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ㆍ유라시아

카자흐스탄 나자르바예프 정부는 독립 초기 종교적 다원주의에 입각한 매우 온건한 이슬람정책을 펼쳤으나, 2000년대 초중반 이후 이를 매우 억압적인 노선으로 전환하였다. 본 연구에 따르면, 나자르바예프 정부의 이슬람정책 변화에 영향을 미친 첫 번째 정치적 요인은 급진 이슬람의 실제적 위협 증대였다. 이는 나자르바예프 정부로 하여금 이슬람정책을 강경 기조로 급히 전환하게끔 강하게 동기화시켰다. 두 번째 정치적 요인은 나자르바예프 정부가 처해 있던 대내적 · 대외적 기회구조의 변화였다. 먼저 국내정치적 측면에서 보자면, 2000년대 초반을 전후해 최대 소수민족인 러시아계의 세력이 현저히 줄어드는 등 초다민족 · 다문화 사회의 원심력이 약화되고, 나아가 민족주의 성향의 선거권위주의 체제까지 구축되기에 이르자, 나자르바예프 정부로서도 이전과는 달리 매우 통제적인 이슬람정책을 펼 수 있는 기회를 맞게 되었다. 또 한편, 2001년의 ‘9/11 테러’ 이후 조성된 전지구적 ‘테러와의 전쟁’ 국면, 미국과 카자흐스탄 사이에 구축된 전략적 협력관계, 그리고 다수의 역내 다자안보협력기구들을 통한 공동의 대테러정책 플랫폼 등은 공히 나자르바예프 정부가 이슬람정책을 강경 노선으로 전환하고, 이를 지속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유의한 영향을 끼친 중대한 국제정치적 기회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