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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인도네시아의 행정구역 분할과 지방자치제

인도네시아 김형준 강원대학교 사회과학대학 문화인류학과 교수 2012/11/23

2012년 10월 인도네시아 국회는 편리한 행정 서비스 제공과 지방 자치제 강화를 명분으로 내세우며 행정구역 개편을 결정하였으며, 이 결정에 따라 내년에 北깔리만딴(Kalimantan Utara)州와 4개 道가 신설될 예정이다. 수 만 개의 섬으로 구성된 지리적 특성, 행정 구역이 포괄하는  광활한 면적을 고려해보면, 행정구역 분할은 일견 타당성을 가지고 있지만, 지난 10여 년간의 추세를 볼 때 이러한 행보에 정치적 동기가 내포되어 있음을 추정할 수 있도록 한다.

인도네시아의 행정 체계는 몇 차례의 변동 과정을 거치며 6단계로 고정되었다: 중앙정부-주(쁘로빈시: provinsi)-도(까부빠뜬: kabupaten) 혹은 시(꼬따: kota)-군구(끄짜마딴[kecamatan] 혹은 디스뜨릭[distrik])-읍면동(끌루라한[kelurahan] 혹은 데사[desa])-리(두순[dusun]). 이들 중 끄짜마딴을 제외한 행정 단위의 수장은 선출직이며, 끄짜마딴과 두순을 제외한 각각의 행정 단위에는 그에 상응하는 지방의회가 구성되어 있다.

지리적 조건, 불균등한 인구분포(좁은 자바 지역의 인구 과밀, 넓은 자바 외부 지역의 인구 희박)로 인해 독립 초기부터 州의 면적과 인구는 매우 불균형적이었으며 이 상태는 현재까지도 지속되고 있다. 2010년을 기준으로 할 때, 인구가 가장 많은 서부자바(Jawa Barat)州에는 사천 삼백여만 명의 주민이 거주하는 반면, 인구가 가장 적은 서부빠뿌아(Papua Barat)州에는 칠십사만 명이 거주함으로써 양자의 인구 격차는 60여배에 이르렀다. 2010년 센서스를 기준으로 하여 33개 州의 인구 분포를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인도네시아 33개 州의 인구분포(2010)>

인구규모

합계

포함되는 주

1백만 미만

1

서부빠뿌아

1백만~2백만

7

벙꿀루, 방까벌리뚱군도, 리아우군도, 고론딸로, 서부술라웨시, 말루꾸, 북부말루꾸

2백만~3백만

5

중부깔리만딴, 북부술라웨시, 중부술라웨시, 동남부술라웨시, 빠뿌아

3백만~5백만

10

아쩨, 서부수마뜨라, 잠비, 죡자까르따, 발리, 서부누사뜽가라, 동부누사뜽가라, 서부깔리만딴, 남부깔리만딴, 동부깔리만딴

5백만~1천만

5

리아우, 남부수마뜨라, 람뿡, 자까르따, 남부술라웨시

1천만~2천만

2

북부수마뜨라, 반뜬

2천만 이상

3

서부자바, 중부자바, 동부자바


1945년 독립 당시 인도네시아는 8개 州로 구성되었다. 수까르노 시절을 거치며 지속적인 분할이 이루어져서 그의 퇴임 직전인 1965년 그 수는 25개에 이르렀다. 수하르또 정권 하 30여 년 동안 기존 행정구역은 변화 없이 유지되었으며, 새로 영토에 편입된 빠뿌아(이리안 자야)와 동띠모르가 추가되어 전체 州는 27개로 구성되었다. 수하르또 퇴진 이후 州분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봇물 터지듯 표출되었고 1999년부터 2004년 사이 7개 州가 신설되었다.


<1999년 이후 신설된 州와 인구 규모>

연도

신생

분리 이전에 속했던 와 그 인구(2000)

분리 이후의 인구(2010):

기존 와 신생

1999

북부말루꾸

말루꾸(2,086,516)

말루꾸(1,533,506), 북부말루꾸(1,038,087)

2000

반뜬

서부자바(43,828,317)

서부자바(43,053,732),

반뜬(10,632,166)

2001

방까벌리뚱군도

남부수마뜨라(7,799,872)

남부수마뜨라(7,450,394), 방까벌리뚱군도(1,223,296)

2001

고론딸로

북부술라웨시(2,847,142)

북부술라웨시(2,270,596), 고론딸로(1,040,164)

2003

서부빠뿌아

빠뿌아(2,220,934)

빠뿌아(2,833,381),

서부 빠뿌아(760,422)

2004

리아우군도

리아우(4,957,627)

리아우(5,538,367)

리아우군도(1,679,163)

2004

서부술라웨시

남부술라웨시(8,059,627)

남부술라웨시(8,034,776)

서부술라웨시(1,158,651)



최근에 분할된 7개 州를 검토해보면, 서부자바에서 분리된 반뜬(Banten)을 제외하고 신설된 州의 인구는 백만 명 내외에 머물렀다. 분리 이전에 속해있던 州의 인구는 남부수마뜨라와 남부술라웨시의 경우가 팔백 여만 명이었고, 나머지 네 개 주의 경우 오백만 명 미만이었다. 자바에 위치한 동부자바와 중부자바의 인구가 삼천만 명을 넘어서고 수마뜨라에 있는 대다수의 州에 오백만 명 내외의 인구가 분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 州가 행정 분할의 대상으로 설정되지 않았음은 인구가 州분할의 주요 기준으로 기능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행정구역 분할은 市道의 경우 보다 빈번하게 진행되어서 2002년 377개였던 市道의 수는 2006년 440개, 2010년 497개로 백여 개 이상 증가하였다. 이 경우에도 인구 규모는 커다란 고려 사항이 아니어서 가장 규모가 큰 보고르(Bogor)道의 인구는 사백 칠십 여만 명에 이른 반면, 가장 적은 신생道인 땀브라우우(Tambrauw)의 인구는 육천 명에 불과했다.
인구와 마찬가지로 면적 역시 행정 구역 개편에 제한적인 영향만을 미쳤다. 수마뜨라에서 분할의 대상이었던 남부수마뜨라와 리아우는 다른 州보다 넓은 면적을 가졌지만, 술라웨시 섬에서 가장 넓은 면적을 차지하는 중부술라웨시는 분할되지 않았으며, 1999년 분할된 말루꾸의 면적 역시 분할되지 않은 수마뜨라의 州보다 작았다. 또한, 신설된 州의 면적 역시 빠뿌아를 제외할 경우 평균을 훨씬 하회했다. 

독립 이후 행정구역 분할 양상을 살펴보면 수까르노 정권 하 그리고 수하르토 정권 이후에 분할이 자주 이루어진 반면 수하르또 정권 하에서는 단 하나의 州도 분할되지 않았다. 이는 인구나 면적과 같은 요인보다는 정치적 역학관계가 행정구역 분할에 깊이 개입되어 있음을 시사한다. 즉, 중앙 정부의 힘이 강력했던 수하르또 시절 행정구역 분할 요구는 쉽게 제기되지 못했던 반면, 지방의 힘이 상대적으로 강했던 수까르노 시기와 수하르또 이후의 시기에 지방의 강력한 요구가 중앙 정부에 의해 수용되는 상황이 전개되었다. 

중앙-지방의 역학 관계뿐만 아니라 금권 정치가 부상하고 있는 최근의 정치적 상황 역시 고려되어야 한다. 중앙의 유력 정치인이 정치지망생으로부터 막대한 공천 헌금을 받고 이를 정치적 자원으로 활용하는 경향이 강해진 상황에서 행정구역 신설은 다양한 층위의 정치인들, 즉, 정당의 유력정치인, 국회의원, 지자체의 수장 자리를 원하는 정치지망생, 지방의회 의원후보 등에게 있어 정치적 자원을 주고받을 새로운 기회로 작용했다.

공무원들에게 있어서도 행정 구역 신설은 정치경제적 이권과 연관되는데, 州와 市道에 상응하는 행정 조직이 확충될 뿐 아니라 중앙부처의 하위지부가 신설 州에 설치되기 때문이다. 최근의 공무원 수 증가는 이러한 상황을 예시하는데, 2003년 삼백 육십만 명이었던 공무원 수는 2011년 백만 명 이상 증가하여 사백 칠십만 명이 되었다. 공무원의 급증으로 인해 정부는 16개월 동안 신규 공무원 임용 금지라는 처방을 내놓기도 했지만, 최근의 북부깔리만딴州 신설에서 보이는 것처럼 이를 시행하기는 쉽지 않다. 따라서 행정구역 분할에 따른 승진이나 전보, 신규임용은 공무원에게 정치경제적 이익을 확대할 기회를 지속적으로 제공해주고 있다.  

수하르또 퇴진 이후 과거의 중앙집중적 정치에서 탈피하여 지방자치를 강화시킬 토대가 보다 굳건하게 마련되었다. 하지만, 뚜렷한 기준 없이 정치적 이해관계에 기초하여 이루어지는 행정구역 분할은 많은 문제점을 노정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행정 기관의 비대화는 고정비용을 증가시킴으로써 중앙 및 지방정부의 예산 운용에 어려움을 부가하며, 지자체가 운용할 수 있는 지역발전 관련 예산을 축소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또한 정치적 이해관계가 공무원 인사에 과도하게 개입됨으로써 행정적 효율성을 저하시킬 뿐만 아니라 정치인과 공무원간의 유착관계 심화를 통해 지방자치의 원래 의미가 훼손되고 있다. 이러한 정치권의 자기이익 추구 움직임을 억제할 시민운동이 활성화되지 않은 현실적 상황으로 인해 행정구역 분할은 한동안 큰 제약 없이 지속되리라 예상되며, 이는 민주화의 결실인 지방자치 확대가 소기의 성과를 이루는데 있어 한계로 작용할 것이다.  


참고자료


Badan Pusat Statistik. 2010 Hasil Sensus Penduduk 2010: Data Agregat per Provinsi. Jakarta: BPS.
____________________. 2012 Perkembangan Beberapa Indikator Utama Sosial-Ekonomi Indonesia. Jakarta: BPS.
Berita Depdagri. 2012 “Indonesia Punya 1 Provinsi dan 4 Kabupaten Baru.” (http://www.depdagri.go.id/news/2012/10/24/indonesia-punya-1-provinsi-dan-4-kabupaten-baru).
Detik. 2011 “Jumlah PNS Membengkak 30% dalam Delapan Tahun.” (http://finance.detik.com/read/2011/08/29/171032/1713307/4/jumlah-pns-membengkak-30-dalam-delapan-tahun?f771108bcj).
Solopos. 2011 “PNS Pusat dan Daerah Terus Meningkat Tiap Tahun.” (http://www.solopos.com/2011/08/29/pns-pusat-dan-daerah-terus-meningkat-tiap-tahun-2363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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