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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푸틴의 승리와 러시아 민주주의

러시아ㆍ유라시아 일반 / 러시아 / 몰도바 / 벨라루스 / 아르메니아 / 우크라이나 / 조지아 김선래 한국외국어대학교 러시아연구소 HK연구교수 2012/03/22

지난 3월 4일 극동에서부터 러시아 서부 칼리닌그라드 까지 러시아 전역에서 6년 임기의 대통령 선거가 치러졌다. 전 세계의 눈과 귀를 집중하게 했던 이번 선거는 세계역사상 유래가 없는 독특한 경우로 러시아대통령직을 재임했던 푸틴 현 총리가 후보로 경합하였다. 5명의 후보가 경합한 가운데 통합러시아당 후보인 푸틴이 63.60%라는 압도적 지지로 당선되었다. 러시아 공산당 주가노프 후보 17.18%, 무소속 프로호로프 7.98%, 자유민주당 소속 지리노프스키 6.22%, 정의 러시아당 미로노프가 3.85%의 지지율을 획득하였다.

 

푸틴총리는 이미 2000년 1월 1일부터 8년간 러시아 대통령직에 있었던 인물로 3선 연임을 금지하는 러시아 헌법을 준수하기 위하여 당시 총리였던 메드베데프를 대통령으로 등극시켰다. 2008년 5월 대통령임기가 끝난 이후 현 러시아 대통령 메드베데프 대통령 아래에서 현재까지 약 4년간 총리로 행정부를 실질적으로 이끌고 있다. 즉 총리와 대통령 자리를 서로 번갈아 바꾸어 가면서 실질적으로 러시아를 통치하는 양두체제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호사가들은 이번 푸틴의 승리로 인하여 앞으로 12년간 푸틴이 러시아를 실질적으로 지배할 것이고 그 이후 메드베데프가 12년간 통치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면 2000년 1월 1일 이후 약 36년간을 이 두 사람이 러시아를 통치하는 현상이 발생한다.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한 야당의 일관된 논평은 전반적인 부정선거와 불공정한 선거에 대한 것이었다. 러시아 대선의 불공정성은 이미 지난해 12월에 있었던 러시아 국회의원 선거에서부터 예견되어 왔었다. 전국적인 행정조직을 바탕으로 한 관권선거의 불공정성 문제는 러시아 지식인들과 중산층사이에서 큰 우려로 나타났으며 그 여파로 작년 12월 이후 최근까지 지속적으로 대도시 곳곳에서 부정선거 규탄 집회가 이어져 왔었다. 이러한 부정선거 논란은 푸틴에게 최악의 대선 시나리오를 제공했다. 2012년 1월까지 푸틴 지지율은 30-40%를 오르내리며 2000년 이후 최저의 지지율을 나타냈었다. 정치 전문가들은 이러한 낮은 지지도가 지속된다면 1차 투표 시 50%이상의 지지를 받기 힘들 것이며, 이는 2위를 한 대선후보와 2차 결선투표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조심스럽게 점치기도 하였다. 이와 같은 분위기에 야당은 작년 12월에 있었던 총선부정을 걸고 반 푸틴 시위를 주도해 나갔다. 대도시를 중심으로 번져갔던 반 푸틴시위는 친정부 시위대와 마찰을 일으킬 정도로 2012년 벽두까지 태풍의 핵으로 작용하였다.

 

그러나 반 푸틴 집회와 대도시에서의 규탄대회는 오히려 푸틴에게 유리하게 작용하였다. 푸틴은 반정부적이고 반 푸틴의 시위 배후에는 미국과 서방국가들이 있다고 포문을 열면서 미국의 힐러리 클린턴과 존 매캐인 상원의원을 비난하였다. 더욱이 아랍지역을 강타한 쟈스민혁명과 이라크, 리비아 사태를 언급하면서 외부세력이 러시아내에 자작나무혁명을 유도하고 있다고 주장하였다. 이러한 푸틴의 선거 전략이 일정부문 먹혀들어가 선거 2달 전부터 푸틴의 지지도가 상승하고 반정부 시위가 잦아들었다. 대선을 얼마 남기지 않은 2월 23일 모스크바 중심에 위치한 루즈니키 경기장에서 대규모 지지 집회를 개최한 푸틴은 13만 명의 지지자들 앞에서 외세에 의한 러시아 내정간섭을 결코 용인하지 않겠다고 일갈을 하였다. 안정이냐 혼란이냐 라는 선택 앞에서 러시아 민중들은 흔들리기 시작하였다. 1990년대의 혼돈을 경험한 러시아 민중의 입장에서는 그 기억이 끔찍할 수밖에 없다. 부정선거와 선거의 불공정성을 일거에 지워버릴 수 있는 약 64%의 지지율은 현 러시아 집권여당과 푸틴에게 정통성과 정당성 논란에서 벗어나 강력한 리더쉽으로 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였다.

 

2012년 대통령선거 결과
 

 

후보자

득표수

 득표율(%)

1

푸틴

45,602,075

63.60

2

쥬가노프

12,318,353

17.18

3

프로호로프

5,722,508

7.98

4

쥐리노프스키

4,458,103

6.22

5

미로노프

2,763,935

3.85

투표율

71,104,543/109,860,331

64.71

출처: 러시아연방중앙선거관리위원회 (http://www.cikrf.ru)



푸틴의 지역별 득표율 비교

출처: К#1072;р#1090;ып#1086;б#1077;д#1099; ип#1086;р#1072;ж#1077;н#1080;я(www.slon.ru, 2012.03.05)

 

이번 러시아 대선에 OSCE(유럽안보기구)에서 219명의 감시단을 그리고 PACE(유럽 평의회 위원 총회)는 37명의 감시단을 파견하였다. 이들은 대통령선거가 공정하지 못했으며 여당 프리미엄이라고 할 수 있는 관권선거가 두드러졌다고 언급하였다. 특히 북 코카서스지역이나 농촌지역에서 심각한 관권선거가 개입되었었다고 지적하였다. 그 예로서 체첸공화국의 한 투표구의 경우 등록된 유권자보다도 많은 107%의 푸틴 득표율이 나오는 희극이 발생하였고 체첸 투표구에서 99.4%의 투표율과 푸틴 득표율 99.5%가 나오는 촌극이 발생하였다. 그러나 일부 공화국과 러시아 농촌지역에서 보여준 압도적인 푸틴 지지는 단순히 푸틴을 지지한다기보다는 푸틴 이외에는 다른 대안이 없는 현실과 불안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가미된 투표행태라고 보겠다. 이번 총선과 대선에서는 러시아 민중들의 전략적 투표행태를 볼 수 있다.

 

러시아인들은 1990년대와 2000년 초반 러시아 정치가 혼란과 극심한 대립상태에 빠져 있었을 경우 의회와 행정부를 적절히 견제하는 지지율을 보였었다. 2000년대 푸틴 제 2기부터 러시아 민중들은 여당과 푸틴에게 절대적 지지를 보여 여당이 2/3의석을 차지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푸틴에게 집중되었던 절대적 지지와 집권여당에 주었던 몰표는 앞으로 발생하기가 힘들다.

 

러시아 신흥 중산층과 지식인 계급들이 푸틴의 장기독재에 경계를 하기 시작하였다. 이번 대선과정에서 보여준 중산층들의 반 푸틴시위의 양상이 이러한 미래를 점칠 수 있다. 최근 10년간 유가가 고공행진을 계속하면서 러시아 경제는 지속적으로 성장하였다. 푸틴은 이러한 세계경제 환경 속에서 큰 힘 들이지 않고 경제성장의 과실을 누려왔다. 러시아의 큰 약점인 경제에 있어서 지하자원 의존도가 높다는 점에도 불구하고 석유-에너지 자원의 판매수입으로 국가의 부가 증대되었다. 이 과정에서 부가 위에서 밑으로 자연스럽게 흐르는 현상이 발생하여 러시아 대도시를 중심으로 중산층이 형성되었다. 이들이 러시아에 있어 깨어있는 세력으로 거만하고 독점적 권력에 맞서 견제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세력이라 하겠다.

 

야당세력들은 현 러시아 집권세력들의 선거부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나 시위에 참여하는 대다수의 대중들은 선거부정보다는 러시아 관료들의 부정부패 때문에 시위에 참여한다. 러시아 경제발전의 큰 걸림돌인 관료들의 부정부패는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신흥 중산층들은 1990년대와 같은 혼란을 우려하면서 소비에트 시기의 독점적 권력도 경계한다. 그렇지만 심각한 러시아의 부정부패에 대하여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경고성 집회에 참여한다. 러시아 경제발전과 사회통합에 걸림돌이 되는 관료들의 부정부패는 러시아 민주주의 발전에 있어서도 심각한 문제이다. 관료들의 무능과 지방권력의 폭압 그리고 부정부패에 대하여 푸틴이 그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면 조만간 분노한 대중들의 공격을 받을 것이다.

 


러시아 국민의 푸틴에 대한 신임도 변화

출처: 사회여론재단(Ф#1054;М 보도자료 (2012.2.23)
“В#1099;б#1086;р#1099; п#1088;е#1079;и#1076;е#1085;аР#1086;с#1089;и#1081;с#1082;о#1081; Ф#1077;д#1077;р#1072;ц#1080;и#1102; Т#1077;к#1091;щ#1080;йп#1088;о#1075;н#1086;з(э#1083;е#1082;т#1088;а#1083;ь#1085;ы#1077; р#1072;с#1095;е#1090;ы”

 

러시아는 서구 제 열강이 우려하는 것과는 달리 큰 그림에 있어 나름의 민주주의 프로그램을 작동시키고 있다. 민주주의는 경제발전과 마찬가지로 그 토양이 형성되고 시간과 노력 투자를 통하여 만들어지는 것이다. 경제 발전 초기단계에 있어서 국가 경쟁력 확보와 경제 집중력에 강력한 국가권력이 작동되어야 한다는 점은 이미 많은 정치학자의 연구에 의하여 정설로 받아들여진다.
 
현 러시아 집권세력은 러시아공산당의 집권 가능성에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다. 러시아 공산당은 그 조직과 기구 그리고 지지기반이 튼튼한 집권 가능세력이다. 조금만 빈틈을 보인다면 러시아공산당이 의회에 있어 과반수를 획득할 가능성이 있다. 러시아공산당 세력이 커진다는 것은 현 집권세력이 경제발전에 실패를 하거나 권력이 약화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현 러시아상황에서 러시아공산당이 집권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러시아 현 집권층은 권력 강화와 현대화 과정을 통하여 경제성장의 동력을 확보하고 유라시아 대륙에 있어 통합자로 그 역할을 강화해 나갈 것이다.

 

정치적 안정과 경제 번영을 노리는 러시아는 21세기 국제질서에 있어서도 주요 행위자로 그 역할을 수행해 나갈 것이다. 한국에 있어서 러시아만큼 매력적인 나라가 없다. 한국은 한반도 평화와 안정, 나아가 통일에 있어 한걸음 이해관계가 떨어져 있는 러시아가 주요한 역할을 담당할 수 있도록 동북아 구도를 다시 그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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