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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카자흐스탄의 글로벌 금융위기, 무엇이 변하고 무엇이 안 변했나

카자흐스탄 오영일 포스코경영연구소 글로벌연구실 수석연구위원 2011/09/16

1년 8개월만에 방문한 카자흐스탄

 

지난 8월말 이명박 대통령이 몽골, 우즈베키스탄과 함께 카자흐스탄을 방문했다. 대통령이 카자흐스탄 수도 아스타나를 방문하던 그 시기에 본인도 카자흐스탄을 방문하였다. 물론 대통령 방문 일정과는 전혀 무관한 개인적 업무 출장이었고, 아스타나가 아닌 알마티 방문이었다.


본인이 카자흐스탄 알마티를 마지막으로 방문한 게 2009년 12월 이었으니, 1년 반이 조금 더 넘은 시기만에 방문한 카자흐스탄이었다. 2009년 말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전세계를 한 번 훑고 지난, 그리고 그 여파로 상당 국가들이 아직 고통 속에 빠져 있을 당시였다. 당시 카자흐스탄도 예외는 아니었다. 오히려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를 스트레이트로 맞아 더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던 시기라 할 수도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까지 국내 대기업, 건설사, 금융기관, 무역업체 등 해외사업 좀 한다는 업체들이 문턱이 닳도록 방문하던 카자흐스탄이었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기가 꽁꽁 얼어 붙은 카자흐스탄을 쳐다보는 눈길들은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본인 역시 그러한 범주 중의 하나였다.


그렇기 때문에 1년 8개월 만에 방문하는 카자흐스탄에 대한 본인의 기대, 아니 궁금증은 상당하였다. 금융위기를 극복하고 이제는 정상을 되찾았다는 한 쪽의 분석과 여전히 오리무중이라는 또 다른 시각이 공존하고 있는 곳이 2011년 8월의 카자흐스탄이기 때문이다. 그림 1, 2에서 보듯, 산업생산 증가세나 금융대출 증가세 등을 볼 때 지표상으로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춤했던 실물 경기가 어느 정도 살아나는 듯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자흐스탄 투자에 대한 국내외 투자자들의 심리는 여전히 얼어붙어있다. 물론, 대통령 방문 당시 발하쉬 프로젝트 및 석유화학 플랜트 등에 대한 굵직한 투자건이 성사되는 모습이 보이기 했지만, 전반적인 투자 활동은 여전히 위축되어 있는 상태라고 한다.

무엇이 변했나?

 


체류 기간이 짧아서 그랬는지 사회의 질적 변화, 생활 수준의 변화, 국민 의식의 변화, 정부 기관의 효율성 향상 등과 같은 큰 사회적 변화를 느끼기는 어려웠다. 뭔가 ‘화끈한’ 변화를 내심 기대한 본인의 기대가 충족되기에 1년 8개월의 시간은 부족했던 것 같다.


하지만 변화에 대한 기대 수준을 조금 낮춰본다면 언급할 만한 것이 전혀 없었던 것도 아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무선통신의 보급이었다. 물론 한국이나 다른 많은 나라에서도 최근 1-2년 사이 무선통신의 보급은 일반적인 현상이기에 카자흐스탄만의 의미 있는 변화라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다만, 경제 위기를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트렌드에 발맞춰가고 있다는 점은 의미가 있어 보인다.


무선통신의 확산을 쉽게 느낄 수 있었던 곳은 시내 곳곳에 새로 생긴 커피 전문점이었다. 한국 커피 전문점이 다소 소란스럽고 북적거린다는 인상이 있다면 카자흐스탄 커피 전문점은 오히려 좀 더 안락하고 편안한 분위기 같았다. 분위기야 어찌되었던 간에 이러한 커피 전문점에는 대부분 자체 wi-fi망이 제공되고 있었다. 보안이 걸려있긴 하지만 사전 교육이 충분했는지, 아니면 wi-fi에 대한 이해가 충분한건지 잘 모르겠지만 종업원에게 암호를 물어보면 아무런 멈칫거림 없이, 당연하다는 듯 암호를 알려준다. 그런데 무선통신의 확산과 커피점을 연관 지어 보는 이유는 커피전문점 손님의 약 40% 정도가 노트북이나 스마트폰을 통해 무선 인터넷을 사용하는 손님이었기 때문이다(적어도 본인이 이번 기간 중 경험한 3회의 커피 전문점 경우는 그랬다). 그리고 그들 대부분은 혼자 온 손님도 아니고 여럿이 온 경우지만, 그 노트북과 스마트폰을 통해 뭔가 작업을 하거나 얘기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대형 쇼핑몰에서는 개방형 무료 wi-fi도 경험했다. 그리고 그 곳에서도 식당가 한 커피전문점에 앉아 노트북을 펴 뭔가를 하고 있는 젊은이들을 쉽게 접할 수 있었다.

 

변하지 않은, 여전한 것들도 많았다


2000년대 중반 자원개발을 등에 업고 저금리 글로벌 자본을 유치하며 야심차게 진행했던 수 많은 건설 프로젝트들이 글로벌 금융위기로 대부분 중단되었다는 사실은 많이 알려진 내용이다. 하지만 2011년 8월 현재 아직도 대부분의 건설 프로젝트들은 갈팡지팡이다. 그나마 소규모 사업들은 조금씩 진행된 것도 있지만, 금융위기 이전 서로 잡으려고 과열 양상까지 보였던 대형 건설 프로젝트들은 여전히 투자자를 못 찾고 있다. 당시 카자흐스탄 건설 부동산 시장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알마티 금융센터에 위치한 고급 오피스 건물들 상당 부분은 공실인 상태이며, 매각 진행이 여전히 불투명한 상태이다.


그나마 고급 호텔 두 곳이 완공되어 영업을 개시했지만 영업이 썩 잘되지는 않는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일반 객실 요금이 하룻밤에 400달러를 넘는데, 지금 상황에 그런 가격을 지불하고 투숙할 손님을 확보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것 같다.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에는 물밀듯이 몰려드는 외국인 투자자들로 인해 당시 2개 밖에 없던 5성급 호텔(하이야트, 인터컨티넨탈) 객실 요금이 400달러 이상을 하기도 했지만(그나마 그 가격을 지불한다고 해도 방을 잡기가 어려웠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지 않은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조건 고가 정책을 고집하는 현지 호텔의 경영 방식은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 이를 보고 한 한국 주재원은 ‘호텔 대부분을 텅텅 비워 놓다가 한 명에게 ‘덤탱이’를 씌우겠다는 구시대적 전략’이라고 몸서리를 쳤다. 시간이 흘렀음에도, 경제위기를 겪었음에도 바뀌지 않는 하나를 꼽으라면 ‘답답하기 짝이 없는 그들만의 비즈니스 마인드’가 아닌가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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