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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인터뷰) 우크라이나 혁명 이후 우크라이나-EU 협력 현황과 유라시아 정세 전망

우크라이나 홍완석 한국외국어대학교 러시아어과 교수 2016/12/29

2014년 우크라이나 혁명 이후 우크라이나에 친EU 정권이 성립되었다. 혁명 이후 우크라이나는 내부적으로 친EU 정책을 주장하는 정부와 친러시아 기조를 고수하는 분리주의 단체와 갈등을 겪고 있으며, 외부적으로는 EU와 협력을 도모하는 한편, 러시아에 대한 적대적인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위와 관련하여 한국외국어대학교 홍완석 교수와 우크라이나 혁명 이후 우크라이나-EU 협력 현황과 유라시아 정세 전망에 대한 인터뷰를 실시했다.

 

 

Q1. 먼저 우크라이나의 국제 정치적 위상에 대해 알려 달라.
매년 많은 나라에서 선거가 이뤄진다. 하지만 유독 우크라이나에서 대통령 선거를 하면 전 세계에서 관심을 갖는다. 특히 미국, 러시아, EU가 우크라이나 선거에 민감하게 방향을 주시하고 반응을 한다. 누가 우크라이나의 대통령이 되느냐가 유라시아 정치 판도에 큰 변화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심 자체가 우크라이나가 갖는 국제 정치적 위상을 반영하는 것이다.
우크라이나는 강대국이 갖춰야할 3가지인 영토, 자원, 인구를 갖추었다. 먼저 소련에서 독립할 1991년 당시 우크라이나의 인구는 5,200만 명 정도였다. 현재는 4,400만 명까지 줄어들었지만, 이는 유럽에서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다음 가는 큰 규모이다.
우크라이나의 영토는 약 60만 평방킬로로 “유럽”으로 지칭되는 우랄 산맥 이서, 보스포루스 이북 지역에서 가장 영토가 큰 국가이다. 이는 한반도의 약 2.7배에 달하며, 프랑스, 독일보다 넓다.
자원으로 보면 우크라이나는 다양한 자원을 갖추고 있다. 흔히 자원의 다양성에 대해 이야기할 때 멘델레프의 주기율표가 자주 인용되는데, 우크라이나는 주기율표에 나온 모든 자원을 보유한 데다, 철광석과 석탄이 풍부하다.
추가적으로 산업구조를 살펴보면 소비에트 시절 군산복합체가 밀도 있게 배치되었다. 우크라이나에서 석유나 가스가 생산되기도 하지만, 자국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와 더불어 우크라이나는 “유럽의 식량 창고, 유럽의 빵 바구니”라고 불릴 정도로 농업 대국이다. 우크라이나의 80%가 옥토이며, 모두 효율성이 높은 경작지이다.
또한 우크라이나는 과학 기술 강국으로, 항공모함, 인공위성까지 만들 수 있을 정도의 과학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과거 SS 미사일, 미로호 우주선을 비롯하여 요즘에도 안토노프 항공사는 전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Q2.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주변 국가들은 우크라이나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가?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우크라이나가 갖는 잠재력을 볼 때 우크라이나가 어디 속하느냐에 따라 판도가 달라진다. 그래서 미국의 유명한 전략가인 브렌진스키는 그의 저서 󰡔거대한 체스판󰡕에서 우크라이나를 "지정학적 추축국(Pivot State)"이라고 묘사한 바 있다. 또한 그는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제국적 부활을 억제하는 지정학적 급소”라고 평가했다. 그의 평가처럼, 우크라이나는 유럽 지역에서의 정치 판도를 좌우하는 중요한 전략적 요충지이다. 우크라이나의 위상은은 동북아시아의 한국에 비유할 수 있다.
이러한 평가는 비단 미국만의 것이 아니다. 소비에트 혁명을 일으킨 레닌 역시 우크라이나의 중요성에 대해 역설했다. 그는 “우크라이나를 잃는 것은 우리의 머리를 잃는 것과 같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은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해 우크라이나를 포섭하려고 하고 있고, 러시아는 어떻게 해서든 우크라이나를 자신의 세력 아래 두려 한다.

 

Q3. 2014년 우크라이나 혁명이 발생 전에도 혁명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이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해 달라.
2014년 유로 마이단 혁명을 이해하려면, 2004년 오렌지 혁명을 짚고 넘어가야 한다. 두 혁명은 연장선상에 있다.
오렌지 혁명이 발생하기 전 대선에서 야누코비치와 유쉔코가 맞붙었다. 유쉔코의 성향은 친서방, 친미로 그는 EU와 NATO에 가입하겠다는 것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반대로 야누코비치는 친러 성향이었다. 선거 결과 야누코비치가 승리했다. 하지만 부정선거에 대한 의혹이 일었고 우크라이나 전역에서는 재투표에 대한 요구가 이어졌다. 결국 대선 재투표에 대한 헌법 소원이 이루어졌으며, 우크라이나 헌법재판소는 이를 받아들였다. 재선거 결과 유쉔코가 승리했다. 이 선거를 오렌지 혁명이라고 하며, 당시 혁명은 무혈 혁명으로 진행되었다. 대통령으로 선출된 유쉔코는 친서방 기조를 내세웠다.
사실 오렌지 혁명 배후에는 미국과 러시아가 있었다. 당시 미국은 과거 소련에서 독립한 신생 국가들을 러시아로부터 분리시키기 위해서 민주 정부를 구축하려 했다. 조지아의 장미 혁명(2003), 우크라이나 오렌지 혁명(2004)이 바로 그 결과였다. 혁명 이후 조지아는 친 서방 국가로 변모했으며, 우크라이나 역시 오렌지 혁명 이후 친서방 국가가 되었다. 이러한 친서방 민주 정권의 탄생을 이른바 “색깔 혁명”, 혹은 “과일 혁명”이라고 한다.
크렘린의 푸틴은 이를 미국의 기획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미국의 최종 목표가 자신의 제거라고 생각하고 이에 대한 방어에 나섰다. 서구의 지원을 받은 NGO의 단체 등록 등이 이에 속한다. 2004년 오렌지 혁명은 곧 미국에 대한 러시아의 패배를 뜻한다.

 

Q4. 2014년 혁명이 발생하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
2014년 유로 마이단 혁명은 오렌지 혁명과 다른 양상으로 벌어졌다. 당시 2004년에는 부정선거에 대한 반발이었다면, 유로 마이단은 선거 때문이 아니었다. 다시 대통령으로 선출된 야누코비치는 EU 가입에 대한 공약을 내세웠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그는 친러 성향을 가진 동부 출신으로 과거 친러 정책 기조를 견지해왔다. 사실 그는 EU 가입에는 관심이 없었다.
부정선거에서 축출되었던 야누코비치가 추출되었던 이유는 유쉔코 집권 당시 EU와 NATO 가입의 성과가 부진했기 때문이다. 독일과 프랑스 모두 우크라이나를 EU와 NATO의 회원국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한편,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압박을 가하고 있었다. 우크라이나는 가스뿐만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러시아에 대한 의존이 굉장히 높았다. 그래서 결국 야누코비치가 다시 대통령으로 선출되었다.
야누코비치는 EU의 동부 파트너쉽 지원을 받았다. EU는 지원을 통해 러시아로부터 벗어나 정당 체계, 부패 처리, 금융 체계 등을 EU의 기준에 맞출 것을 요구했다. 우크라이나는 이에 맞춘 개혁을 실시하고자 했으나 그 성과가 미진했다. 더 나아가 야누코비치는 러시아의 지원을 받아 EU와 협력협정(Associate Agreement)과 FTA 체결을 보류했다. 이에 유로 마이단 혁명이 발생했다. 이번 혁명은 유혈 혁명으로 진행되었으며, 혁명 결과 친서방 정권이 수립되었다.

 

Q5. 우크라이나 혁명 이후 어떠한 변화가 있었나?
혁명 막바지 야누코비치가 야반도주하고 5월 임시 대통령 선거가 열려 포로쉔코가 대통령이 됐다. 혁명 이후 우크라이나에는 친서방 세력들이 공고히 자리를 잡았다. 야체뉴크, 포로쉔코 등 혁명을 이끌었던 친서방 인사들이 요직을 차지했다. 드네프르 강 이서 지역에 있는 지역, 특히 키예프는 러시아에 대한 적의가 강하게 나타났다.
이러한 반감을 부추기기 위해 미국와 EU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늘리고 있다. 특히 EU의 경우 준 EU 회원국 대우를 해주며 재정 지원, 비자 면제 등을 통해 우크라이나가 러시아로 경도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하고 있다.
한편 러시아는 친서구 정권이 수립되자 크림 반도를 합병했다. 그곳은 우크라이나에서도 가장 중요한 곳으로, 러시아의 군사력이 EU로 투사될 수 있는 전략적인 지역이다. 러시아는 크림 합병한 이후 주민투표를 통해 정당성을 확보했다. 우크라이나 내부에서는 분리주의자들도 투쟁 중이며 러시아는 이를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 동부 분리를 요구하는 지역인 루한스크와 도네츠크의 독립을 주장했다. 이에 우크라이나는 이 지역에 군대를 투입하였고, 교전 상태가 지속되었다. 교전 중 어느 쪽도 우위를 점하지 못하고 교전이 길어지자 민스크 그룹이 만들어져서 국제적으로 중재에 나섰다. 민스크 그룹은 독일, 프랑스, 우크라이나, 러시아이고, 미국은 빠졌다.

 

Q6. 한편 혁명 이후 우크라이나 대외관계의 기조는 어떻게 변하였으며, 주변 국가들은 어떠한 행보를 보이고 있나?
우크라이나의 친미, 친EU, 친 NATO, 반러 성향이 더 명확해졌다. 예전에는 내심 반러일지 몰라도 드러내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은 동부 지역에서 실질적인 전쟁이 일어나고 있어 반러 감정은 더욱 격양되었다. 서구 세력이 장악한 키예프나 우크라이나 정부는 강경한 반러 성향을 보일 것이다.
친서방 정권이 들어서자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공급하고 있다. 유럽과 사이에 대서양을 두고 있는 미국은 러시아-우크라이나-EU 간 갈등이 생기면 항상 강경한 입장을 표명해왔다. 왜냐하면 러시아로 인한 직접적인 피해를 보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프랑스와 독일은 미국의 정책에 반대한다. EU 측은 러시아를 견제하되, 크게 자극하지는 말자는 입장이다. EU은 러시아와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 위치하기 때문에 항상 적정선에서 타협하는 방법을 취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도 경제 교류(재정 지원이나 FTA), 인적 교류(비자 면제) 수준에 그친다. 이것이 흔히 서방으로 함께 분류되는 미국과 EU 간 시선의 온도 차이다.
한편 오렌지 혁명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한다고 생각한 러시아는 많은 것을 준비했다. 그러다 2014년 유로 마이단 시위가 벌어지자 반격을 가한 것이다. 크림 반도를 합병한 이후 국민 투표 등이 빠르게 치러진 것도 러시아의 치밀한 준비를 보여준다. 러시아는 연방제로 가는 것을 지지하고 있다. 그렇게 되면 도네츠크와 루한스크는 러시아의 영향력 아래 있게 되고, 이 두 지역을 통해 러시아의 힘을 우크라이나에 투사할 수 있게 된다.
반면 우크라이나는 연방제를 못하겠다는 입장이다. 설령 연방제가 되어서 EU에 가입하게 된다면, 우크라이나 전체가 가입하지 않고 현재 돈바스 지역을 제외한 부분적으로 가입하게 될 것이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그린란드이다. 덴마크는 EU 회원국이나, 덴마크령인 그린란드는 EU 회원국이 아니다.

 

Q7. 향후 우크라이나의 변화를 위해 무엇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
우크라이나는 전면적으로 정치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 현재 우크라이나는 이원집정부제인데, 다시 대통령제로 가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현재 우크라이나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부패와 관련한 것이다. 독립한 지 25년이 지난 우크라이나는 크라프츠크, 쿠츠마, 야누코비치, 유쉔코 등 여러 대통령을 거쳤음에도 큰 변화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EU나 IMF 측에서는 계속 재정 지원을 하고 있음에도 생산적인 성과는 거두지 못했다.
독일과 프랑스가 우크라이나의 EU 가입을 주저하는 이유는 정치적 후진성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정교는 기독교의 한 종파이기 때문에 우크라이나가 기독교적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지만, 몽골의 지배와 소비에트 치하를 거치면서 유럽과는 다른 문화가 자리 잡았다. 이러한 문화가 탈색되지 않는 이상 EU 회원국으로 받아들여지기 쉽지 않을 것이다.
우크라이나는 강대국에 반열에 오를 수 있는 객관적인 요건을 갖추었다. 그럼에도 우크라이나가 강대국이 되지 못하는 것은 바로 우크라이나에 잔존하는 소비에트 시스템 때문이다. 현재 우크라이나는 작은 러시아인 셈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문화와 역사에 맞는 정치 제도를 정착하기 위한 자정 작용을 거쳐 왔지만, 우크라이나는 그러지 못했다. 반면 소련에서 독립한 발트 3국은 나름의 정치적인 발전을 이룩했다. 우크라이나와는 다른 점이다.

 

Q8. 향후 유라시아 국제 정세는 어떻게 진행될 것으로 전망하는가?
EU의 리더인 프랑스와 독일은 우크라이나의 가입을 받아줄 이유가 없다. EU의 고민거리는 터키와 우크라이나다. 터키는 EU 창립 초기부터 계속 후보군이었다.
현재 유럽은 보수, 우경화가 진행 중이다. 그렇기 때문에 EU 역시 대외적으로 많은 관심을 표명하기는 어렵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러시아에 대해 강경 정책을 취했던 나라인 리투아니아, 폴란드의 경우 불안한 상황에 직면했다. 특히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이들이 처한 상황은 더욱 불리해졌다. 이들 국가는 자력으로 러시아를 막아낼 수 없어 자력구제가 안돼서 NATO에 가입하였으나, 결국 미국은 이들을 지켜주지 못하게 될 것이다.
러시아 입장에서 최고의 시나리오는 친러 정권이 들어서는 것이다. 그리고 우크라이나에 수립된 친러 정권이 유라시아경제연합(EEU)에 가입하는 것이다.
러시아에게 우크라이나 없는 유라시아경제연합은 중핵이 없는 것과 다름이 없다. 러시아 입장에서 카자흐스탄을 제외하고는 나머지 국가(아르메니아, 키르기스스탄, 벨라루스)는 지원을 해주어야 하는 국가들이다. 러시아가 EU나 NATO에 가입하기는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러시아는 자국이 주도하는 정치, 경제, 안보 공동체를 만들고 회원국을 더 늘려야 하는 상황이다. 거기에 우크라이나가 반드시 들어와야 한다. 우크라이나의 경제 규모, 자원 등을 생각해보면 유라시아경제연합에 우크라이나가 필요하다. 최근 에르도안의 행보를 보면 유라시아경제연합에 터키도 가입할 가능성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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