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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남아공 ANC청년동맹의 주요산업 국유화 주장과 남아공 경제에 미칠 영향

남아프리카공화국 서상현 포스코경영연구소 글로벌연구실 연구위원 2011/06/27

말레마, ANC청년동맹의장 재선과 주요 산업의 국유화 발언


남아공의 집권당 아프리카민족회의(ANC) 청년조직인 ANC청년동맹(ANCYL)의 현 의장이면서 최근 남아공 정치에서 논쟁의 쟁점이 되고 있는 남아공 주요 산업에 대한 국유화를 주장하는 줄리어스 말레마(Julius Malema)가 6월 19일 ANC청년동맹 의장 재선에 성공했다.


ANC청년동맹은 남아공 정치에 있어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1944년 창설돼 아파르트헤이트(흑인차별정책) 철폐 투쟁에 참여한 ANC청년동맹은 지난 2007년 12월 열린 ANC 전당대회에서 주마 대통령이 타보 음베키 당시 대통령을 누르고 ANC 총재에 당선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따라서 말레마는 자신이 주장하는 국유화에 대해 주마 대통령이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재집권을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며 주마 대통령을 압박하기도 하였다.


말레마는 6월 19일 재선이 확정된 후 연설에서 '우리가 싸워야 할 진짜 적은 백인 독점 자본'이라며 '백인 독점 자본'에 맞선 투쟁을 강화할 것을 동료 대의원들에게 강조했다. 말레마는 '백인 독점 자본에 대한 싸움은 인종차별이 아니다'라면서 이는 소수로부터 권력의 이전을 규정한 ANC의 1955년에 제정된 Freedom Charter에도 적시돼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한 여당인 ANC의 지도부를 향해 국민과 함께 이끌어갈 것을 주문하면서 그렇지 않을 경우 대중들이 직책을 빼앗아갈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말레마는 그동안 ANC 내에서도 가장 강경한 인물로 가난한 흑인 대중들에 대한 영향력을 키우기 위해 지속적으로 남아공 주요 산업의 국유화를 요구해 왔다. 그의 국유화 논리는 1994년 흑인집권이후에도 거의 변화가 없는 청년실업률, 가난 그리고 경제적 불평등 등에 대한 개선을 위해 국유화는 반드시 필요하며 또한 정부의 역할이 증대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는 대기업을 변호하는 아프리카민족회의의 정치인들에 대한 지지를 철회할 것이라고 위협하기도 했다.


말레마는 선동적이면서도 가난한 흑인 대중 특히 청년들의 정서를 파고드는 언행을 하면서 최근 수년 사이 상대적으로 젊은 나이(30세)에도 불구하고 남아공 정치에 있어 중요한 인물로 부각되고 있다. 그는 남아공의 주요 산업인 광산 국유화와 백인들이 주로 소유한 농장들의 무상몰수 등 과격한 주장을 펼쳐 백인 시민단체들의 공격을 받는 등 정치적 논란의 대상이 돼왔다.


그는 2010년에 '보어인(백인)을 향해 쏴라'라는 제목의 노래를 대중 집회에서 불러 백인들의 반감을 사기도 했으며, 그와 같은 노래를 부르는 것을 금지토록 해달라고 백인 시민단체로부터 제소를 당하기도 했다. 하지만 빈부격차가 큰 남아공에서 그의 주장은 서민 대중 및 청년들에게서 상당한 지지를 받고 있다. 이와 관련, 일요판 주간신문인 시티 프레스는 말레마가 3년 임기를 채운 뒤 고향인 림포포에서 ANC 지부장, 주지사를 거칠 경우 오는 2027년께는 대통령에 도전할 인물이 될 수도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의 이러한 과격적인 선동은 제도권 정치에서는 거의 수용될 수 없는 주장들이다. 남아공은 이미 경제체제가 글로벌화 되어 있으며, 만약 말레마가 주장하는 주요 산업들에 대한 국유화조치들이 시행된다면, 남아공경제를 지탱해 주는 외국자본의 철수와 주요 산업인 광업의 부진으로 남아공 경제는 붕괴될 위험이 있다. 이미 남아공 정치지도부들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짐바브웨에서 지난 1990년대 말부터 시작된 백인들의 토지 강제수용 등으로 경제가 반 토막이 난 상황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따라서 남아공이 지금 당장 말레마가 주장하는 방식의 경제개혁은 시행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 2009년 현재의 대통령인 제이컵 주마가 대통령으로 당선된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는 흑인들의 빈부격차 해소와 실업률 감소 그리고 백인 토지 수용 등을 공약으로 내걸어 가난한 흑인층과 노동조합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2009년 글로벌 경제위기로 남아공의 경제는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였고 주마 대통령이 내걸었던 공약들은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어쩌면 말레마의 선동적인 연설들은 가난한 흑인들에게는 더욱 다가올 수밖에 없다. 하지만 남아공 경제는 아프리카에서 가장 큰 규모이고 이미 글로벌 경제와 긴밀한 연계가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토지나 광산 및 은행 등의 국유화와 같은 반자본주의적 행동들이 실천에 옮기기에는 어려운 상황임에 틀림없다.


남아공 재계도 이번 말레마의 발언에 대해 정부 여당에 해명을 촉구하고 나섰다. 남아공경제인연합(BUSA)은 6월 20일 현재 진행되고 있는 광업과 은행, 토지의 국유화를 둘러싼 논쟁에 대해 정부가 분명한 입장을 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물론 이전에도 정부와 여당인 아프리카민족회의의 공식적인 입장은 국유화 불가임을 밝혔다. 그러나 BUSA는 주마 대통령과 ANC 정부가 더욱 강한 지도력을 발휘해 가능한 한 신속하게 이 문제에 대해 분명한 매듭을 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유화 논쟁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


물론 말레마의 주요 산업에 대한 국유화 주장은 최근에만 언급된 발언이 아니다. 이미 2008년부터 광산에 대한 국유화를 주장하였으며, 2009년 주마가 대통령으로 당선된 이후 더욱 강경하게 주요 산업들에 대한 국유화를 주장하고 있다. 특히 말레마의 주장에 대해 남아공 최대 노동조합인 COSATU와 연립정부의 한 축인 남아공 공산당도 적극 지지를 하고 있다. 특히 단일 노동조합으로는 가장 큰 조직인 금속노조(NUMSA)는 아프리카 민족회의, COSATU, 남아공 공산당 등 연립정부가 남아공의 인종차별적이고 반식민지적인 경제와 사회를 종식시키기 위해 민족민주혁명(NDR)의 혁명적 프로그램을 함께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아공에서 대부분 흑인들은 가난한 처지에 놓여 있는 반면 백인들은 선진국 수준의 경제 여건을 누리고 있는 점 등을 거론한 대목이다.


NUMSA는 지난 5월 30일부터 6월 1일까지 요하네스버그에서 전국집행위원회(NEC) 연찬회를 갖고 그 결과물을 담은 언론 발표문을 공개했다. 발표문에서 NUMSA는 '공식적인 민주주주가 도입된 지 17년이 지났지만 흑인 근로자들은 여전히 고통을 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아파르트헤이트 시대의 인종차별적인 경제와 사회를 종식키기 위한 혁명적인 조치가 전국 규모로 취해지지 않는 한 ANC는 비(非)인종차별적인 남아공을 건설하려는 고상한 이상에 작별 키스를 해야 할지 모른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마지막 백인 대통령이었던 드 클레르크는 'NDR 추진은 결국 국가적 단합의 기반을 파괴할 것이며 아프리카의 가장 크고 발달된 경제를 붕괴시킬 것이다'라며 말레마와 일부 노동조합의 급진적인 변혁에 대해 경계를 하였다. 클레르크 전 대통령은 6월 1일 케이프타운에서 열린 한 강연에서 현재의 남아공에 대해 우려 섞인 분석을 하며 진정으로 평등하고 공정한 국가 건설을 위해 허심탄회한 대화가 긴급히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새로운 경제 불안요소로 작용할 듯


이와 같은 양측의 발언은 백인정권이 무너진 지 17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남아공에서 흑백 공존의 민주사회 국가 건설이 어렵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는 흑인들의 경우 흑인정권이 탄생하면서 백인정권에 비해 더 나은 삶을 기대했지만, 여전히 가난은 대물림되고 있고 오히려 일부 흑인들간의 빈부격차가 발생하여 상대적인 박탈감이 커지고 있다.


반면, 백인들의 경우에도 흑인정부 수립이후 막대한 세금납부와 역인종차별을 받고 있다는 감정, 그리고 최근 과격 정치인들의 주요 산업의 국유화정책 발언 등으로 극도로 민감해 있다. 이와 같은 상황은 최근 주식시장 등에서도 불안요소로 등장하고 있다.


말레마는 ‘우리의 생애에 있어 경제적 자유화’라는 ANC청년동맹 계획안을 발표하였는데 이 안에는 은행, 토지 그리고 광산을 접수하는 것이다. 특히 그는 “은행 없이 국유화는 성공할 수 없을 것이다. 만약 금융부문을 국유화하지 않는다면, 금융부문은 자금들을 뒤로 빼돌릴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이와 같은 주장은 세계에서 세 번째 큰 광산 기업 중 하나인 앵글로 아메리칸 등이 케이프타운의 Sanlam Investment Management에 486억 달러를 투자한 것에 빗대는 발언이다.

 

말레마의 은행에 대한 국유화 주장으로 최근 남아공의 주요 은행들 주가는 하락세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 6월 18일 요하네스버그 증권거래소에서 아프리카 최대 은행인 스탠다드 뱅크가 오름세로 반전했지만, 나머지 FirstRand, ABSA 그리고 Nedbank 등은 최근 3~4일간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처럼 남아공 경제가 최근 불안한 가운데 말레마의 주요 산업에 대한 국유화 발언까지 겹쳐 향후 남아공 경제에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은 확실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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