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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이명박 대통령의 몽골 방문과 우리의 과제

몽골 이평래 한국외국어대학교 중앙아시아연구소 연구교수 2011/08/29

지난 7월 21-23일 이명박 대통령이 차히아긴 엘벡도르지(Tsakhiagiin Elbegdorj) 대통령 초청으로 몽골을 국빈 방문했다. 1999년 김대중 대통령, 2006년 노무현 대통령에 이어 한국 대통령으로서는 세 번째 몽골 방문이다. 횟수가 쌓인 만큼 성과도 적지 않았다. 먼저 양국 정상은 두 나라 관계를 선린우호관계에서 포괄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시켰다. 이는 단순히 용어의 변화가 아니라 현지 언론의 평가대로 양국관계가 새로운 단계에 진입했음을 말해준다. 지난 20년 동안 양국 사이에 인적 물적 교류가 확대되고, 그때마다 우호협력이 논의되었지만 대부분 구호와 선언에 그치고 양국 국민이 느낄 수 있는 실질적 협력에 이르지는 못했다. 이런 점에서 이 대통령의 몽골 방문은 한-몽 관계사에서 하나의 이정표가 될 게 분명하고, 이에 맞게 양국은 상호이익이 되는 분야에서 적극 협력해 나가기로 합의했다.


금번 이 대통령의 몽골 방문에서 가장 역점을 두었던 것은 자원개발과 경제 분야에서 협력을 얻어내는데 있었다. 현지 언론도 머리기사를 통하여 일제히 이 문제가 양국 정상 간 주요 논의사항이 될 것으로 보도했다. 실제로 양국 정상은 단독회담을 통하여 주로 자원과 경제 분야에서 협력방안을 찾는데 시간을 할애했다. 익히 알려진 것처럼 몽골은 세계 유수의 자원 보유국이다. 세계 7대 자원대국이라고도 하고 10대 자원대국이라고도 한다. 매장량 세계 2위인 동을 비롯해 몰리브덴, 금, 우라늄, 석탄 뿐 아니라 최근에는 희토류 매장량도 상당한 것으로 밝혀졌다.


몽골의 자연자원은 당연히 세계 각국의 주목을 끌었다. 1990년 전후 대외개방과 함께 시작된 자원분야에서의 외국인 투자는 2000년 이후 본격화되고, 2006년-2010년에 가파르게 증가했다. 이중 가장 주목할 만한 나라는 중국, 캐나다, 러시아, 미국이다. 중국은 최근 몽골 자원을 싹쓸이한다고 할 정도로 현지 자원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몽골 외국인투자청 자료(2011)에 의하면 개방이 시작되는 1990년에서 2010년 사이 중국 국영기업과 개별기업의 대몽골 광산분야 직접투자 규모는 같은 기간 같은 분야 전체 외국인 투자액 57%를 차지한다. 중국과 홍콩, 타이완을 합할 경우 그 비율은 전체 60%가 넘는다. 특히 중국 센화는 몽골 최대의 석탄광인 타왕톨고이(Tavantolgoi) 개발권을 얻은 외국기업 중 가장 많은 지분(40%)을 차지하는 등 중국의 자원 독점화 현상은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몽골인들이 자원의 중화경제권으로의 쏠림을 우려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러시아는 소련 시절부터 몽골 자원의 개발과 이용을 독점해왔다. 그러나 1991년 체제전환 이후 내부문제와 기타 사정으로 몽골에 대한 관심을 둘 여유를 갖지 못했다. 그 결과 1990-2010년 러시아의 광산분야 투자는 같은 기간 전체 외국인 투자액의 9위권에 머무는데 그쳤다. 그러나 2000년 당시 푸틴 대통령의 몽골 방문을 계기로 자원을 비롯한 각 방면에 걸친 교류가 확대되기 시작하여 최근에는 몽-러 도르노드 우라늄 회사를 건립하기로 합의하고, 러시아 철도가 타왕톨고이 개발권의 18%를 차지하는 등 몽골 자원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한편 캐나다는 서방국가 중 가장 먼저 몽골 자원에 주목하고 개발에 뛰어든 나라 중 하나다. 근년 캐나다 국적 기업이 몽골 최대 금광인 오요톨고이(Oyotolgoi) 개발권을 얻어냈으며, 석탄 등 다른 품목에도 지속적인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다. 그 결과 같은 기간 캐나다의 대몽골 광산 투자규모는 전체 외국인 투자액의 2위를 자치했다.


이에 비하면 한국의 대몽골 광산 투자규모는 같은 기간 전체 외국인 투자액의 0.9%에 그친다. 순위로는 미국에 이어 12위를 차지한다. 지난 20년 동안 한-몽의 인적 물적 경제 교류에 비춰보면 실망스런 수치다. 이유는 여러 가지로 설명할 수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정부와 기업의 관심 부족과 단기이익을 노리는 사고 때문이다. 사실 수교 이후 우리 언론이나 정부 당국자의 입에서 몽골의 자연자원에 대한 이야기가 그치지 않았다. 그러나 그때마다 나오는 이야기가 인프라 부족과 운송문제 등으로 개발에 많은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었다.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현재 몽골 광산개발에 가장 많은 자본을 투자한, 그리고 가장 많은 지분을 확보한 중국과 캐나다 기업들은 같은 조건에서 어려움을 극복하고 소기의 성과를 거두었다. 즉 인프라가 부족하면 이를 확충하고, 운송이 문제가 되면 도로와 철도를 놓아 주는 조건으로 광산 개발권을 따냈다. 그 결과 캐나다-호주 합작의 아이반호-리오 틴토사가 2009년 오요톨고이 개발업자로 선정되었고, 중국의 센화 기업은 타왕톨고이 개발업자로 선정된 외국기업 중 40%라는 가장 많은 지분을 확보했다.


타왕톨고이 탄광 문제 풀릴듯


최근 타왕톨고이 개발업자 선정을 놓고 한-몽 정부 사이에 약간의 오해가 있었다. 몽골 정부는 지난 7월 4일 타왕톨고이 개발업체로 선정된 외국기업을 발표했는데 여기에 한국 기업이 빠진 것이다. 원래 러시아 기업, 한국 기업, 일본 기업이 컨소시엄을 구성하여 타왕톨고이 개발을 위한 입찰에 응했고, 정부 발표 직전까지 이 컨소시엄의 참여가 기정사실화되어 있었다. 그러나 몽골 정부는 타왕톨고이 개발에 참여할 외국기업의 지분을 중국 센화 40%, 미국 Peabody energy 24%, 러시아-몽골 컨소시엄 36%(18:18)로 발표함으로써 한국 기업의 참여가 불투명해졌다. 한국 측은 원안의 한국과 일본 기업들 대신 몽골이 들어간 이유를 질의했지만, 몽골 측이 의회 비준절차가 남아 있기 때문에 최종안이 아니라는 말만 되풀이하면서 오해가 생겼다.


이처럼 타왕톨고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 대통령이 몽골을 방문했다. 따라서 이 대통령의 몽골 방문길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몽골 언론은 이 대통령의 방몽을 타왕톨고이 등 복잡한 문제를 풀기 위해 몽골에 왔다고 보도했다. 현지 전문가들은 이 문제에 대하여 바트볼드 몽골 총리가 이 대통령에게 타왕톨고이 개발에 한국의 참여를 요청했음을 근거로 한국의 참여를 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렇게 되면 한국 기업이 처음으로 몽골의 대규모 광산개발에 직접 참여할 수 있게 된다. 이는 오해가 있으면 풀고 상황이 어려울수록 자주 만나야 한다는 평범한 진리를 말해준다. 이 점에서 이대통령의 몽골 방문은 방문 그 자체가 큰 성과였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앞으로 우리의 몽골 정책이다.


이 문제와 관련하여 타왕톨고이 개발업체 선정과정 및 중국과 러시아 등 외국의 몽골 정책을 면밀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 타왕톨고이 석탄광은 몽골의 가장 중요한 전략 광산이다. 따라서 개발업체 선정도 국가의 전략적 판단에 따라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주지하듯이 몽골은 중국과 러시아 사이에 낀 내륙국이다. 따라서 몽골 정부가 어떤 정책을 결정할 때도 이 점이 가장 중요한 사항으로 고려된다. 몽골 정부는 자국의 지정학적 불리함을 극복하기 위하여 이른바 “제3의 이웃 정책”을 외교의 주요목표로 설정하고 미국, 일본, 한국, 유럽, 캐나나 등과의 교류확대에 노력해왔다. 제3의 이웃 정책은 중ㆍ러의 영향에서 벗어나고, 이들을 견제하기 위한 외교 책략인데, 이중 가장 중요한 나라가 미국이다. 따라서 타왕톨고이 개발권이 중, 러, 미에 집중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이 문제를 국가 전략적 판단에 결정했다는 뜻이다. 현지 전문가들이 경제 문제를 경제가 아닌 정치적 판단에 따라 결정했다고 비판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주어야 받는다


그렇다고 중국과 러시아가 몽골 정부의 전략적 판단의 일방적 수혜자만은 아니다. 이에 못지않게 양국은 몽골에 공을 들였다. 사실 몽골에게 두 나라가 중요한 만큼 두 나라에게도 완충국으로서 몽골의 위치는 중요하다. 그래서 2000년 푸틴 전대통령의 방몽과 2003년 후진타오 주석의 방몽 이후 두 나라는 경쟁적으로 대몽골 외교전을 펼쳤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유무상 원조가 이루어졌으며, 최근 2-3년 동안에는 몽-중, 몽-러 사이에 매년 국가 정상 또는 이에 준하는 고위급 인사의 교환방문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타왕톨고이 개발업체 선정 발표 직전인 지난 5월 말-6월 초순 엘벡도르지 몽골 대통령이 러시아를 방문하고, 6월 중순 바트볼드 수상이 중국을 방문하여 양국으로부터 경제개발 지원 명목으로 현금 또는 부채 탕감 등 실질적 지원을 얻어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두 나라의 대몽골 지원이 장기적인 전망을 갖고 조건 없이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이는 다른 외국, 즉 미국이나 캐나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미국은 전략적 판단에 따라 꾸준하게 대몽골 원조를 해왔으며, 상기한 대로 캐나다는 우리 기업들이 단점으로 꼽은 부족한 인프라와 운송 시설을 스스로 해결한다는 조건으로 몽골에 접근했다. 또한 일본은 개방 이전부터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조건 없는 원조를 했고, 1990년 이후에는 몽골 원조국회의 의장국으로서 가장 많은 지원을 했다. 사실 일본의 원조규모에 비하여 일본 기업이 몽골의 자연자원 개발에 투자한 액수는 전체 외국인 투자액의 0.09%로 22위에 그쳐 보잘 것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현재 몽골 정부나 국민들은 가장 신뢰할만한 외국으로 일본을 꼽는다는 사실이다. 이는 곧 일본 기업이 자원개발에 본격적으로 나설 경우 매우 유리한 위치에 있음을 말해준다. 좀 더 확인이 필요하지만 근자에 몽-일 정부 사이에 희토류 개발 문제가 논의된 것은 그 단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그 동안 한국 정부나 기업이 몽골 정책에서 이런 조건을 충족시켰는지는 의문이다. 확실한 것은 최근 중국과 러시아의 몽골 자원 개발권 확보는 두 나라가 몽골 정부의 전략적 판단 대상이라는 점 외에, 그동안 준만큼 받았다는 것이다.


비자 문제 해결 필요


이런 점에서 비춰 이번 이 대통령 방문 기간에 이루어진 `국립검진치료센터` 건설에 지원하기로 한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로 평가할 수 있다. 보건의료분야에 대한 지원이야 말로 가장 시급하고 몽골 국민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원조다. 최근에는 몽골 현지에서 개원한 한국계 병의원 또는 한-몽 합작병원을 찾는 환자 수가 많을 뿐 아니라 직접 한국 병의원을 찾는 환자 수도 급증하고 있다. 몽골인이 많이 찾는 병원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중산층 이상일 경우 암 등 중병에 걸리면 대부분 한국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다고 한다. 따라서 보건의료에 대한 지원은 한국의 이미지 제고는 물론, 궁극적으로 근래 우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의료관광산업 발전에도 적지 않게 기여할 것이다.


또한 이번 방문 기간에 복수 사증 발급 등 비자문제가 논의된 것도 향후 한-몽 관계 발전에 긍정적으로 기여할 것이다. 한국에는 현재 300만이 채 안 되는 몽골 인구의 1%가 넘는 약 3만 명이 장기체류하고 있다. 이중 노동자가 다수를 이루고 있고 지금도 많은 몽골인들이 한국에서 일하고 싶어 한다. 이들의 어려움 중 하나는 비자를 얻고 두 나라를 왕래하기가 불편하다는 점인데, 이 문제가 점진적으로 해결된다고 하니 참으로 잘 된 일이다. 필자는 내친김에 사증 면제까지 고려하기를 바란다. 사증을 면제해도 모든 몽골 사람이 한국에 오지 않는다. 최근 몽골 경제가 이전에 비해 안정되고 국민들의 살림살이가 나아지면서 한국행 희망자도 점점 줄어드는 추세다. 이런 때일수록 몽골 정부와 국민이 그토록 원하는 것을 풀어줄 필요가 있다. 그래야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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