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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유럽 그린 딜과 크로아티아의 녹색 전환: 기회와 도전요소에 대한 분석

크로아티아 Kristijan Kotarski University of Zagreb Faculty of Political Science 2022/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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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그린 딜: 기후 변화에 대한 EU 차원의 대응책
유럽 그린 딜(EGD, European Green Deal)은 기후 변화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EU가 내놓은 대응책으로, 비교적 최근에 등장한 두 가지 현상에 힘입어 등장한 산물이다. 첫째, 지난 10년여간 이른바 녹색 정치(Green Politics)가 정계의 주류로 등장해 환경 문제가 많은 유럽인들의 주요 정치 이슈로 부상하였다. 이에 따라 제95차 정규 유로바로미터(Standard Eurobarometer)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유럽 시민들이 생각하는 EU의 가장 중요한 당면 문제들 중 기후변화가 2위를 차지했다(Eurobarometer, 2021).  둘째, 이전까지 경제 성장의 대척점에 있는 것으로 여겨졌던 유럽의 녹색정치 정당들이 기업 공동체와의 연계를 시작하면서 서로 다른 배경을 지닌 여타 정당들도 녹색 전환을 정치적으로 중요한 사안으로 다루게 되었다. 

EGD는 탄소배출 저감, 일자리 창출과 성장, 에너지 빈곤현상 완화, 외부 에너지원에 대한 의존 타파, 그리고 보건의료와 복지 향상이라는 여러 가지의 핵심 과제를 내세우고 있다.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제적 위기에 봉착한 EU는 팬데믹의 단기적 악영향을 통제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강력한 조치들을 내놓았으나, 이 중 하나로 위기 극복을 위해 조성한 차세대 EU (NGEU, Next Generation EU) 기금에서도 기후 변화에 대처하기 위한 장기적 방안들이 포함되어 있다. 본 기금을 통해 2024년까지 차관과 공여금 형태로 분배되어 활용될 예정인 7,500억 유로(한화 약 1,020조 원) 규모의 지원금 중 상당 부분이 친환경 및 디지털 부문을 대상으로 한다. 일례로 각국이 EU 집행위원회(European Commission)에 제출해 EU 이사회(Council of the European Union)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국가별 경제회복 및 복원력 강화 프로그램(NRRP, National Recovery and Resilience Plan)에서는 지원금 액수 중 최소 37%가 친환경 부문에, 최소 20%가 디지털 부문에 배정되도록 의무화되어 있다. 이에 더해 EU가 마련한 2021-2027 다년도 예산계획(MFF Multiannual Financial Framework)에 편성된 1조 740억 유로(한화 약 1,460조원) 중 상당 부분이 기후 및 에너지 정책 분야에 배정되었다는 점도 친환경 분야가 더욱 탄력을 받게 만드는 요인이다.

상기한 재정적 지원 이외에도 EU는 각 회원국의 녹색 전환을 촉진하기 위한 규제 및 법률을 마련하는 데에 노력하고 있다. 2021년 여름에는 EU 집행위원회가 2030년까지 EU의 탄소배출량을 55% 저감하고 2050년까지는 순배출량 제로를 달성한다는 이른바 55 맞추기(Fit for 55) 계획을 실현시키기 위한 에너지 및 기후 관련 법률을 다수 입안했다. 

유럽 그린 딜과 크로아티아의 녹색 전환
EU 회원국인 크로아티아는 탈탄소화, 녹색 개발, 그리고 기후변화 방지라는 목표를 이루는 데 있어 유리한 입지에 있다. 크로아티아가 2021년 11월에 열린 기후변화회의(COP26)에서 산림면적 감소를 2030년까지 완전히 멈추고, 2033년까지 석탄 사용을 단계적으로 축소하며, 2030년까지 메탄 가스 배출량을 2020년 수준에서 30% 이상 줄일 것이라 선언한 점은 크로아티아가 기후변화 대응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이다(Al Jazeera English, 2021). 이에 더해 국내 총 에너지 소비량에서 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28.5%로 EU 27개 회원국 평균인 19.7%에 비해 높은 수준이며(Eurostat, 2021a), 일인당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2007년에 5.7톤으로 정점을 찍은 후 2020년에는 4.14톤으로 줄어들었다(Our World in Data, 2021). 또한 GDP 단위규모당 에너지 소비량도 1993년 1.91 킬로와트시(kWh)에서 2016년에는 1 킬로와트시로 꾸준히 감소해왔다(Our World in Data, 2021). 따라서 크로아티아는 정치적 달성 가능성이 높은 친환경 정책 방향이 분명히 존재하고 재생에너지에 친화적인 환경이 조성되어 있다는 점에서 에너지 전환 추진 과정에서의 이점을 지니고 있다고 평가해볼 수 있다. 

경제적 발전 수준에서 EU 회원국 중 최하위 수준에 있는 크로아티아가 기후변화 및 이로 인한 피해를 방지한다는 목표를 이루는 데 있어 EGD와 NGEU 등을 통한 EU의 재정적 지원은 친환경 정책으로 인해 경제 성장이 저해되는 일을 방지하는 데 매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유럽투자은행(EIB, European Investment Bank)의 설문에 따르면 크로아티아인의 85%가 일상 생활에서 기후변화의 영향을 느낄 수 있다고 답변해 기후변화 관련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국가적으로도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EIB, 2021). 현재 석유의 82.6%, 천연가스의 53.2%, 전력의 32.5%, 그리고 석탄의 100%를 해외에서 수입하는 등 연간 소비 에너지의 56.2%를 수입에 의존하는 크로아티아의 입장에서(Eurostat, 2021b) 녹색 전환은 타국에 대한 에너지 의존현상을 타파하는 데에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마련된 크로아티아의 NRRP는 국민들에게 지속가능성과 복원력을 지니고 번영하는 미래를 제공하기 위한 76개 개혁안과 146개 투자항목을 담고 있다. NGEU는 동 목표 달성을 위해 63억 유로(한화 약 8.6조 원) 규모의 예산을 배정했으며, 이 중 40.3%는 기후 관련 조치에, 그리고 20.4%는 디지털 사회 이행에 활용될 예정이다(European Commission, 2021). 본 계획은 크로아티아의 경제에도 도움을 주어 2026년까지 GDP의 1.9~2.9% 증대를 불러올 것으로 분석되고, 이에 따른 경제적 효과로 친환경 분야에서 약 2만 1,000개의 일자리 창출이 기대된다(European Commission, 2021). 크로아티아의 NRRP에 포함되는 녹색 전환 분야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항목을 살펴보면 에너지 효율성과 지진재해 사후 복구에 7억 8,900만 유로(한화 약 1조 700억 원), 지속가능 교통수단에 7억 2,800만 유로(한화 약 9,900억 원), 저탄소 에너지 전환에 6억 5,800만 유로(한화 약 8,900억 원), 그리고 기업 부문에서의 녹색 전환과 에너지 효율성 증대에 5억 4,200만 유로(한화 약 7,400억 원)가 배정된다(European Commission, 2021). 상기 지원금은 크로아티아에서 EGD 기준에 부합하는 경제 발전을 크게 가속화할 수 있는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EU로부터의 지원금뿐만 아니라 민간 부문의 투자도 유치해 역동적인 기업 문화를 만들어내기 위한 개혁을 실시하는 일도 매우 중요하며, 일부 전문가 분석에 의하면 경제적 균형 달성을 위해서는 정부 투자 1단위당 민간 투자 4단위가 필요하다(Wolff, 2021). 2025년까지 1.5기가와트 규모의 재생에너지 설비를 신설하고 2030년까지 에너지 혁신에 23억 유로(한화 약 3.1조 원)를 투입하기 위해서는 활발하고 자금조달능력이 높은 민간 부문이 정부와 긴밀한 조율과 협력을 거쳐 이 과정에 참여해야만 한다. 

하지만 크로아티아가 녹색 전환을 성공적으로 이루기 위한 사업을 추진하는 데 있어 극복해야 할 약점들도 존재하는데, 이 중 일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중앙 및 지역정부 기관이 부지 사용 허가를 내주는 과정에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 (2) 민간 투자자뿐 아니라 국영/공영 에너지 기관에 있어서도 건물 신설허가를 받는 데 걸리는 시간이 길다. (3) 부동산 수용 절차가 각종 법적 문제를 일으키거나 사업 진행을 지연시킬 가능성이 있다. (4) 중앙 및 지역정부의 행정역량 부족으로 인프라 건설 사업이 필요 이상으로 오래 지연될 수 있다. (5) 상호배치되는 법률이나 규제가 기업활동의 불확실성을 야기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6) 공공조달법(Public Procurement Act)으로 인한 조달과정의 복잡화와 이의제기 절차를 통한 이익집단의 사적 이익 추구가 우려된다. 하지만 이러한 약점에도 불구하고 성공적인 친환경사업 추진의 사례도 다수 발견되는데, 일례로 2021년 12월 중국 국영기업인 노린코(Norinco, 중국명 북방공업집단)의 센(Senj) 풍력발전소 투자는 크로아티아가 받은 사상 최대 규모 외국 기업 투자의 기록을 세웠다. 하지만 유사한 맥락의 사업이 더욱 확대되기 위해서는 위에서 소개한 제도적 취약점들을 제거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크로아티아의 성공적인 녹색 전환을 위협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요소는 EU 집행위원회의 지속가능재무 분류법 (Sustainable Finance Taxonomy)으로 인해 에너지 전환의 경제적 비용이 크게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크로아티아는 현재 전체 전력의 10%가량을 크르슈코(Krško) 원자력발전소에서 생산하고 있으며, 슬로베니아 협력사들과 함께 동 시설의 발전용량을 늘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에 따라 크로아티아는 프랑스를 위시한 다른 유럽  9개국과 함께 EU 집행위원회가 기후변화 방지 노력에 친화적인 투자를 관할하는 지속가능재무 분류법상 원자력을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분류해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오늘날 크로아티아 가정이 내는 전기요금은 킬로와트시당 0.1291유로(한화 약 175원), 기업의 경우 0.1034유로(한화 약 140원)로 EU 27개 회원국 중 낮은 수준이지만(Eurostat, 2021c), 만약 원자력 발전 부문이 지원을 받지 못해 전기 가격이 올라간다면 크로아티아 수출기업의 경쟁력 하락과 사회적 혼란을 초래해 녹색 전환이 큰 장애물을 만날 수 있다. 

녹색 전환을 맞이하는 크로아티아 기업들의 대비 수준 
크로아티아 상공회의소(Croatian Chamber of Commerce)와 컨설팅회사인 앱솔론 d.o.o.(Apsolon d.o.o.)은 공동 연구를 통해 크로아티아 기업들이 녹색 전환이 가져다주는 기회를 활용하기 위해 얼마나 잘 대비하고 있는지를 평가했는데, 이들이 발표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전체 기업 중 60% 이상이 녹색 전환을 기회로 생각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HGK and Apsolon, 2021). 본 보고서는 녹색 전환의 가장 큰 장애물로 재원 확보의 어려움, 상호배치되거나 복잡한 관련 법률, 그리고 행정기관의 느리고 소극적인 업무수행을 지적하고, 녹색 전환이 가져오는 가장 유망한 기회로는 NRRP와 2021-2027년도 MFF를 통한 자금 지원을 거론한다. 

비록 다수의 크로아티아 기업들이 녹색 전환에 진지하게 참여하고 있지는 않지만, 상기 조사 결과에 따르면 60% 이상의 기업들이 에너지 효율성, 재생에너지 활용 및 생산, 신규 친환경 기술 적용 등의 분야에서 사업 구상이나 시행 계획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HGK and Apsolon, 2021). 한편 녹색 전환과 관련해 독자적인 전략을 보유한 기업은 15.7%에 그쳤으며, 60%는 근시일 내에 관련 전략 을 만들 의사가 있다고 응답했다 (HGK and Apsolon, 2021). 또한 기업공개자료에 따르면 이른바 ‘녹색 회계’를 이미 도입하거나 도입 과정에 있는 기업은 20%, 도입을 준비하고 있는 기업은 27.1%, 그리고 향후 12~36개월간 관련 절차 개시를 계획하고 있는 기업은 24.7%이다(HGK and Apsolon, 2021). 여기서 살펴본 연구결과는 녹색 전환이 기업에 가져올 가장 핵심적인 영향이 사업모델, 수익, 그리고 사회·경제적 인프라와 관련되어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전기자동차 분야에서 2020년 기준 크로아티아의 도로 100km당 전기차 충전소 수는 2.3으로 EU 27개 회원국 내 중간 수준이지만, 전기자동차의 시장 점유율은 1.9%에 그쳐 EU 평균에 미치지 못했다(ACEA, 2021). 따라서 크로아티아는 전기차의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새로운 투자를 유치하고 관련 분야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한편 EU 통계국(Eurostat)의 2018년 자료에 따르면 크로아티아 국내 교통에서 재생가능 에너지원을 활용하는 비중은 4% 미만으로, 그리스, 에스토니아, 키프로스를 뒤이은 EU 최하위이다(Eurostat, 2021d). 이처럼 크로아티아는 전기자동차 분야에서 극과 극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 양질의 인프라 부재, 전기자동차의 높은 가격과 낮은 인기라는 약점과 고급 전기차 기술 보유 기업의 존재라는 강점이 함께 존재하는 상황이다. 후자의 사례로는 최근 부가티(Bugatti)를 인수해 최신 기술을 적용한 제품을 선보이고 있는 리막 오토모빌리(Rimac Automobili)를 들 수 있는데, 리막은 현대자동차와 함께 수소연료를 활용하는 하이브리드 스포츠카인 비전 FK(Vision FK)를 공동 개발했다.  요약하자면 크로아티아의 전기차 부문은 그 잠재력이 높으나, 특히 해외직접투자(FDI, Foreign Direct Investment) 유치 분야 등에서 아직 그 잠재력을 완전히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해볼 수 있다.

결론
본고는 지금까지 크로아티아의 녹색 전환과 기후변화 방지 정책이 가진 강점과 약점, 그리고 관련 분야에 존재하는 기회와 위협에 대한 핵심 요소 분석을 실시했다. 먼저 기회의 측면에서는 NGEU 기금을 비롯한 EU로부터의 재정 지원이 녹색 전환 과정에서의 사회·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주요 요소라 평가해볼 수 있다. 그리고 총 에너지 소비량 중 재생에너지의 비중이 높다는 크로아티아의 장점을 고려할 때, 녹색 에너지와 상품에 대한 민간 투자가 지닌 잠재력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한 고강도 제도 개혁이 필요할 것이다. 또한 EU 차원에서의 우호적 제도 환경이 조성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며, 이 점에서 원자력 에너지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는 다른 국가들과의 연계를 추구할 수도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크로아티아 기업들은 녹샌 전환을 위협요소로 여기던 기존의 마음가짐에서 벗어나야만 한다. 녹색 전환은 단순히 에너지 효율성이나 재생에너지 생산 등 일부 사안에 국한되지 않고 보다 넓은 영역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이해되어야 하며, 4차 산업혁명과 녹색 전환이 결부되면 새로운 상품 생산, 자원 절약 기법 개발, 폐기물 관리방식 개선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혜택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측면에서 최신 기술을 활용해 신형 전기차를 개발 및 생산하고 있는 리막 오토모빌리와 같은 기업이 존재한다는 점은 희망적 요소이며, 궁극적으로는 크로아티아 사회의 모든 이해관계자가 이처럼 녹색 전환이 가져다 주는 역사적 기회를 받아들일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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