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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두바이 붐은 사라지는가?

아프리카ㆍ 중동 일반 / 아랍에미리트 홍성민 중동경제연구소 소장 2009/09/27

중동지역이 금년 가을처럼 조용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현상이다. 불과 1년전만 해도 ‘고유가’니 ‘금융기위’니 ‘이슬람금융’으로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두바이 신드롬’을 소개하던 것이 우리 언론 아니었던가! 금년 들어 ‘두바이 거품’ 혹은 ‘부동산 침체’로 언급되던 두바이가 우리에게 잊혀져가는 것은 아닐까? 물론 우리 외환보유고가 단단해지고 유가가 하락했다는 우리경제의 밝은 미래가 두바이 붐을 외면한다면 좋겠지만, 지금은 폭풍전야와 같은 적막감(寂寞感)이 우리를 더 불안하게 하는 시점이다.


UN에서는 ‘핵무기 개발’을 놓고 강대국과 이란이 설왕설래하고 있고 아프간전쟁과 이라크 전쟁이 마무리되지 않은 시점에서 이스라엘의 행보도 심상치 않다. 저유가라고는 하나 이라크 전쟁이전(20달러 수준)과 비교하면 지금은 매우 높은 고유가(70달러 수준) 시대이다. 단지 심리적 안도감 때문인지? 아니면 무력감인지? 만족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걸프산유국의 호황도 따지고 보면 이라크전쟁의 여파가 가져온 결과이고, 두바이 붐은 그것을 충분히 활용한 탓이다. 그런 두바이가 고도의 성장에 따른 후유증을 앓고 있는 것은 사실이며, 또 다른 타개책을 마련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고유가로 막대한 오일머니를 벌어들인 걸프 산유국들은 전 세계 크레인의 1/3이 이 지역에 몰릴 정도로 대형 플랜트공사를 발주함으로써 걸프지역에 부동산 붐을 일으켰다. 2003년 이라크 전쟁이후 GCC 전체로 볼 때, 2,000억 달러이상 가치를 갖는 약 600개의 정부지원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이에 따라 한국의 해외건설도 호조를 이루었고, 걸프지역 건설공사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면서 ‘두바이 붐’을 일으켰다. 이에 따라 1965년 첫 해외진출이래 한국건설도 43년 만에 400억 달러 수주라는 대기록도 달성하였다.


걸프만 GCC 6개 국가들이 2002-2006년도 벌어들인 외화는 15조 달러이다. 원유수출로 벌어들인 약 5,400억 달러는 저축되었으며, 이 가운데 약 4,600억 달러는 해외에 투자되었으며, 약 800억 달러는 국내에 투자되었다. 이에 따라 GCC 아랍금융은 오일달러를 기반으로 국내에 투자기능을 마련함은 물론 직간접적인 수단을 통하여 해외투자에도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 그 일례로 걸프산유국들은 이들 기금을 바탕으로 향후 식량확보를 위해 아프리카와 남아시아 일대에 막대한 식량기지를 확보하고 있다.


이제 중동의 석유는 단순한 자원의 차원을 넘어 국제적인 자본 혹은 금융으로 탈바꿈하였다. 자원에서 금융으로 탈바꿈한 중동의 석유는 다시금 개발이나 투자에 눈을 돌리며 새로운 미래를 건설하고 있다. 중동 산유부국들은 이 같은 오일머니의 축적을 통해 “재정수입 증대 → 투자․#51200;축 증대 → 소비․#51116;정지출 증대 → 고용․#49888;규산업 창출 → 민간 소득․#44397;가 재정수입 증대”, 즉 ‘눈덩이 효과(snowball effect)’를 통한 미래형 ‘부의 선순환(virtuous circle of wealth)' 경제구조를 만들고 있다.


이런 가운데 두바이는 특히 건설과 금융분야에서 단연 돋보이는 성장을 이룩했고, 그래서 우리에게 낯익은 버즈두바이, 7성호텔 등으로 회자되며 마치 중동경제의 신호등처럼 비쳐지게 되었다. 그런 두바이도 지나친 성장의 늪에서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심한 물가고(物價高)와 부동산 거품으로 인한 경기침체, 더 더욱 지나치게 외국인 근로자들에 의한 성장에 따른 사회적 문제 등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UAE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는 311만3천명으로 전체 인구의 76%를 차지하며 민간 부문 노동력의 90% 이상을 공급한다. 반면 2005년 전체 인구의 21.9%였던 UAE 국적자의 비중은 2006년 86만7천명으로 15.5%를 기록, 해마다 떨어지는 추세다. 이러한 문제는 아랍의 정체성(正體性)을 포함한 사회적 이질화 현상을 노출시키면서 두바이 성장에 제동을 걸고 있다.


이제 포스트-두바이(Post-Dubai)에 관심을 돌려야 한다. 두바이의 경제규모를 감안할 때, 중동진출에서 두바이는 중계무역항이나 진출기지에 불과하지 진출의 목적지는 아니다. 두바이 주변 산유국들,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쿠웨이트, 카타르, 궁극적으로는 이라크에까지 가는 것이 우리의 목표이다. 단순히 두바이의 경기쇠퇴가 중동경제 자체의 쇠퇴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7개의 부족국가들이 연합하여 이루어진 UAE의 총면적은 남한 면적과 비슷한 90,559km2이며, 인구 약450만명의 인구소국이다. 물론 인구의 대부분은 수도인 아부다비(약100만명)와 제2도시인 두바이(약85만명)에 몰려있고, 재정의 85% 정도를 유전이 몰려있는 아부다비에서 지원하는 나라가 아랍에미레이트이다. 그렇기에 부(富)의 대부분도 아부다비에 몰려있고, 우리에게 흔히 잘 알려진 자본규모 약9천억 달러의 아부다비투자청(ADIA)도 수도인 아부다비에 있다. 두바이 금융위기시 타개책으로 100억달러 정도의 채권을 매입해준 것도 아부다비이다.


두바이는 작은 어촌에서 급속히 세계적인 무역항으로 발돋움한 성공사례로 꼽힌다. 그러한 두바이의 성공모형이 우리에게 시사점이 될 수는 있지만, 우리 경제가 두바이 자체의 경제에 좌지우지되는 건 위험한 발상이다. 우리 경제가 건설에 너무 집착한 결과인지는 모르지만, 두바이 붐은 그저 두바이에서 멈추는 것이 아니다. 두바이 붐은 이웃 아부다비를 비롯해 카타르, 사우디에 큰 영향을 주었고, 이란 역시 큰 혜택을 받았다. 회원국간 불화가 있긴 하지만, GCC 중앙은행은 사우디에 설치된다. 국제금융위기로 두바이가 휘청대는 가운데 주변 국가들은 경제건설에 오히려 더 열을 올리고 있다. 약4조달러에 이르는 이슬람 금융도 투자처를 물색하며 때를 기다리고 있다.


한때 두바이는 한국경제의 우상(偶像)으로 여겨졌다. 새만금때도 그랬고, 인천공항 등 금융이나 물류기지를 운운할 때는 어김없이 두바이라는 단어가 등장했다. 그럼에도 현 상황은 지하철이 개통된 다해도 시큰둥하며 마치 폐허를 연상케 하는 식으로 인용된다. 아랍인들은 현세대도 중요하지만, 미래세대를 중요하게 여긴다. 그래서 항상 멀리 보고 준비한다. 그 대표적인 예가 국부펀드(SWF)다. 우리도 이점을 배워야 한다.


설사 두바이가 침체한다하더라도 포스트두바이를 보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미-이란 핵갈등, 아프간을 포함한 이라크전쟁의 종결, 예멘과 소말리아에서의 해적행위 등 이 지역에서 발생하는 일련의 사태를 예의주시하며 항상 준비하는 자세로 진출기회를 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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