 산업분야

리스트 A

0%(전면금지)

법률, 의료, 회계, 건축 등 전문서비스업 언론(mass media)소규모광산업 납입자본금 미화 250만불 미만인 회사의 소매업

20%

민간 라디오통신업

25%

국내외 인력지원업

30%

광고업

40%

교육기관 설립/운영업 천연자원 개발업 토지소유업 공공시설의 운영 및 관리업

60%

SEC의 규제를 받는 금융업

리스트 B

40%

납입자본금이 미화 20만불 미만인 내수시장기업

도박업, 나이트클럽업, 술집, 목욕업


위 표에 제시된 것과 같이 대부분의 사업 부문에 대한 외국인 지분 취득 상한 비율이 50% 이하로 규정되어 있어서, 대부분의 외국 투자자들이 경영권을 확보할 수 없는 실정이다. 많은 외국인들이 필리핀 사람을 더미(Dummy)로 내세워서 사업을 하고 있지만, 이는 Anti-Dummy Law에 위배되기 때문에 사업체에 대한 소유권 전체를 언제든지 잃을 수 있는 위험요소가 상존한다. 태국, 말레이시아와 같이 외국인에 대한 우호적인 정책으로의 변화 없이는 다변적인 해외 직접 투자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볼 수 있다. 

 

2015년 아세안 경제 공동체 설립을 앞두고, 필리핀 또한 아세안 공통 화폐를 사용하기 위한 준비단계에 들어서 있다. 상대적으로 경쟁 관계에 놓여있는 태국과 비교하여 통화 교환 시 불이익을 받지 않기 위해서는 경제 성장 요소들의 내수 확대, 적극적인 물가정책 등을 통한 실질적인 경제 성장의 발판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경제 성장률의 측면에서 보아도, 인도네시아가 이미 필리핀을 앞섰으며, 베트남과 캄보디아가 빠른 속도로 추격해 오고 있다. 과거 아시아에서 일본 다음으로 잘 살았던 국가이자 아세안 공동체의 주요 국가로서 필리핀의 위상을 지키고 싶다면, 산업분야를 다변화하고 외국인에게 우호적인 경제 성장 정책이 시급하게 요구된다.

 

본 페이지에 등재된 자료는 운영기관(KIEP)EMERiCs의 공식적인 입장을 대변하고 있지 않습니다.

게시글 이동
이전글 필리핀 주요 이슈 분석 2012-06-21
다음글 위협받는 인도네시아 시민의 자유 2012-06-28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