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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정보

[경제] 전환기 맞은 인도네시아 경제

인도네시아 국내연구자료 연구보고서 송민선 LG경제연구원 발간일 : 1999-11-03 등록일 : 2018-09-27 원문링크

인도네시아 경제회복의 가장 큰 걸림돌이 정국불안이었다는 점에서 순조롭게 끝난 인도네시아의 대통령 선거는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금융부실, 외채, 절대빈곤 등 인도네시아의 고질적인 경제문제는 단시일내에 해결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 선거가 순조롭게 끝나면서 인도네시아 경제에 희망의 햇살이 비치고 있다. 이슬람 지도자 압둘라만 와히드 대통령과 메가와티 수카르노푸트리 부통령의 조합은 뛰어난 정치력와 국민적 신망의 결합이라는 점에서 인종과 종교분쟁으로 얼룩진 인도네시아 정국이 빠르게 안정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동안 인도네시아 경제회복을 가로막고 있던 가장 큰 장애물은 바로 인도네시아의 정국불안이었다. 이 점에서 ‘해피엔딩’으로 끝난 인도네시아의 대통령 선거는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새로운 전환점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발리은행 스캔들과 동티모르 사태로 불안한 움직임을 보였던 루피아화 환율이 정·부통령 선거 이후 다시 하향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와히드-메가와티 정권이 국제 투자자 및 인도네시아 경제계에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종교와 파벌을 뛰어넘은 大聯政’이 탄생시킨 와히드-메가와티 정권이 인도네시아의 경기회복을 이끌어 낼 드림팀이 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해결해야 할 경제문제가 산적해 있는 데다가 새로운 정부의 경제운용 능력 또한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금융개혁 마무리가 우선 과제

인도네시아 경제는 99년 1/4분기까지 성장률 -10%대의 경기침체를 지속하다가 2/4분기에 들어 1.8%의 플러스 성장률을 기록했다. 이로써 경기가 최악의 상황은 벗어났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2/4분기 성장률이 산업생산보다는 농업생산 증가에 힘입은 것이었고 그나마 98년 2/4분기 성장률을 하향조정한 결과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2/4분기 실적은 수치상의 호전일 뿐이었다고 볼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와히드-메가와티 정권이 해결해야 할 경제적 과제는 다음 세 가지라고 할 수 있다. 

첫번째는 하비비정권 하에서 시작된 금융개혁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는 일이다. 하비비 정권은 IBRA(인도네시아 은행 구조조정위원회)를 세워 은행들에 대한 실사를 마치고 회생 불가능한 은행의 폐쇄 및 국영화, 국영은행의 합병, 부실은행의 자본확충 등을 추진했다. 그 결과 몇몇 은행들이 대출기능을 되찾는 등 성과도 있었지만, 정치적인 압력으로 폐쇄되어야 할 은행이 살아남는 등 그 과정에 잡음이 많았다. 특히 하비비 측근에 대한 부당대출로 빚어진 발리은행 스캔들이 발생한 이후에는 국제 금융기관들의 지원이 중단되고 IBRA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면서 금융개혁이 거의 중단되는 상태까지 이르렀다. 

인도네시아 경제가 다시 활기를 띠기 위해서는 금융시스템의 정상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에서 새 정권은 금융개혁에 박차를 가할 가능성이 높다. 새 정권의 경제조정장관으로 임명된 Kwik Kian Gie은 당초 IMF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이었지만 인도네시아 경제의 정상화를 위해서는 국제 금융지원이 절실하다는 점을 인정하고 금융개혁을 비롯한 IMF의 개혁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기득권층의 압력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와히드-메가와티 정권이 발리은행 스캔들을 청산하고 보다 공정하고 투명하게 금융개혁을 진행한다면 국제 금융기관들의 금융지원 재개와 국제 투자자들의 신뢰 회복을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GDP의 50%로 추정되고 있는 금융개혁 비용과 이로 인한 재정적자 문제는 새 정권 하에서도 해결하기 어려운 과제로 남을 것이다.

정부의 채무부담 가중

와히드-메가와티 정권이 해결해야 할 두 번째 과제는 외채문제이다. 98년말 인도네시아의 총외채는 1,560억 달러수준으로 1,360억 달러를 기록했던 97년에 비해 절대액수는 크게 증가하지 않았다. 그러나 루피아화의 평가절하로 외채부담은 97년 GDP의 63%에서 98년에는 GDP의 177%로 크게 확대되었다. 이는 개도권 중에서도 외채부담이 매우 높은 편에 속한다. 최근 국제 신용평가회사 S&P는 2년 이내에 인도네시아의 연간 외채상환액이 90억 달러로 늘어나 인도네시아가 국가부도에 처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인도네시아 외채문제의 심각성은 인도네시아의 외채문제가 민간부문에서 정부부문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데 있다. 세계은행은 국제 금융기관에 대한 원리금 급증과 인도네시아 정부의 국채 남발로 정부부채가 올해말까지 GDP의 10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주로 사회안전망 확보와 금융개혁을 위해 재정지출을 과다하게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금융개혁을 위한 국채발행이 8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등 인도네시아 정부는 부실채권 매입과 금융기관의 자기자본 확충을 위해 막대한 공적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이미 지난 8월 정부외채의 만기연장을 해외채권단에게 요청한 바 있다.

 

외채문제 해결 어려워

외채문제의 해결은 환율, 금리, 유가, 그리고 인도네시아의 금융개혁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부실은행의 국유화와 공적자금의 투입으로 현재 은행자산의 80% 이상이 인도네시아 정부 소유가 되어 있다. 국영은행의 부실화가 인도네시아 금융시스템 붕괴의 주요 원인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는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신뢰성있는 정책으로 국제 신인도를 회복하여 해외 투자자들을 유치하는 일이 중요하다. 부실채권 매각과 국영은행 민영화가 순조롭게 진행되어 금융개혁에 투입된 공적자금이 신속히 회수된다면 정부부담이 줄어들면서 국제 신인도가 더욱 향상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이는 환율과 금리를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면서 금융기관의 대출활동을 정상화하고, 수출 및 소비 증가로 인도네시아 기업의 수익성을 개선하여 인도네시아의 외채상환 능력을 증가시키는 선순환을 만들 수 있다. 

그러나 금융개혁에 투입된 공적자금을 회수하여 정부의 채무부담을 경감시키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인도네시아 경제의 외채상환 능력도 단시일 내에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기 힘들다. 따라서 와히드-메가와티 정권이 국제 채권단들과의 외채 탕감 또는 외채 만기연장 협상에서 뛰어난 협상력을 발휘한다 해도 인도네시아 경제는 상당기간 동안 과다한 외채부담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생활고 문제 

세 번째는 빈곤과 실업문제이다. 96년 전체인구의 11% 정도에 불과했던 절대빈곤 인구는 금융위기 이후 20%대로 치솟았고 불완전 실업을 포함한 실업률은 50%에 가까운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수하르토가 물러나고 메가와티의 지지도가 높아진 데에는 독재에 대한 반발과 민주화에 대한 열망 못지 않게 생활고로 인한 사회불안이 큰 역할을 했다. 인종과 종교 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는 인도네시아를 다시 하나로 결합하기 위해서는 빈곤과 실업문제 완화가 필수적이다. 

새로운 정권의 경제정책이 아직 구체화된 것은 아니지만 와히드와 메가와티가 농업부문의 발전과 소득불균형에 대한 시정을 강조해왔다는 점에서 향후 경제정책의 주안점은 대기업 위주의 공업발전에서 그동안 소외되어 왔던 농업, 저소득계층, 중소기업 등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는 쪽으로 옮겨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부의 재정적자가 이미 심각한 상황에서 저소득계층이나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이 강화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또한 경기가 본격적인 회복세에 접어들기 위해서는 금융위기 발생 이후 인도네시아를 빠져나간 화교계 자본의 회귀와 이들의 기업활동 강화가 중요하다는 점에서 저소득 토착 인도네시아들에 대한 지원이 화교계 인도네시아인들의 불만을 사지 않도록 조절할 필요가 있다. 

인도네시아의 생활고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기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보다 인도네시아 경제가 성장세를 회복하여 전반적인 생활수준이 향상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따라서 빈곤과 실업문제 역시 금융개혁, 외채 문제 등과 같이 단시일 내에 해결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


새 정권의 경제운영 능력은 미지수

와히드 대통령은 취임 직후 경제문제 해결을 국정의 우선과제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새로운 정권의 경제운영 능력에 대해서는 우려가 남아있다. 

와히드-메가와티 정권이 군부를 포함하여 종파와 파벌을 뛰어넘은 大聯政의 결과라는 점은 정국안정의 기틀을 마련하는 데 큰 기여를 할 수 있다. 그러나 다양한 세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와히드-메가와티 정권의 성격은 일관되고 추진력있는 경제정책을 펼치는 데 어려움이 될 수 있다. 모든 파벌을 고려하여 인사정책을 추진하다 보면 부처간의 이견 대립이 심화될 가능성도 있다. 더욱이 효율적인 경제정책의 집행을 위해서는 효율적인 행정부가 필수적인데 과거 몇 십년 동안 부정부패 관행에 젖어온 행정부가 단시일 내에 개혁될 수 있으리라고는 기대하기 힘들다. 

신임 대통령의 권한이 과거보다 줄어들었다는 점도 어려움이 될 수 있다. 신임대통령은 입법부의 견제를 받게 되면서 입법권, 사면권 등이 제한되는데 이는 대통령의 전횡을 막는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지만 입법부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국가 정책이 지나치게 대중의 인기에 영합하는 방향으로 흐를 가능성이 있다. 그동안 억눌렸던 각 지역의 요구가 거세지면서 입법부가 지역적인 이익을 대변하는 데 노력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아체, 이리안 자야, 술라웨시 등의 독립요구에 대해 와히드 대통령은 지방정부로의 권한이양을 공언하고 있지만 중앙정부의 재정이 빈약한 상황에서 지방분권화를 추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을 수도 있다. 

노동운동이 거세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경제운영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노동운동 지도자 무흐타르 팍파한은 이미 전국 규모의 노동기구 창설을 추진하고 있다. 각종 사회적 욕구의 분출은 민주화 과정에서 필수적으로 거쳐야 할 단계라고 할 수 있지만 신임정권은 경제적 효율성과 사회적 요구를 동시에 만족시켜야 하는 매우 어려운 과제를 안고 있는 셈이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경기회복에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인도네시아에 정당성, 신뢰성, 청렴성을 갖춘 정권이 탄생했다는 점은 인도네시아 경제전망을 밝게 해주는 요인이다. 비록 금융시스템 부실, 외채, 절대빈곤 등 인도네시아의 경제문제가 단시일 내에 해결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와히드-메가와티 정권의 경제운영 능력도 아직 미지수이지만, 인도네시아 정권의 참신성이 경제분야에서도 새 바람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지 기대를 갖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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