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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싱가포르 녹색성장전략에 대한 단상

싱가포르 나희량 부경대학교 국제통상학부 조교수 2012/07/09

싱가포르는 제한된 국토와 인구, 그리고 빈약한 자원 등 불리한 경제적 여건을 극복하기 위해 대륙부 동남아와 도서부 동남아의 중심지, 유럽과 동아시아를 연결하는 금융과 물류의 허브라는 지정학적인 이점을 최대한 활용함으로써 성공적인 경제성장을 이루어 왔다. 싱가포르는 서비스업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70%(제조업은 약 20%)정도에 이를 정도로 서비스업에 있어서의 비교우위를 십분 활용하고 있다. 이는 싱가포르 정부가 서비스업의 발전을 위해 비교우위 측면에서 유리한 도소매, 사업서비스, 금융 부문 등을 전략적으로 특화하고 적극적인 외국기업의 기술과 투자를 유치함으로써 가능했다.

 

제조업의 경우에도 유사한 모습을 보이는데 주로 기술 및 자본 집약적 산업인 전자, 석유화학, 바이오 메디컬 산업 등이 그 주력 산업으로 발전하여 왔다. 특히 싱가포르는 자체적 석유생산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세계 3대 석유정제 및 거래 허브 중 하나로 발전하였고 석유화학산업이 제조업 산출량의 30%정도를 차지할 정도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는 자원부존의 제약을 세계적 물류 허브라는 지리적 이점을 통해 극복한 결과로 볼 수 있다. 싱가포르 Jurong Island에는 세계적 석유 및 석유화학 기업인 ExxonMobil, Shell, Invista, BASF, Sumitomo 등을 포함한 100개에 가까운 석유 및 석유화학 기업들이 입주해 있다. 이렇듯 싱가포르는 자신이 갖고 있는 비교우위를 기반으로 선택과 집중을 통해 경제적 가치를 극대화함으로써 경제성장을 위한 전통적 의미의 생산요소인 노동, 자본, 토지의 제약을 극복해 왔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싱가포르의 성장전략은 지구적 차원의 기후변화에 따른 지속가능성장을 위한 신재생에너지산업 등의 소위 녹색산업에도 충실히 적용되고 있다. 우선 2005년 발효된 교토의정서(Kyoto Protocol)를 바탕으로 도입된 탄소배출권 거래제도(Emission Trading), 공동이행제도(Joint Implementation), 그리고 청정개발체제(Clean Development Mechanism, 이하 CDM)를 통한 국가 및 기업 간 탄소배출권 거래가 허용되고 이를 위한 탄소시장이 활성화됨에 따라 싱가포르는 금융 및 물류의 허브라는 기존의 비교우위와 선진화된 금융기법을 활용하여 선도적으로 이 부문에 대한 개척 및 지원을 시행하여 왔다. 다시 말해 싱가포르는 국토 및 자원의 제약으로 현재의 석유, 가스 등의 화석에너지를 대신할 대체에너지의 생산 및 이를 위한 대규모 CDM사업이 어렵기 때문에 현재의 금융 및 물류의 허브라는 지위를 바탕으로 탄소시장 부문의 허브로 성장하고자 하는 전략을 시행하고 있다.

 

우선 싱가포르는 2005년 아시아에서는 최초로 아시아기후거래소(Asia Climate Exchange)라는 이름으로 탄소거래소를 설립하여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아시아 탄소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준비 작업을 시작하였다. 또한 탄소배출권을 특정 품목의 거래로 발생하는 수익에 대해 세금을 감면해 주는 GTP(Global Trader Programme) 대상 품목으로 선정하는 등 기업들의 중국, 인도, 동남아 등 다수의 아시아 지역에서의 CDM사업에 대한 참여를 유도하고 탄소시장 내 다양한 분야의 기업들을 지원하고 있다. 그리고 탄소시장의 성장과 함께 그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탄소금융 서비스에 대한 지원도 함께 강화해 나가고 있다.

 

싱가포르는 직접적이고 대규모의 CDM사업이 제한을 받는다는 한계를 갖고 있기 때문에 국내적 차원의 CDM사업에 대한 진출보다는 먼저 에너지 절감 및 에너지 효율성 증대 등을 위한 프로젝트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즉 에너지 효율성 증대를 통한 이산화탄소 등의 온실가스 방출량 감축을 주된 사업으로 진행하고 있다. 예를 들면 싱가포르는 발전 단위 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석유보다 40% 적은 천연가스를 사용하여 전기 소비량의 80%에 해당하는 전기를 생산하고 있다. 이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비율로 싱가포르의 비교우위에 입각한 녹색성장전략의 한 단면으로 볼 수 있다.

 

그리고 싱가포르는 금융, 기업서비스, 물류 등의 비교우위를 활용하여 현재 말레이시아, 라오스,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등 인접 동남아 국가들에서 CDM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세계적 에너지기업들의 동남아지역 사업본부를 유치하고 있다. 예를 들어 친환경에너지로 주목받고 있는 바이오디젤 사업에서 선두에 있는 세계적 기업인 핀란드의 Neste Oil, 독일의 Peter Cremer 등의 동남아 사업본부를 싱가포르에 유치하였다. 싱가포르는 이러한 기업들의 친환경에너지 사업의 연구개발 및 기업서비스 등 직접적 생산은 아니지만 이에 필요한 다양한 제반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동남아 CDM사업의 허브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특히 싱가포르는 CDM사업과 관련하여 동남아에서의 바이오 에너지 사업을 위한 허브의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동남아시아는 석유, 석탄 등의 화석연료를 대체할 바이오 에너지로 각광받고 있는 바이오디젤, 바이오에탄올 등의 연료가 되는 팜 오일, 사탕수수, Jatropha curcas 등의 작물의 생산을 위한 대규모 재배(plantation)가 가능하다. 이미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에서 유럽, 미국 등의 세계적 에너지 기업들이 동 분야의 대규모 CDM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바이오 에너지 시장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며 이에 따라 바이오 에너지 부문의 CDM사업은 라오스, 미얀마, 베트남, 캄보디아 등 동남아시아 후발국들로 확장되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향후 post-Kyoto체제가 본격화 될 경우 의무적으로 할당된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 감축량을 달성하기 위한 선진국 기업들을 중심으로 한 동남아로의 CDM사업 진출 및 확장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이에 따른 동 분야의 기업서비스에 대한 수요도 향후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싱가포르는 이러한 전망을 바탕으로 동남아에서의 바이오 에너지 사업 부문에서의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 획득하기 위한 전략을 선제적으로 수행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싱가포르는 Jurong Island 등에 진출해 있는 세계적 에너지 기업들과의 협력도 병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싱가포르는 비교우위를 갖고 있는 석유정제 및 석유화학 등의 부문을 활용하여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등 인근 동남아 국가에서 생산된 팜 오일, 사탕수수, Jatropha curcas 등의 작물을 1차 상품 형태로 수입, 정제하여 바이오 에너지를 추출하기 공정 및 시설을 직접 유치하고자 하는 것이다.

 

기후변화에 따른 글로벌 차원의 지속가능성장 또는 녹색성장이라는 새로운 성장 패러다임에 대한 요구가 증가하고 이에 필요한 저탄소, 고효율의 친환경 에너지 시장의 확대는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동남아시아는 그 천혜의 자연자원과 기후로 인해 바이오 에너지 생산을 위한 CDM사업이 각광받고 있고 이에 대한 실제적인 사업도 급증하고 있는 추세이다. 이렇게 볼 때 싱가포르는 이러한 추세 속에서 자국이 갖고 있는 비교우위를 활용하여 동남아의 신재생 에너지, CDM 등 녹색성장을 위한 다양한 사업의 허브로 발전하고자 하는 전략을 구상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도 녹색성장을 위한 국가적 차원의 전략 및 다양한 측면의 지원을 통해 앞으로 다가올 새로운 성장 메커니즘을 대비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6월20일에서 22일 브라질에서 열린 Rio+20회담에서도 이명박 대통령이 한국을 녹색성장을 선도하는 국가로 발전시키겠다고 공언한 것도 이러한 우리나라 정부의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의지가 큰 소리나 치는 보여주기 식 행사로 끝나서는 안 될 것이다. 자연 및 자원조건에서 열세에 있는 우리나라가 비슷한 조건 속에서도 조용하지만 내실 있게 자신에 맞는 미래의 성장전략을 준비하고 있는 싱가포르를 주목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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