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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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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이슈에 대한 국내외 전문가들의 견해 및 제언이 담긴 칼럼을 제공합니다.

중국의 국내정치와 미중관계

이태환 소속/직책 : 세종연구소 2021-12-27

2022년 세계 경제 전망을 할 때 세계 경제에 부정적인 리스크 요인으로 미중 갈등이 많이 지적되고 있다. 미중 갈등이 주요 요인으로 지적되는 이유는 미중 경제가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세계 경제를 이끄는 미국과 중국 경제에 미중 갈등이 미칠 영향이 그 어느때보다 크다는 점에서 미중 갈등의 추이와 이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필요하다.  
 
베이징동계올림픽 외교적 보이콧 등으로 미중 갈등이 증폭되고 있지만 2021년 1~11월 미중 간 무역액은 지난해 대비 30.2% 늘어난 6,823억 2000만 달러에 달해 교역 규모가 역대 최고 수치를 기록할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1)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미국 내 공급난과 인플레 등으로 중국의 대미 수출이 증가하고 중국은 전력난을 겪으면서 중국의 대미 에너지 수입이 대폭 확대한데 기인하는 것이다. 전력난으로 중국석유화공그룹(시노펙)은 11월 미국 벤처글로벌과 사상 최대 규모의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미중 양국의 경제 상황이 미중 관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경제 상황뿐 아니라 국내 정치 요인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시진핑 3연임을 2022년도 20차 당대회의 가장 중요한 목표로 하고 있는 시진핑 정부에게 국내 정치 일정과 정치적 요인은 중국의 대외정책 전반에, 특히 대미 정책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 변수이다. 3연임의 정당성을 뒷받침하기 위해 대외적으로 미국에 견줄 수 있는 강력한 리더십의 이미지와 지속적 경제 성장을 담보할 국내 안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중국의 국내정치적 요인이 중국 국내 경제에도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미중관계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은데도 간과되어온 경향이 있다. 미중 관계의 미국 국내정치적 요인은 다른 기회에 다루기로 하고 이 글에서는 미중갈등에 영향을 미치는 중국의 국내적 요인 분석에 초점을 맞추어 볼 것이다.

중국에서 외교는 내정의 연장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대외정책은 국내 정치, 경제의 근본적인 필요에 따라 수행되는 것이라는 입장이다.2) 국내 정치, 경제 요인이 중국 지도부의 권력구도와 대외 인식에 영향을 미침으로써 이러한 지도부의 인식이 대외정책에 영향을 미치는 구도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시진핑 3연임을 둘러싼 중국의 국내 정치 요인에 대한 고려와 경제 상황이 중국의 대외관계에 있어 핵심인 미중 관계의 변화에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 2022년 시진핑 주석의 3연임을 목표로 하는 정국에서 미중 관계에 미치는 국내적 요인의 영향은 매우 크다 할 수 있다. 
 
미중 관계 현황: 갈등과 경쟁 가운데 전략적 안정을 위한 대화와 충돌 방지  

11월 미중 정상회담 이후 미중 관계를 보면 갈등이 더욱 심화된 것같이 보인다. 인권과 민주주의의 가치, 기술 패권 경쟁 등 양국 간 국익이 충돌하고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에서는 입장차이가 클 뿐 아니라 타이완 문제를 둘러싼 미중의 갈등은 일촉즉발이라는 표현이 나올 정도이다. 미중 정상회담이 끝난 지 며칠 후 바이든 대통령이 2022년 베이징동계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을 고려한다고 언급한 데 이어 미국은 실제로 보이콧을 결정했다. 중국의 강력한 반발을 불러 으켰지만 실제로 긴장이 고조되지는 않고 있다.

미중 관계의 복합적인 구조를 감안할 때 미중 관계의 갈등과 경쟁, 협력의 범주를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어느 사안에서는 입장 차이가 커서 대립하고 어떠한 사안에서 협력이 가능한지 그 범주를 이해하는 한 가지 방법은 미중 관계 현안을 다루고 있는 고위급 외교 정책 결정자 간의 대화 내용과 입장 차이를 분석해 보는 것이다. 미중 정상회담과 양국 외교 정책결정자들의 회담에서 언급된 내용과 입장을 보면 양국 관계의 현재와 미래의 죄표를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먼저 양국 고위급 외교회담에서의 미국의 입장을 보자. 

우선 주목할 회담은 10월 6일 스위스 취리히에서 개최된 양제츠 중국 외교담당 정치국원과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회담이다. 미중 정상회담을 하기 위한 예비회담으로, 양측은 갈등을 적절히 관리하고 충돌과 대립을 피하는 행동을 하고 중요한 문제에서 정례적인 대화와 소통을 유지하기로 합의했다.

다음은 2021년 10월 31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개최 시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 간 이루어진 외교장관 회담 내용이다. 한가지 드러난 이슈는 타이완 문제에 대해 블링컨 장관이 미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변경한 것이 아니라는 입장을 표명하면서도 중국이 일방적으로 현상 변경하려는 시도에는 반대한다는 태도를 명확히 한 점이다. 이에 대해 왕이 부장은 타이완 문제가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잘못 다루면 양국 관계를 파괴할 수도 있는 이슈임을 분명히 했다. 지난 3월 알래스카에서 만나 격렬한 설전을 벌인 뒤 처음으로 만난 회담이어서 주목받았지만 내용은 그 당시와 큰 차이가 없다.3) 
 
다음으로 주목할 것은 2021년 11월 16일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가진 화상 정상회담 내용이다. 미국의 입장에서 발표된 내용에는 전략적 안정을 위한 대화와 충돌 방지를 위한 가드레일이 강조되고 있다.  

첫째, 하나의 중국 원칙이 11월 16일 바이든-시진핑 화상 정상회담에서 다시 한번 확인되었다. 회담 이전에 바이든 대통령이 한 언급 때문이다. 필요하면 타이완을 군사적으로 방어하겠다고 언급하여 중국을 놀라게 한 바 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정상 회담에서 바이든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고수하고 타이완의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밝히기는 하면서도 타이완 해협에서의 현상 변경 시도와 평화, 안정을 훼손하는 일방적인 행동에 대해서는 강한 반대의 입장을 표명했다. 

둘째, 미중 양국의 협력과 조율이 필요한 과제도 제시되었다. 북한 문제는 양국 간 협력 분야라고 확인했고4) 이란 핵 문제는 미국과 중국이 역사적으로 협력해왔고 현재 중요한 순간을 맞은 도전 과제라고 지적했다. 이해가 일치하고 추진해야 할 긴급한 과제 중 중국과의 긴밀한 조율이 필요한 사안으로 기후변화 대응과 코로나바이러스를 포함한 공중보건 문제를 제시했다.

셋째,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의 핵무기와 미사일 증강에 관해 우려를 표명하면서 시 주석에게 전략적 안정을 위한 정상 간 대화와 함께 안보, 기술, 외교 분야의 고위급  대화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넷째, 미국과 중국은 상호 경쟁이 충돌로 번지지 않도록 관여를 강화할 것을 제시했다. 충돌 방지를 위한 관여는 미중 정상회담 직후 브루킹스 연구소가 주최한 화상 세미나에서 설리번 안보보좌관이 그 전날 열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화상 정상회담 결과를 설명한 내용에서도 잘 나타나 있다. 설리번은 정례적인 상호 소통을 강조하며 경쟁이 충돌로 가지 않도록 하는 '가드레일'을 보장하기 위해 미국과 중국이 다양한 수준에서 관여를 강화할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미중 양국이 이견을 효과적으로 관리해야 할 문제로 타이완 해협 주변의 안정과 평화 보장 등을 지적했다.
 
다음으로 정상회담에서 나타난 중국의 입장을 보면, 미중 양국이 대립과 충돌을 피해야 한다는 공동의 인식을 강조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미중 관계의 발전을 위해 시진핑 주석은 바이든 대통령에게 3개의 원칙(三点原则), 4개 방면의 우선 사항(四个方面的优先事项), 2개 원칙의 공통 인식(两个原则共识), 1개의 중요 문제(一个重要问题)를 표명했다.5) 이 중에서 1개의 중요 문제는 타이완 문제로 이미 이 사안에 대해 양국 간 입장의 차이와 타이완 해협의 평화와 안정에 대해 상호 소통했고 2개 원칙의 공통 인식에 대해 미중 간 어느 정도 대화가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첫번째 공통 인식은 미중 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고, 두번쨰는 미중 모두 신냉전에 반대하고 미중이 충돌하거나 대립하지 않아야 된다고 인식하는 것이다. 

미국과 중국의 입장 차이에도 불구하고 대립 격화와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양국 관계를 대화와 소통으로 관리해 나가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인식은 양국의 국내 정치 요인과도 연관이 있다. 시진핑 3연임을 앞두고 있는 중국의 국내 정치 요인이 더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할 수 있다. 
  
중국 국내 정치 요인과 미중 관계

중국 지도부는 2022년 중국 20차 당대회에서 공산당 지도부 교체를 앞두고 있어 경제를 안정시켜야 하는 입장이다. 그 때문에 12월 8∼10일 열린 중국의 연례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도 경제 안정에 방점을 둔 '온자당두, 온중구진(穩字當頭, 穩中求進)'이 경제 공작의 화두로 강조되었다.

중국 국내 정치, 경제 안정을 위해서는 미중 갈등이 충돌로 이어지지 않도록 관리가 필요하다. 이에 따라 일련의 미중 고위급 회담과 정상회담에서 중국은 충돌 방지를 강조해왔다. 동시에 강력한 지도자 이미지를 위해 타이완 문제와 같이 핵심 이익이 되는 사안에서 강경한 입장을 표방하고 이를 고수하고 있다. 이러한 강경태도와 관리 강화 자세는 중국 국내 정치 일정과 상황이 고려된 것이다. 그 대표적 예가 정상회담을 전후하여 개최된 6중전회와 중앙정치국 회의이다.

미중 정상회담 직전 11월 8~11일 개최된 19기 6중전회에서 통과된 역사결의는 100년의 공산당 역사에서 세 번째로 이루어진 것으로 그 중요한 의미는 시진핑의 3연임과 장기 집권에 있다. 첫 번째 결의는 44년 5월 6기 7중전회에서 11개월에 걸친 격론 끝에 1945년 4월 20일 통과됐다. 두 번째 결의는 1981년 덩샤오핑 시기에 통과되었다. 마오는 통과 사흘 뒤 7차 당대회를 열고 마오쩌둥 사상을 당의 헌법에 기재하면서 종신 집권의 길을 열었다. 

미중 정상회담을 공산당 제19기 6중전회가 폐막한 11일 이후 시점인 17일에 개최한 것은 시 주석이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지도자로서 미국과 충돌을 방지하며 안정적으로 미중 관계를 관리할 수 있다는 이미지를 드러내는 데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결의를 바탕으로 장기집권의 길로 들어선 시진핑이 20차 당대회를 개최하는 시점까지 대미 관계에서 더욱 자신감을 갖고 안정적인 관리를 해나가는 자세를 취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시 주석이 6중 전회에서 역사적 결의를 통해 3연임의 집권 연장 기반을 갖춘 상태에서 미중 정상회담 직후 18일에 열린 중앙정치국 회의에서 정상회담 결과를 국내정치에 홍보하면서 시진핑 총서기는 ‘국가안보전략(2021-2025)’을 심의하고 총체적 국가 안보관을 수립해야 함을 강조했다. 자주독립을 견지해 국가의 핵심이익과 민족의 존엄 문제에서 절대 양보해선 안 된다고 주장한 것은6) 정상회담에서 수없이 강조한 타이완 문제를 포함, 중국의 핵심 이익에 관해 강경한 입장을 대내외적으로 다시 한번 보여준 것이다. 

민주주의 정상회의를 앞두고 인권 문제를 부각시켜야 하는 바이든 입장에서 필요했던 동계올림픽 보이콧을 발표한 시점도 중국의 입장과 미중 정상회담이 감안된 것이라 볼 수 있다. 6중전회와 중앙정치국 회의 정치 일정이 끝난 후 보이콧을 결정한 것은 바이든이 시진핑의 중국 국내 입장을 어느 정도 감안한 것이다. 주요 정치적 일정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된 상황에서 외교적 올림픽 보이콧은 중국에 영향이 있기는 할 것이나 그리 크지 않을 것이다. 코로나 팬데믹인 상황에서 일부 외국 정부 대표단의 올림픽 현장 불참으로 인해 중국 국내 안정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기 때문이다. 

향후에도 중국 국내 정치 상황이 미중 관계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하게 주시할 필요가 있다. 2022년 2월 베이징동계올림픽, 3월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10월 공산당 제20차 당대회로 이어지는 정치 일정을 감안할 때 중국은 대내외적으로 절대 안정을 추구해야 하는 입장이다. 미중 관계가 대립과 충돌로 나아가기 어려운 이유다. 동시에 시진핑의 강력한 리더십을 과시할 수 있어야 하므로 대미 관계에서 중국의 핵심 이익 사안에 대해 강경한 수사를 구사하되 경제적으로나 군사 안보상으로는 신중하고 안정적인 전략을 취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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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2월 8일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환구시보 영문판)는 중국의 대미 수출이 올해 11개월간 전년 대비 28.3% 증가했고 수입은 36.9% 늘어났다고 보도하고, 중국이 미국의 에너지와 농산물 구매를 크게 늘렸고, 미국도 중국의 공산품 수입 규모를 확대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손일선, “1년 내내 치고받은 美中, 수출입은 사상 최대,”  매일경제, 2021.12.08 
2) 谢益显, ⌜外交智慧与谋略 : 新中国外交理论和原则⌟ (郑州 : 河南人民出版社), 1993. pp.176-178; 이태환, 중국의 국내정치와 대외정책, (한울 아카데미, 2008), p.6에서 인용
3) 블링컨 장관은 중국의 인권 침해와 홍콩, 신장 위구르 자치구, 티베트, 남중국해 문제 등을 거론하며 규칙에 기반한 국제 질서를 침해하는 중국의 행위가 미국의 가치와 이익에 어긋난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왕이 외교부장은 “미국이 중국의 적법한 권리와 이익을 침해하는 여러 쟁점에 대해 엄중한 우려”를 표명하고 미국이 노선을 바꿔 중미 관계를 건강한 발전의 길로 되돌릴 것을 요청했다.
4) 美 설리번 안보보좌관 "북한과 이란 핵 문제는 미·중 간 협력 분야" 뉴스핌. 2021. 11.17. 
5) ‘3개의 원칙’은 상호존중(相互尊重), 평화공존(和平共处), 협력상생(合作共赢)이다. 4개 방면의 우선 사항은 첫째, 대국으로써 국제사회의 도전 요인들에 대응할 수 있는 협력을 이끌어내는 역할을 담당 둘째, 호혜평등의 정신에 따라 각 계층과 각 영역의 교류를 추진하여 미중 관계에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입 셋째, 미중 관계가 궤도를 벗어나거나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건설적인 방식으로 의견이 다르고 민감한 현안들을 관리 넷째, 국제 및 지역의 중대 분쟁 현안에 미중이 조정과 협력을 강화해나감으로써 세계에 더 많은 공공재를 제공.; 김한권, “미·중 화상 정상회담의 결과와 함의: 중국의 시각을 중심으로,” IFANS FOCUS  2021.11.23. 
6) 신화망  2021.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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