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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윈항 패러독스: 항만을 둘러싼 중·호 관계 변화와 전망
이준성 소속/직책 : 제주평화연구원/ 기획팀장 2026-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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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의 덫으로 부상한 항만
2025년 5월, 앨버니지 정부 재집권 이후 호주 정부는 다윈항(Darwin Port)에 대한 안보상 우려를 지속적으로 제기하며, 최근 항만이 중국과 호주 관계 변화의 중요한 매개체이자 양국 간 외교·안보 갈등의 상징으로 부상하였다. 다윈항은 호주 최북단 노던 준주(NT: Northern Territory)에 위치한 다목적항으로 2015년 10월, 중국의 란차오(岚桥)그룹이 5억 6백만 달러(약 4,400억 원)를 투자해 99년간 운영권을 확보하였다. 이러한 다윈항의 운영권은 철저히 상업시설에만 국한된다. 하지만 다윈항은 미 해병대 병력 2,000여 명이 주둔한 호주군 다윈 공군기지(RAAF Base Darwin)에서 불과 10km도 채 떨어지지 않은 곳에 위치하고 있어, 미국과 호주 정가 일각에서 군사 안보상의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다윈항이 안보 논란의 중심에 선 이유는 무엇인가? 이는 중국이 전세계 해외 항만을 통해 소재국에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대일로 출범 이후 중국은 국유기업을 주축으로 전 세계 72개국 132개 주요 컨테이너항에 진출하며, 글로벌 항만 네트워크를 형성하여 해상공급망 분야에서 상업적 영향력을 높여왔다.1) 호주에서도 중국 기업은 항만 6곳의 운영권 및 지분을 확보한 상황이다(표 1). 그중 뉴캐슬항(Port of Newcastle)과 다윈항은 중국 기업이 50% 이상 지분을 확보했을 뿐만 아니라, 각각 98년·99년에 이르는 장기 임차 계약을 통해 사실상 반영구적 사용권을 보유하고 있다.
중국은 2000년대 후반부터 호주 항만에 대한 투자와 운영에 참여했으나, 다윈항 이전에는 안보상 특별한 논란이 제기되지 않았다. 중국은 2008년부터 홍콩계 글로벌항만운영사(GTO) 허치슨포트홀딩스(HPH)가 브리즈번항 터미널과 보타니항을 차례로 인수하며 호주 항만사업에 진출하였다. 초기 사업은 주로 항만 터미널 운영에 국한됐다.2) 또한, 2014년 중국 공산당 통제하에 있는 국유기업 중국중신(中信)주식유한공사와 초상국(招商局)그룹이 각각 호주 서북부 프레스턴곶(Cape Preston)과 동남부 뉴캐슬항의 석탄 벌크항 운영권을 확보했을 당시에도 양국관계는 밀월기를 누리고 있었다.3) 그러나 미국이 자국 병력 주둔지 인근 다윈항에 중국 기업이 진출한 것에 대해 군사·안보적 우려를 제기하면서, 항만은 중·호 관계의 정치적 시험대로 작용했다.4)
중국 기업의 다윈항 운영권 확보에 대한 호주의 대응과 여파
호주는 연방정부 차원에서 다윈항 계약에 대해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으나, NT정부는 중국과 협력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갔다. 2015년 11월, 호주 상원은 NT정부의 결정에 대해 호주 외국인투자심사위원회(FIRB: Foreign Investment Review Board)에 재검토를 의뢰했다.5) 이듬해 2월, 호주 상원 경제참조위원회(Economics References Committee)는 란차오그룹이 다윈항 입찰과정 및 계약의 합법성을 검토한 결과, 위법행위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발표하였다. NT정부는 2016년 5월에 란차오그룹 본사 소재지인 산둥성 르자오(日照)시와 상호 교류 활성화를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하며 지방정부 차원에서 협력을 강화하였다.6) 같은 해 6월과 11월에는 란차오그룹과 다윈항 내 2억 5천만 달러 규모 호텔 건설 및 34 헥타르(약 10만평)의 대규모 산업물류단지 개발 계획을 발표하며, 연방정부와는 대조적인 행보를 이어갔다.7)
호주는 연방정부와 의회 의원을 중심으로 다윈항에 대한 견제의 수위를 높여갔다. 2017년 3월, FIRB는 연례보고서를 통해 다윈항 운영권 계약은 1975년 외국인수합병법(FATA: Foreign Acquisitions and Takeovers Act 1975)의 면제 조항에 따라 사전 심사 대상에서 제외된 배경을 밝혔다.8) 이러한 규범 공백에 대한 호주 내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중국 정부의 내정간섭 문제가 부각되면서 호주는 강경한 대중정책을 펼치기 시작하였다. 호주 연방정부는 2017년부터 FIRB의 심사 절차를 더 엄격히 강화했고, 이듬해에는 외국정부의 내정간섭을 금지하는 외국 대리인 등록법(Foreign Influence Transparency Scheme Act 2018)을 제정함으로써 대중국 규제를 본격화하였다.9) 동시에 호주 연방의회 의원들은 다윈항 계약의 재검토 및 취소를 지속적으로 요구하였다.10)
호주의 강경한 대중정책에 중국도 맞대응하기 시작하면서 양국 관계는 냉각기에 접어들었다. 2020년, 호주가 중국을 겨낭하여 코로나19 발원에 대한 국제조사를 촉구하자 중국은 5월 호주산 쇠고기 수입을 중단하고, 이듬해 호주산 와인에 최대 200% 이상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였다. 이로서 호주 전체 와인 수출량의 40%에 육박하는 대중국 수출은 사실상 전면 중단되었다. 2022년 6월 앨버니지 정부는 집권 직후 다윈항 계약에 대한 전면 재검토를 지시했으나, 안보상 위험이 없는 것으로 판명되어 이듬해 10월 기존의 계약을 유지한다고 발표했다.11) 이에 중국이 2024년부터 호주산 와인·소고기·바닷가재 등 주요 수출품에 대한 관세를 완화하면서 양국 관계는 소강 상태에 접어들었다.
2025년 5월, 앨버니지 정부는 재집권 직후 다윈항 국유화를 공식 시사하며 다시 대중 견제의 수위를 높였다. 이러한 정책 기조는 다윈항에 대한 안보 우려에서 비롯한 국내 정치적 압박과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중국 해양지배력 약화 노력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12) 이에 중국 정부는 해외 중국기업의 권리 보장을 위한 의지를 나타내며, 다윈항에 대한 정부 입장을 처음으로 공식화했다.13) 최근 중국은 다윈항 문제를 기업의 합법적 권리 침해로 규정하며 필요시 정부 차원의 강경 대응을 예고하고 있다.14) 이처럼 다윈항을 둘러싼 중·호 관계 변화의 주요 사건은 다음 표 2와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중·호 관계에 대한 전망 및 한국에 대한 시사점
호주는 대중 견제를 위해 쿼드·오커스 등 기존 안보협의체와 더불어 태평양 섬 국가 및 아세안과의 다자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2021년부터 호주는 인도·일본 등 쿼드 국가들과 공급망 회복력 이니셔티브(SCRI: Supply Chain Resilience Initiative)를 추진하며, 중국에 편중된 해상공급망에서 벗어나려 노력해왔다.15) 또한, 중국이 2022년 솔로몬제도와 안보 협정을 맺으며 남태평양으로 영향력을 확대하자 앨버니지 정부는 투발루·나우루·파푸아뉴기니·동티모르 등과 잇따라 안보 협정을 체결하며 견제하고 있다.16) 최근 호주는 오커스 협정을 통해 핵잠수함 건조 기반을 마련하고 있으며, 필리핀·인도네시아와의 안보협정 체결로 남중국해까지 협력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17)
호주는 대중 견제를 위해 미국과 안보협력을 더 공고히 하고 있으나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관세 정책으로 인해 호주 내 대미 인식 여론은 부정적으로 변하고 있다.18) 이러한 상황에서 중국이 호주 항만을 통한 정치·군사적 활동을 보이지 않는 점은, 호주 내에서 중국을 안보 위협보다는 경제 파트너로서 인식하는 계기로 작용하고 있다.19) 이는 향후 호주가 서방의 안보협력에 대한 요구와 중국과의 경제적 협력이라는 이중 압력 속에서, 외교적 균형점을 모색하는 주요 동인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호주 사례는 미국의 안보동맹과 중국의 경제협력 사이에서 균형을 모색해야 하는 한국에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한국은 호주처럼 대중국 무역 의존도가 높은 중국의 항만 네트워크에 편입될 가능성이 크다. 과거 홍콩계 허치슨포트홀딩스(HPH)가 부산항·광양항 터미널을 통해 영향력 행사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으나, 미국 사모펀드 블랙록(Black Rock)에 지분 매각으로 잠잠해졌다.20) 현재 한국 내 중국 기업의 활동은 항만 터미널 운영에 국한되어 있으며, 이를 통한 정치적 영향력 확대 사례는 아직 전무한 수준으로, 다윈항 계약 이전의 호주 상황과 유사하다. 하지만 국내에서 항만 민영화가 가속화되는 현 추세를 고려할 때 향후 중국 GTO의 추가 진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중앙-지방정부 간 소통 강화와 더불어 GTO의 지역 항만사업 참여시 외국기업에 대한 배경조사·지분구조 심사가 철저히 수행해야 할 필요가 있다.
* 각주
1) 2023년 중국은 세계 최대 해상화물 경제 대국으로 남아, 약 5억 7천만 메트릭톤을 적재하고 27억 메트릭톤을 하역했다. 이는 전 세계 적재량의 5%, 하역량의 23%에 해당한다. The UNCTAD Handbook of Statistics 2025, p. 43, https://unctad.org/system/files/official-document/tdstat50_en.pdf (검색일: 2026. 3. 29).
2) GTO의 항만터미널 운영은 21세기 들어 해상물류량이 급증함에 따라 중국 기업을 포함한 다국적 기업들이 해상 물동량 집중 지역의 해외 항만터미널을 직접 운영해 해운·화물선적을 연계하고 물류비를 절감하기 위해 해상무역 거점을 선점하는 보편적 사업 모델로 통용되어 왔다.
3) 뉴캐슬항 임차 계약 체결 이후 불과 7개월만인 2014년 11월, 중국과 호주는 외교관계를 전면 전략적 동반자(全面战略伙伴)로 격상했고, 이듬해 6월에는 자유무역협정(ChAFTA)을 체결하며 무역 분야로까지 협력을 확대, 경제 측면에서 협력이 급속히 심화됐다.
4) 중국 기업이 다윈항 운영권을 확보한 직후 미국 정가 및 학계에서는 안보 우려를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2015년 11월, 마닐라에서 열린 APEC 정상회담에 참석한 오바마 미 대통령은 턴불 호주 총리를 만나 NT정부가 중국 기업에 다윈항을 임차한 것에 대해 유감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Phillip Coorey and Laura Tingle, “'Let us know next time': How Obama chided Turnbull over Darwin port sale,” Financial Review (November 19, 2015), https://www.afr.com/politics/let-us-know-next-time-how-obama-chided-turnbull-over-darwin-port-sale-20151118-gl1qkg; 김기성, “미국 전문가들, 중국에 다윈항 관리권 넘긴 호주 맹비난,” 『연합뉴스』 (2015. 11. 17.), https://www.yna.co.kr/view/AKR20151117098800093 (검색일: 2026. 3. 25).
5) Australia Foreign Investment Review Board Annual Report 2015-16 (29 March, 2017), p. 26, https://foreigninvestment.gov.au/sites/firb.gov.au/files/2017/04/1516-FIRB-Annual-Report.pdf (검색일: 2026. 3. 29).
6) Australia Foreign Affairs, Defence & Security Section, “The Landbridge lease of the Port of Darwin,” Policy Brief 2025-26 (17 July, 2025), p. 3, https://www.aph.gov.au/About_Parliament/Parliamentary_departments/Parliamentary_Library/Research/Policy_Briefs/2025-26/TheLandbridgeleaseoftheportofDarwin (검색일: 2026. 3. 29).
7) Australia Northen Territory, “$250 million Westin luxury hotel will go ahead in Darwin,” Office of the Chief Minister (3 August 2016), https://newsroom.nt.gov.au/article?id=21180; “New Business Park to be developed by Landbridge,” Office of the Chief Minister (4 November 2016) https://newsroom.nt.gov.au/article?id=21496 (검색일: 2026. 3. 29).
8) FATA Section 제12A(7)(a)조에 따르면, 호주 정부·주정부·지방정부로부터 직접 자산을 인수하는 외국 민간 투자자에 대해서는 외국인 투자 승인을 면제할 수 있다. 이런 배경에서 란차오그룹은 다윈항 민영화 과정에서 외국인투자심사위원회(FIRB)로부터 사전 심사에서 제외된 것이다. Commonwealth of Australia, Interim Report for Foreign Investment Review Framework (4 February 2016), pp. 3-9, https://www.aph.gov.au/Parliamentary_Business/Committees/Senate/Economics/Foreign_Investment_Review/Interim_Report (검색일: 2026. 3. 29).
9) Foreign Investment Review Board Annual Report 2017-18, pp. 69-72; https://foreigninvestment.gov.au/sites/firb.gov.au/files/2019/02/FIRB-2017-18-Annual-Report-final.pdf (검색일: 2026. 3. 29).
10) 다윈항 관련 항의를 한 것으로 알려지는 호주 의회의원은 노동당 소속 닉 챔피언(Nick Champion) 및 루크 고슬링(Luke Gosling) 하원의원 그리고 자유당 콘세타 피에라라반티 웰스(Concetta Fierravanti-Wells) 상원의원 등이 대표적이다. 이와 더불어 케빈 러드(Kevin Rudd) 전 호주 총리 역시 이 계약의 국가안보 정당성에 대해 공개적으로 의문을 제기한 바 있다.
11) Australia Department of the Prime Minister and Cabinet, “Review – Port of Darwin lease,” (Friday 20 October, 2023), https://darwinport.com.au/about/news/2023/review-darwin-port-lease (검색일: 2026. 3. 29).
12) Andrew Greene, “Trump administration grows impatient over China’s lease of Darwin Port ahead of Anthony Albanese meeting,” The Nightly (6 Octoboer, 2025), https://thenightly.com.au/politics/us-politics/trump-administration-grows-impatient-chineses-lease-of-darwin-port-ahead-of-anthony-albanese-meeting-c-20244855 (검색일: 2026. 3. 29).
13) 中华人民共和国外交部, “驻澳大利亚大使肖千就达尔文港问题接受媒体采访,” (2025. 5. 25) https://www.fmprc.gov.cn/webzwbd_673032/wjzs/202505/t20250528_11635100.shtml (검색일: 2026. 3. 29).
14) 邢晓婧, “外交部回应外媒涉达尔文港报道:中企合法权益应受到充分保护,” 『环球时报』 (2026. 1. 28.), https://world.huanqiu.com/article/4Q8pJRjNITT (검색일: 2026. 3. 29).
15) Australian Ministry of Foreign Affairs, “Boosting supply chain resilience,” https://www.dfat.gov.au/trade/for-australian-business/boosting-supply-chain-resilience (검색일: 2026. 3. 29).
16) 박진형, “호주-인도네시아, 안보협력 조약 체결…'중국 견제',” 『연합뉴스』 (2026. 2. 7.), https://www.yna.co.kr/view/AKR20260207028300084?site=mapping_related (검색일: 2026. 3. 29).
17) Raissa Robles, “Australia, Philippines forge defence pact to counter Beijing’s South China Sea dominance,” South China Morning Post (26 August, 2025), https://www.scmp.com/week-asia/politics/article/3323161/australia-philippines-forge-defence-pact-counter-beijings-south-china-sea-dominance; Minister for Foreign Affairs of Australia, “Australia and Indonesia sign historic security treaty,” https://www.foreignminister.gov.au/minister/penny-wong/media-release/australia-and-indonesia-sign-historic-security-treaty (검색일: 2026. 3. 29).
18) Ryan Neelam, “The Lowy Institute Poll 2025,” (16 June, 2025), https://poll.lowyinstitute.org/report/2025/acknowledgements/#report (검색일: 2026. 3. 29).
19) 위의 자료.
20) 이종선, “파나마운하 미·중 해운 주도권 전쟁... 부산·인천항 남 일 아냐,” 『인천투데이』 (2025. 4. 2.), https://www.incheontoday.com/news/articleView.html?idxno=300158 (검색일: 2026. 3.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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