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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정보

[법] 국제사법재판소 집단살해방지협약 적용사건에 대한 비판적 분석- 국가책임과 개인형사책임의 구별을 중심으로 -

세르비아 국내연구자료 학술논문 원유민 국제법학회논총 발간일 : 2014-09-30 등록일 : 2018-02-01 원문링크

국제사법재판소는 1995년 7월 스레브레니차에서 발생한 집단살해와 관련된 세르비아의 국가책임에 대해 2007년 2월 최종 판결을 내렸다. 국제사법재판소는 세르비아가 당사국으로 있는 ‘집단살해죄의 방지 및 처벌에 관한 협약’상 당사국에게 집단살해를 저지르지 않을 의무가 인정된다고 하였다. 국제사법재판소는 더 나아가서 국가의 집단살해 금지의무뿐만 아니라 집단살해에 대한 공범행위를 하지 않을 의무도 인정된다고 보았다. 하지만 집단살해방지협약은 원칙적으로 개인이 저지르는 집단살해 범죄에 대한 국가의 의무를 규정하는 조약이다. 개인형사책임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집단살해방지협약을 근거로 국가 스스로 집단살해를 저지른 것에 대한 국가책임을 인정할 수 있는지 의문이 생긴다. 집단살해방지협약상 국가의 집단살해금지의무가 인정되는지 본다. 집단살해방지협약 제1조의 문언은 국가의 집단살해 금지의무를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 집단살해방지협약이 규정하고 있는 집단살해 방지의무와 집단살해 금지의무는 전혀 다른 성질의 규범이기 때문에, 집단살해 방지의무에 집단살해 금지의무가 논리적으로 전제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집단살해방지협약의 교섭 기록과 역사적 배경에 의하더라도, 당시 당사국들은 국가가 집단살해를 저지른다는 것을 상정하고 있지 않았다. 이 판결은 집단살해방지협약이 개인의 범죄를 전제로 한다는 점과 협약의 어떠한 조문도 국가의 집단살해 금지의무를 규정하고 있지 않다는 점을 설득력 있게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국가에게 집단살해 금지의무가 인정되어야 한다는 당위성의 무게 때문에 목적론적 해석에 치중하였고, 집단살해방지협약에 명시되어 있지 않은데도 국가의 집단살해 금지의무를 추론을 통해 이끌어내었다. 하지만 집단살해방지협약은 국가의 집단살해 금지의무에 대해 침묵하고 있고, 국가의 집단살해 금지의무는 집단살해방지협약이 아니라 관습국제법에 근거하여 인정된다. 국제사법재판소는 집단살해방지협약 제3조를 근거로 집단살해 공범금지의무를 인정했지만, 집단살해방지협약 제3조는 개인의 구체적인 행위유형을 규정한 조항으로, 국가의 행위유형과는 관계가 없다. 특히 제3조는 처벌조항인데, 국가는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지 않으므로, 공모․선동․미수․공범이라는 구체적인 행위유형을 처벌하는 제3조가 국가책임에 당연히 적용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국가책임의 본질적인 성격에 반하지 않는 범위에서만 형사법논리를 차용하여야 하는데, 국가책임과 미수는 친숙하지 않은 개념이다. 국가의 집단살해 금지의무가 결과의무라는 점을 생각하면 국가의 집단살해 미수는 상정하기 어렵다. 또한, 국제사법재판소는 집단살해책임과 집단살해 공범책임이 흡수관계에 있다고 했는데, 집단살해 행위와 선동․공범 행위는 행위의 주체가 다를 뿐만 아니라 행위의 유형도 다르기 때문에, 직접 집단살해를 저지른 행위에 타인을 선동하거나 교사방조한 행위가 포함되지 않는다. 국제사법재판소는 개인형사책임의 특수한 유형인 공범책임이 아니라 ILC 국가책임에 관한 초안 제16조에 따라 다른 국제법주체의 위법행위에 대한 원조․지원행위(aid and assist)가 있었는지 살펴보았어야 한다. 형사법논리에 따라 국제법에 이질적인 행위유형을 국가에 바로 적용하는 것보다는, 국가책임의 고유한 규범체계에 따라 검토하는 것이 더 적절하였을 것이다. 이 판결은 개인형사책임과 국가책임의 개념을 명확하게 구별하지는 않았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개인형사책임과 국가책임은 책임의 평면을 달리하는데, 집단살해방지협약을 근거로 개인이 아닌 국가에 대해 형사적인 법리에 따라 국가책임을 인정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국제사법재판소는 세르비아의 국가책임을 판단하면서 형사법 논리에 상당부분 의존하였는데, 그 결과 개인의 형사책임을 단순하게 국가에 확장한 것과 같은 논리구조를 갖게 되었다. 집단살해방지협약과 관련된 국가의 책임은 국제인권조약상 의무, 민사상 국가배상의무 등과 결합하여 다양한 모습으로 국내법원과 국제재판소 등에서 문제될 수 있고, 각 재판부는 자신이 맡은 사건에서 문제되는 ‘책임’의 성격이 어떤 것인지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이 사건은 세르비아의 집단살해방지협약상 의무위반의 국제법상 국가책임이 문제된 사안이므로, 집단살해방지협약의 형사법적 성격에 주목하는 것보다는 국제법의 일반법리에 따라 세르비아 국가책임을 판단하였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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