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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러시아 M&A 시장 동향과 시사점

러시아 변현섭 롯데경제연구소 해외경제팀 수석연구원 2011/03/07

2003년부터 외국기업들의 대러시아 직접투자에 있어 적지 않는 추세변화가 발생하고 있다. 이전까지의 외국인직접투자가 합작법인의 설립이나 소규모 단독법인 설립을 통한 투자가 주를 이룬 반면 2003년부터는 기업 인수 및 합병을 위주로 한 대규모 투자가 본격화되고 있다. 2000년 이전에만 해도 러시아는 실질적으로 M&A를 할 수 없는 취약한 기업구조 상황에 처해 있었으나, 유가 상승에 따른 경제 호전과 기업 지배구조개선으로 외국 투자자본의 주목을 받고 있다. M&A 추세는 러시아 전역으로 퍼지고 있으며 러시아 기업간 M&A도 확대되고 있다. 특히 국제 원유가의 상승과 관련된 에너지 산업과 국민소득 증가 및 생활수준의 향상과 관련된 식음료를 포함한 도소매 부문에 있어서의 대규모 M&A가 주를 이루고 있는 가운데 2006년부터는 금융업으로 확대되고 있다.


러시아 M&A 시장 규모는 2007년에 1,594억 달러로 절정을 이룬 후 2008년 하반기부터 글로벌 금융위기의 영향으로 위축되기 시작하였다. 2009년 러시아 M&A 시장 규모는 461억 달러로 전년대비 62% 감소하였으며 2007년과 비교하면 71%나 축소된 것이다. 다시 말하면  러시아 M&A 시장은 자원의존형 러시아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 유동성 위기에 따른 자금조달의 어려움 등으로 2005년 수준으로 회귀하였다.
 

2009년 러시아 M&A 시장을 산업 부문별로 살펴보면, 소비재 및 유통, 금융, 금속 및 채광 산업에서 2008년 대비 약 80%까지 감소하였으나 석유 및 가스 부문은 약 100% 성장하는 등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 결과 석유 및 가스 부문은 전체 러시아 M&A 시장 규모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그 다음으로 통신 및 미디어 부문이 전체 M&A 시장의 약 23%을 차지하며 전년보다 비중이 늘어났다.

 

금융위기로 인해 기업들이 해외 시장에서의 M&A 보다는 자국 내에서 집중함에 따라 러시아 M&A 시장에서도 자국 기업간(domestic) M&A가 해외 기업에 의한(inbound) 또는 러시아 기업의 해외 시장에서(outbound) M&A와 같은 cross-border M&A보다 많았다. 즉 2009년 러시아 M&A에서 cross-border M&A 규모의 비중은 46%로 2008년의 56%보다 10%포인트 감소하였다. 특히 2009년 해외기업에 의한 러시아 기업의 M&A 규모는 17%로 2008년의 32%에 비해 크게 감소하였다. 반면 러시아 기업이 해외에서 행한 M&A 비중은 2008년 24%에서 2009년 29%로 약간 증가하였다.

 

지난 몇 년간 러시아 M&A 시장의 주목할 만한 특징 중 하나는 러시아 기업이 해외 기업 M&A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러시아 기업들은 천연자원 가격 급등에 따른 실적 호조 및 기업공개(IPO)를 통해 조달한 자본으로 몇 년 전부터 해외 진출로 눈을 돌려 왔다. 러시아의 총 M&A 시장에서 차지하는 러시아 기업에 의한 해외 M&A 규모는 지난 몇 년간 약 10% 수준에서 2007년 19.3%로 약 2배 가량 증가한 이후에 평균 20%정도의 비중을 유지하고 있으며 외국 기업이 러시아에서 취득한 자산 규모와 거의 비슷한 수준에 이르렀다.


러시아 기업의 해외 자산 M&A는 지역별로는 80% 이상(07년 기준)이 서유럽(51%) 및 동유럽(10%)과 구소련(CIS) 지역(23%)에서 이루어졌다. 이것은 유럽의 경우 유럽연합의 관세 및 비관세 장벽을 피해 새로운 소비시장 개척과 선진기술 획득이 주목적이며 CIS(독립국가연합) 지역의 경우 이미 익숙한 시장이며 구소련시대에 이루어졌던 통합생산의 연결고리를 회복하여 생산 및 자원 기반을 강화하는데 목적이 있다. 최근에는 새로운 판매 시장 개척의 일환으로 북미 시장으로 진출이 활발하다. 


최근 러시아 기업에 의한 해외 기업 M&A의 대표적인 사례로는 세계 3위의 알루미늄업체인 Rusal(Russkiy Alyuminiy)이 2007년에 러시아의 SUAL과 스위스 원자재회사 글렌코어(Glencore)를 106억 달러에 인수하였다. 이로써 Rusal은 알루미늄 생산 세계 1위 기업인 미국의 Alcoa보다 80만톤 많은 연간 440만톤을 생산하는 세계 최대 알루미늄 기업이 되었다. 또한 Rusal은 오스트리아 건설회사 쉬트라바크의 지분 30%를 16억 달러에 사들였다. 세계 최대 니켈 회사인 러시아의 노릴스키 니켈도 2007년 캐나다 니켈 광산업체인 라이언오어(LionOre)를 65억 달러에 매입하였다. 노릴스키 니켈(Norilskiy Nickel)은 LionOre 인수로 채굴 및 가공에 대한 신기술을 획득하였을 뿐만 아니라 2008년 30만톤 이상의 금속을 생산하여 세계 1위 기업이 되었다. 그리고 러시아의 억만장자 로만 아브라모비치가 경영하는 예브라즈 그룹(Evraz Group S.A.)은 미국 철강회사 오리건 스틸 밀스(Oregon Steel Mills)를 21억 달러에 인수하는 등 2007년에만 110억 달러를 쏟아 부었다. 이것은 러시아 기업의 대미 투자로는 사상 최대 규모이다. 세계 12위 철강업체인 러시아의 세베르스탈(Severstal)은 2008년 5월 미국의 ArcelorMittal로부터 스패로우스 포인트(Sparrows point) 제철소를 8.1억 달러에 인수하였으며 2008년 7월에는 미국의 WCI Steel을 1.4억 달러에 인수하였다. 또한 세베르스탈은 세계 7위의 철강업체인 미국 US스틸의 인수를 시도하고 있다는 보도가 있는데 US스틸(연산 1,926만톤)을 인수할 경우 세베르스탈(연산 1,516만톤)은 세계 3위의 철강업체로 부상한다. 2009년 10월에 러시아의 3대 통신회사 중의 하나인 빔펠콤(VimpelCom)이 우크라이나의 통신회사인 키예프스타(Kyivsta)을 55억 달러에 인수하였다. 키예프스타는 가입자 2,200만명, 시장점유율 40%을 차지하는 우크라이나 최대 통신회사로 인수합병을 통해 양국의 가입자들에게 통합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시너지를 극대화하고 다른 CIS 국가 진출 확대를 위한 발판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렇게 러시아 기업이 해외 시장에서 활발하게 M&A을 추진하는 데에는 정부의 지원정책도 한몫하고 있다. 러시아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후보자 시절인 2008년 1월말 크라스노다르 지방에서 열린 러시아 산업가 및 기업가 연맹 포럼에서 해외 기업 인수 및 합병(M&A)에 적극 나서고 있는 중국처럼 러시아 기업도 첨단기술을 확보하고 생산성을 높이는 것은 물론 투자처 다양화, 신시장 개척 등을 위해 해외 M&A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며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한바 있다. 메드베데프의 발언은 오일 달러로 주머니 사정이 넉넉해진 러시아가 앞으로 보다 공세적으로 해외진출 전략을 펴겠다는 뜻으로 받아 들여졌다.


또한 러시아 정부는 2004년 1월부터 자원 수출로 벌어들인 달러를 적립, 조성해 온 안정화기금(Stabilization: 1,570억 달러) 중 일부를 2008년 1월 31일부로 수익사업으로 돌리기로 결정했다. 지금까지 비상사태에 대비해 비축해 둔 이 기금을 국제유가 급락에 대비한 예비기금(Reserve Fund)과 적극 투자용 국부펀드(National Wealth Fund)로 분리해 운영키로 한 것이다. 국부펀드에 320억 달러가 할당되었다. 이를 활용해 러시아 기업의 해외 자산 매입을 적극 지원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내었다. 러시아가 글로벌 금융위기로 잠시 주춤했던 해외 자산에 대한 M&A는 금융위기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향후 2-3년 뒤에 다시 이전과 같이  활발히 나설 가능성이 크다.

한편, 세계적인 회계법인 KPMG에 따르면, 외국인들의 70-80%가 M&A 거래를 통해 러시아 시장에 진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기업도 러시아 시장 진출에 있어 현지 생산 및 판매, 무역장벽 극복, 국제화의 발판 마련 등을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인수 및 합병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러시아 기업 M&A의 진출 분야로는 국내시장의 경쟁격화 등으로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 및 수익원 발굴이 요구되면서도 러시아 시장에서 성장 잠재력이 높은 도소매, 식음료, 금융업 등을 생각할 수 있다.


예를 들어, 2008년 1월에 한국계 금융기관으로는 처음으로 우리은행이 러시아 현지 법인을 설립 및 개점하였는데 이는 2003년 6월 모스크바 사무소를 세운지 5년만의 일이다. 반면에 신한은행은 금융위기로 결국 러시아 진출을 포기하긴 했지만 높은 진입장벽을 극복하기 위해 2008년 5월초 러시아 현지은행인 FSCB(Financial Standard Commercial Bank)와 M&A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바 있다. 신한은행은 러시아에 현지법인을 설립하려면 사무소를 2년간 유지해야 하며, 법인 신설 후에도 2년 동안 소매 영업이 허용되지 않는 등 진출 소요 기간이 길어지는 점을 감안하여 M&A 방식을 시도하였던 것이다. 또한 롯데는 2007년 9월초 모스크바에 국내 백화점업계 유일의 해외 점포를 오픈하였다. 1997년 6월 러시아 현지 법인을 설립한 이후 10만이다. 2002년 하반기 공사 착공 이후만 따져도 5년이 걸렸다. 롯데는 상트-페테르부르그에 2호점 개점 등 러시아에 최대 5개까지 늘릴 계획을 갖고 있다. 이렇게 인수할 물건이 거의 없는 백화점 부문의 신규 출점을 추진하면서도 할인점인 롯데마트는 건설 인허가 및 공사기간, 국내외 업체들 간의 치열한 경쟁 상황, 중소업체가 운영 중인 다수의 할인점 존재 등을 고려하여 신규 진출 보다는 M&A를 통한 러시아 진출을 적극 검토 중이다. 따라서 진출하고자 하는 업종의 시장 상황 및 법적 제도 등에 따라 다각적인 진출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성장전략의 중요한 실행도구로서 해외 M&A는 해외 진출전략의 하나의 대안일 뿐이며 맹목적인 추구는 실패 가능성을 높인다. 따라서 한국 기업이 러시아 기업 M&A를 통한 가치 창출을 이루기 위해서는 몇 가지 사항이 고려되어야 한다.


첫째, 러시아 기업 문화에 대한 이해와 사회문화적 차이를 인정하고 M&A 관례, 회계 및 법률적 이슈 등에 대한 사전 분석 및 충분한 준비가 필요하다. 러시아의 느린 일처리 및 의사결정 방식과 투명하지 못한 회계 처리 시스템 등으로 인해 생각보다 인수 기업에 대한 정밀 조사나 협상에 많은 시간이 걸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 또한 소유주 사장은 완전한 정보 공개를 꺼리기 때문에 고용 사장이나 회계, 재무 담당자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여 회사의 운영 및 자금 흐름과 관련된 중요한 정보나 M&A 이슈에 대한 정보를 알아내는 것이 필요하다.


둘째, 기업이 원하는 인수 대상이 시장에 나온 것을 신속하게 감지하고, 해외 기업의 법률적, 회계적, 문화적 차이를 극복하며 인수 대상의 환경에 적합한 실사 및 협상을 수행하고 인수 금융을 조달하기 위해서는 세계적인 투자은행 및 현지국의 대형 금융사를 적절히 활용할 필요가 있다. 또한 한국의 법률 회사 중 러시아에서 M&A 경험이 있고 러시아어를 구사하는 변호사가 있으며 현지 로펌과 협력 관계에 있는 업체를 선택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야 한국 로펌을 중개인으로 내세워 현지 로펌과 원활한 의사소통과 작업 진행이 가능하다. 한편, 러시아의 대표적인 투자은행으로는 알파방크(Alfa-bank), 아킬라 캐피탈 그룹(Aquila Capital Group), 르네상스 캐피탈(Renaissance Capital), 트로이카 디알로그(Troika Dialog), 엠데엠방크(MDM-bank) 등이 있다.


셋째, 현지 컨설팅회사, 법률회사, 회계회사 등을 고용하여 M&A 작업을 진행하겠지만 본사에서도 M&A에 대한 별도의 실사를 하여 2중으로 체크할 필요가 있다. 실사 결과에 대한 의문점은 계속해서 현지 업체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파악하도록 요구하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해당 지역의 전문 인력 양성이 필요하다.


넷째, 인수기업과 피인수 기업을 생산적인 방향으로 결합시키려면 인수자체보다는 인수 후 통합과정(Post-merger intergration)이 중요하다. 특히, M&A 과정에서 R&D나 영업 부문의 핵심인재가 유출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전략적 노력이 필요하다. 러시아인들은 자존심이 강한 민족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인수합병 협상시 직원들에게 거만한 느낌이나 고압적인 자세를 취하기보다는 인수하는 한국 기업이 해당 업종에서 매우 우수한 기업이며 인수 이후에도 피인수 회사가 더욱 발전할 수 있다는 인상을 심어 주어 직원들의 호의를 끌어낼 필요가 있다. 또한 인수 이후에는 고용관계가 이전 사회주의의 영향으로 종신고용의 성격이 강하고 해고가 어려운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인수전 주요 간부 및 중간 관리들을 모두 인터뷰하여 능력이나 자질이 떨어지는 경우 인수전에 그러한 직원들에 대한 구조조정을 요구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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