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영역 건너뛰기
지역메뉴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전문가오피니언

말레이시아 인터넷 검열 항의 인터넷 블랙아웃 시위로 본 표현의 자유

말레이시아 김형종 창원대학교 국제관계학과 교수 2012/09/05

8월 14일 말레이시아 시민단체, 야당은 정부의 인터넷 검열 정책에 대한 항의로 온라인 시위를 벌였다. 24시간 동안 유명 블로거와 일반참가자들이 홈페이지를 검정색 화면으로 바꾸는 이른바 인터넷 블랙아웃(대정전) 시위를 벌였다. 야당, 변호사협회, 인권, 시민단체 등의 웹 사이트는 24시간 동안  블랙아웃 되었다.
 
이번 온라인 시위는 지난 4월 의회를 통과하여 7월 31일부터 시행된 증거법(Evidence Act 1950) 114A조 개정안을 저지하기 위한 것으로 일명 “Stop 114A'운동으로 불린다. 일반시민과 인터넷 사용자들에게 관련법 개정안에 따른 심각한 표현의 자유 침해가능성에 대해 알리고 이의 저지를 위한 연대를 목표로 하고 있다.
 
개정안에 따르면 인터넷 네트워크의 등록된 모든 사용자는 해당 네트워크 서비스에 연결된 컴퓨터에서 보내진 발행물에 대해 발행자로 간주되어 유죄 추정된다. 예를 들어, 무료 와이파이(Wifi)서비스를 제공하는 커피숖 주인의 경우 그 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해서 손님이 올린 인터넷 내용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 이의 발행자로 간주되어 명예훼손 및 각종 형사사건에 대해 유죄가 추정이 된다. 상관관계가 없음이 증명되기 전까지 유죄가 추정된다. 아울러 특정 온라인 게재물에 소유주, 호스트, 운영자, 편집인 또는 부편집인으로 이름, 사진, 또는 필명이 게재된자 또는 어떠한 경로로는 발행 또는 재발행에 도움을 준 자는 특정 온라인 게재물(발행물)을 발행 또는 재발행한 것으로 간주된다.
 
정부는 이를 통해 무분별한 인터넷남용과 명예훼손, 허위사실 유표, 사이버 범죄를 예방할 목적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법안의 효용성이 여전히 의심되는 가운데, 개정안이 시행된다면 평범한 업주와 인터넷 사용자에 대한 무분별한 공권력 개입이 예상된다. 그럴 경우 인터넷 공간에서 뿐만 아니라 표현의 자유가 크게 위축될 것으로 우려된다. 
 
그 의도와 시행에 있어 민주주의에 역행하는 이번 개정안에 대해 시민단체, 야당 뿐 아니라 여당 내부에서도 이를 재고해야한다는 요구가 증가하고 있다. 변호사협회가 이번 개정안의 재검토를 요구했으며, 고등교육부 차관 사이뿌딘과 제1여당 암노(UMNO)청년위원장 카이리(Khairy)도 이번 개정안이 문제가 있음을 시인해 간접적으로 온라인  시위에 지지를 표명한 셈이 되었다. 온라인 시위 소식이 인터넷 공간을 통해 해외로도 급속히 확산되어 해외에서도 지지움직임이 일고 있다. 이에 나집(Najib) 총리는 내각에서 이를 다시 논의할 것을 지시한 것으로 전해져 일단 개정안의 일방적 시행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사건은 말레이시아 정치상황과 긴밀한 연관이 있다. 말레이시아의 언론 및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요인으로 집권당의 언론사 직접 소유와 더불어 출판물관리법(PPPA)와 정보관리법(FIA)의 대표적 악법이 꼽히고 있다.
 
제 1여당인 암노(UMNO)는 말레이계 최대 언론그룹 ‘우뚜싼(Utusan) 그룹’과 ‘뉴스트레이트 타임즈’(영어 일간지 발행)을 2002년에 통합했다. 영어 미디어 그룹인 NSTP 경우 정부투자 미디어 기업인 ‘미디어 프리마’ (Media Prima)가 최대 주주이다. ‘미디어 프리마’의 최대 주주는 암노가 설립한 ‘가붕안 꺼스뚜리’ (Gabungan Kesturi)이다. 이들 기업의 합병으로 주요 영어와 말레이어 일간지가 집권여당의 소유·통제 하에 놓이게 되었다. 한편, 중국계 최대 여당인 MCA는 최대 영어일간지 ‘더스타’ (The Star)와 유력 중국어 신문들을 소유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모든 텔레비전 공중파 채널도 암노가 최대주주로 직접 통제하고 있는 상황이다. 거의 모든 주요 신문과 방송이 여당의 직접통제에 있는 셈이다. 
 
신문, 잡지의 경우에도 매해 발행 허가를 갱신해야 하는 심사제를 시행하고 있어 보도 내용 통제가 가능한 상황이다. 99년을 전후해서 5개의 언론매체에 대한 허가가 취소되기도 했으며 국가질서와 윤리를 이유로 지금도 언론통제가 가능한 상황이다. 2004년에는 각 언론사에 윤리강령 제출을 요구하기도 했다. 국내정치에 비판적인 해외 언론의 일시적 판매 금지와 국내 언론인이 보안법으로 구속되기도 했다. 말레이시아 언론자유 침해에 대해 국내외 언론·인권단체는 꾸준한 비판을 제기해 왔다. 2008년 국제 언론자유도 평가에서 말레이시아는 132위를 기록하고 있다. 
 
여당의 직접 소유와 강력한 통제로 제한된 언론자유는 인터넷 공간을 통해 분출되었다. 인터넷 신문인 ‘말레이시아끼니’ (Malaysiakni)는 대표적 언론으로 성장했으며 그 밖에 다수의 인터넷 언론과 블로거들이 제한되나마 정부 비판적 언론의 역할을 수행해 왔다. 이들 매체의 영향력이 커지자 주요 인터넷 언론에 대한 경찰의 압수 수색과 블로거에 대한 구속이 있었으며 정부는 국가 안보를 이유로 인터넷 공간에 대한 통제 법안을 추진하기도 했다. 세계 각국의 디지털 자유도를 평가한 Freedom House의 보고서 ‘Freedom on the Net'에 따르면 2008년기준  말레이시아는 인구 2천 7백만 중 56%가 인터넷을 사용하며 핸드폰 사용자는 2천3백7십만에 달한다. 말레이시아의 디지털 자유도는 총점 100점에 약 40점에 해당해 ’제한적 자유‘ 상태로 분류되었다.
 
마하티르 집권 당시 IT산업의 육성을 위해 인터넷 공간의 자유보장을 공언했던 정치적 부담과 더불어 인터넷 언론의 영향력이 이미 커졌고, 유튜브 등 국외 사이트 활용이 높아지는 등 인터넷 공간을 통제하는 데 현실적 한계가 있다. 특히 ‘선거 쓰나미’로 불린 2008년 야당의 대대적인 약진에는 온라인 공간을 활용한 선거운동과 자발적 시민참여가 큰 기여를 했다. 여전히 여당의 지지도가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전통 언론매체에 대한 정부 통제 속에 온라인은 정부 비판적 기능을 활발히 수행해 왔다. 독립 이후 최초의 정권교체 가능성에 대해 논의가 있는 만큼, 임박한 차기 총선에 임하는 정부 여당으로서는 어떻게든 온라인에서의 열세를 만회하고자 했던 것이 오히려 역풍을 맞는 형국이 되었다.

본 페이지에 등재된 자료는 운영기관(KIEP)EMERiCs의 공식적인 입장을 대변하고 있지 않습니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