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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월마트의 소매업 진출에 대한 인도 정가의 움직임으로 본 인도 사회

인도 정호영 자다푸르 대학 사회학 박사 과정 2012/12/28

 인도의 2011-12 회계연도 성장률이 9년 만에 최저수준인 6.5%이었고 세계 경제의 불황과 맞물려서 성장률 둔화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고 인도 정부는 외국인 투자유치를 보다 공격적으로 진행하여 이를 해결하고자 한다. 만모한 싱 총리는 인도 주요 도시에 있는 월마트로 대표되는 대형 슈퍼마켓 지분의 51%를 외국 기업이 가질 수 있도록 허용하여 다국적 슈퍼마켓 업체의 소매업 진입을 허가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반대하는 장관 6명과 하원의원 19명이 소속된 웨스트 벵갈의 지역정당인 TMC(트리나물의회당)가 지난 9월 연정에서 탈퇴하였다. 국내 언론 보도 중 TMC의 탈퇴로 연합 정권이 붕괴될 수도 있다는 잘못된 예측을 낸 곳도 있었지만 TMC의 탈퇴 이후에도 국민회의 주축의 인도 연합정부인 UPA는 건재하였다. 다국적 기업의 인도 소매업 진출에 대한 인도 언론 보도를 문자 그대로 읽어서 실제 상황보다도 적잖게 과장되어 한국에 알려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TMC는 UPA를 탈퇴하겠다는 위협을 국민회의에 했지만 이는 위협이 되지 못했다. 국민회의는 ‘백업’으로서 우타르푸라데쉬의 두 정당인 SP(사마즈와디당), BSP(바후잔 사마즈당)와 언제라도 협상할 준비가 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TMC가 참여했던 UPA의 272석의 좌석 구성을 보면 국민회의 205석, TMC 19석, DMK 18석, NCP 9석, RLD 5석, NC 5석, 기타 8석, 무소속의 6석이었다. TMC가 빠져나간 자리에 SP가 들어오면서 276석이 되면서 국민회의를 주축으로 한 UPA는 재구성이 되었다. UPA에서 TMC의 백업으로 준비하고 있던 SP와 BSP는 그렇다면 소매업에서 FDI를 지지하는가?

 TMC를 대신하여 UPA에 들어온 SP의 공식적인 입장은 FDI를 반대하는 입장이지만 국민회의 주축의 UPA가 붕괴될 경우 힌두 민족주의를 내걸고 있는 BSP 주축의 NDA가 집권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 UPA에 들어왔다고 하였다. 라이벌 정당인 SP와 BSP는 FDI 소매업 개방 그 자체에는 관심이 없다. 이들의 주관심사는 TMC의 백업이라는 조건을 가지고 국민회의와 좀 더 나은 협상을 하는 것이다. 이를 보여준 것이 2012년 12월 5일 UPA의 소매업 개방 제안이 투표로 진행될 시 이들의 행동이다. 당시 투표 결과는 찬성 253, 반대 218 부재 31 퇴장 43석였는데 이중 퇴장 43석은 SP와 BSP의 것이었다. SP와 BSP는 퇴장함으로써 찬성은 하지 않았다는 명분도 가져갔지만 결과론적으로는 국민회의를 지지한 것이다. 라이벌 정당인 SP와 BSP가 모두 국민회의의 손을 간접적으로 들어준 것은 국민회의와의 협상을 통해서 각자 정당의 이익을 챙기고자 함이었다. 달리트 정당을 내세우고 있는 BSP는 지난 우타르푸라데쉬 선거에서 지난 집권 시기의 부패 문제로 선거에서 SP에게 대패했지만 ‘지정카스트/기타하층민에 대한 정부관료직할당을 확대하는 법안’등을 통과시킴으로써 자신들의 정치세 회복을 원하고 있다. SP 또한 당수인 물라야 싱 야다브 자신의 카스트인 야다브를 주축으로 하는 하층 카스트와 무슬림 기반의 카스트 정당이지만 이 법안은 BSP가 기반으로 하고 있는 달리트 계층에게 카스트에게 유리하므로 ‘국민들간의 분열만 일으키는 법안’이라는 명분으로 반대하였다. 12월 19일은 이 법안이 의회에 상정되는 날이었는데 SP 소속의원은 법안이 통과되지 못 하도록 법안제출서를 빼앗아 투표 과정 자체를 폭력적으로 막아 정상 의회 진행을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이 사건은 이 두 정당에게는 TMC가 UPA가 탈퇴하고 자신들이 UPA 참가 여부를 결정해야 했던 된 명분인 FDI 소매업 개방의 관심 보다는 각자의 정치 기반 안정과 확보 이슈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TMC만이 오직 월마트의 진출을 막고 있는 정당인가? TMC의 UPA 탈퇴 명분은 ‘디젤유 인상과 취사용 LPG의 정부지원이 중단됨으로써 가격이 100% 인상된 것의 항의, 다국적 기업의 소매업 유통 허용을 중단 요구’를 국민회의 측이 무시했다는 것이다. 웨스트 벵갈 주수상인 마마타 바너지가 연일 언론에서 다국적 기업의 소매업 진출은 인도 국민들에게 고통을 줄 것이라기에 반대한다는 주장이 반복해서 보도되었다. 인도의 유통업을 조직부문과 비조직 부문으로 나누어서 보자. 전국적 유통망을 갖춘 조직 부문은 현재 연간 30%의 빠른 성장률을 보이고 있으며 2백5십만 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고 보도되고 있다. 실제로 월마트에서 기존 운영하고 있는 도매 사업 분야에서는 직원이 될 학생들을 전원 장학금으로 교육시키고 있는 실제 사례들로 채워진 아름다운 청사진이 보도된다. 구멍가게로 대표되는 비조직 부문은 이에 대조적으로 성장이라고는 거의 없다. 그러나 이 비조직 부문은 인도 유통업의 97%를 차지하고 있으며 종사자들은 고용 인구의 8%를 차지하고 있는데 대략 4천만 명 정도이다. 250만개의 일자리가 창출되는 것은 4천만개의 일자리가 위협 받는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웨스트 벵갈의 주수상인 마마타 바너지가 이들 가난한 비조직 부문 유통업에 종사하는 인도인들을 대변해서 UPA의 정책에 반대한다는 명분을 가질 수 있었다. 그러나 또 다른 의견은 바로 TMC를 지원하고 있는 마르와리라 상인으로 대표되는 중간 유통상들의 반대 때문에 마마타 바너지가 나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사실상 인도의 모든 정당들 중 FDI를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정당은 단 하나도 없다. TMC는 UPA를 탈퇴하면서까지 다국적 기업의 소매업 유통은 반대했지만 TMC가 FDI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 또한 계속 강조하고 있다. TMC 조차도 대규모 공단 조성에 아주 적극적이다. TMC는 타타와 악연이 있다. CPIM이 유치하려고 했던 타타의 나노 자동차 공단 유치를 반대하여 타타가 공장설비를 일부 도입했음에도 불구하고 기존 투자를 모두 버리고 구자라트로 옮기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타타가 저가 자동차에 이어 저가 주택 건설 사업을 시작하자 TMC는 TMC에 대해서는 절대 좋은 기억을 가지고 있을 리 없는 타타에게도 웨스트 벵갈이 투자하기 좋은 곳이니 저가주택사업을 웨스트 벵갈에서 시작하라는 설득을 지금 하고 있다. FDI를 반대하고 있다고 알려진 공산당 조차도 예외가 아니다. 웨스트 벵갈에서 30여년간 연속 집권해오던 CPIM(Communist party of India(Marxist) 인도공산당 맑스주의)가 지난 2011년 선거에서 TMC에 대패한 이유는 난디그램 지역에 인도네시아 최대 재벌인 살림 그룹을 위한 특별경제구역 형성과 싱구르 지역에 나노 자동차 공단 형성을 위해 무리수를 두다가 주민들과 유혈충돌을 한 것도 중요한 이유였다. 인도의 제도권 공산당들은 지금도 맑스와 레닌을 언제나 거론하기는 하지만 이들이 제도권 정치에 들어선 60년대부터 의회 활동을 가장 중점으로 두는 제도권 정당으로 혁명과는 거리가 멀다. TMC가 집권하기 전부터 CPIM의 약자는 인도공산당(맑스주의)이 아니라 인도 공산당(마르와리)으로 농담반 진담반으로 불렸다. 이 농담은 제도권 정당 CPIM의 부패도 보여주지만 마르와리는 좌파 정당인 공산당이 오래 집권하더라도 그들의 의도대로 정치와 사회를 움직여 왔다는 것도 보여준다.

마르와리들이 장악한 인도 중간유통을 보면 개혁 이전의 인도 경제가 어떻게 진행이 되어 왔는지 일정 부분은 유추해볼 수 있다. 인도 식품은 유통 과정에서 낙후된 설비와 운송으로 30% 가량이 부패해버린다. 그러나 인도 중간 유통상들은 이를 현대적 시설을 도입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 했다. 한 예로 중간 유통상들은 양파 2 kg를 농민들에게 1루피에 구매하지만 소비자 시장에서는 양파 1 kg는 30루피에 팔린다. 농민과 소비자 모두의 희생 위에 서 있는 어머 어마한 폭리가 구조적으로 보장되어 있기에 현대적 시설의 도입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인도의 경제 개혁 이전에는 알려져 있다시피 인도는 정부 주도의 계획 경제였고 사업은 허가제로 한국과 유사했다. 방대한 자원, 풍부한 노동력, 자체 규모가 되는 내수시장을 가진 나라인 인도에서 사업허가제 즉 특정 사업에서 자신들만 사업을 하는 허가를 받는 것으로 다른 사업자들을 제도적으로 배제해주는 정부의 보호를 받았던 인도기업가들로서는 인도 중간 유통상의 현재 모습에서 보이듯이 경쟁력재고를 위한 기술 혁신 등의 투자의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했던 것이다. 내수시장의 한계와 자원의 부족으로 계획 경제 초기부터 내수 위주의 경제에서 경공업 수출 위주의 경제로 전환을 강요받은 한국과 차이는 여기에 있는 것이다. 인도가 사회주의식 계획 경제이기에 개혁 이전에 경제 성장률이 부진했다는 주장은 옳지 않다. 인도 소매업은 성장하지 않았지만 중간 유통상들은 지속적인 이윤을 보장 받는 인도 비조직 부문의 사례에서 보이듯 인도 경제는 개혁 이전에는 특혜 받는 기업가들이 혁신을 하지 않더라도 이윤이 보장되었다. 구조적으로는 관료-기업가들이 한 몸으로 움직여서 이윤을 공유하는 정경 유착의 경제였기 때문에 경제력 재고가 필요 없었던 것이다. 인도의 오래 구조적인 문제를 정치가들의 도덕성 문제/부패로 이를 설명하는 것은 인도 경제를 보는데 한계가 있다. 부패는 이 구조가 현상적으로 드러나는 문제일 뿐이기 때문이다. 낮은 성장률이 표면적으로는 문제가 되었지만 이 오래된 정경 유착 구조가 낳은 문제가 이들에게 경제 위기로 경제 개혁을 강요하기 전까지는 사실 낮은 성장률은 경쟁이 없고 지속적인 이윤이 안정적으로 보장되는 폐쇄된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기업가들로서는 고려할 문제가 아니었던 것이다.


 TMC의 월마트 진출 반대는  중간유통과정에 대한 혁신을 통해 월마트에 대처할 수 있는 준비가 거의 되어 있지 않는 중간 유통상들이 자신들이 지원하고 있는 정당을 전면에 내세워서 정치적 실력 행사를 해서 자신들의 기존 이익을 지키고자 하는 것으로도 볼 수도 있는 것이다. 월마트 등은 농민들에게는 현재의 중간 상인들보다는 후한 가격으로 직접 구매를 시작하여 농민들을 부유하게 하겠다는 설득을 하고 있고 소비자들에게는 첨단 설비를 통해서 30%가 썩어나가는 식품 유통구조를 개선하여 보다 나은 가격으로 소비자들에게 공급하겠다는 약속을 해왔다. 월마트는 상품의 안정적인 공급과 관리 비용을 고려하여 전 세계 어디에서도 인도에서 약속하는 것처럼 개개의 농민들에게 직접 구매하지 않는다. 그러나 월마트는 인도에서는 자신의 소매업 진출의 정당성을 확보하기위해서 농민들에게 새로운 농작물 재배를 교육하고 이들이 자체 소규모 공급 소매상을 여는 시범사례들을 진행하면서 기존 중간 유통상들보다도 자신들이 선한 존재임을 부각시키고 있다. 소매업 유통 진출의 정당성을 월마트에서 얻으려는 목적에서이다. 일단 월마트가 소매업에 진출해서 소매업을 장악한다면 월마트는 대부분의 나라에서 그러했듯이 중간 유통상들을 휘두를 수 있을 것이다. 

 사실상 인도 전체 FDI 측면에서 보면 월마트의 진출로 상징되는 FDI 소매업 개방은 사소한 것일 수 있다. 월마트로 대변되는 조직 부문 유통의 250만개의 일자리 창출이 4천만여명이 종사하고 있는 비조직 부문에 타격을 주겠지만 저가의 노동력으로 유지되는 인도 재래시장을 상대적으로 고가의 노동력이 요구되는 월마트 등의 외국계 유통사가 모두 잠식할 수는 없을 것이다. 맘모한 싱 입장에서는 전체 FDI 측면에서 사소한 부문인 소매업 유통 개방조차도 인도 정부가 관철시킬 능력이 없는 것으로 보여 진다면 어느 다국적 기업이 초대형 FDI를 인도에 투자하겠는가가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전 세계 5위권 안에 들어가는 인도의 수많은 주요 지하자원들이 어떻게 개발될 것인가? 낙후된 전력, 교통, 통신 등의 대형 인프라 구축에 있어서 FDI가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 세계 시장에서 여전히 저가인 풍부한 노동력이 어떻게 FDI와 결합할 것인가가 인도 경제에서 훨씬 더 중요한 문제이다. 그 때 그 때 이슈를 자극적으로 보도하는 인도 언론을 접할 때 우리에게 요구되는 것은  지금보다는 조금 더 구조를 볼 수 있는 거시적인 시각으로 그 행간을 읽을 능력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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