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오피니언
Home 전문가오피니언
주요 이슈에 대한 국내외 전문가들의 견해 및 제언이 담긴 칼럼을 제공합니다.
댐 위의 지정학, 중국의 메콩강
오지혜 소속/직책 : 고려대학교 지속가능원 / 연구교수 2025-05-27
자료인용안내
자료를 인용, 보도하시는 경우, 출처를 반드시 “CSF(중국전문가포럼)”로 명시해 주시기 바랍니다.
지난 5월 13일, 카슈미르 민간인 테러 사건으로 촉발된 인도와 파키스탄의 충돌로 군인 11명과 민간인 40명이 사망했다는 보도가 나왔다.1) 오랫동안 껄끄러운 관계를 유지했던 양국의 갈등은 하루 이틀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번 사태는 전면전으로 비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국제사회가 심각하게 우려했고, 급기야 미국도 개입을 시작했다. 갈등이 확산된 결정적 배경 중 하나엔 인더스강도 있었다.
인도 수자원부 장관 찬드라칸트 라구나트 파틸이 인더스강 조약(Indus River Treaty)을 중단하고 강을 원천 봉쇄하겠다고 자극했고 이에 대해 파키스탄 주민 수백만 명의 생계를 위협하는 전쟁행위와 다름없다며 강력하게 반발했다.2)
실제로 파키스탄은 전체 농업용수의 80%를 인더스강에 의존한다. 만약 인도 측의 의도대로 인더스강의 물길이 차단된다면, 파키스탄 노동인구의 40%가 즉각적인 생계 위협에 직면하게 된다.
국경을 넘나드는 강을 국제하천(Transboundary freshwater)이라고 한다. 전 세계 담수의 60%를 차지하며, 전 세계 3/4 국가가 최소 하나 이상의 국제하천을 인접국과 공유하고 있다.3)
국제하천은 여러 국가가 수자원을 공유하다 보니 언제든지 갈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이에 따라, 보건 증진이나 산업 발전 측면에서 깨끗하고 지속가능한 수자원 관리 보단, 이번 인도-파키스탄의 사례처럼 ‘수자원 안보’가 국민에게 훨씬 더 직접적이고 심각한 문제로 인식되곤 한다.
14개 국가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중국 역시 이러한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 중국에는 약 40개의 국제하천이 있다. 인도-파키스탄 갈등의 정점에 서 있었던 인더스강도 그중 하나이고, 인도차이나반도 여러 국가에 걸쳐 공유하고 있는 메콩강도 그중 하나이다. 인더스강의 경우 전체의 2%만 중국에 속하기 때문에 중국에게는 전략적으로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반면 메콩강은 중국의 전략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중국은 상류에 위치하면서도 하류 국가의 생존을 좌우할 만큼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메콩강의 사례는 경제적으로 우위를 선점한 강대국이 국제하천에서 상류를 차지하고 있을 때 유역 국가의 이익에 반하는 패권국가의 전략에 대해 유역 국가들이 얼마나 무력할 수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에 물안보 측면에서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메콩강의 발원지는 티베트 고원이다. 길이는 약 4,900km로 중국에서 미얀마, 태국, 캄보디아를 걸쳐 세계 최대 쌀 생산 지역인 베트남 남부까지 걸쳐있는 긴 강이다. 메콩강 유역의 담수 어업량은 세계 최대로, 약 6~7천만 명의 주민들이 메콩강을 삶의 터전으로 삼고 하루하루를 살고 있다.
국가별로도 메콩강의 중요성은 뚜렷하다. 라오스는 인구의 97%가 메콩강 유역 영향권에 있고, 캄보디아는 GDP의 12%를 메콩강 유역 어업에 의존하고 있다. 베트남은 메콩강 수자원의 40%를 쌀생산에 활용하고 있다.
이에 비해 상류에 있는 중국은 메콩강을 주로 수자원 관리 및 안정적 공급, 재해 대응 수단으로 바라본다. 수력발전은 그에 따른 부가적 이득이다. 지리적 위치에 따라 각국의 이해관계가 달라지기 때문에, 메콩강은 ‘번영’과 동시에 ‘갈등’이라는 이중적 속성을 함께 지닌다.
2000년대 들어 메콩강 유역에서 갈등은 더욱 빈번하게 일어났다. 그 시발점은 중국과 인도차이나 국가들 사이에서 촉발된 ‘댐 건설 붐’이었다. 중국은 1990년대 초부터 란창강(澜沧江, Lancang River, 메콩강 상류)에서 본격적으로 댐 건설을 시작했고, 현재까지 13개 댐을 완공했다.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이 댐은 분명 상당한 경제적 이득을 가져오지만, 부작용도 크다. 우선, 상류에 건설한 댐에 물을 저장함으로써 하류의 수위가 낮아지고, 강폭도 좁아지며, 생물 다양성 감소와 토양 침식 등 많은 문제를 낳았다. 이러한 변화는 시간이 갈수록 생태계 전반을 더 크고 위협적으로 다가오고 있다.
강 수위의 변화는 생각보다 심각하다. 2019년 메콩강 수위가 30년 만에 최저로 떨어졌는데, 더 암울한 것은 이 측량 결과가 본격적인 건기가 시작되지 않은 시점에서 발표되었다는 사실이었다. 메콩강 전역에 걸쳐 댐이 건설되면서 강 하류 농민과 어민들은 엄청난 생계 위협을 당하고 있다.4)
수위 예측의 어려움도 문제다. 2013~2014년 겨울, 태국에서는 두 달 사이에 강 수위가 무려 4m 이상 급변했는데, 태국은 이에 대해 중국의 방류 때문이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급변하는 수위는 안전상의 문제도 일으킨다. 2019년 SK건설이 시공한 라오스의 세피안 네남노이댐은 건설 도중 보조댐이 붕괴돼 수백 명이 실종되고 6천 명이 넘는 이재민이 발생했다. 초기 시공사의 부실 건설도 의심도 있었지만, 메콩강 위원회(Mekong River Commission) 예상 수준에 크게 벗어나는 수위 변화가 주요 원인 중 하나라고 분석했다.5)
메콩강 유역 국가들은 MRC를 통해 강을 모니터링하고 대책을 모색해 왔다. 하지만 메콩강 상류에 위치해 메콩강을 독점하고 있는 중국의 협조를 이끌어내지 못함으로써 조직의 한계를 여과 없이 드러냈다.
물론 중국도 인도차이나 국가들을 외교적으로 포섭하려는 전략을 꾸준히 펼쳐왔다. 사실, 인도차이나 국가들은 중국이 상당히 오랫동안 공을 들여온 지역이기도 하다. 메콩강 유역 국가의 지정학적 요인을 살펴보면 중국의 노력이 이해가 갈만하다. 중국은 꾸준히 육해공 전 분야에 걸쳐 군사력을 증강해 왔고 그중 해군의 군사력 증강은 뚜렷하다. 그런데 이 증강된 해군의 군사력은 남중국해에 집중되어 있다. 남중국해 해역에서 군사훈련, 전투기와 항공모함을 배치하는 것은 물론, 남사군도 7개 해양 지형에 인공섬을 건설하고 군사시설을 구축했다. 이를 넘어 남태평양 11개 국가에 경제적 영향력을 확대하며, 나아가 군사협력 또한 시도하는 등 거침없는 행보를 보이는데,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력에 맞서 메콩강 유역 국가는 태평양 도서로 나아가는 전초기지가 되는 셈이다.
어쨌든 중국은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동원(东稳), 북강(北强), 서진(西进), 남하(南下)” 전략을 취했는데, 이는 시진핑 국가주석의 일대일로로 가시화되었다.6) 2014년 12월 리커창 총리는 GMS 정상회의에서 인프라 발전과 연결성 개선을 위해 10억 달러 투입과 빈곤 경감을 위한 5억 달러 규모 보조금, 100억 달러 규모 차관을 약속했다. 인프라건설과 산업 협력을 위해 400억 달러 규모의 투자도 함께 발표했다. 특히 중국의 각국의 개발 수요에 부합하는 맞춤형 일대일로 전략을 통해, 메콩강 유역 국가들이 이를 자국 발전의 핵심 수단으로 인식하도록 유도했다. 메콩강 유역 국가들은 중국이 중국과 동남아를 연결하려는 거대한 계획이 담긴 일대일로를 태국의 “Thailand 4.0” 비전처럼 자국의 국가개발계획에 반영하기도 했다.
물리적으로 연결하는 메콩강 유역의 일대일로는 디지털 실크로드로 진화한다. 5G, AI, 스마트 시티 건설 등 각종 첨단산업의 협력으로 이어졌다.
2000년 이래 메콩강 유역 이해관계자와 다양한 협력 논의와 경제적, 외교적 영향력을 확대해 온 결과, 범 분야에 걸쳐 대(對)중국 경제의존도는 더욱 커졌다. 라오스를 제외한 미얀마, 태국, 캄보디아, 베트남의 최대교역국은 중국이며, 2위 교역 국가와의 격차도 크다.7) 미얀마와 캄보디아의 FDI 최대유입국 또한 중국이며, 캄보디아의 경우는 그 규모가 무려 90%에 육박한다.8)
중국은 2016년, 기존 MRC 외에 란창-메콩협의체(澜沧江—湄公河合作, Lancang-Mekong Cooperation, LMC)를 창설하여 자국 주도의 협의 채널을 구축했다. 이는 메콩강 협력 구조의 주도권을 기존 국제기구에서 중국으로 옮기려는 전략의 일환이었다. LMC는 일대일로의 실현을 위한 가교 역할을 하며 운송과 에너지 분야(주로 수력발전) 중심으로 협력을 강화했다. 중국이 다양한 방법으로 메콩강 유역 국가를 달랜 결과, 중국의 독단적인 태도에 불만을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불협화음을 내기보단, 미얀마나 캄보디아와 같이 중국의 지원을 등에 업고 메콩강에 댐 건설 붐에 편승하는 선택을 선호하기도 했다.
댐 건설로 인한 갈등은 여전히 산발적으로 지속되고 있다. 하지만, 높은 대중국경제의존도와 시급한 개발 수요, 이로 인한 경제 실용주의를 추구하는 경향은 유역 국가들로 하여금 중국의 경제적 강압에 대한 위협을 인식하는 동시에 매우 수용적인 태도를 보이는 이중적인 성향을 보이게 했다.
메콩강 사례는 국제하천 거버넌스의 한계를 보여주는 동시에 물안보가 지정학적 패권 도구로 전환되는 현실을 드러낸다. 단순한 자원 갈등을 넘어, 이 지역에서 물 분쟁은 향후 미·중 전략 경쟁, 그리고 역내 국가의 외교적 선택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지정학적 요인으로 작동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메콩강 유역은 미·중 경쟁 프리즘으로 보았을 때 패권을 장악하기 위한 유용한 전략적 요충지가 된다는 점에서 메콩강 유역의 미·중 경쟁은 중국으로 기울어진 것으로 보인다.9)
---
*각주
1) 연합뉴스(2025년 5월 13일). 파키스탄 “물 문제 해결 실패하면 전쟁”…인더스강 갈등 지속. https://www.yna.co.kr/view/AKR20250513137200076?input=1195m (검색일: 2025년 5월 14일).
2) 한겨레(2025년 4월 28일). 인도 “물 공급 중단” 선언에 파키스탄 비상…폭염·가뭄 겹처. https://www.hani.co.kr/arti/international/international_general/1194690.html (검색일: 2025년 5월 14일).
3) UN Water. Transboundary Waters. United Nations. Water Facts. https://www.unwater.org/water-facts/transboundary-waters (검색일: 2025년 5월 14일)
4) 연합뉴스(2019년 11월 1일). 가뭄에 마구잡이 댐 건설…메콩강 수위 30년 만에 최저. https://www.yna.co.kr/view/AKR20191101088100076 (검색일: 2025년 5월 14일).
5) 시장경제 (2018년 7월 25일). SK건설 시공 라오스 댐 붕괴…사망·실종 수백 명. https://www.meconomy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16055 (검색일: 2025년 5월 14일).
6) Huy, D.V. & Yen, T.T.H. (2021). “Rising Strategic Competiton Between the United States and China in Mekong River Subregion” JGPG 10(2): 73-100.
7) World Bank. (2025). World Integrated Trade Solution. https://wits.worldbank.org/CountryProfile/en/Country/VNM/Year/2022/Summary (검색일: 2025년 5월 14일).
8) U.S. Department of State (2023). 2023 Investment Climate Statements: Cambodia. https://www.state.gov/reports/2023-investment-climate-statements/cambodia/#:~:text=In%202022%2C%20Cambodia%20recorded%20FDI%20inflows%20of,the%20Council%20for%20Development%20of%20Cambodia%20(CDC).&text=In%202021%2C%20the%20RGC%20enacted%20a%20new,health%2C%20industrial%20parts%2C%20infrastructure%2C%20and%20green%20energy. (검색일: 2025년 5월 14일).
9) 본 글은 『차이나그램3.0(신아사, 오지혜 저서)』의 일부를 변형하여 작성하였습니다.
| 이전글 | [차이나인사이트] 중국제조 10년의 발전 성과 평가 | 2025-05-27 |
|---|---|---|
| 다음글 | 중국, 러시아, 북한은 어떻게 동아시아 지정학을 재편하고 있는가 | 2025-05-26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