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ㆍ중동

1932년 <카이로 국제 아랍음악학회>는 서양음악과의 조우로 인해 생겨난 아랍음악의 전반적인 문제를 다룬 최초의 학문행사였으며 아랍음악은 물론 다른 비서구 음악권과 서양 음악계에까지 영향을 끼친 역사적인 모임이었다. 여기서 논의된 악기, 화성화, 관현악화, 음악전승 방법, 구전성과 기보의 문제 등은 서구음악에 최초로 노출된 많은 비서구 국가들이 공통적으로 가지는 쟁점들이었다. 전통음악의 계승과 발전, 근대성과 정체성을 둘러싼 학회의 쟁점들은 현재까지도 진행중인 문제들이다. 이 행사를 실질적으로 주도한 서양 연구자들의 연구 성향, 조언의 내용들은 당시 식민주의의 팽창과 궤를 같이 했던 비교음악학을 비롯한 민족학의 유럽 중심주의와 오리엔탈리즘을 반영하고 있으며, 아랍 지식인들의 당대 인식 역시 그 자장안에 있음을 보여준다. 이 학회는 지역에 머물러 있던 아랍 음악을 세계음악의 역사 속으로 들어오게 하는 계기가 되었고, 음악 지구화의 초기적 징후들을 보여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