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영역 건너뛰기
지역메뉴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전문가오피니언

인도 재정정책과 금융정책의 대립

인도 이순철 부산외국어대학교 러-인 통상학부 조교수 2012/11/23

인도정부는 최근에 급속하게 하강하고 있는 경기를 부양하고 악화되고 있는 재정적자를 보전하기 위한 중단기 재정로드맵(fiscal roadmap)을 마련하였다. 특히 중앙은행이 인도정부에게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는 재정적자를 축소하기 위한 조치가 있어야 실질적인 경기부양 정책을 추진할 수 있다는 정책적 발언에 따라 인도정부는 재정수지적자를 축소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면서 인도중앙은행의 금리 인하를 기대하여 왔다.

하지만 인도중앙은행은 인도정부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기준금리를 인하하지 않는 대신에 지급준비율(CRR: Cash Reserve Ratio)만 0.25% 인하하였다. 부진한 경제성장률을 지지할 수 있는 기준금리 인하를 기대했던 인도정부는 지급준비율 인하에 그친 중앙은행에 대하여 크게 실망하였다. 무커지 재무부 장관은 경기부양을 위해서는 중앙은행이 도와주지 않으면 독자적으로 재정정책을 통하여 경기를 부양하겠다고 발표하였다.

현재 인도에서는 부진한 경기부양이 우선인지 아니면 지속적으로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물가 안정이 우선인지에 대한 논의가 뜨겁게 일고 있다. 인도정부는 인도경제가 최근 9년 동안 가장 낮은 성장률을 보이고 경기를 부양하여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인 6%대를 달성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인도중앙은행 총재는 물가가 5%대로 하락하지 않으면 절대 기준금리를 인하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지속적으로 보여주면서 기준금리를 지난 4월 이후 8%를 유지하고 있다.

문제는 현재 인도의 기준금리가 세계의 주요 국가 중에서 가장 높다는데 있다. 인도정부는 기준금리가 세계에서 가장 높은 만큼 불황인 시기에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낮추어야 한다는 주장을 계속하여 왔다. 이에 반해 인도중앙은행은 최근에 인도정부가 재정정책을 지나치게 확대하면서 재정적자가 개선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조치가 필요하고, 이러한 조치에 따라 금리를 인하할 수도 있다는 암시를 계속하였다.

이러한 대립에서 인도정부가 한발 물러섰다. 인도정부는 중앙은행의 금리인하를 기대하면서 재정수지 적자를 축소시킬 수 있는 방안들을 연속적으로 발표하였다. 무엇보다도 인도정부는 최근에 중단기 재정로드맵을 만들어 향후 재정수지 적자를 GDP대비 2012/13년 5.3%를 유지하고, 2016/17년에는 3.0%까지 하락시킨다는 계획을 만들었다. 그리고 이러한 재정수지 적자 폭을 축소시키기 위해 인도정부는 조세 수입 확대, 이동통신 주파수 매각 및 공기업 지분 매각을 한다는 구체적인 계획도 발표하였다. 하지만 인도중앙은행은 지속적으로 물가가 높은 만큼 기준금리를 인하하는 대신에 지불준비율만 인하하였다.

중앙은행은 금리를 이용하여 경기를 부양하거나 물가를 안정시키는 금융정책을 수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경기가 좋지 않을 때는 중앙은행은 금리를 인하하여 시중에 유동성을 확대하는 확장적 금융정책을 추진한다. 이에 반해경기가 지나치게 활황이 되어 물가가 높은 경우 금리를 낮추어 시중에 있는 유동성을 축소시킨다. 그러나 경제성장률이 낮고 물가는 높을 때 중앙은행의 입장이 매우 복잡하게 된다. 낮은 경제성장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시중에 유동성을 확대하기 위해 금리를 낮추어야 하지만 물가가 높아 시중에 화폐를 공급을 할 수 없게 된다. 하지만 낮은 경제성장으로 인해 산업 및 기업들은 지속적으로 유동성 공급을 요구하게 된다. 이에 중앙은행은 경기부양을 우선할 것인지 아니면 물가안정을 우선할 것인지에 대한 정책적 결정을 해야 한다.

한편, 정부는 경기가 좋지 않을 때는 재정지출을 확대하는 경기부양책을 수행하게 된다. 더욱이 선거에 의해 선출된 정권은 정권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포퓰리즘적인 확장적 재정정책을 추진하는 경향이 있다. 즉 현재 경기가 나빠지면 정권유지가 쉽지 않기 때문에 지나칠 정도의 재정지출을 통해서라도 경기를 부양하려고 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과도한 재정지출을 물가를 상승시키는 역할을 하게 된다. 물가가 높아지게 되면 결과적으로 경제는 불안정하게 된다.

현재 인도경제의 상황이 경기는 좋지 않는 상태에서 정부가 지속적으로 과도한 재정지출로 인하여 물가는 상당히 높은 수준에 있는 상태이다. 인도정부는 2008년 글로벌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경기부진이 지속되면서 다양한 경기부양적인 정책을 수행하여 왔다. 이러한 경기 부양적 재정지출이 최근에 물가의 불안정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연료, 비료, 식품 등에 지나친 보조금 지급은 재정수지 적자를 GDP대비 거의 6%까지 도달할 가능성이 높을 정도이다. 이러한 과도한 재정지출이 실질적인 물가 상승의 원인으로 인도중앙은행은 보고 있다. 현재 식료품 물가는 두 자리 숫자를 유지하고 있으며, 연료물가는 7%대를 기록하면서 도매물가는 9.7%에 머물고 있다.


그림 1  인도물가 현황 (%)

자료: 인도중앙은행

물가가 현재 9%대를 유지하는 것도 인도중앙은행이 높은 기준금리에도 불구하고 인하하지 않고 있기 때문으로 해석되고 있다. 즉 인도중앙은행은 두 자리 수의 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해 금리를 인하하지 않았기 때문에 현재의 물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중앙은행은 2012년 4월 이후에 기준금리를 인하하지 않고, 지불준비율만 인하하여 왔다.


그림  인도금리 현황



자료: 인도중앙은행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하지 않으면서 두 자리 수의 물가를 기록하지는 않고 있지만 경제가 회복될 가능성이 나타나지 않으면서 인도정부의 고심은 커지고 있다. 즉 현재 재정지출을 지나치게 확대하여 더 이상 재정지출을 확대할 수 없는 상황까지 왔다. 이에 현재 경기를 부양할 수 있는 방안은 금리인하가 유일함에도 불구하고 중앙은행은 물가안정이 우선이라는 입장만 되풀이 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인도경제는 두 가지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 없는 처지에 와 있다. 정부가 과도한 재정지출로 인하여 물가는 높은 수준에 와 있고 더 이상 경기를 부양할 수 있는 재정도 남아있지 않는 상태이다. 오히려 재정수지 적자 폭을 축소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실정이다. 즉 계속 지출했던 재정을 재정부족으로 더 이상 지출할 수 없게 되면서 경기활성화를 위한 수단이 더 이상 없게 되고 있다. 이러한 상태에서 기대할 수 있는 것은 금리인하지만 높은 물가에서 금리인하는 오히려 경제만 불안정하게 만들기 때문에 금리를 인하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한 동안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는 바랄 수 없게 되었다. 따라서 현재 인위적인 경기 부양적 금융정책은 기대할 수 없기 때문에 급격한 경기변화는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이제 문제는 인도정부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인도정부는 더 이상 활용할 수 있는 정책적 대안이 없기 때문에 앞으로 재정지출을 축소하는 노력과 함께 경제개혁을 추진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그렇게 된다면 인도경제는 단기적으로는 쉽게 회복될 가능성이 낮지만, 장기적으로 안정적으로 성장할 가능성은 그 만큼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인도중앙은행의 물가 우선적 정책은 결과적으로 인도정부의 포퓰리즘적 성향을 축소하는 것은 물론 경제 안정화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판단된다. 더욱이 인도중앙은행의 노력은 외국인 투자자들에게도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따라서 장기적으로는 인도중앙은행의 정책이 지지를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본 페이지에 등재된 자료는 운영기관(KIEP)EMERiCs의 공식적인 입장을 대변하고 있지 않습니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