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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루피화 가치하락으로 본 인도경제의 취약성

인도 최호상 국제금융센터 연구위원 2012/10/17

1. 인도 경제를 위협하는 루피화 가치 하락


인도의 경기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 2012년 1/4분기와 2/4분기 실질 GDP 성장률은 각각 5.3%, 5.5%에 머물러,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8년 4/4분기(5.8%)보다 낮은 수준을 보였다. 상반기 중 산업생산지수도 전년동기대비 0.2% 증가하는데 그쳐, 인도 경제가 저조한 실적을 거두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에 10월 IMF는 2012년 인도의 경제성장률을 지난 7월 6.1%에서 1.3%p나 낮춘 4.9%로 하향 조정하였다.


현재 인도 경제의 위협 요인 중 하나는 자국 통화인 루피화 가치의 급락이다. 미 달러화 대비 루피화 가치는 주요 신흥국 중 브라질 헤알과 함께 큰 폭으로 하락했는데, 2011년 7월말 대비 2012년 9월말 루피화 가치는 16.4% 평가 절하되었다. 루피화 가치의 하락 요인으로는 인도의 만성적인 쌍둥이 적자(경상수지 및 재정수지의 적자)를 들 수 있다. 경상수지 적자는 2005년 이후 명목 GDP 대비 확대되고 있고, 재정수지 적자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다시 늘어나고 있다. 이처럼 인도의 쌍둥이 적자는 같은 기간 동안 통화가치 하락이 진행된 브라질보다도 악화되고 있다.


2. 루피화 가치 하락이 인도의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


루피화 가치 하락은 수입가격 상승을 통해 인도의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2011년 상반기까지 경기상승세를 보인 신흥국의 금융긴축에 의한 수요감소와 유럽 재정위기 문제로 인한 세계경제의 성장세 저하 우려 등에 의해 원자재 가격은 하향 안정세를 보였다. 그러나, 인도는 자국 통화 가치 하락이 국제 원자재 가격 하락에 의한 인플레이션 압력 완화를 일부 상쇄시키고 있기 때문에 물가상승률이 저하되지 않고 있다.


고물가와 인플레이션 기대 등은 정책당국의 금융완화 구사 가능성을 낮추게 된다. 중앙은행인 인도준비은행은 지난 4월 3년 만에 기준금리를 8.5%에서 8.0%로 내렸음에도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는 전세계적인 경기둔화 등으로 물가지수가 낮아져, 인도준비은행도 기준금리를 5% 수준으로 인하하여 금융완화를 통한 경기부양을 모색할 수 있었다. 반면 최근에는 인플레이션 우려로 인해 기준금리 인하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기준금리가 높은 수준으로 유지되면, 은행의 대출 금리에도 영향을 준다. 기준금리와 최우대 대출금리 평균치의 괴리 폭은 현재 일정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대출 금리는 상승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2011년 이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을 상회하고 있다. 최근 성장세 저하가 지속되는 가운데 대출 금리가 내려가지 않아, 은행 대출잔고의 증가세도 낮은 수준으로 움직이고 있어 경기 하강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 인도 경제를 둘러싼 위협요인 중 하나는 국가신용등급이다. 국제신용평가사인 S&P가 책정한 인도 국가신용등급 추이를 보면, 2000년대 이후 점차적으로 상향 조정되었지만, 투자 적격 등급 가운데 가장 낮은 BBB- 수준이며, 지난 4월에는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변경하였다. 만약 인도의 국가신용등급이 투기등급으로 하향 조정되면, 해외로부터 자금유입이 축소되므로 경상수지 적자를 해외자금에 의해 보완하는 인도 경제는 커다란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인도의 대외신용도를 보면, 현재 미국, 영국, 독일, 일본 등 유럽 재정위기의 영향을 받기 어려운 국가의 의존도가 높지만, 유럽 재정위기가 심화되어 금융기관의 리스크 회피가 강화되면, 인도에 대한 투자 및 대출이 급격하게 줄어들 우려가 있다.

 


<인도의 국가별 대외여신의존도(명목 GDP 대비)>

 

자료: BIS, IMF



3. 단기적으로는 경기하락 리스크가 높은 인도 경제


인도는 중장기적으로 높은 성장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2010년부터 10년간 생산연령인구는 전세계 국가 중 가장 많고, 인구를 배경으로 인도의 중장기 성장 기대는 여전히 높다. 또한 루피화 가치 하락은 어느 정도 인도의 수출 증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최근 유럽 재정위기 문제 등으로 전개된 루피화 가치 하락에 의한 수입가격상승, 그리고 기후불순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우려 등이 정책당국의 금융완화를 어렵게 하고 있다. 게다가 높은 수준의 기준금리와 은행 대출 금리는 금융면에서의 경기하락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또한 국가신용등급의 투기 등급으로 강등, 대외 자금의존도가 높은 가운데 유럽 재정위기의 악화로 인한 해외로부터 자금유입 저하 등은 국제금융시장에서 인도 경제의 저평가로 이어질 수 있다. 무엇보다 지난 상반기와 같이 루피화 가치 하락 등이 지속될 경우, 인도 경제가 악순환에 빠지는 리스크로 인해 일시적으로 경기둔화에 직면할 가능성도 높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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