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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푸틴 3.0시대 러시아 경제정책 방향과 과제

러시아 이종문 부산외국어대학교 러시아-인도통상학부 교수 2012/04/20

오는 5월 7일 크렘린은 지난 21세기 초반 8년 동안 러시아 경제 회복과 성장을 이끌었던 푸틴을 다시 주인으로 맞이하면서 새로운 도약과 발전을 위한 푸틴 국가자본주의 3.0시대를 시작한다. 푸틴은 4년간 메드베데프에게 맡겼던 대리청정을 거두고 향후 짧게는 6년, 길게는 12년 동안 러시아 경제를 이끌면서 집권 1~2기(2000~2008년) 동안 자신이 구상하고 추진했었던, 그러나 미완성에 그쳤던 국가자본주의로 지칭되는 러시아 국가경제발전전략의 완성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메드베데프에게 위임했었던 4년 동안 러시아 경제는 대내외 정치, 경제 환경의 변화로 촉발된 수많은 도전에 직면했다. 특히 2008년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시작된 세계경제위기와 2011년 중동에서의 민주화 열풍은 지난 10년 동안 정부주도의 성장일변도 경제정책 추진과정에서 내재되었던 러시아 경제의 구조적 문제점을 정책입안자들에게 상기시켜 주었다. 특히 대통령선거에서 러시아 국민들이 보여준 반푸틴 정서는 집권 1,2기 때와 같은 개발독재를 바탕으로 정부가 핵심경제주체로 시장과 기업 활동에 적극 개입하고 국민경제활동에 직접 참여하는 국가우위 방식의 경제발전전략에 대한 적지 않은 수정을 요구하고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푸틴의 향후 경제정책이 서방에서 주장하는 경제자유화를 통한 완전시장경쟁시스템으로 나아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푸틴은 그가 지향하는 최종적인 러시아 경제시스템은 국가자본주의가 아니라 자유경쟁, 무한경쟁의 글로벌 경제에서 자생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자본주의 시장경제시스템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그는 시장자본주의 역사가 일천한 러시아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시장경제시스템을 구축하고 국제정치, 군사력에 있어 슈퍼파워(super power)에 어울리는 경제대국의 지위를 완전히 확보할 때 까지는 국가자본주의가 자유경쟁시스템보다 더 효과적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서방의 많은 경제전문가들은 푸틴의 복귀를 러시아 경제에 있어 ‘국가의 귀환’으로 간주하며 러시아 경제의 구조개혁과 민영화에 부정적 영향을 미쳐 성장에 역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심지어 국제신용평가회사인 Standard & Poors는 푸틴이 재집권하면 메드베데프시대 추진되었던 산업구조 개혁이 중단되고 석유와 천연가스 등에 의존했던 과거의 에너지 의존형 경제구조로 되돌아갈 수도 있을 것이라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이는 과거 ‘천연가스 수출국 카르텔’ 설립이나 ‘우크라이나와의 가스가격 분쟁’ 등에서 푸틴이 보여준 자원국수주의에 대한 서방의 두려움과 편견이 반영된 것으로 다소 과도한 측면이 있다. 메드베데프시대 추진되었던 경제자유화와 현대화 및 투자환경개선 정책에 대해 서방 경제학자들은 후한 평가를 내리고 있으나 동 정책의 근간은 지난 2007년 작성한 ‘푸틴플랜’으로 지칭되는 ‘2020년까지 러시아연방 장기 사회-경제발전 구상’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푸틴플랜’은 현재의 석유-가스가 중심이 된 자원의존형 경제구조를 첨단 정보통신기술(ICT)과 혁신활동이 중심이 되는 지식경제로의 체질변경을 통해 2020년까지 세계 5위 경제대국, 1인당 국민소득 30,000달러의 경제부국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20년이 메드베데프 4년 이후 푸틴이 다시 재선에 성공할 경우 4기의 마지막 해라는 점에서 그의 장기집권을 위한 권력욕과 경제재건에 대한 열망을 보여준다. 3단계로 구성된 장기플랜에서 혁신주도형 경제로의 전환을 위한 1단계인 준비단계(2008-2012)에서 제시하고 있는 달성 과제가 혁신경제를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 교육 및 보건시스템의 현대화, 첨단기술 및 인프라부문 개발 프로젝트 마련인데 이는 메드베데프시대 정책방향이었던 산업구조의 다양화 및 경제효율 제고를 통한 지속가능한 성장기반 확충과 내용면에서 거의 일치한다.

따라서 메드베데프시대 경제 현대화정책은 새로운 독창적인 것이 아니며, 과거 푸틴 1~2기 시대와 향후 푸틴 3.0시대 경제정책과 서로 단절되거나 대립관계에 있는 것이 아니라 연결고리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다만 푸틴 3.0시대는 메드베데프시대보다는 경제부문에 대한 정부개입이 상대적으로 강하게 작용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경제활동부문에서의 자유화나 전략산업에 대한 민영화 등에서는 그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푸틴은 산업구조의 다변화를 위해서는 일정기간 동안에는 국유화가 더 합리적인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즉 특정산업부문에 있어서는 국가가 기업을 경영하여 효율성을 제고하고 경쟁력을 높인 다음 기업공개(IPO)를 통해 민간으로의 이전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집권 1, 2기 시대의 정부의 일방적인 국유화와는 다른 성격을 띨 것으로 보인다. 반면에 지속적 성장과 발전을 위한 구조개혁과 경제현대화 및 기술혁신 정책은 메드베데프 시대의 정책을 이어받아 계속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푸틴 3.0시대 러시아 경제정책은 지난 1.2기의 성장 일변도 중심이 아니라 성장과 안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데 역점이 주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월 20일 발표된 푸틴플랜 수정안인 ‘전략 2020’은 ‘555전략’이라 할 수 있다. 2020년까지 세계 5대 경제대국, 연평균 경제성장률 5.0% 이상, 인플레이션 5.0% 이하를 목표로 설정하고 있다. 이는 과거 플랜과 비교해 성장률은 현실에 맞추어 실현가능한 범위내로 축소하고, 민생과 관련된 물가상승률의 억제를 강조하면서 성장과 안정의 균형을 잡고자 하는 정부 의지를 반영하고 있다. 푸틴 3.0시대 러시아 경제가 안정적인 성장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지난 20년간 체제전환과 경제개혁과정에서 누적된 여러 가지 구조적 문제점을 극복하고 해결해야만 한다.
 
러시아 경제가 당면한 가장 심각한 구조적 과제로는 에너지 의존형 경제구조의 탈피를 통한 경제구조의 다변화 여부다. 러시아는 2000년대 중반 수년 동안 지속된 국제 에너지가격의 장기상승 사이클(super cycle)기간 동안 오일머니에 의한 가시적인 경제성과에 안주함으로써 산업구조를 다각화할 수 있는 기회를 상실하며 경제의 자원-에너지 의존을 더욱 심화시키는 우를 범했다. 오늘날 에너지부문은 러시아 국내총생산(GDP)의 25~30%, 전체 상품수출의 60%이상, 산업생산의 44%, 연방정부 예산수입의 50%, 주식시장 시가총액의 50%이상 등에서 보여주듯 러시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지나치게 높다. 이로 인해 러시아 경제는 자원의 저주로 칭하는 ‘네덜란드병(dutch disease)'의 늪에 빠져들 가능성에 항상 직면하고 있다. 동시에 국제유가의 변동성이 확대될 경우 거시경제지표의 불안정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심각한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러시아가 1998년 8월 외환보유액 부족으로 국가부도에 버금가는 채무지불유예(moratorium)를 선언하고, 2009년에는 7.8%의 마이너스 경제성장이라는 혹독한 경기침체를 겪었는데 그 배경에는 국제유가의 급락이 자리하고 있다. 러시아가 에너지 의존 경제에서 벗어나 첨단-혁신경제로의 체질전환을 성공하느냐 여부는 에너지자원 수출을 통해 벌어들인 막대한 오일머니를 연금 부족을 보충하기 위한 국민복지기금(National Wealth Fund)이나 위기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준비금(Reserve Fund)으로 단순 적립하는데 그치지 않고 산업구조의 개혁과 다변화를 위한 투자자금으로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에 달려있다.
 
둘째, 낙후된 금융산업을 발전시켜야 한다. 러시아 금융시장은 시장 본연의 기능인 자금의 수요자와 공급자를 연결시켜주는 자금중개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상업은행의 경우 약 1,000개에 해당하는 은행이 난립하고 있으며, 지역 또한 모스크바나 모스크바주, 상트-페테르부르크 등 소수 지역에 집중되어 있어 지역적 편중이 심각하다. 금융기관에 대한 국민들의 높은 불신으로 수신기반이 취약할 뿐 아니라, 기업에 대한 신용체계의 미비로 여신을 포함한 영업활동에 있어서도 적지 않은 취약성을 보이고 있다. 그리고 저축은행이나 대외무역은행 등 소수은행을 제외하고는 자산 및 자본금 규모에서 영세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 또한 관리감독 및 법규의 불완전, 지배구조에서의 투명성 부족, 은행산업에 대한 지나친 정부의 규제와 간섭 등은 러시아 은행산업의 자발적 발전을 가로막는 장애요인이 되고 있다. 증권시장 또한 상장기업 수가 지나치게 적고, 증권투자인구가 전 국민의 1%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로 부족하다. 증권시장의 구조 또한 과도하게 에너지 및 원자재 산업에 편중되어 있고 거래되는 유동주식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여 효율적인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기 어렵다는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 더불어 공시제도, 회계 및 감사제도의 미비로 증권시장의 투명성이 부족하고, 롤로코스트형의 지나친 가격변동성과 법률적, 제도적 측면에서의 비효율적인 시장인프라 등으로 인해 증권시장이 기업에게는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투자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기회를, 국민에게는 다양한 투자선택의 기회를 제공해 주지 못하고 있다.


셋째, 비즈니스 환경의 개선을 통한 민간 및 외국인투자를 확대해야 한다. 러시아의 열악한 투자환경은 러시아 경제의 지속적인 성장을 가로막는 가장 큰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세계경제포럼(WEF)의 2011~2012년 글로벌 경쟁력 지수(GCI)에 의하면 러시아의 경쟁력 지수는 4.21로 142개국 중 66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경쟁관계에 있는 이머징마켓국가인 중국(4.90. 26위), 브라질(4.32. 53위), 인도(4.30. 56위)에 비해 훨씬 뒤처지는 수치다. 문제는 러시아의 글로벌 경쟁력이 2008년 51위(4.31)를 정점으로 최근 수년 동안 계속해서 하락하고 있다는 점이다. 세계은행(WB)이 각국의 기업환경을 평가한 ‘Doing Business 2012'에 하면 러시아 비즈니스 순위는 183개국 중 120위로 하위권에 해당된다. 부패, 비효율적인 관료주의, 높은 범죄율과 세율, 낮은 비즈니스 윤리의식, 인프라 부족 등이 러시아 투자환경을 악화시키는 주요인이다.


넷째, 심화되고 있는 지역간, 계층간 양극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대다수 러시아 국민들은 지난 10년간 경제성장의 과실이 소수의 과두재벌(올리가르히)과 관료들에게만 배분되면서 국민들의 생활의 질이 더 악화되었다고 느끼고 있다. 최저생계비 미만의 소득을 지닌 극빈층의 수는 큰 폭으로 줄어들었으나 소득 상위 10%와 하위 10%간의 격차는 최근 10년간 13.9배에서 16.8배로 늘어났는데, 특히 모스크바의 경우 40배를 넘어서는 심각한 소득분배의 불균등을 드러냈다. 지니계수 또한 0.395에서 0.422로 급속하게 확대되어 부익부 빈익빈이 심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대통령 선거에서 나타난 국민들의 불만은 정치권의 부패와 빈부격차 확대에 대한 반작용의 표현으로 방치할 경우 이는 향후 국정운영을 어렵게 함과 동시에 러시아 사회 불안을 야기할 수 있는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이다. 다양한 세금감면이나 합리적인 세제개혁, 사회보장 확대 등의 조치를 통해 극빈층을 줄여나가며, 중산층을 육성하는 것이 사회 안정과 발전을 위해 무엇보다 우선되어야 한다.
 

다섯째 러시아 사회에 만연한 부정부패를 극복해야 한다. 많은 여론조사 기관들이 러시아 국민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러시아 경제발전에 있어 가장 장애가 되는 요인은 무엇인가?' 와 '외국인투자자의 대러시아 투자에 있어 가장 큰 장애요인은 무엇인가?' 라는 설문조사에서 항상 1위로 지목되는 항목이 국가 재산과 자산을 횡령하는 공무원의 부패행위였다. 부패는 푸틴 1,2기, 메드베데프시대 등 지난 12년 동안 가장 중요한 개혁 과제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가장 성과가 적은 분야였다. 국제투명성기구(TI)가 세계 각국 공무원이나 정치인들이 얼마나 부패를 조장하는지에 대한 인식을 수치화하여 산정한 부패인식지수(Corruption Perceptions Index)에 의하면 2011년 러시아의 부패지수는 2.4로 평가대상 183개국 중 143위를 기록하였다. 이는 전년도보다 지수는 0.3포인트, 등위는 11위 개선된 수치이나 경제규모를 고려했을 경우 러시아는 세계에서 가장 부패한 국가군에 포함되었다. 특히 주요 수출국의 기업이 외국에서 그 나라 공무원들에게 어느 정도 뇌물을 제공하는가를 보여주는 뇌물공여지수(Bribe Payers Index)의 경우 2008년 평가대상 22개국 중 22위, 2011년 평가대상 28개국 중 28위를 차지하는 등 국제교역에서 뇌물 제공 가능성이 가장 높은 국가로 평가되었다. 러시아에서 반부패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대표적 기관인 'Indem Foundation'에 의하면 러시아 2005년 러시아 뇌물시장 규모는 3,190억 달러로 당시 러시아 국내총생산(GDP)의 54%, 연방예산수입의 2.7배에 해당하는 어마어마한 규모다. 부패가 만연한 사회에서 지속적인 성장과 번영이 이룩된 사례가 전무하다는 점에서 부패와의 전쟁은 푸틴 3.0시대 중요한 정책적 과제가 될 것이나 소비에트 시대부터 내려오고 있는 뿌리 깊은 부패를 척결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과제가 아님은 분명하다.
 

지난 3월 5일 대통령 선거에서 러시아 국민들이 보여준 푸틴의 장기집권에 대한 염증과 불만감, 지역간, 계층간 양극화 심화에 대한 국민의 불만 표출, 정부의 부정부패에 대한 민심 이반의 가속화 등은 지난 집권 1기와 2기에 겪어보지 못했던 새로운 도전으로 푸틴이 국가자본주의를 완성해나가는 정책 결정과 수행 과정에서 고려해야 할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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