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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잉락 총리 집권 1년에 대한 평가

태국 이상국 서강대 동아연구소 HK조교수 2012/09/03

잉락 칫나왓(Yingluck Shinawatra)이 태국 총리로 취임한 지 1년이 지나간다. 탁신 전 총리의 여동생인 잉락은 작년에 혜성같이 등장하여 7월 3일에 치러진 총선에서 프아타이(Pheu Thai) 당을 압도적인 승리로 이끌었으며 그 다음 달에 일련의 선출 및 인준 절차를 거쳐 총리로 등극했다. 총리 직을 수행한지 1년이 지나가는 이 시점에서 태국 국민들이 잉락 총리 및 그가 이끄는 내각의 수행 도를 어떻게 평가했는지가 궁금하다. 방콕포스트에 언급된 수안 두싯(Suan Dusit) 여론조사를 보면 잉락 총리는 10점 만점에 6.95점, 내각 전체로는 6.25점을 획득했으니 그리 나쁘지 않은 점수이다. 참고로 이 여론조사는 7,047명을 대상으로 8월 10일부터 25일에 시행됐다. 이 여론조사에서 국민들은 정부가 잘한 일로 마약 근절(35.58%), 공무원 월급 및 최저임금 인상(25.76%), 사회복지(17.75%), 외교(12.54%), 경제위기대처 정책(7.37%) 등을 꼽았고, 잘못한 일로는 물가인상(32.12%), 홍수대처(19.45%), 양극화(18.39%), 남부문제(15.76%), 농업정책(14.28%) 등을 꼽았다. 정부부처로는 사회개발 및 인간안보부가 최우수 점수(10점 만점에 6.58점)를 획득했으며 상업부는 최하위 점수(10점 만점에 5.42점)를 획득했다. 꼴찌부서조차 절반 이상의 점수를 받았으니 국민들로부터 잉락 총리 및 전체 내각이 상당히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색깔에 따라 깊은 골이 형성되어 있는 태국의 현 지형에서, 총리 및 내각에 대한 수행 평가 여론조사는 그 자체에 대한 면밀한 평가보다 단순한 호불호에 따라 이루어졌을 개연성이 크다는 것은 부인 못할 것이다. 따라서 여론조사 결과를 떠나 주요 정책을 하나하나 면밀히 짚어보며 1년간의 활동을 냉정하게 평가하는 것이 필요하다. 잉락 총리는 선거 기간 중에 그리고 임기 중에 최우선적으로 중점을 두었던 것이 국민적 화해와 민주주의 회복이었다. 깊어질 대로 깊어진 색깔 간의 골을 메우고 쿠데타로 훼손되었던 민주주의의 근간을 다시 세우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취임 초기부터 화해위원회를 야당과 협조하여 조직하고 2006년 쿠데타를 주도했던 손티(Sohdhi)가 의장을 맡도록 했다. 올해 4월에는 왕실자문위원회의 의장이자 보수파의 거두인 쁘렘(Prem)과도 대화를 시도하며 대화합을 모색했다. 그러나 이러한 움직임은 시간이 갈수록 지지부진해졌다. 잉락은 화해의 제도적인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헌법 개정을 시도했는데, 야당의 반대에 부딪치고 헌법재판소마저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임에 따라, 이러한 시도가 좌절되고 있다. 또한 지지 세력에게 유리한 쪽으로 화해를 시도하고 있는 비판도 받고 있다. 지난 정부 시기의 시위사태에 피해를 입은 자들에 대한 보상에서 주로 자신의 지지 세력인 빨간셔츠 계의 사람들 위주로 혜택 받게 한다는 비난에 직면하고 있는 것이다. 

 

마약근절 역시 잉락정부가 심혈을 기울였던 분야로 대체적으로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내릴 수 있다. 정부는 마약 갱단의 근거지를 급습하고 마약을 가차 없이 압수하는 강한 정책을 밀어붙이는 한편, 마약 중독자들을 갱생하는 “힐링”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운영했다. 그리하여 지난 9월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한 이래 33만 명이 체포되고, 6,660만 정의 마약이 압수되었으며 45만 명이 갱생프로그램에 입소되었다. 이것은 눈부신 성과로 탁신 재임 기간보다 훨씬 더 효과적으로 마약이 근절되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무엇보다 지난 1년간 시행된 마약근절 시도에서 탁신 시기에 다수 발생했던 무고한 희생자가 거의 발생하지 않았던 점과 1,200개의 갱생센터를 운영하며 “힐링”에 중점을 두었던 점은 높은 점수를 받을 만하다.

 

외교정책 분야를 살펴보자. 사실 지난 몇 년간 태국은 국내 복잡한 상황과 잦은 정권 교체로 외교력을 많이 상실한 상태였다. 그리하여 예전처럼 아세안에서 지도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캄보디아와 프레아 비헤아 사원을 둘러싼 소모전에 외교적인 에너지를 낭비하고 있다. 사실 잉락 총리도 그의 주요 정부 운영 기조에서 외교는 큰 위치를 차지하지 못했다. 태국 외교부는 지난 1년간 잉락 총리가 18개국을 방문하고, 17개국의 정상들의 방문을 받는 활발한 정상외교를 펼쳤음을 성과로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티티난(Thitinan) 출라롱콘대학교 안보국제학연구소장은 방콕포스트에서 태국 외교정책이 지난 몇 해처럼 아직도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으며 외교정책을 총 지휘하는 인물도 부재하고 여전히 태국 외교가 국내문제에 포로로 묶여 있다며 박한 평가를 내렸다. 그러나 이러한 비판에도 불구하고 지난 1년간 주변국가와 관계개선이 이루어졌다는 점은 높은 점수를 줄 만하다. 우선 캄보디아와 무력충돌이 발생하지 않았고 미얀마, 라오스, 말레이시아 등과도 항구 개발, 국경교각 건설, 국경지역 개발 등에 관해 합의를 이루어냈다. 

 

태블릿피시 보급 정책은 대중의 큰 이목을 끌었다. 정부는 새로운 기술과 웹 환경에 기반을 두고 창의적인 교육을 시행하자며 이를 추진했다. 애초에 시험대상인 학교의 1학년 학생들에게 이것을 보급하려했으나, 지급 대상을 80만 명의 모든 학생들에게 보급하는 쪽으로 확대하고 이에 대한 예산으로 약 19억 밧(1밧은 약 36원)이 책정됐다. 그리하여 올해 8월 15일 기준으로 약 18만 명의 학생에게 지급됐다. 중국의 한 업체가 한 개당 81불(운송료 1불별도)로 태블릿피시를 공급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농촌 지역 등에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는 기반이 충분히 갖추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너무 서둘러서 추진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또한 하이테크를 이용한 학습에 대한 유불리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것도 비판에 오르고 있다. 즉 학생들이 태블릿피시를 사용하며 게임에 쉽게 빠져 오히려 학습에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재임 기간 중에 무엇보다 잉락 총리를 곤경에 빠뜨렸던 것이 홍수사태였다. 취임한지 두 달 만에 우리가 익히 알듯이 방콕 전체가 물에 잠길 뻔 한 사태에 직면한 것이다. 이 사태로 여러 산업분야가 마비되었으며 특히 자동차 산업이 큰 피해를 입었다. 태국 전체적으로 약 1.4조 밧의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태에 잉락 총리를 비롯해 정부가 효율적으로 대처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인 것에 여론의 질타가 컸다. 가까스로 위기에서 모면한 정부는 이후에 이를 대처하는 정책들을 펼쳐나갔다. 정부 내에 “국가홍수대책위원회”를 설립하고 물 관리에 관한 모든 정책들이 여기에서 나오도록 하고 3,500억 밧의 예산을 관리하는 권한도 부여했다. 그러나 기존의 관련기관들이 소외되고 소수에 의해 정책이 입안되고 예산이 좌지우지되는 과도한 집중화가 발생했다. 그리고 아직까지 이 위원회가 뚜렷한 활동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야당인 민주당은 잉락 총리의 1년에 대해 전반적으로 박한 평가를 내리고 있다. 국민들의 삶의 질이 전혀 나아지지 못했다는 것이다. 특히 농산물값 하락으로 농민들의 수입이 줄었다는 점이 심각하다고 했다. 또한 국가 재정을 방만하게 운영하여 빚이 더 늘어난 점, 남부 문제가 여전히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점, 어설픈 화해정책으로 오히려 갈등만 불러일으킨 점 등을 예로 들며 신랄하게 비판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지난 1년간 자본시장이 안정되고 경제가 체질적으로 강화되었으며 주식시장도 아시아에서 최고인 20%로 상승했음을 내세우며 1년간의 치적을 자랑하고 있다. 정부로서는 홍수사태와 유로존의 위기 속에서도 이러한 성장을 이루어낸 것이 눈부실만한 업적이라는 것이다.

 

잉락 총리와 태국 정부는 이제 집권 2년차에 들어간다. 여전히 국민적 화해, 헌법 개정 시도는 집권 2년차에도 역점을 두고 추진될 것이다. 이것은 탁신의 귀환 시도와 연결되어 늘 잠재적인 충돌의 불씨를 안고 있어 잉락 총리는 이에 대한 광폭의 발걸음을 옮기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오는 9월부터 2006년 쿠데타 이후에 폐지되었던 “30밧 정책”을 다시 도입하는 만큼, 복지정책을 둘러싼 논쟁과 갈등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여기에 남부 문제는 늘 아킬레스 건으로 남아 잉락 총리의 발목을 잡을 것 같다. 이러한 어려운 과제 속에 이제 정치 초년생의 딱지를 막 뗀 잉락 총리가 집권 2년차에 어떻게 리더십을 발휘하며 태국호를 이끌어갈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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