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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정보

[경제] 휘청거리는 유럽 경제, 우리 수출에도 타격

중동부유럽 일반 국내연구자료 학술논문 문병순, 이혜림 LG경제연구원 발간일 : 2014-11-04 등록일 : 2018-10-04 원문링크

유럽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다시 확산되고 있다. EU의 산업생산은 올 봄부터 상승세가 꺾이기 시작하여 8월 산업생산 증가율이 -0.3%까지 떨어졌고 디플레이션 우려도 커지고 있다. 유럽의 소비심리 위축으로 3분기 우리나라의 대EU 수출도 감소세로 전환되었다. 향후에도 당분간 유럽경제가 성장 동력을 찾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유럽 경제가 올해 들어 성장세가 주저앉는 모습이다. EU(유럽연합 28개국)의 산업생산은 올 봄부터 상승세가 꺾이기 시작하여 10월 발표된 8월 산업생산 증가율이 전년 동월비로 -0.3%까지 떨어졌다. 특히 유럽 경제회복을 주도해온 독일마저 산업생산이 8월에 -4.0%로 크게 감소하자 유럽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다시 확산되고 있다. 연초에는 금융시장과 재정위기국의 국채금리가 안정되면서 유럽 경제가 살아날 것으로 전망되었지만, 이제는 독일 프랑스 등 중심국의 저성장 우려가 점차 커지고 있다.


우크라이나 위기의 충격


올해 EU경제가 침체로 돌아선 직접적인 원인은 우크라이나 위기에 따른 수출 감소이다. 특히 전통적으로 러시아와 교역이 많았던 독일의 타격이 컸다. 1월~8월까지 독일의 대러시아 수출은 2013년도 같은 기간에 비해 203억 달러가 감소(전년동기비 16.6% 감소)하였다. 그 결과 유럽 경제의 1/3을 차지하는 독일의 2분기 성장률이 -0.2%로 하락하였고, 독일에 대한 수출의존도가 높은 폴란드 등 주변국들의 성장률도 하락하였다. 상반기 우크라이나 위기 이후 단행된 경제제재를 우려한 러시아 자금의 유입으로 유로화가 강세를 보였는데, 이 점도 유럽 수출을 위축시키는 요인이 되었다.


재정긴축·디플레·가계부채로 소비 심리 위축


그러나 보다 중요한 원인으로는 EU의 경제 정책의 실패를 들 수 있다. 독일 정부가 자국의 재정 부담을 우려하여 다른 EU 회원국들의 재정적자를 강력히 반대하자, EU회원국들은 적극적인 재정 지출을 하지 못하고 있다. ECB가 기준금리를 0.05%, 사실상 제로금리를 유지하면서 적극적인 양적완화 정책을 펼치고는 있지만, 독일의 재정긴축 고수로 인해 성장세가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그 결과 재정위기 직후 11%까지 치솟은 유럽의 평균 실업률은 2014년 9월에도 여전히 10.3%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고용시장이 개선되지 않자 위축된 소비심리도 좀처럼 풀리지 않고 있다. 2012년부터 완만히 호전되었던 소비자 심리지수는 올 6월부터 기점으로 다시 하향세로 돌아섰다.


저성장으로 인한 디플레이션 고착화 우려도 소비 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다. 디플레이션 상황에서 소비자들은 가격 하락을 기대하며  내구재 소비를 줄일 것이다. 디플레이션으로 인한 실질금리 상승효과도 할부금융을 기피하게 하여 내구재 소비를 위축시킨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유럽의 가계부채가 줄어들지 않고 있는 점도 소비심리 회복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유럽에서는 도산법상 소비자 부채 탕감 요건이 엄격하기 때문에 가계부채 조정이 어렵다. 이에 따라 금융위기 이후 유로존의 가계부채는 GDP 대비 100% 내외에서 하락하지 않고 있다. 채무자들의 부채 탕감을 적극적으로 허용하여 가계부채를 100%에서 80%까지 끌어 내리면서 소비 심리를 근본적으로 개선했던 미국과 대조적이다.


우리나라의 유럽 수출 타격


유럽의 경기 둔화로 인한 수입 수요 위축은 우리의 대 EU 수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2013년 2분기 이후 유럽경기 회복과 FTA 효과로 우리나라의 대 EU 수출이 증가하기 시작하였지만, 올 3분기에는 3.1% 감소했다. 이는 우리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중심국들의 성장 둔화가 두드러지기 때문이다. 아일랜드, 스페인과 같이 재정위기를 경험한 주변국들은 성장세가 어느 정도 회복되었지만, 정작 독일, 프랑스 등 경제규모가 큰 나라들의 성장이 크게 둔화되면서 우리의 수출이 어려워 지게 된 것이다.


중심국들의 성장이 둔화된 원인은 불충분한 구조개혁 노력 때문이다. 아일랜드, 스페인 등의 유로존 재정위기를 경험한 나라들은 구조개혁에 집중하여 단위노동비용을 떨어뜨리는 등 국가경쟁력 제고를 위해 노력하였다. 그러나 독일, 프랑스 등 경제규모가 크고 재정위기를 겪지 않은 나라들은 단위노동비용이 오히려 상승하였고, 국가경쟁력이 약화되었다.


내구소비재 수출 감소 두드러져


수출을 산업별로 살펴 보면 유럽의 소비부진으로 인한 내구소비재 수출 둔화가 두드러진다. 우리나라의 유럽 수출품목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자동차 수출은 5월 이후 감소세로 돌아섰다. 유럽의 자동차 수요가 늘어나지 않는 상황에서 경쟁국인 일본이 엔저를 바탕으로 대유럽 수출을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대EU 수출은 지난해까지도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지만 올 들어 빠르게 늘고 있다. 2014년 1~8월간 일본의 대 EU 자동차 수출은 약 30만 대로 전년 동기 대비 38% 증가했다.


무선통신기기와 영상기기 역시 3분기 하락세로 돌아섰다. 무선통신기기의 유럽 수출은 소비심리 위축에 따른 수요 부진과 함께 애플 등 미국기업과의 경쟁 격화가 수출 부진의 원인으로 작용했다. 영상기기 수출은 월드컵 효과가 사라지면서 유럽의 TV판매량 자체가 감소하자 올해 3분기부터 하락세로 돌아섰다.


그밖에 조선 및 정유 부문 수출 부진은 하반기 들어 유가가 빠르게 떨어진 데 따른 영향이 컸다. 특히 조선 수출은 유가하락으로 해양석유시추 플랜트 수주가 저조했던 데다 상선 수주도 위축되면서 3분기 전년 대비 30% 이상 감소하였다. 석유제품 수출도 석유제품 수요 감소, 수출단가 하락, 미국의 석유제품 수출 증가 등으로 크게 부진했다.


성장 동력 찾기 힘든 유럽 경제


9월 우크라이나 휴전 합의로 지정학적 리스크가 감소되면서 향후 유럽 경기가 다소 회복될 여지는 있으나, 본격적인 반등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기 이후 전세계적으로 교역이 둔화되는 가운데, 신흥국 경제 성장이 둔화되면서 독일을 비롯한 유럽의 수출 회복속도는 완만한 것으로 보인다. 내수부진 역시 단기간에 호전될 가능성은 낮다. 프랑스, 이탈리아 등 주요국에서 고실업이 지속되면서 임금 상승에 따른 소득기반의 확충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디플레이션 악순환에 빠져들 우려도 있다. 가격 하락을 예상하는 소비자들이 내구재 소비를 늦추는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더욱이 유로존은 과거 일본과 같은 장기 침체 가능성도 큰 것으로 보인다. 제조업 부문의 성장활력이 뚜렷하게 낮아지는 가운데 미국처럼 서비스 부문에서 성장 모멘텀을 찾기도 어렵다.


경제 정책의 한계도 여전히 남아 있다. 국가부채 부담으로 재정 여력이 높지 않으며, EU 회원국 국가간 이해관계가 충돌하여 통합적인 성장 잠재력 확충 정책을 쓰기도 어렵다. 금융 구조조정이 단기간 내에 달성되기 어려운데다가 기업규제 완화와 획기적인 인프라 확충과 같은 근본적인 조치 등도 기대하기 힘들다. 이러한 측면을 고려할 때 우리나라의 대 유럽 수출도 빠르게 회복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주력 내구재 부문에서의 경쟁력 제고가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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