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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인도, 기업의 돈으로 사회 복지를 - CSR의 법제화

인도 신진영 한국외국어대학교 북벵골만 연구사업단 전임연구원 2013/03/25

작년 12월 인도 국회는 기업인들의 반대와 비난을 무릎 쓰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의무 조항이 포함된 기업법(Company Bill)을 통과시켰다. 주요 골자는 자산 50억 루피 혹은 연간 매출 100억이나 순이익 5천 만 루피 이상 기업은 순이익의 2%를 CSR 활동에 투자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인들은 전 세계 어느 국가도 CSR 에 대해 법제화를 추진한 사례는 없다며 이를 비난했다.

인도 전통에는 경제적으로 여유로운 쪽이 가난한 사람들에 베푸는 자선(Baksheesh)에 대한 기대가 있고, 현재는 비정부 기구들(NGOs)의 기업에 대한 사회적 활동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CSR 법제화의 주요 원인은 인도 정부 예산의 압박으로 분석된다. 인도 정부는 만성적인 재정 적자로 복지 예산이 부족한 상황임에도 추락하는 현 정권의 지지도를 유지하기 위해 사회복지 정책을 시행할 수밖에 없는 진퇴양란의 상황이다. 결국 인도 정부가 내놓은 해결책은 CSR 활동을 법제화하여 기업의 돈으로 사회 복지 정책을 실시하겠다는 방안인 것이다.

이전에도 CSR에 대한 법제화 논의가 있었지만 기업인들은 심각하게 여기지 않았다. 인도 정부는 오래 전부터 CSR를 법제화 하겠다는 의도를 비쳤지만, 실행에 옮기지 않았다. 기업인들은 이번에도 권고 수준에 머무를 것으로 예상했었다. 그러나 작년 12월 18일 CSR 의무화 규정이 포함된 기업법이 통과되면서 기업인들은 인도 정부에 비난을 쏟아 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인도 기업부 장관이 직접 나서 기업들이 비판하는 내용들에 대해 해명을 했다.



<표 1> CSR 활동 법제화 주요 내용

구분

내용

주요 내용

대상 기업은 과거 3순 이익 평균의 2%CSR에 투자

외부 1인이 포함된 3명 이상의 CSR 운영 위원회 구성

대상 기업

자산 50억 루피 이상/ 매출 100억 루피 이상/순이익 5천 만 루피 이상

CSR 위원회 활동

CSR 규범 내용을 기업에 제공

CSR 투자와 시행 여부를 감시

CSR 활동

빈곤 퇴치 활동

직업 교육을 포함한 교육 제공

모자 보건 활동 및 질병퇴치 활동

구제 기금 및 기부 활동(총리 구제기금과 정부의 사회경제발전 사업)

소외 계층에 구호 활동

사회적 기업 운영

 

CSR 법제화에 대한 기업의 비판은 크게 4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다수의 기업들은 CSR 활동을 기업 홍보를 위해 진행하는 경향이 컸는데, CSR 의무화는 기업 홍보 기능을 현저히 떨어뜨린다는 것이다. 둘째, 대상 기업이 CSR 활동에 의무적으로 순이익의 2%를 투자하도록 한 규정이다. 세계적인 경기 침체로 기업들이 어려운 상황에서 기업 이익의 2%를 CSR에 투자하는 의무 규정은 기업 성장에 방해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셋째, CSR 운영위원회 의무화 규정이다. 현재 인도는 규제들이 방만하여 인도인들조차도 인도를 ‘규제왕국’이라며 혀를 내두른다. 그런 상황에서 또 다시 CSR 활동을 감시할 CSR 위원회를 운영하라는 것은 비용 뿐 아니라 관료제의 폐해를 양산할 것이라는 비판이다. 마지막으로, CSR 활동 규제이다. 그 동안 기업은 재량에 따라 CSR 활동을 전개해왔다. 그러나 정부가 CSR 활동을 규정하면, CSR 운영회가 이를 감시하게 된다. 이는 결국 기업이 의도한 대상이 아닌 정부가 의도하는 대상을 중심으로 CSR 활동을 진행하게 하려는 목적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CSR 활동의 효율성을 위해 규정들을 마련했고, CSR 의무화를 통해 기업도 사회의 일원으로 혜택을 입게 될 것이라고 대응했다.

그러나 정부의 어떤 해명도 CSR 법제화가 기업 재원으로 사회복지 사업을 시행하겠다는 인도 정부 의도를 덮을 수는 없다. 정부의 목적이 단순히 CSR 활성화였다면 법제화 대신 다른 활성화 방안을 충분히 고려할 수 있었다. 결국 CSR 법제화는 인도 정치권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을 강화 시킬 것으로 보인다. 인도 정치인들은 ‘문제가 생길 때마다 새로운 법을 만들어 해당 문제 해결’을 시도했고, 그 결과 인도 법률이 방만해졌다. 이번 조치는 재정 적자 상황에서 사회 복지 사업을 수행하려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새로운 법률 제정, 즉 CSR 법제화를 단행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법률 제정은 문제 해결 방안이 아니라 오히려 문제를 복잡하게 하고 사회적인 비용을 증가시킬 수 있음을 고려하지는 못한 듯하다. 이미 지적했듯이 CSR 법제화는 기업 투자 금액을 제외하더라도 CSR 위원회 운영에만도 비용이 든다. 또한 CSR 활동 규정은 기업의 전문 활동 분야 기부를 제한함으로써, CSR 활동의 효율성을 떨어뜨리고 상대적으로 비용을 증가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

CSR 법제화는 인도 관료제의 개입으로 본래 CSR 활동의 취지를 잃어버릴 가능성도 크다. 인도 관료제는 순수 관료제라기보다는 행정 관료의 자율권이 극대화된 관료제이다. 관료제의 원형은 객관화의 극대화와 업무처리의 체계적 진행이다. 그러나 인도 관료제는 행정 관료의 개인적 결정에 의해 움직이는 경향이 강하다. 특히 기업과 관련된 사안에 대해서 공무원들은 금전적, 정치적 거래를 통해 처리한다. 결국 CSR 법제화로 지역민들에게 돌아가야 할 금전적인 혜택들은 정치인들이나 행정 관료들에게 돌아가게 될 것이고, 관료들의 배를 불리는 시스템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

어쨌든 CSR 법이 포함된 기업법이 국회를 통과했고, 이에 대한 심의가 남아있는 상태이다. 기업들은 이에 대한 대응 전략을 짜야 한다. CSR 활동에 포함되는 항목을 확인하여 새로운 CSR 활동 모델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인도 정부의 이번 법안 추진 목적이 기업의 자금으로 사회복지사업을 진행하려는 의도가 농후한 만큼, 지방 및 중앙 정부와 유기적인 관계를 유지함으로써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CSR 법제화로 CSR의 기업 홍보 기능이 축소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처 방안도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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